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90화 (90/164)

#90. 괴이의 주인 89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습니다. 당신 같은 헌터가 왜 굳이 경찰에게 잡혀주고 있습니까? 물론 당신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올리버 씨는 경찰분의 어깨를 살짝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경찰분은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 하기 전에 내가 선수 쳤다

“올리버 씨 말대로 제가 잘못한 거니깐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이리에게 손대지 않아서.

그때 뒤에서 경찰 다섯 분이 오셨다. A급 헌터이신 경찰분이 무전을 통해 지원해서일까? 다섯 분 전부 마나가 느껴졌다

“괴수는 어디 있나? 뒤에 있는 대형 견이 괴수인가?

그런데 샬롯이 내가 묶여있는 것이 보기 싫어서였을까. 거미줄을 뽑아 수갑을 잘라버렸다

“아무리 그렇다고 공무원. 그것도 경찰의 수갑을 잘라버리면 어떡해.

그런데 그 모습이 공무집행을 거부했다고 생각하셨는지 급히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내게 향했다

하지만 올리버 씨가 즉각 반응. 순식간에 지원 온 헌터들의 무기를 뺏어가셨다. 그러고 보니 올리버 씨도 이리에게 밀렸지만 한 속도 하셨지

나는 또 올리버 씨가 이상한 얘기를 할까 봐 내가 먼저 말했다

“수갑을 부순 건 죄송합니다. 제가 미국의 법을 잘 몰라서 법을 어긴 것도 죄송합니다. 제가 어긴 건 사실이니 벌을 받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약속이 잡혀 있어서 말이죠. 죄송하지만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올리버 씨에게 눈짓으로 경찰분들의 무기를 돌려주라고 했다

“설시우 헌터도 슬슬 뻔뻔해지는 것 같은데요?

그 말씀에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뭔가 이리에게 추하게 진 모습을 보니 친근해졌다고 해야 할까, 동네 형 같다고 해야 할까

올리버 씨는 툴툴거리셨지만 내 말을 잘 들어주셨고 얌전히 경찰분들에게 무기를 다시 돌려주셨다

“올리버 헌터를 이렇게 아이 다루듯이...?

경찰분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그래도 올리버 씨 유명한가 봐요? 경찰분들도 아는 것 보니 말이죠.

“아마 일주일만 지나면 설시우 헌터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가 될 겁니다. 아니다. 지금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텐데? 거기 경찰 아저씨들? 설시우 헌터라고 압니까?

올리버 씨가 물었는데 괜히 내 얼굴만 더 화끈해졌다

“설시우 헌터 말입니까? 어... 중국인 인가요?

하긴. 한국보다 중국에 유명한 헌터들이 많긴 하지. 그런데 지원 온 경찰분들 중 한 분이 뭔가 깨달으셨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설시우 헌터와 올리버 헌터... 테이머? 설마 알렉산더 님이 먼저 대결을 신청했다는 그 사람입니까?

그 경찰분의 목소리가 큰 탓일까? 안 그래도 거리 한복판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어서 그런지 시선이 모이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에 더욱 시선이 끌렸다

“뭐? 알렉산더 님과 대결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결과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찰분들은 잠시 당황하셨지만 바로 상황파악을 하시고 주변을 진정시켰다

“이때 몰래 도망가자. 올리버 씨? 당신이 자초했으니 어떻게 좀 해 보세요. 구스타프?

요즘 내가 구스타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아서 구스타프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능력을 연구했다

구스타프의 능력은 말 그대로 그림자가 있는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었다. 그게 설령 벌레의 그림자처럼 작은 곳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구스타프의 눈 안에 들어오는 곳만 가능했고 그 벌레의 그림자도 구스타프가 발견했을 때나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단점도 상쇄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림자 속 세계로 다른 사람들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림자 속 세계로 구스타프가 이끄는 그대로 그림자 세계로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림자 속 세계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있었다. 그 공간은 물인지 무중력인지 잘 모를 정도로 나는 허공에서 유영했고 그곳에서 구스타프의 얼굴을 보니 뭔가 소름 끼쳤다

구스타프도 점점 까매지는 가운데, 마치 거대한 검은색 무언가가 허공을 유영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고 마찬가지로 구스타프가 이끄는 대로 그림자 세계를 빠져나갔더니 내가 가리켜 저곳으로 움직여달라고 한 장소로 이동해 있었다

시리도 엘리도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움직였고 샬롯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 이동 능력은 공간이동 같았다. 엄청난 능력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능력을 가지고 고작, 몰려있는 인파를 빠져나가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런데 난 대중교통을 이용 못 하는 건가? 이리는 그렇다 치고 오베른들도 같이 다니면 이목이 엄청나게 끌리겠는걸.

흠... 하늘을 나는 괴이는 없으려나? 그것도 내 애들을 다 포용할 수 있는 큰아이로

“레비아탄이 있지 않나요? 레비아탄도 날고 있는데요?

“이목을 피하려고 날아다니려 하는데 허공을 날고 있는 고래가 있다고 생각해 봐. 더더욱 끌릴 텐데? 물론 우리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면 크기가 꽤 나 커야 할 테니 결국엔 똑같으려나?

그리고 그 아이가 엘리와 마찬가지로 탑승자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엘리는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내 얼굴에 바람 한 점 오지 않는다

...몰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뭘 걱정하냐

“나도 모르겠다. 이목이 끌리든 말든. 엘리야. 가자. 이리 너도 올라와서 같이 가자.

