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84화 (84/164)

#84. 괴이의 주인 83

우리가 알아서 시카고로 가려고 했는데 제임스 님이 지원을 해주셨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설시우 헌터님. 저는 가디언즈 길드원인 존이라고 합니다. 시카고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는 A급 헌터였는데 고작 우리 운전기사가 되셨다. 심지어 그가 운전하는 것이 자동차도 아니었다

“와... 헬기는 처음 타 보는데.

자그마치 헬기 운전사셨다. 설아가 감탄하는 사이 나는 존 씨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아닙니다. 설시우 헌터는 지금 가디언즈 길드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입니다. 알렉산더 님이 먼저 대결을 신청한 사람이라고. 저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 됐죠.

그렇게 말씀하시고 헬기를 타셨다. 나도 내심 참고 있었지만, 헬기를 처음 타 보는 거라 두근두근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그냥 비행기가 뜰 때의 기분을 계속 느끼는 그런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던전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저도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만약 근처에서 숙박하실 거면 제게 전화해주시면 구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존 씨는 게이트 앞에까지 바로 데려다주셨다. 존 씨한테 도플갱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대가로. 대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존 씨가 나한테 궁금한 것을 물어보셨다

지금 내가 테이밍 한 아이들이 어딨는지 등등. 샬롯과 이리는 베타의 몸속에 있었고 시리와 엘리는 내 머리에 있었으니. 나는 엘리를 머리에서 꺼내 존 씨한테 보여주었다

존 씨는 신기해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다른 애들이 어딨는지 물었지만 나는 그냥 웃으며 넘겼다

그래도 존 씨는 굳이 캐묻지 않으셨으며 내 질문에 대답해주셨다

도플갱어는 특이하게도 상대를 복제하는 괴수이다. 본 모습은 마치 연기와 같으며 상대를 발견한 순간 상대의 모습을 복제한다

복제하면 그 상대의 능력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이다. 경험이나 이런 것에 밀려 쉽게 죽일 수 있어 비교적 쉬운 던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도플갱어는 신체가 잘리든 말든 상관없이 상대를 죽이는 것에 몰두해 자칫하면 높은 등급의 헌터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복제한 상대에 맞춰 마석도 상대 수준에 맞춰 나온다고. 하지만 알렉산더 님은커녕 리암 씨도 복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리암 헌터 님은 SS급 헌터 중 최상위. 일반 SS급 헌터는 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도플갱어 던전은 SS급 던전

하지만 유일하게도 던전보다 낮은 등급의 헌터도 들어가게 허락된 던전이다. 전 세계에 미국에만 있는 던전이라고

“음.. 그럼 나를 복사하면 나는 나를 흡수하는 거야? 조금... 그런데.

설아가 그리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만약 도플갱어가 나를 복제하면 어쩌지...? 애들이 나를 안 따르고 도플갱어를 따르면 어쩌지?

갑자기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믿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애들 뒤에 있어야지

“이거에 대한 건 못들었는데...?

던전 안은 마치 건물과 같았지만, 온통 새하얬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음... 애들 부르기에는 환경이 좋지 못한데.

오베른 애들은 부르지 말자. 나는 샬롯과 심심해할 이리를 불렀다. 이리는 던전에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신나서 날뛰려는 걸 내가 막았다

“이곳은 뭔가 기이하군요. 기분이 이상합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샬롯의 말을 이해했다. 나는 이 던전에 주의점을 말하고 조심히 공략을 진행하려 할 때 반대쪽에서 뭔가 날카로운 것이 걸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전원 반대쪽을 돌아봤고 꽤 나 큰 거미가 우릴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샬롯 너를 복제한 것 같은데? 그런데 신기하네. 인간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인 거미를 복제했다는 것이. 그리고 너보다 훨씬 작다.

기껏해야 엘리의 크기였고 그것보다 조금 더 작아 보였다. 물론 그것도 엄청나게 큰 것이었지만 샬롯의 본래의 모습에는 못 미쳤다

그때 도플갱어 거미가 입에서 거미줄을 내뿜었다. 그것은 정확히 나에게로 향했다. 요즘 괴수들이 계속 나를 노리는 것 같다. 제일 약한 놈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네

샬롯이 나서서 막으려는 걸 나는 손을 저어서 막았고 실험해볼 것이 있어 앞으로 나서서 얌전히 거미줄을 맞았다

설아와 샬롯, 내 아이들이 깜짝 놀라더니 순식간에 거미를 말 그대로 분해해버렸다. 그리고 급하게 나를 쳐다봤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생각한 게 맞았네.

거미는 샬롯의 모든 것을 복제했겠지. 물론 힘이 부족해서 완벽히는 아니었지만, 결국엔 복제. 그렇다면 괴이의 특성도 복제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 내 아이를 복제한 놈은 나에게 전혀 해를 가할 수 없다

“나는 거의 이 던전에서는 무적이겠네.

우리는 던전을 아무 문제 없이 공략을 진행했다. 도플갱어는 우리를 어디서 복제하는지 몰랐지만, 항상 마주하면 누군가의 복제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복제품이 나왔을 때 대결처럼 1:1로 던전을 진행했다. 확실히 던전이 쉽다고 느낀 것이 헌터들은 던전에 혼자 들어오지 않으니깐

그런데 도플갱어들은 단일 개체로 나오며 헌터 중 한 명을 복제한다. 그러니 던전이 쉬울 수밖에

쭉 던전을 진행하는 도중 이상한 도플갱어를 발견했다

“이건...뭐지?

처음으로 본 그 누구도 복제하지 않은 도플갱어다. 이 연기 같은 생명체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렉이 걸린 것처럼 사람의 형태로 변하려다가 못 변하고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이건... 시우 너 같은데?

