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86화 (86/164)

#86. 괴이의 주인 85

라훌이란 남자는 피부가 갈색에 키는 나랑 비슷하지만 조금 더 커 보였다. 뭔가 뷰티 나면서 귀티나는 그런 느낌?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의 어깨에서 조그마한 도마뱀이 앉아있었다. 도마뱀은 화염에 불타고 있었으며 혀를 낼름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를 향해 점프하길래 나는 깜짝 놀라며 녀석을 받았다

“샐러맨더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처음 보네. 제임스 아저씨가 밀어준 이유가 있네.

“아저씨라 부르지 마라.

그림스워드 님이 가실 때도 그냥 쳐다보고 계신 제임스 님이었지만 아저씨란 말에 즉각 반응하셨다

“이쪽은 라훌. 전에 보내준 자료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인도에 SSS급 화염을 다루는 헌터다.

“안녕?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 보인다. 기껏해야 나랑 비슷해 보이는 나이다. 물론 헌터라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설시우라고 합니다. 아직 B급 헌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손에 올라온 샐러맨더를 쳐다봤다. 녀석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너도 정령이구나? 무슨 일이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녀석의 감정이 느껴졌다. 내 아이들을 제외하고 감정이 전해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녀석도 나를 신기하게 여기고 있었다

“뭐가 신기해? 인간인 나랑 대화가 가능한 게 신기하다고? 그러게. 나도 신기해.

“뭐야. 당신 샐러맨더랑 대화가 가능한 거야? 엘프를 제외하고 그게 가능한 사람은 처음 보는데... 너 대체 뭐지?

그르게. 정령이랑 대화가 가능할지 누가 알았겠어

“테이머일 뿐입니다. 보통의 테이머는 안 그런가요?

“나도 몰라. 등급 높은 테이머를 본 적이 없어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있는 등급 높은 테이머도 종족 차별주의자라 알려진 게 없다. 대부분 다 짐꾼들이라 말이지

“신기하네... 엘프가 인간인 척하는 것도 아니야. 재밌는 사람이네. 알렉산더 님과의 경기는 기대되는걸? 그런데 누가 싸우는 거야? 옆에 있는 늑대 아이야?

라훌은 이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고작 B급 헌터가 길들인 아이랑 대결한다고 했지 그게 누구라고 말하진 않았구나. 나는 샬롯을 보며 말했다

“먼저 말하길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제 아이는 인간으로 변할 수 있으니. 이름은 샬롯이라고 합니다.

샬롯을 소개했지만 샬롯은 여전히 라훌을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나만을 보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여성이? 멋지네. 연인이 질투하겠는걸? 아니 연인은 있나?

그 말에 조금 양심에 찔렸다. 물론 아직 연인은 아니지만, 설아의 말로는 시현 누나가 꽤 나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

나는 굳이 그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고 라훌은 개의치 않았고 그저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떠나갔다

“자유로운 사람이네요.

“맞네. 애초에 인도의 왕자이니. 속박된 적이 딱히 없겠지.

헐. 왕자였어?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친해질 걸 그랬나

“시간이 다 됐네. 경기장으로 가지.

나는 제임스 님의 말을 듣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썰렁했다.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총인원이 20명도 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편히 쉬었나?

오늘 샬롯의 대결 상대인 알렉산더 님이 오셨다

“네. 제임스 님이 도와준 덕분에요.

글레이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지만, 몸은 쉬었으니 뭐. 그런데 내가 아니라 샬롯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알렉산더 님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장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알렉산더 님을 잠시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에 보았던 그림스워드 님은 다른 드워프 두 분과 함께 경기장 밖에서 보고 계셨고 그 주변에는 오크 한 명과 엘프 두 분이 계셨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엘프였다. 엘프 두 명은 전부 여성이었고 한 분은 녹발, 한 분은 금발 머리여서 눈에 띄었다

제임스 님이 보내주신 자료를 잠시 봐서 이름은 모르지만 대충 그들이 어떤 SSS급 헌터인지는 알고 있었다

금발 머리이신 분은 활을 다루시는 분이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면 1~2km 거리의 목표도 맞출 수 있으시다고

그리고 녹발의 머리인 한 분은 엘프 전체를 관리하시는 분이다. 모든 속성의 정령과 교감이 가능하다고

그리고 솔직히 드워프 분들은 기억이 안 났다. 그림스워드 님이 내게 인사하러 와주셔서 그나마 그림스워드 님만 알고 있을 뿐

그리고 오크. 오크는 멀리서 보고 있는데도 드워프보다도 3배는 컸으며 엘프보다도 2배는 더 커 보였다

이름은 카잔. 알렉산더 님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계시며 실제로 괴물 같은 사람이다. 아니 오크다. 알렉산더 님이 방어력으로 압도적인 헌터라면 카잔은 공격력으로 괴물 같은 헌터다

하지만 카잔은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않았고 조절하는 법도 모른다. 그렇기에 알렉산더 님과 대결을 했을 때 결과를 내지 못했고 주변이 초토화됐다

그 이후로 둘이 대결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었다. 카잔을 보고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알렉산더 님이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지만 허리춤에 검을 차고 계셨다. 아마 저분이 마사무네 님이겠지

마사무네 님은 카잔과 다르게 힘을 극도로 조절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자였다. 검으로 사과 껍질만 베어낼 수도 있으며 알렉산더 님의 몸도 베어낼 수 있는 헌터이시다

