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93화 (93/164)

#93. 괴이의 주인 92

“광고주에게 부탁해 우리도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하셨어.

설아가 대표로 전화해 허락을 받아왔단다. 굳이...

“설마 설시우 헌터도 오실 줄 몰랐습니다. 영광입니다. 제 딸이 좋아해서 그런데 사인 가능할까요?

그런데 광고주 님의 딸이 내 팬이란다

“그런데 제가 사인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면 이번이 처음이란 건가요? 딸이 더욱 좋아하겠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광고주 님의 딸의 이름을 물어보고 내 이름 대충 휘갈겨 쓰고 딸의 이름을 쓰고 감사합니다. 라고 썼다

“감사합니다. 제 딸이 좋아할 거에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내 사인을 소중히 주머니에 집어넣으셨다

“그래서... 오민정 헌터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흑발 장발의 여성은 처음 봅니다. 저런 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진작에 캐스팅했을 텐데요.

“음... 제 아이입니다.

“어... 네?

아 말을 너무 줄여서 했나

“제가 테이밍한 아이입니다.

“어... 그러니깐 괴수란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더는 숨길 이유가 없으니깐. 물론 마찬가지로 오베른들도 똑같이 내 어깨에 앉아서 얌전히 있었지만, 요정들은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즉 마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만 보인다고

“...이건 파격적입니다. 전 세계 최초일 겁니다! 괴수를 광고에 사용하다니요?! 게다가 저런 아름다운 여성을 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갑자기 열정적으로 변한 광고주 님이었다

그때 시현 누나를 비롯해 설아와 샬롯, 민정 씨가 화장을 마치고 방에서 나오셨다. 나는 이런 말 안 할줄 알았는데... 마치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민정 씨는 평소의 귀염상에서 화사하진 않지만 청초한 모습이었다

설아는 뾰족한 인상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더욱 강화한 듯 훨씬 터프한 걸크러쉬 스타일이었다

시현 누나는 설아와 비슷해 냉혹한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무슨 화장을 했는지 몰라도 민정 씨와 같이 귀여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대망의 샬롯은 화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분명 서양 미녀의 모습이었지만 한국식 화장을 더해서 훨씬 아름다운 그녀였다

“우리 어때요?

민정 씨가 대표로 물어보셨지만 나는 그저 멍안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모습을 보고 4명의 여성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 광고주 님의 말이 들려왔다

“배우분들 오셨으니깐 시작할께요~

나는 그 말에 정신 차렸다. 그래서 나도 흐뭇한 모습으로 그들을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뒤 건물이 파괴되었다

“뭣?!

정확히는 건물에 구멍이 뚫리며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전부 물러서세요! 괴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게이트를 본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고 있었다. 주변은 혼란스러웠고 광고주 님도 어느새 도망가고 없었다

그때 게이트에서 엄청난 크기의 손이 나오더니 나를 잡아챘다

“시우야!

“주인!

일행들이 급히 나를 불렀지만 손쓸 새도 없이 나는 게이트 속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기에

“시우야!

시우가 잡혀감과 동시에 이리가 달려 들어가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급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전장에 게이트처럼 통과될 뿐이었다

나는 급히 샬롯을 쳐다보았지만 샬롯은 조금 달랐다. 이리와 달리 샬롯은 게이트가 뭔가에 막힌 것처럼 손을 집어넣으려 해도 튕겨 나갈 뿐이었다

샬롯이 당황해 뭔가를 소리쳤지만, 그녀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시우뿐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해?!

설아가 당황하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나라고 마땅히 방도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 민정 씨는 우리 길드에게 연락하세요. 저는 전에 알렉산더 님에게 연락처를 받았으니 알렉산더 님을 통해 가디언즈 길드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이건 긴급사태입니다.

제발... 살아만 있어 줘 시우야

“하하하! 이거 우리의 주인 아닌가! 도대체 이게 얼마 만인가?!

나를 손에 올리고 보는 자는 거인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거인은 아니었다. 머리에는 양 뿔이 비틀리며 아래로 향하고 있었고 가슴에는 대놓고 마석처럼 보이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자의 크기는 세계수보단 작았지만 내가 고개를 들어도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려고 고개를 숙였기에 나도 그를 볼 수 있었을 뿐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등에 커다란 날개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마치 뜯겨 나간 듯 지저분하게 잘려있었다

“너는... 너도 괴이지?

“이번 주인은 엄청나게 조그마하구나! 이거 실수로 밟으면 죽는 거 아닌가, 몰라! 하하하!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나 컸다. 마치 천둥이 울리는 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가 묻혔다

그런데 그의 발에서 검은색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더니 팔을 타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응? 이리였네.

이리는 급히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내 품에 안겨 왔다

“오구 그래. 다른 일행들은 어디 갔어?

“뭔가 그 조그만 녀석은! 그 녀석도 괴이인가?!

거참 시끄럽네

“아저씨! 제 얘기는 안 들리세요?!

“음?!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최대한 크게 소리쳤는데 안 들리나? 음..

“이리야. 저기 위에 거인 아저씨 어깨나 머리 위로 데려다줄래?

이리는 내 말을 듣더니 나를 물었다

“아니 나를 등에 태워... 으으아각

이리는 나를 물고 순식간에 위로 올라갔다. 분명 90도 일직선으로 올라가는데 어떻게 올라가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나는 입도 열지 못한 채 이리에게 끌려갔고 어느새 뿔 위로 올라와 있었다. 뿔이 비틀어져 아래로 뻗어있어서 그런지 그 뿔의 끝은 귀 근처였다

“아이고. 나도 헌턴데 말이지... 힘들다. 그래서 아저씨! 이제 들려요?!

