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괴이의 주인 80
퇴원하고 병원에서 나와보니 수많은 피폐해 보이는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 설시우 헌터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더니 다들 피폐해진 얼굴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뀌더니 엄청난 기세로 내게 달려왔다
“북한 전부를 공략하는데 한달도 걸리지 않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첫 전투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4명의 인원 말고는 전부 사지 멀쩡히 살아 돌아온 이유가 설시우 헌터 덕분이라고 합니다. 사실입니까?
“전장에서 돌아온 헌터들은 하나같이 전부 설시우 헌터를 거의 찬양하듯 하고 있습니다. 별비 길드, 가디언즈 길드 할 거 없어 전부요. 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등등 한꺼번에 엄청난 질문의 수가 들어왔다. 나는 어버버 하는 사이에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셨다
“자네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이미 한국의 영웅이 되어있네. 사실상 자네 혼자 전장을 공략했다고 전장에 간 헌터들이 증언해서 말이야. 사실 그 말이 틀린 것 없지. 물론 북한 전체를 그대 혼자서 둘러볼 수 없지만, 게이트만을 공략하는 방식이었다면 자네 파티만 나섰어도 가능했을 거라고 보네.
알렉산더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우리 일행들이 나서서 내 대변인 역할을 하고 계셨다
“죄송하지만 설시우 헌터는 방금 막 깨어나서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고작 그것만을 말했을 뿐인데 기자들은 알아서 길을 내주셨다. 기자분들이 이렇게 쉽게 말을 들어주는 게 신기했다. 나는 한국에서의 내 입지가 높아져서 그런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시우 네가 전에 기자들한테 말한 게 있었으니깐. 네 말에 신빙성이 더 생긴 거지. 네가 그럴 힘도 있다는 것도 알려 줬으니깐.
아하. 일행들이 나를 기다려주신 것은 고마웠지만 나를 더 걱정하고 있을 가족에게 먼저 향했다
가족들은 나를 걱정했지만 믿고 기다려주셨다. 그리고 신기한 이야기를 가족에게서 들었다
“시우 너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고 하네. 우리 가족 전부가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딱히 우리가 가문을 뭐 신경 쓰지 않지만 진짜 이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아버지가 기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나는 뭔가 신기했다. 내가 국가유공자가 된 것이. 하지만 전장에서 들었다시피 고작 그걸로 퉁치기에는 내가 한 일이 너무 대단했다
물론 내가 뭘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을 게이트의 위협에서부터 벗어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내 인맥으로 인해 가디언즈 길드가 게이트까지 관리해주는 상황이다. 그런데 고작 국가유공자 주고 만다? 몰매 맞을 일이다
그런데 웃긴 건 내가 딱히 국가에서 바라는 게 없다는 거다. 그래서 가족에게 물어봤다. 내가 국가가 내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솔직히 나도 오빠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게 믿기지 가 않지만, 증인이 저리 많은데 어쩌겠어. 그러면 평범하게 생각해. 지금 오빠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그게 어렵다면 지금 하는 것이 뭔지.
나는 민아의 말대로 하고 싶은 것은 딱히 없었다. 그러면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뭘까. 그저 평범히 던전을 돌고 훈련을 하고? 음..
“우선 모든 던전의 우선권을 가져가고 싶네. 등급이 높은 던전이면 높을수록 허가가 잘 안나. 그만큼 위험하니깐. 물론 우리 파티가 지금껏 해온 것이 있으니, 지금은 다르겠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아예 우리가 던전을 가면 무조건적인 허락이 있었으면 좋겠네.
