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괴이의 주인 86
“죄송합니다. 제가 설명이 부족했네요.
이종족들이 이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변명할 것이 있었다. 솔직히 이종족들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
카잔과 아나리엘은 올 것 같았다. 애초에 그 둘을 저격했으니. 그런데 그들이 다른 SSS급 헌터들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
“설시우 헌터는 보셨다시피 인간을 테이밍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괴수를 테이밍 했을 뿐입니다. 그가 테이밍한 괴수들은 특별합니다.
“알겠네. 제임스. 자네의 심성을 알고 있으니. 그런데 자네의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은데?
그림스워드 님의 말씀을 듣고 옆에 있는 다른 이종족들을 보았다. 카잔은 알렉산더와 샬롯이라는 여성과의 대결을 보고 있었다
“뭐지? 정말 한낮 괴수란 말인가? 아무리 처음에 알렉산더가 방심했다 하더라도 저렇게 쉽게 알렉산더를 무력화할 줄이야.
“그 말. 본인에게 하지 말게. 설시우 헌터는 잠시 본 게 전부지만 절대 자신의 아이들을 괴수라 부르지 않는다네.
나는 카잔에게 주의할 점을 말해준 다음 드워프 두 분을 바라보았다
“맞는 건가?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괴수들과의 유대감이 높아서 잘 모르겠네. 내가 본 주인들은 전부 괴이를 도구로써 사용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두 분은 뭔가 속닥거리면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요정을 보는 건 거의 30년 만입니다. 아나리엘 님. 심지어 10마리나요.
“분명 어린 요정들이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마나가 비이상적으로 많다. 기이하군. 인간을 따른다는 것부터가 이상하지만 말이다.
엘프 두 분도 마찬가지로 속닥거리면서 말하고 있었다
“자네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들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듯 하군.
그림스워드 님이 나를 위로해주시고 계셨다. 괜찮다고 말한 다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으니 다른 인간 SSS급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알렉산더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나는 자꾸 오베른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려고 해서 급히 이리의 몸에 붙여놓았다. 애들은 대부분 구스타프와 이리의 위를 좋아했으니깐
그런데 오베른이 갑자기 칭얼거리더니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이미 선객이 있어 어쩔 줄 몰라 해서 조심히 붙잡아 어깨 위로 올려 주었다
그제 서야 나는 대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 님은 샬롯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계셨다. 그녀의 다리는 눈에 보기에도 다른 거미들보다 훨씬 얇았으니깐. 애초에 거미들이 다리가 약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샬롯에게 통용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샬롯은 알렉산더 님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샬롯도 마찬가지였다. 샬롯의 공격은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알렉산더 님은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샬롯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자네는 공격이 너무 정직하군.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싸우는 것이 마치 카잔과 같군.
“뭐라 했냐?! 알렉산더!!
카잔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크게 소리쳤다
나는 알렉산더 님의 말에 이해가 갔다. 샬롯은 아라크네의 형태로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애초에 나를 만났을 때 내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급하게 인간 형태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고 그 이후에 완벽한 인간의 형태로 변한 것이다
사실상 아라크네로 싸우는 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분명 인간 형태일 때보다 그녀의 힘은 더욱 강해졌지만, 알렉산더 님의 말과 같았다
그 상태로 1시간을 넘게 싸웠다
“괴물 같은 마나로군. 알렉산더는 그렇다 치고 저 괴수는 지치지도 않는 것인가?
“하지만 뭔가 아쉽네. 뭔가 펑펑 터지고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마사무네 님과 라훌이 차례대로 말했다. 샬롯과 알렉산더 님의 싸움은 단조로웠다. 확실히 알렉산더 님은 그 어떠한 무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만 싸우시기 때문에 단조롭긴 했다
샬롯의 공격은 신기했다. 온갖 특수한 거미줄을 만들어내서 공격했다. 불타고 있는 거미줄. 땅에 닿으면 녹아내리는 거미줄. 심지어는 순식간에 거미 고치를 만들어내 그 안에서 거미가 나와 거미줄을 발사했다
거미 고치에서 나온 거미가 쏘아낸 거미줄은 특수하진 않았지만, 알렉산더 님을 귀찮게 만들어 알렉산더 님이 우선 적으로 거미를 죽여나갔다
그렇게 싸우며 1시간을 넘어가니 다들 지루하신 것 같았다
“즐겁군. 정말 오랜만에 온 힘을 다해서 싸우는 것 같아.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군.
정작 알렉산더 님은 즐거우신 것 같았지만. 하지만 전부 지루해하지는 않았다
“알렉산더와 싸울 때는 단기전을 노리란 말이 있지. 그의 마나가 무한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의 마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저 거미 괴수는 그런 것을 모르겠지. 그런데도 알렉산더와 호각을 다투고 있다. 설시우라고 했지. 그 헌터는 이미 저 괴수 하나로도 SSS급 헌터의 자격이 있다.
“...멋지네.
마사무네 님과 이름 모를 러시아 헌터가 말했고
“저 거미 여자 대단한데? 그 알렉산더랑 정면승부라니. 보기와는 다르게 터프한 걸?
“제임스가 꼭 보러 오라고 단언한 이유가 있었군.
카잔과 그림스워드 님이 말씀하셨다
“저 인간... 도대체 뭐죠? 저런 괴수를 데리고 다니다니...