“오! 그래 주인인가! 왜 지금 동안 말을 안 했나?!

하... 말을 말아야지

“이름이 뭡니까?!

“나?! 발로그이다! 주인의 이름은 무엇인가?!

“설시우다!

“이상한 이름이네?!

뭐... 그런가? 저 아저씨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그래서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발로그!

“몰라! 자고 일어났더니 여기였어!

나는 그 말에 한숨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발로그가 있는 곳은 마치 화산이 터져서 용암이 휩쓸고 간 마을 같았다

주변이 전부 불타고 있었으며 심지어 용암도 흐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발로그의 발이 용암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해하지는 않았다. 알렉산더 님도 한다면 용암에서 수영도 하실 수 있으니

그런데 이 아저씨는 얼마나 강하려나

“발로그 아저씨! 여기서 계속 살 거야?!

“어?! 잘 모르겠는데?!

아니 이 아저씨는 뭔가 확답을 주는 게 없어.... 됐다

“그럼 그냥 따라와! 베타야?

베타는 조그마한 모습이 아닌 내가 보기에는 발로그 아저씨가 수십 명이 있어도 베타의 크기를 못 따라갈 것 같았다. 지금 보니 더 커진 것 같은데

“이거! 레비아탄 아닌가?! 나보다 먼저 주인을 만나다니 괘씸하군!

뭐가 괘씸한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베타를 아는 것이 더 신기했다. 그렇다면 꽤 나 강한 괴이일 것이 분명했기에

“하지만 너무 커서 던전에서는 도움이 안 되겠네.

“뭐라고 했나?! 잘 안 들려!

에효... 그런데 베타가 나를 보며 생각을 전해왔다. 발로그는 게이트가 통하지 않는다고. 베타의 힘이 처음으로 통하지 않는 괴이였다

“발로그 아저씨! 왜 게이트가 안 통하는 거야?! 게이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지 않았어?!

“하하! 나는 항마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족에게 버림받았지만 상관없다! 난 최강이니!

아니 이 아저씨 뭐라는 거야. 그러니깐 항마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게이트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 말인가

“그럼 베타야. 이 세계를 전부 집어삼킬 수 없는 거야?

베타는 눈만 껌뻑이며 생각을 전해왔다. 세계를 삼킬 순 있지만 발로그는 덩그러니 남을 거라고

...세계가 사라졌는데 발로그가 그대로 남아있으면 발로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조금 무섭군

그런데 게이트에 손을 집어넣어 나를 잡았잖아. 그건 뭐지

“아저씨! 게이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잖아! 그건 뭐야?!

“그건 내가 하고 싶었으니깐! 내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아니... 하... 뭐라는 거람. 결국엔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지? 그럼 됐어. 그런데 글레이는 왜 내 앞에 이 아저씨가 있는 세계에 게이트를 열었을까

“그런데 일행은 왜 안 오지? 아저씨! 그래서 나랑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나 잠시 밖에 갔다 올 테니 선택하고 있어!

“알겠다! 그런데 주인이랑 같이 가면 뭐가 좋은 건가?!

“나도 몰라! 그래도 여기에 혼자 있는 것보단 좋겠지!

이 세계는 마치 멸망한 것처럼 그 어떠한 생물체도 살고 있지 않았다. 발로그 아저씨가 이 세계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따라오지 않을까

그런데 게이트 밖은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응? 알렉산더 님은 여기 왜 계세요? 리암 씨도 있네요?

주변을 보니 어느새 건물은 철거되어 있었고 헌터들이 모여있었다. 당연히 눈에 띄는 건 알렉산더 님. 옆에는 리암 헌터들의 파티원들이 있었다

“자네... 괜찮나?

“예?

“설시우 헌터. 당신은 지금 던전 안에서 일주일 넘게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고작 30분 내지 던전안에 있었는데 밖에선 일주일이 넘게 지나갔다고

“그런가... 과거 연구원들이 게이트 속 세계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 아니냐고 했었지. 당연히 연구 결과는 똑같았지만... 결국 이런 게이트가 나타난 것인가.

그때 우리 일행이 나타났다

“시우야!

어느새 달려온 시현 누나가 이리처럼 내 품에 안겼다

“진짜 죽은 줄 알았어...

시현 누나는 울먹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고작 던전에서 30분 있다가 나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미안해. 나도 이럴 줄 몰랐어. 고작 30분 얘기했을 뿐인데...

나는 시현 누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내 설아와 샬롯도 다가와 안겼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뭔가 미안했다

“그런데 아직 이야기가 덜 끝났어. 최대한 빠르게 이야기하고 올게.

나는 사정을 설명하고 알렉산더 님하고 리암 씨에게도 자초지종을 말했다. 별비 길드와 가디언즈 길드가 전부 나를 신경 써 주셔서 헌터들이 여기 모여있었다

고맙지만 미안하기도 해서 모인 전부에게 이만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 대신 혹시 모르니 이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게이트로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발로그 아저씨가 자리에 안 계셨다

“아니 이 아저씨 어디 간 거야?! 빨리 찾고 나가야 하는데!

나는 급히 애들을 전부 풀어서 발로그 아저씨를 찾게 시켰다. 비유가 아닌 진짜 덩치도 산만 한 사람. 아니 거인이 어디로 갔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