설아의 말에 나는 도플갱어를 다시 쳐다보니 변하는 모습이 마치 나와 같았다. 지금 동안 설아와 샬롯을 비롯한 심지어 내 몸에 붙어서 보이지도 않을 시리와 엘리까지도 복제해서 나온 도플갱어였다

그런데 나를 복제 못 한 다고

“모든 것을 복제한다고 했죠? 하지만 이 세상에 우리의 주인은 단 하나뿐입니다.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습...

그때 샬롯의 표정이 싹 바뀌더니 변하지 못하는 도플갱어를 순식간에 공격했다

“이건... 위험합니다. 주인을 복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 같더니 주인의 하위 호환 격인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제가 공격했음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샬롯의 말을 듣고 다시 도플갱어를 보니 어느샌가 사라진 상태이었다. 앞을 바라보니 도플갱어는 어느새 나와 같은 모습으로 가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뼈가 보이는 수준으로 파여있었지만, 여전히 살아있긴 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번뜩이는 게 있었다

“글레이. 나를 복제할 생각인가?

그 혼잣말에 갑자기 내 모습의 도플갱어가 절반으로 잘리더니 몸 안에서 온몸이 검은색으로 도배한듯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뇨. 정확히는 제가 직접 주인이 되고 싶었죠.

그 남자는 내 혼잣말에 대답하며 나왔다. 그리고 영국 신사와 같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내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주인님.

그 남자. 글레이는 기분 나쁘게도 도플갱어와 같이 나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설아와 샬롯은 그가 누군지 바로 눈치채고 바로 경계를 했다

“그래. 결국엔 이 던전도 너의 실험 중 하나인가?

“맞습니다. 언젠가 나타날 주인을 복제하고 내가 그 위에 덧씌우면 어떨까 해서 만든 실험실입니다. 하지만 마나를 아무리 쏟아부어도 일정 이상의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더군요. 사실상 폐기된 실험실입니다만... 주인께서 나타나셔서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지만... 역시나군요.

나는 그 말에 실망했다. 나는 글레이란 녀석이 여러 주인의 오랫동안 이어진 핍박 때문에 삐뚤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너 자신이 나. 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지. 지금의 모습도 그렇고 말이야. 어이가 없군. 결국엔 너도 네가 싫어한 주인처럼 변하고 있지 않은가? 너는 그저 힘만을 뒤쫓고 그 명분을 나로 핑계 댈 뿐. 이제야 이해가 가네.

결국엔 너도 똑같았을 뿐이야. 아무리 사람 죽이고 뭘 했어도 우선 내 새끼다.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글레이가 주인들 때문에 삐뚤어졌다고 해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실제로 샬롯을 제외하고 옛날부터 살아왔던 괴이들이 글레이와 함께했었으니깐

“결국엔 너도 흔한 범죄자와 같았구나.

그러면서 샬롯이 내가 글레이랑 대화하는 동안 몰래 거미줄을 만들어 글레이를 덮치려고 했다

“미안하지만 네 능력은 나랑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잘 보인다.

하지만 그 거미줄 위에 검은빛 쇠사슬이 뒤덮이면서 거미줄을 옥죄었다. 지금 동안 그 누구도 샬롯의 거미줄을 어쩌지 못했지만 글레이의 힘은 손쉽게 거미줄을 찢어발겼다

“맞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주인의 원한이 너무나 깊어서 모든 인간형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죽이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더군요. 제가 태어나기 전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그런데 갑자기 글레이 녀석이 추억에 잠겨 과거 이야기를 하려고 하길래 입을 막았다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뭘 네 멋대로 과거 이야기하려 하지 마. 자기 합리화하려 하지 마. 내게 네 행동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보고 칭찬해달라고 하는 모습과 같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나와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넌 도대체 내게 뭘 원하는 것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이 녀석은 다중인격자 같았다. 처음에는 샬롯에게 말싸움에 지며 삐진듯한 모습을 보였고. 다음에 봤을 때는 주인이라는 자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했다시피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 땡깡 피우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내 모습으로 영국 신사와 같은 제스처를 취하며

나는 종잡을 수 없는 글레이의 모습에 도대체 이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글레이가 갑자기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웃음은 매우 기괴했으며 마치 여러 귀신이 한 번에 웃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이번 주인은 뭔가 조금 다르군. 주인이 된 지 1년도 안 돼서 그런 건가? 괴이의 관심이 많군.

글레이의 말투가 또 한 번 바뀌었다

“지금은 저를 물어뜯을 아이들이 많이 보이네요.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는 단둘이서 만났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눈앞에서 글레이가 터져버렸다. 하필 그 모습이 내 모습이어서 기분이 조금 더러웠다

“그래서 저놈은 왜 온 거야?

설아가 불평불만 했다. 난들 알겠어..

“재밌네요. 이번 주인은.

“그러게 말이야.

“우리에 대해서 눈치챈 것 같은데?

분명 그 장소에는 글레이 혼자뿐이었지만 마치 다른 사람과 얘기하듯 혼잣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번 주인은 우리에게 적대적인 것 같아.

“아쉽네. 전 주인이었나? 전전 주인이었나? 그 녀석이 다루기 쉬웠는데.

“그 녀석은 생각보다 오래 살아서 재미없었어.

“그거 알아? 주인이랑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

“그걸 제가 알려줬는데 우리가 모를 리가 있겠어요?

“그런데 왜 오늘 주인을 만나러 간 거야? 괜히 정보만 준 꼴이잖아!

“그러게. 누가 가자고 했어?

“난 아니야.

“나도.

“됐고. 그 녀석 보러 가자. 주인이랑 다른 재미가 있을 거야.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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