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괴이의 주인 87
“제가 오크일 리 없지 않습니까. 왜 저를 오크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왜 카잔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굳이 경기를 다 보고 심지어 우리 샬롯이 이겼음에도 카잔이 내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그것이었다
그때 카잔이 마나를 사용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헌터는 자신의 몸에 집중적으로 마나를 부여해 마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카잔은 달랐다
마치 이리와 같이 몸 주변에 오라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그 오라가 내 마나와 같은 붉은색이었다
“우리 오크들의 기본적인 마나는 붉은색이다.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 중에서 붉은색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는 들은 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리고.
카잔은 자신의 붉은색 마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크의 강함에 따라 마나가 점점 붉어지지. 지금... 설시우라고 해도 되나?
“아. 상관없습니다.
“고맙군. 우리 오크 중에서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가루크. 가루크의 마나는 핏빛과 같다고 하지. 마치 자네처럼 말이야.
카잔은 샬롯에게서 회수하다 말은 내 붉은색 마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연이겠죠. 제 부모님도 전부 인간이고 그 위에서도 오크가 있다고는 못 들었습니다. 애초에 우리 세계에는 오크란 존재가 없었으니깐요.
“안타깝네. 만약 오크였다면 우리 중 처음으로 테이머. 그것도 알렉산더를 쓰러뜨린 강력한 괴... 아이를 테이밍한 오크가 태어나는 것이었는데. 붉은색 마나도 그렇고 말이야. 이참에 우리 오크에게 오지 않겠나?
나는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알렉산더 님께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자네가 지는 모습은 30년 동안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도 지는 싸움하는 건 처음이야. 즐거웠어. 내가 만약 진다면 그 처음은 카잔, 아니면 당신이라고 생각했거늘.
마사무네 님이었다.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은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건 나도 아쉽군. 알렉산더. 너를 이기는 것이 오크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나였으면 더더욱 좋고.
그 대화에 카잔이 끼었다
“카잔. 자네가 나를 이기려면 마사무네한테 힘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할 거야.
“맞네. 카잔. 자네의 힘은 아마 세계 제일이겠지. 하지만 그 힘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겠나? 무턱대고 휘두르기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네.
“됐어. 우리 오크에게 뭘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가르침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 게 좋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그렇지만 우리 오크들은 대부분 무식하다고? 나는 빼고.
셋이서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생각보다 그들이 친한 것 같았다. 그때 제임스 님과 SSS급 헌터 전원이 경기장 안으로 내려오고 계셨다
“와... 겁나 멋있네. 대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알렉산더 아저씨를 이기다니. 나랑도 싸워주면 안 돼?! 나는 저 늑대랑!
내가 샬롯을 안았더니 자기도 안아달라고 내 발을 긁길래 쓰다듬어주고 있는 이리를 가르키며 라훌이 말했다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제임스 님이 먼저 선수를 치셨다
“그 이야기는 따로 하면 될 테니 여기 있는 전원에게 묻겠습니다. 설시우 헌터가 SSS급 헌터의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SSS급 헌터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카잔을 비롯한 이종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설시우라고 했죠? 당신이 어떻게 요정들을 다루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저 거미 여성의 힘을 이용해 함부로 대하고 있는 거라면 저희가 가만히...
엘프들이 뭐라고 하고 있지만 내 머리 위에 오베른이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이리에게서 몇몇이 샬롯에게 옮겨갔다
애초에 샬롯과 내 마나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라 그런지 나와 샬롯을 가장 좋아했다
“예? 뭐라고 했습니까?
“... 요정들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물었습니다.
처음 말을 들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굳이 말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웃을 뿐이었다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네. 설시우 헌터의 아이도 지쳤을 테니 쉬고 다음 날 얘기하자고. 아나리엘. 자네도 동의하지?
처음 보는 드워프 분께서 말씀하셨고 고집 쎌 것 같은 엘프. 이름은 아나리엘?이 얌전히 따르는 모습에 나는 드워프 분께 감사했다
러시아에서 오신 여성분은 나를 쳐다보고 샬롯을 거의 뚫어버릴 듯이 쳐다보시다가 얌전히 경기장을 떠나셨다
그리고 남은 한 분. 나는 그분께 볼일이 있다
“왕 씨. 맞죠? 제게 할 말이 있으실 텐데요.
왕 씨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왕 씨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이고 키가 나보다 작았지만 마치 이소룡과 같이 근육이 옷 위에서도 보일 정도로 탄탄하셨다
물론 몸 자체로만 본다면 알렉산더 님이나 카잔이 제일이겠지만 왕 씨는 뭔가... 여성이 좋아할 몸으로 미중년이라고 해야 할까
“설시우 헌터. 여기서 할 말은 아니기에 잠시 자리를 따로 가지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예의 있게 말씀하시는 모습이었다. 조금이지만 중국인들에 대해 들어왔던 게 있던 내 안에 들어있는 편견이 살짝 깨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분들에게 말했다
“엘프 분들은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내일 얘기하죠.
“우리도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으니 엘프들과 같이해도 되겠나?
드워프 분들이 말씀하셨고 나는 엘프들을 보면서 말했다
“엘프 분들이 괜찮으시다면요.
“아나리엘이에요. 그리고... 상관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임스 님이 자리를 정리하셨고 이내 SSS급 헌터들은 3명을 제외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마사무네 님이 내게 한마디 하시고 가셨다
“멋진 승부를 보게 해줘서 고맙군. 다음에는 나랑도 부탁하지.
