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괴이의 주인 91
“확실히. 처음 게이트가 나왔을 때 저를 비롯한 강한 엘프들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그 강한 엘프들끼리 모여서 게이트 속 세계. 즉 이 세계를 정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이트가 사라졌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엘프를 비롯해 드워프 분들과 오크도 같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 말에 다른 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오크는 번식력이 강하다. 그만큼 강한 오크도 많지. 단순하지만 강한 자들. 지금은 천에 가까운 오크가 남아있지만, 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우리 오크는 훨씬 많았다. 우리는 인간들과 같이 싸우며 많은 오크를 잃었다. 하지만 그만큼 다시 아이를 낳았지만... 아직 어리다. 처음 이 세계로 넘어온 오크는 하나도 없다. 나도 어미가 우연히 이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나를 낳으시고 돌아가셨다. 나는 사실 이 세계에서 태어난 거다,
카잔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얘기는 끝이 아니었다
“우리 드워프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땅의 정령과 같이 지하에서 살아가는 일족이다. 그런데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자마자 괴수와의 싸움을 시작했지. 하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방벽을 짓고 우리는 방어태세에 들어갔지. 다행히 우리는 많이 살아남았다. 다행히 롭 씨가 알맞은 룬 무기를 들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베릭 님이 말씀하셨다
“게이트는 그럼 그 글레이라는 녀석의 능력인가?
나는 별말 없이 베타를 불러 우리들을 삼키게 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
“이 건물 전체를 삼키면 어쩌니 베타야...
베타는 건물 전체를 삼켜버렸다. 일행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나는 말 없이 건물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여긴... 어딘가?
“레비아탄을 알고 계십니까? 전에 만난 드워프인 오그렌 님은 알고 계시더군요.
내 말에 베릭 님이 말씀하셨다
“설마 그 레비아탄 말하는 건가? 세계를 삼키는 고래?
오랜만에 나는 베타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딜 쓰다듬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커서 말이지. 음... 여긴 턱인가
“저게... 고래야? 진심인가?
“여기... 정령도 응답하지 않아요. 도대체 여긴 어디죠?
카잔과 아나리엘이 동시에 말했다. 그런데 내가 설명하기 전에 먼저 베릭 님과 롭 님이 대신 말씀해주셨다
“세계를 삼키는 고래. 명칭 레비아탄. 레비아탄의 심기를 거스르면 세계가 삼켜진다 해서 생긴 별명이다.
“그 레비아탄이 괴이일 줄은 몰랐군. 그렇다면 여기는... 레비아탄이 삼킨 세계인가?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애초에 나도 잘 몰랐으니
“게이트 능력은 베타. 그러니까 레비아탄의 능력입니다. 강력한 괴이는 남에게 힘을 나눠줄 수도 있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레이란 녀석에게 현혹당해 주인을 배신한 겁니다.
하지만 드워프 분들만 내 얘기를 듣고 있었고 카잔은 멍안히 베타를 보고 있었고 아나리엘은 여전히 응답이 없는 정령들을 하염없이 부를 뿐이었다
“저걸 우리 오크가 사냥할 수 있을까...?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길래 나는 카잔의 팔을 찰싹 때렸다
“왜 사냥하려 합니까. 사냥할 것은 따로 있으니 허튼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고 나는 아나리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는 베타의 몸속으로 다른 세계와 격리된 상태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베타의 허락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하니 이제, 그만 하세요.
내 말에 아나리엘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릴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무슨 짓을 할 셈이죠? 당신도 글레이란 녀석과 같이 우릴 죽이려는 속셈인가요?
저 처자는 또 왜 그런데
“죽일 거였으면 진작에 죽였죠. 샬롯이 알렉산더 님을 이긴 마당에 못 할 건 없죠.
“증거를 없애기 위함이 아닌가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명 해치웠으니..
“하... 그럼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샬롯?
샬롯은 내 뜻을 알아듣고 아나리엘에게 거미줄을 날렸다. 그냥 거미고치로 만들지 뭐
그런데 아나리엘은 샬롯의 거미줄을 슬쩍 피했다
“보셨죠? 다들 보셨죠? 그러니깐 다들 제게 협력... 꺄악!
알렉산더 님도 샬롯의 거미줄을 이리저리 잘 피하셨으니 당연히 아나리엘도 피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샬롯을 부름과 동시에 구스타프에게 마나를 주며 아나리엘을 그림자 속 세계로 끌고 들어가게 시켰다
전에 구스타프는 마석을 주지 않으면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요즘은 내 마나를 받으면 순해지며 내 말을 잘 들었다
아나리엘은 순식간에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나리엘을 어디로 보낸 거지?
카잔은 괜히 긴장하며 언제나 챙기고 다니는 등에 매달은 배틀엑스를 손에 들며 말했다
“그냥 잠시 머리 좀 식히라고 어디론가 보냈습니다. 너무 경계하지 마세요.
카잔은 여전히 경계하고 계셨지만 롭 님이 그를 말리시며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미 자네의 세계를 파멸시킬 힘을 가지고 있군.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 거지?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글레이를 막을 힘입니다. 제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전 세계를 지킬 수 없듯이 글레이도... 다른 종족을 멸망시키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녀석도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죠. 저도 비슷합니다. 개인의 힘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오만한 말이겠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예측할 수 없다. 베타를 비롯한 샬롯과 내 아이들. 심지어 나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제가 원하는 거는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끼리 적대하지 말 것. 저는 딱히 뭔가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있다면 제 가족이 편안히 사는 것. 그것뿐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제 인맥을 늘리는 거죠. 글레이란 녀석도 굳이 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제가 찾으러 갈 생각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요.