나는 핸드폰에 내비를 찍고 엘리를 타고 순식간에 달려갔다

여담으로 미국 시내 한복판에서 초대형 전갈 괴수가 나타났다고 난리가 났지만... 당당하게 나가지 뭐. 이미 범죄도 저지른 마당에

미국의 구석 어딘가. 분명 건물이 세워져 있었지만,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었다

“역시 엘픈가? 요즘 시대에 나무로 만든 집이라니. 생각보다 멋진데?

마치 그 건물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 나무로 만든 집이었지만 줄기들이 이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동화에서나 볼 법한 집이었다

그런데 그 장소는 게이트가 있었던 장소였다

다른 3종족들도 마찬가지로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 강제로 우리 세계로 흘러들어왔고 처음에는 왕복이 가능했으나 어느새 갑자기 게이트가 사라졌다고

그렇게 우리 세계에 갇혀버린 이종족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종족들이 전부겠지. 다른 세계에는 더는 없을 것이다

“베타야. 오베른들을 불러줘. 그리고 세계수도.

오베른들은 언제나 나오자마자 이곳저곳 둘러보며 날아다녔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귀엽긴 했지만 그대로 방치했다가 다른 사람이 오베른들을 납치하면 어떡하나

물론 애들이 이기겠지만 내게서 멀리 떨어지면 나도 오베른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한가 보다

“얘들아. 맘대로 날아다녀도 되지만 내게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지 마. 무조건 내 눈에 띄어야 해. 안 그러면...?

나는 그렇게 말하다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세계수를 쳐다봤다. 세계수는 조그마한 매의 형태로 내 어깨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안 그러면 주인이 놀아주지 않을 거다. 계속, 한곳에 머물러 있겠지.

오베른들은 그 말에 얌전히 내 반대쪽 어깨와 샬롯에게 날아가 나란히 앉아서 나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운동도 자주 하고 헌터이다 보니 어깨가 점점 넓어졌다. 그래서 매로 변한 세계수도 오베른들도 내 어깨에 앉을 수 있었다

“원래 어좁이었는데 이건 좋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쓸데없는 생각을 끊었다. 나는 이종족들에게는 끔찍한 소식을 전해야 했으니깐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건물 전체에 문이 하나뿐이었기에 그 문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설시우 헌터입니다.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초대받았으니 들어가도 되려나

“들어가겠습니다?

여전히 말은 들려오지 않았고 나는 샬롯과 이리와 함께 문을 잡고 조심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생각보다 훨씬... 더러웠다

마치 급히 쓰레기를 치우고 한쪽으로 몰아 넣어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음... 설아가 먹고 싶어 했던 과자 봉투가 여기 있네. 어? 이건 시현 누나가 미국에서 사 오라고 했던 초콜릿인데?

나는 이 쓰레기의 정체가 뭘까 싶어 보고 있었는데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오셨나요?! 잠시만요! 치우고 있어서...?!

그곳에는 아나리엘이 잠옷 차림을 한 채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요정들과... 세계수 님? 이게 무슨...

“집부터 치우시죠? 돼지우리도 아니고 이게 뭔가요?

샬롯이 그녀의 집 상태를 지적했다. 요즘 샬롯이 나 대신 말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다행히 샬롯의 말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다행인 줄 알았다

“그래서 치우고 있었는데 당신들이 온 거잖아요?! 왜 이리 빨리 오신 거죠? 아직 롭 아저씨들도 안 왔는데...

...응? 내가 빨리 왔나? 경찰분들에게 걸려서 늦을까 봐 엘리를 타고 달려온 건데... 너무 빨리 달려온 건가

“죄송...

“애초에 집 꼴이 돼지우리니 치우는 것도 오래 걸리는 거겠죠. 아뇨 돼지에게도 실례겠네요. 원래 돼지는 깨끗한 동물이라고 했으니.

샬롯의 말에 아나리엘은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샬롯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겁니까?

“...네? 무슨 말이죠?

“됐고 청소나 마저 하세요.

샬롯이 왜 그리 아나리엘에게 갑자기 못되게 구는지 모르겠지만 아나리엘도 할 말이 없었는지 얌전히 쓰레기를 치우고 계셨다

“왜 그래? 너와 말이 통하는 처음 본 상대인데. 그리고 묘하게 적대적인데? 아는 사이야?

샬롯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제가 은거하는 둥지에 엘프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죠. 제 아이들을 죽이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조금 놀아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음... 과연 샬롯이 조금 놀아줬을까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 마. 내 예상이지만 네가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거잖아?

샬롯은 내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서 어때? 세계수? 아나리엘을 본 소감은?

“아비를 쏙 빼닮았군. 갈라드리엘도 마찬가지로 정리라는 건 모르는 성격이었다.

아...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구나

나는 주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이리를 쓰다듬으며 도란도란 세계수와 샬롯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건물 안에 한에서는 오베른들이 날아다녀도 된다고 말했다

오베른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이내 아나리엘이 엄청나게 큰 쓰레기봉투에 한가득 뭔가를 담아서 나오더니 밖으로 치웠다. 묘하게 현실감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웃겼지만, 꾹 참았다

“후... 다 끝냈다. 죄송하네요. 손님이 왔는데도 뭐 하나 대접을 못 해서. 조금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은 땀을 훔치며 말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하더니 나무로 된 컵을 가져오시며 말했다

“유명한 엘프 차입니다. 곧 롭 아저씨도 오실 거고 아마 카잔도 올 거에요.

그녀는 정확히 샬롯은 무시한 채 내게만 차를 주었다. 샬롯이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모습은 어때? 아버지와 닮았어?

“갈라드리엘은 그래도 차별은 하지 않았다. 안타깝군.

세계수의 말에 아나리엘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참 괴롭히기 좋은 아가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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