내 말을 굳이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갔다. 카잔과 알렉산더 님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화포를 푸시려는 듯하셨다
나는 그 3분의 뒤를 잠시 쳐다보는데 왕 씨가 말씀하셨다
“준비한 자리가 있으니 그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설아에게 미안하지만 왕 씨와 단둘이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말했고 설아는 알겠다고 말하며 미국을 둘러보겠다면서 피의 날개를 펼치더니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런데..
“음... 노리신 겁니까?
“...그럴리가요. 분명, 이 가게 전체를 빌렸는데 잠시 물어보겠습니다.
왕 씨와 내가 간 곳은 미국에서 유명한 술집이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었고 온갖 술들이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꽤 비싼 곳 같아 보였는데 술집을 통째로 빌린 것에 왕 씨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가게에 천장에 닿을 듯이 서 있는 카잔과 알렉산더 님. 그리고 마사무네 님이었다. 나는 뭔가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당황하시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분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인 가요?
“1시간 동안 이 가게 전체를 예약한 사람이 있는데 덩치 큰 오크가 갑자기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그럽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님의 일행으로 보여서 뭐라 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아무래도 직원은 알렉산더 님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카잔은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한 것을 신경 쓰여서인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알렉산더 님도 마사무네 님도 마치 자기네들을 절대 쫓아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왕 씨가 저 3명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며 마찬가지로 다가갔다
“오! 설시우 헌터도 여기로 왔나? 같이 앉는 건 어떤가?
카잔은 마치 자신이 여기를 빌린 것처럼 말했다. 왕 씨도 그게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표하고 있었다
“저 직원분이 여기 전체를 빌린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앉아있어도 되나요?
“우리도 그렇게 정이 없지 않아. 만약 그 누군가라도 와서 우리보고 나가라고 한다면 나갔을 텐데 말이야. 아무도 그러지 않는데?
아니..
“SSS급 헌터 3명에게 먼저 다가가서 나가 달라고 도대체 누가 먼저 얘기합니까. SSS급 헌터인지 몰라도 당신같이 덩치가 큰. 그것도 오크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자네는 고작 B급 헌터인데도 오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그 거미 여성은 어디로 갔나?
샬롯은 오베른들을 데리고 잠시 베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내 옆에는 얌전히 있는 이리뿐이었다. 이리는 모습을 조금 줄여서 대형 견 수준의 크기라 사람들이라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제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제가 평범한 B급 헌터가 아니라서 말이죠. 그럼 나가 달라고 하면 나가주실 겁니까?
하지만 내 말에 오히려 왕 씨가 당황하셨다
“아뇨! 괜찮습니다. 다른 곳을 예약하죠.
“음 자네가 예약한 거였나?
그때 알렉산더 님이 대화에 끼어드셨다
“그럼 우리가 나가겠네. 아쉽군. 이 근처에는 이만한 가게가 없는데 말이야.
“그러네. 카잔. 자네도 동의하지?
“내가 한 말은 지켜야지. 오크는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킨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세분은 왕 씨와 내게 인사하시며 나가셨다. 직원분은 나를 괴물 보듯이 보셨다
“알렉산더 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며 나가셨다고...? 도대체 저 사람은 뭐지?
당신이 나가라고 했어도 나가실 거였답니다
“그런데 왕 씨. 당신도 SSS급 헌터인데 왜 그렇게 두려워하세요?
왕 씨는 아무리 SSS급 헌터가 3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너무 몸을 사리고 계셨다. 마치 뭔가 두렵다는 듯이
“SS급 헌터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듯이 SSS급 헌터 사이에서도 서로 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에 알렉산더 님과 대결한 적이 있죠. 물론 그때는 제가 변할 수 있는 것이 적었지만 그때도 SSS급 헌터였던 저는 자만심이 극에 달했죠. 그리고 그걸 깬 것이 알렉산더 님이었습니다. 제가 진짜 무슨 짓을 해도 알렉산더 님은 그 어떠한 타격도 입지 않았죠.
아... 그런 사건이 있었군
“지금 싸우면 다를 수도 있죠. 제 능력은 계속 진화하니깐요. 하지만... 잘 모르겠군요. 그런데 그런 알렉산더 님을 이긴 설시우 헌터의... 거미 여성. 그것만으로 끝났습니다.
...응? 뭐가 끝났다는 거지
“중국 정부는 알렉산더 님에게 10분이라도 버티면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아니었으면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겠죠. 지금처럼. 그런데 그 거미 여성은 알렉산더 님을 이겨버렸습니다. 그럼 과연 중국 정부는 무슨 반응을 보일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런데 왕 씨는 뭔가 중국 정부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샬롯이 베타의 몸 안에서 나왔다
“샬롯. 나오자마자 일을 시켜서 미안하지만, 우리 주변을 거미줄로 쳐주겠어?
그녀의 거미줄에는 방음 능력도 있었다. 샬롯은 눈치껏 바로 거미줄로 주변을 둘러쌌다. 직원분이 당황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왕 씨. 중국 정부와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묘하게 적대적인 말투도 그렇고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아뇨. 중국 정부는 제게 무척 잘 대해줍니다.
그런데 분명 입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있었지만, 얼굴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중국인들은 알려진 거와 다르게 매우 상냥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손가락의 손톱을 매우 길게 변환하더니 식탁을 조용히 긁으시며 뭔가를 적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