그리고 근처에는 표정이 전혀 없는 피부가 새하얀 여성이 서 계셨다. 아마 저분이 러시아에서 오신 SSS급 헌터겠지

라훌이 근처에서 그녀에게 깐죽대며 말을 걸고 있었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중국에서 온 헌터. 왕. 그는 경기장 안에 계신 알렉산더 님을 잠시 쳐다보다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볼일이 있었지. 아마 경기에 결과에 따라 그 볼일도 바뀔 것이다

샬롯은 알렉산더 님이 있는 경기장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이종족들이 모여있는 틈에서 소란이 났다

엘프들의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으며 드워프 분들도 인상을 찌푸리셨다. 그리고 카잔이 엄청난 목소리로 알렉산더 님을 불렀다

“알렉산더! 어떻게 된 일이냐! 너희는 또 우리 3 종족을 배려하는 척하면서 우리를 기만하려는 것인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녹발 머리의 엘프가 수많은 정령을 소환하였고 금발 머리의 엘프는 어느새 활을 꺼내 우리, 아니 정확히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냥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일이니깐. 제임스 님도 아차 싶었는지 그들에게 사정을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나를 위협하는 거로 생각했는지 이리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나오고 있었고 엘리도 어느새 내 머리 위에서 나와 몸을 키우고 있었다

심지어 설아마저도 주변에 피를 띄우며 공격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은 의외의 일로 종식되었다

“설마... 요정?

어느새 오베른들도 나타나 3 종족들을 보며 위협하고 있었다. 커봤자 손바닥 크기의 요정들이라 내 눈에는 귀엽기만 했다

“요정이 어떻게... 당신은 누구죠? 요정들은 자유로운 존재. 그 누구를 따른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저렇게 많은 요정이...

엘프들이 먼저 수그리며 말했다. 멀리 있었음에도 마나를 통해 내 귓가에 들려왔고 아직 나는 그런 스킬이 없었기에 그저 마나를 통해 목소리를 키우며 말했다

“우선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샬롯은 인간이나 이종족이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샬롯은 한번 쳐다봤다. 샬롯은 한숨을 쉬었지만 내 눈빛에 어쩔 수 없이 거미의 형태로 변했다

나는 그사이에 애들을 진정시키고 있었고 요정들도 불러들였다. 다른 SSS급 헌터들은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제임스 님은 급하게 이종족들에게 사정을 말했고 알렉산더 님은 1초라도 더 대결을 미루기 싫어서 그들은 알아서 진정하게 내버려 두고 대결을 진행하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샬롯을 쳐다봤고 어느새 인간으로 돌아온 샬롯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고 나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둘은 바로 대결을 시작했다

시작은 당연히 샬롯이었다. 알렉산더 님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고 샬롯은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보이지 않는 실을 날렸다

하지만 알렉산더 님이라면 분명 그 실을 보았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오며 그 실을 끊어버렸다

샬롯도 그걸 예상했는지 실을 넓게 펼쳐 알렉산더 님에게 날렸다. 그물망 같은 거미줄을 알렉산더 님은 피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굳이 피할 생각도 없어 보여 그냥 뚫고 지나가시려 했다

그런데 그 그물은 끊어지지도 않았고 알렉산더 님의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그래도 알렉산더 님은 개의치 않고 샬롯에게 다가갔고 이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샬롯은 손쉽게 피하더니 뒤돌아차기로 알렉산더 님을 날려버리고 그와 동시에 거미줄을 내뿜었다

그런데 알렉산더 님이 너무나 손쉽게 그 거미줄에 갇혀버렸다

“그 거미줄은 능력을 제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그 그물망을 당신은 맞았으면 안 됐어. 장난하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샬롯의 말은 분명 알렉산더 님에게 번역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셨을 테지만 알렉산더 님은 거미 고치를 깨고 나오며 말씀하셨다

“이거... 이기는 싸움만 해와서 그런지 감이 떨어진 것 같군. 제대로 하지.

그렇게 말씀하시며 몸에 끈적하게 붙어있는 거미줄을 무슨 수를 부리셨는지 모르겠지만 기합 한 번으로 떼어내셨다

“합!

그리고 발을 통통 튕기시며 점프를 하시더니 전과 다른 속도로 샬롯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도 샬롯은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오는 그대로 발차기 날려버리려 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님은 물리법칙을 위반하듯 달려오는 것을 바로 멈추더니 샬롯과 똑같이 뒤돌아차기로 그녀의 발을 막았다

그리고 한 바퀴 더 돌아서 그녀의 몸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나도 온갖 무술을 배워서 말이야. 그중 태권도도 있긴 했어. 그런데 자네는 한국인인 주인에게 맞춰 태권도를 배운 건가?

샬롯은 인상을 찌푸린 채 혀를 찼다

“쯧. 인간의 형태로 싸워보고 싶었는데.

알렉산더 님은 자신이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얕보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샬롯은 그에 응해 아라크네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큰 거미의 형태로 변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 모습이 자네의 전력인가?

샬롯은 대답하지 않은 채 입에서 거미줄을 뿜었다. 그 거미줄은 평범해 보이지 않았고 알렉산더 님은 살짝 옆으로 뛰어서 피하셨다

그 거미줄이 닿은 땅은 부식된 채 녹아내리고 있었다. 분명 마나로 전 경기장을 코팅했음에 불과하고 말이다

“맞아보고 싶지만 이건 대결이라서 말이네.

그렇게 말씀하시며 전에 키메라를 상대했을 때처럼 허공에 주먹질하셨고 그 바람이 샬롯에게 날아갔다

샬롯은 손에서 얇은 실을 만들어 그 바람을 갈라내었다. 알렉산더 님도 마찬가지로 막힐 것을 당연히 예상하고 샬롯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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