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91화 (91/164)

#91. 괴이의 주인 90

아직 사람들이 오지 않았기에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두런두런 얘기했다

“세계수 님이 왜 인간이랑 같이 지내는 겁니까? 요정들이 있는 것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비슷하지. 그건 그렇고 아비랑 똑 닮았군. 성격까지도 말이야. 알고 있나? 난 네가 어릴 때 너를 만난 적이 있다. 갈라드리엘. 그 녀석을 이어서 현재 엘프의 장로가 너일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제 아버지를 알고 계십니까? 혹시 그렇다면 지금 제 아버지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현재 지구의 있는 전원 다른 세계에 있는 종족들이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건...

“세계수.

나는 급히 세계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른 일행들이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오베른들이랑 놀아 주시죠.

오베른들은 내 아이들과 샬롯, 세계수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냥 호기심에 한 번 보는 정도

그런데 오베른들이 아나리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나리엘의 주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리엘이 만지려고 하면 멀리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시무룩해 있으면 다시 주변을 돌아다니고 만지려고 하면 다시 도망간다. 그걸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건물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나리엘. 카잔도 함께 왔네. 근처에서 만나서 말이야.

“야! 빨리 문 열어!

앞에 분은 드워프인 것 같았고 소리치신 건 누가 봐도 카잔이었다. 나는 아나리엘이 오베른들에게 정신이 팔린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문을 열어줬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 이거 미안하군. 우리도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빨리 왔구만.

음... 할 말이 없다. 오신 분은 4명이었다. 드워프 3명과 오크 한 명. 오크는 당연 카잔이었고 그림스워드 님하고 다른 2분은 잘 모르겠다

“내 이름을 혹시 기억하고 있나?

“네. 그림스워드 님이었죠. 하지만 다른 두 분은 잘 모르겠네요. 아! 카잔도 어서 와요.

“집주인은 어디 가고 자네가 손님을 받나?

나는 말 없이 뒤를 가리켰다. 뒤에는 여전히 그 짓을 반복하고 있는 아나리엘이 있었다

“요정들인가... 신기하군.

“하하... 그런데 그림스워드 님하고 카잔은 알고 있는데 말이죠. 알고 있으시겠지만 저는 설시우입니다. 두 분의 성함은 어떻게 됩니까?

두 분은 아나리엘의 모습을 뭔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가 내 말을 듣고 말씀하셨다

“나는 베릭이라고 한다. 그림스워드 녀석에게 장비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저 녀석이 아티팩트. 즉 마법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나는 베릭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 님에게 아티팩트를 만드실 수 있다고 하셨으니 그 말은 즉 장비에 마법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롭이라고 한다네. 과분하지만 드워프들의 최고장인 직인 룬 스미스라네. 룬이란 드워프에게서 내려오는 전설이네. 마나와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지. 장비나 아티팩트에 문자를 새겨 새로운 힘을 끌어내는 힘이라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용 제한이 있지. 선조의 룬 스미스는 무한히 사용 가능한 룬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아직 그런 힘이 없지.

하지만 그 설명 만 가지고는 아티팩트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말 하기도 뭐하지만, 한국에 있던 전장에서 내가 만든 장비를 사용했다고 하던데...

음... 생각이... 아

“벨라 씨가 사용했던 치유하는 아티팩트 말씀하시는 겁니까?

분명 벨라 씨가 비싼 아티팩트인가? 라고 했었다

“빨간 머리 여성을 말하는 거라면 맞네.

확실히. 고작 아티팩트로 치유를 할 수 있었다면 치유형 헌터들이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대단하군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손님들을 계속 일으켜 세울 수 없으니 자리를 권했다. 여전히 카잔은 키가 너무나 커서 천장에 닿을 것만 같았다

드워프 3분과 카잔이 자리에 앉았고 카잔이 아나리엘 주변을 날아다니는 오베른들에게 호기심을 가지다가 순식간에 애들을 잡으려 했다

“카잔!

나는 크게 소리쳤고 카잔은 움찔거리며 손을 멈췄다. 아니 나 때문에 멈춘 것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샬롯이 거미줄로 카잔의 팔을 묶어버린 것이다

“함부로 애들에게 손대지 마십시오.

카잔의 손에 그물같이 묶여있는 거미줄에서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카잔은 두 손을 들며 항복에 제스처를 취했다

“미안하군. 내가 알고 있는 요정들은 다 강력해서 말이야. 고작 이 정도로 뭐라 할 줄은 몰랐군.

그 말에 샬롯이 팔을 더욱 옥죄었고 피가 거의 터져 나오는 수준까지 나오고 있었다. 샬롯이 카잔의 팔을 잘라버리게 둘 순 없으니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풀어줘. 그리고 카잔. 강하든 약하든 그런 생각으로 제 아이를 만질 생각 하지 마세요.

그 말에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오크는...

“오크 핑계 대지 마세요. 우리 세계에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카잔은 내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카잔에게 말했다

“SSS급 헌터든 뭐든.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세요. 제가 언젤지 모르겠지만 오크의 세계로 간다면 저도 지킬 테니.