만약 글레이가 게이트 침공으로 인해 내 지인이나 내 가족이 죽었다면. 난 당연히 글레이를 지구, 아니 모든 세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죽이겠지
하지만 우연히도 우리나라 남한은 게이트 침공을 받지 않았고 나를 비롯한 남한 사람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우리 오크는 복수는 복수로 갚는다.
카잔은 내 말에 긴가민가하고 있었지만 결국 내 말을 믿기로 정한 것 같았다. 솔직히 뜬구름 잡는 소리였는데 세계수 덕분이었다
“구스타프. 아나리엘 좀 데리고 나와줘.
나는 쪼그려 앉아 내 그림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겠는걸
구스타프는 언제나처럼 내 그림자 속에서 머리만 쏙 나왔다. 그런데 그 머리 위에 불청객이 있었다
“머리 좀 식혔나요. 아나리엘?
당연히 그 불청객은 아나리엘이었지만...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나리엘?
한 문장만 계속 말하고 있었다. 나는 급히 아나리엘을 흔들었다
“주황색 눈이... 어?
“괜찮으신가요?
거의 폐인이 다 된 상태로 나왔다. 그러니깐 말 좀 잘 듣지
“무슨 짓을 한 건가?
“음... 그저 무중력 상태인 칠흑 같은 공간에 가뒀을 뿐입니다.
“...끔찍하군.
음... 그런가
드디어 미국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설아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시현 누나와 다른 일행들을 만났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내 입지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렸어요? 유명한 사람이라도 같은 비행기에 탔나?
“시우 네 팬하고 설아 팬들이야. 알렉산더 님 하고의 대결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알렉산더 님이 대결을 먼저 신청했다는 건 알려졌거든. 그리고 헝가리 국적이지만 한국 국적도 있는 사실상 한국에서 첫 SSS급 헌터가 탄생했으니... 그리고 이뻐서?
무슨 공항에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다. 그런데 이게 전원 팬이라고
“꺄아아악! 설시우 헌터다!
“옆에 설아 헌터도 있어!
그 인파들이 전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전장에서도 이런 기세를 못 느꼈었는데 뭔가 무서웠다
“...도망가자. 미안하지만 별비 길드에서 봐요. 구스타프!
만나자마자 미안하지만 우리는 구스타프의 능력을 사용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아니 그렇다고 버리고 가면 어떡합니까. 괜히 우리가 시달렸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그 생각은 못 했네요.
꿩 대신 닭이라고 준석 씨를 포함한 일행에게 사람들이 달려든 것 같았다. 나와 설아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별비 길드로 향했다
“오랜만이야 설시우 헌터. 협회에서도 그 발언을 철회했다네.
“음? 무슨 발언이요?
“자네 헌터 자격증을 박탈한다고 하지 않았나?
응? 아니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진 않으셨는데 그 직원분이. 그냥 마나가 없는 헌터는 헌터 자격증을 박탈한다고 했긴 했는데..
“그 말을 한 직원을 해고하고 공식적으로 자네에게 사과를 했다네. 영상이 있는데 볼 텐가?
“아뇨. 제가 일반인이었으면 그 말도 없었겠죠. 립서비스같은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입에 발린 말일 텐데 뭐. 안타깝네. 그 직원분은 무슨 죄람
“그럼 그 해고당한 직원분은 어쩌고 있데요?
“음...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알아볼까?
“괜찮습니다. 협회에서 알아서 해줬겠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렉산더 님과 대결은 어떻게 됐나?
“결과는 비밀로 하기로 한 거 아시잖아요?
길드장 님은 끙 소리를 내며 물러섰다. 나도 아쉽지만 뭐... 이미 유명세라. 애초에 유명세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네에게 광고가 엄청나게 들어왔어. 화장품 광고도 있고 각종 게임하고 음식 등등. 많은데 어쩔 건가?
“됐습니다.
“건당 최소 억인데?
“...됐어요.
“나 광고하기로 했다?
그런데 설아가 대신 광고를 받았다
“설아와 함께 나도 받았어.
심지어 시현 누나도. 나는 혹시나 해서 민정 씨를 바라보았지만, 민정 씨는 고개를 저었다
“왜요? 민정 씨 화장품에 관심 많은 거 아니었나요?
“다 별로에요. 진짜 제대로 된 화장품 광고가 온다면...!
오히려 민정 씨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광고를? 돈이 부족한 일 있어요?
“아니 그냥... 해보고 싶기도 했고 내게 광고가 들어온 게 신기해서.
하긴. 시현 누나는 애초에 불운 특성 보유자라 그런지 초고속으로 SS급 헌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전혀 없었다
“좋은 경험이겠네. 그런데 나도 구경 가도 되나?
“상관없지 않을까?
“음... 샬롯? 넌 어때? 아 화장품이 뭔지 알아?
설아도 시현 누나도 손에 꼽을 수준으로 이뻤지만 샬롯의 미모는 다른 차원의 형태였다. 마치 인간 같지 않달까? 물론 진짜 인간은 아니었지만
“네. 그런데 화장품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있나요?
분명 샬롯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고 나도 별 생각없이 그 말을 번역해줬지만, 설아와 시현 누나는 그 말에 뭔가 다른 것을 느꼈나 보다. 특히 민정 씨가 더욱 난리를 피웠다
“와 자기 이쁘다고 저러는 거 보소. 어이가 없네.
“...이건 나도 그냥 넘어가긴 힘들겠는데?
“안 되겠어. 당신도 광고에 따라와.
차례대로 민정 씨와 시현 누나. 설아가 말했다
얼래? 일이 커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