“그런데 저 거미줄로 싸우는 방식.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엘프 두 분이 말했다. 사실 지루해하는 건 라훌밖에 없었다. 그때 샬롯이 아라크네의 모습에서 한숨을 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제게 힘을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는 그녀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왜 거미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까
“알렉산더 님. 제가 샬롯의 힘을 강화해도 되겠습니까?
우선 이것이 정당한 대결이었기에 외부의 개입이 있으면 정당하지 못하니깐. 그래도 알렉산더 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알렉산더 님께 감사 인사를 표하고 나는 샬롯에게 내 붉은색 마나를 보냈다
“붉은색... 마나?
그런데 카잔이 갑자기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가 왜 그런지 궁금했지만 우선 샬롯에게 마나를 전부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보냈어. 이상하면 내게 말해. 다시 가져갈 테니깐.
샬롯은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고 주먹을 줬다 폈다 하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건...
“이제 됐나?
그때 알렉산더 님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대결 중에 한눈을 팔면 안 되지.
둘의 거리는 가까워 순식간에 알렉산더 님이 샬롯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샬롯은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당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샬롯은 아무렇지도 않게 알렉산더 님의 주먹을 한 손으로 잡아버렸다. 샬롯은 지금 동안 굳이 알렉산더 님의 공격을 막을 생각도 안 했었지만 지금은 굳이 손으로 잡았다
알렉산더 님도 잠깐 멈칫했지만, 순식간에 잡힌 팔을 잡아당기며 어깨로 부딪히려고 했지만 샬롯이 한 발 더 빨랐다
샬롯은 다른 손으로 거미줄을 만들어 알렉산더 님의 어깨를 막고 어깨를 시작으로 한쪽 팔 전체를 거미줄로 묶어버렸다
알렉산더 님이 그 거미줄을 떼어내기도 전에 샬롯은 거미줄을 그대로 손에 잡고 알렉산더 님의 팔을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힘에 알렉산더 님이 중심을 잃으려 할 때 샬롯이 다리를 발로 차 알렉산더 님을 무릎 꿇렸다
그 모습에 대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샬롯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고 알렉산더 님은 넘어지면서도 팔에 거미줄을 풀어버렸고 앞으로 구르며 샬롯에게 벗어났다
샬롯은 그걸 보고만 있지 않았고 굴러서 뒤돌아 있던 알렉산더 님의 등에 붕권을 날렸다. 알렉산더 님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경기장 벽에 부딪히셨다
마나로 코팅된 벽 전체에 금이 갔다. 알렉산더 님은 벽에서 나오시며 흡족한 얼굴로 나오셨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강해졌군. 대단... 쿨럭.
그때 갑자기 알렉산더 님이 손을 입으로 막으며 기침을 하셨다. 손을 입에서 떼니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 모습에 경기장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거기에는 알렉산더 님이 손뼉 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처음으로 입은 내상이다! 멋지군! 멋져!
알렉산더 님은 말씀하시며 속에 뭉쳐있는 피를 전부 내뱉었고 순식간에 샬롯에게 날아가듯 달려가셨다
그 이후로 샬롯과 알렉산더 님의 엄청난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알렉산더 님은 온몸에 피멍이 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낫고 있었지만 샬롯은 아무 피해도 없었다
알렉산더 님의 몸에서 피멍이 낫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시더니 이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그만큼 속도도 느려지셨다
그때 샬롯이 손을 자신의 다리와 같은 뾰족하게 변형시키더니 알렉산더 님의 몸으로 향했다. 그런데 손에 살심(殺心)이 서려 있는 것이 내게 느껴졌다
“샬롯!
나는 급하게 샬롯을 불렀고 샬롯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손은 알렉산더 님의 심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베른!
나는 샬롯이 살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샬롯과 나도 모르게 모르겠지만 오베른을 불렀다
오베른은 내 말을 이미 예측했는지 샬롯과 알렉산더 님의 사이에 식물을 자라게 했다. 그리고 그 식물은 샬롯의 손을 막아냈다
나는 급히 경기장으로 내려가며 샬롯을 나무랐다
“샬롯! 갑자기 왜 그랬어? 이건 단순 대결인 것을 알고 있었잖아?
“죄송합니다. 주인의 마나를 많이 받아서일까요. 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으로 이렇게 맞아가면서 싸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샬롯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샬롯의 그런 모습에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나도 샬롯이 맞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샬롯에게 주었던 거다
“아니... 아니다. 이상이 있을 것 같음에도 내가 너에게 마나를 준 잘못이야.
괜히 내가 더 미안해져서 풀 죽어 있는 샬롯을 안아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샬롯에게 주었던 마나를 회수해갔다
아무래도 내 마나를 줄 때는 적당한 양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누워있던 알렉산더 님이 일어나시더니 우리에게 걸어오고 계셨다
“나도 오래 살았지만 말이야. 천사를 죽이기 전까진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심장이 뚫려도 살아날 수 있지만, 지금이라면 잘 모르겠군. 고맙네. 내 목숨을 살려줘서.
정당한 대결이었기에 살수를 쓴 샬롯이 잘못이었지만 알렉산더 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오셨다
그런 알렉산더 님의 몸에는 이미 피멍이 전부 사라져있었다. 정말 헌터 중에서도 헌터인 사람이다
그때 카잔이 경기장에서 점프하더니 우리 바로 앞에 착지하셨다
“자네는... 오크인가?
“...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여담으로 왠지 모르겠지만 오베른들이 카잔을 보면서 카악! 거리고 있었다. 왜 그리 싫어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