카잔이 침묵하는 사이 나는 드워프 분들에게 물었다

“롭 님? 드워프의 대표라고 말씀하셨죠? 제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롭 님은 나를 의외의 눈으로 보고 계시다가 내 말을 듣고 헛기침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흠흠... 별거 아니네. 그냥 한 가지만 묻지. 자네는... 괴이들의 주인인가?

롭 님의 입에서는 의외의 소리가 나왔다. 물론 샬롯도 그렇고 옛날부터 살아왔던 괴이들이 있었고 아나리엘도 샬롯을 알고 있으니 롭 님이 모를 이유는 없었다

“주인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그 말을 하는 거 보니 맞는 것 같군. 내 대에서 괴의들의 주인을 볼 줄이야.

하지만 롭 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긴 샬롯의 이야기에선 도대체 좋은 주인의 얘기를 들을 순 없었으니

“그래서 할 말씀은 그게 끝입니까? 고작 그거 하나 물어보시는 거였으면 경기장에서 해도 됐을 텐데요.

“선약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사실 알렉산더가 대결을 신청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 그래서 아나리엘이 자네한테 무슨 소리를 할지 몰라서 말이야. 그래도 나름 우리 셋은 전투를 꽤 나 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래도 혹시 몰라서 카잔을 데려왔지. 하지만...

오히려 데려온 카잔이 내게 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알렉산더 님을 이긴 샬롯이 있었고 이미 피는 멎었지만 팔을 자르기 직전까지 갔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전대 주인들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죠. 그 실수를 여러 번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누군가를 싫어할 이유는 없죠. 그렇죠, 카잔?

카잔은 긴팔을 입고 왔지만 샬롯에 의해 한쪽 팔이 누더기가 돼서 뚱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내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아나리엘이 쓸데없는 말을 안 해서 말이야. 하지만 나도 궁금하군. 요정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고 왜 자네를 따르는 것인가? 아무리 괴이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요정이 괴이는 아닐 텐데 말이야.

어... 나랑 샬롯과 세계수의 마나가 합쳐져서 우연히 오베른들이 태어났다고 말하면 믿으실까

“지금 요정들은 괴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롭 님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분명 겉모습은 요정이고 분명 세계수의 요정의 힘인 식물을 자라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 확실한 건 저들은 순수 요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수는 처음 듣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나도 처음 듣는 얘긴데. 세계수?

“세계수...? 설마 그 세계수 말인가? 주인이 새로운 괴이를 데리고 있나 했더니... 다른 종족들의 행방도 묘연한 상황에 세계수라니. 엘프들은 좋겠군.

그 말씀에 아나리엘이 드디어 제정신으로 깨어났다

“맞아요?! 세계수 님? 지금 우리 일족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전원 도착했으니 알려 주세요.

세계수는 아나리엘의 말에 나를 쳐다봤다. 다행히 요정들에게 향했던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족으로 쏠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우선 카잔. 지금 오크가 몇 명이나 우리 세계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천명 가까이 된다. 그나마 우리 오크는 다른 종족보다 숫자가 많다고 할 수 있지. 우리도 호기심을 못 이겨서 말이야.

여전히 뚱해 있는 카잔이었지만 그래도 물음에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롭 님?

“우리는 5백 명 정도라네. 그런데 왜 그것을 물어보는 건가?

하지만 나는 그 말씀을 무시하고 마저 물어봤다

“아나리엘?

“우리는 기껏해야 백 명 정도야.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물어보지?

생각보다 처참했다. 게다가 예상외의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아나리엘이 샬롯이 살고 있던 세계에 사는 것부터 롭 님이 괴이의 주인을 알고 있는 것까지

자칫하면 이 SSS급 헌터 5명이나 모인 자리에서 내가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순 없었다. 자칫하면 그들이 진짜로 멸족당할 수 있었으니깐

“그 숫자가 현재 살아 있는 일족의 숫자일 겁니다.

“...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아나리엘이었다

“제 아이에게 들었고 세계수에게 확답을 받았습니다. 현재 살아있는...

“그게 무슨 말인가!

내 말을 끊으신 분은 그림스워드 님이었다. 오히려 가장 점잖게 보이는 그림스워드 님이 격분하셨다

“말 그대로입니다. 괴이 글레이. 그 녀석이 드워프를 비롯해 모든 인간형을 몰살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남자는 힘을 봉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쇠사슬에 묶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말에 세계수가 보탰다

“글레이의 목표는 인간형을 전부 몰살시키는 것. 그리고 더는 괴이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 롭 님이라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롭 님은 멍안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 말을 순순히 믿어주실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수의 증언이 내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우리 오크가... 몰살당했다는 말인가?

카잔의 물음에 나는 쐐기를 꽂아야 했다

“네. 글레이가 직접 말하길 강한 자들이 게이트를 통해 나갔을 때. 게이트를 닫아 비교적 약한 자들을 남겨두고 죽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들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나는 우선 눈치 없이 날아다니는 오베른들을 불러 어깨에 앉게 시켰다

이리도 얌전히 엎드려 있었고 혹시 모를 상황에 샬롯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때 아나리엘이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