이런 것을 다 들어줄지 모르겠지만 우선 생각은 해놓지 뭐. 일행들에게도 물어봐야겠다
“그거 나쁘지 않네요. 이참에 SS급 헌터로 승급시켜달라는 건 어때요? SSS급 헌터는 맘대로 할 수 없지만, SS급 헌터까지는 상관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민정 씨가 말씀하셨고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그래도 정확한 기준이 있는데 어쩌겠어요. 제 마나가 부족한...?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마나의 상태가 이상하다. 다른 헌터들은 자신의 마나를 몸에 사용하거나 아티팩트에 사용하는 등 마나를 직접 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마나를 직접 뽑아내 실뜨기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것을 본 샬롯은 주인의 마나를 다루는 법을 알게 되어 축하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평소와 같이 주인의 마나가 아닌 내 마나를 다루는 것처럼 사용할 뿐이었는데... 마치 지금은 원래 내 마나와 주인의 마나가 합쳐진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나를 다루는 것이 훨씬 편안해졌다. 전에는 기껏해야 신체 강화하는 것에만 사용했고 얼음 정령 시절에 베타에게 마나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와... 그게 뭐에요? 마치 초능력자 같은데요?
내 마나는 엄연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뜻은 마나를 통한 공격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보인 건 가만히 서서 손짓으로 마나를 사용해 물컵을 가져와 물을 마셨다
게다가 마나의 총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았다. 아니 사실 느껴지지 않았다. 전에 실뜨기할 때도 지금 마나를 사용해 물컵을 가져오는 것도, 그저 마나를 사용했을 뿐. 얼마나 사용했는지 감도 안 왔다
이게 내 마나가 극도로 많아져 미세먼지만 한 마나를 사용해서 나도 느껴지지 않은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오히려 느껴지지 않으니 두려웠다
마치 전과 같이 내 마나가 사라진 게 아닐까. 이 걱정을 없앨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세계수가 한소리 했고 더 잔소리 듣기 싫으니 따라 줘야지 뭐.
내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 베타의 몸속이 있으니깐
그렇게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까먹고 있었다
“설시우 헌터.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강한 헌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장에 참여한 모든 헌터들이 설시우 헌터를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 전장엔 알렉산더 님도 있었는데 말이죠.
“우리 가디언즈 길드원도 예외는 아니다. 리암 자네에게 묻지. 나와 자네 파티. 함께 설시우 헌터의 괴수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나?
차례대로 리암과 윌리엄 알렉산더였다. 다행히 내 안목을 틀린 것 같지 않군
“솔직히 말씀드리죠. 우리 파티와 대결했을 때보다 전장에서 설시우 헌터의 아이들. 힘의 차이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지네 괴수. 그것은 샬롯이라는 거미 여성과 비슷하게 힘의 측정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설시우 헌터의 그림자 속에도 강력한 괴수가 있었죠.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나는 리암 헌터가 하는 말을 잘 몰랐다. 내가 직접 그 전장을 가지 못했으니. 솔직히 한국 전장을 가는 설시우 헌터를 지원해 준 것은 그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미 연합으로 전장을 공략했다면 과연 세계는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미안하지만 한국보단 미국에 집중하겠지. 심지어 우리 길드는 세계 1위 길드. 별비 길드는 그저 우리 길드에 업혀 전장을 공략했다고 생각하겠지
사실상 자선사업으로 한국을 도와줬다고 세계가 알게 될 테니 나쁠 것도 없었다. 설령 설시우 헌터가 전장에서 활약했다고 해도 알렉산더가 있었으니깐
그런데..
“나도 봤네. 도망갔던 인간형 괴수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그림자 속에서 괴수가 나타나 순식간에 하반신을 앗아갔지. 그리고 바로 거미 여자가 그를 봉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세계수와의 친분과 요정들까지. 이미 그는 개인의 힘을 넘어섰네.
알렉산더와 리암 헌터가 말하는 것은 내가 예상한 것을 초월했다
“잠시만. 알렉산더. 그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만 그 정도 까진가? 자네가 전장에서 아무 활약도 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비슷해. 심지어 그는 마지막에 수천 마리의 괴수를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몰살했다. 그의 살상 능력은 SSS급 헌터 아나리엘 그녀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그 능력은 엘프의 신격 존재인 세계수조차도 두려워했다. 개인의 힘은 나와 비슷하거나 강하고, 살상 능력은 아나리엘조차 뛰어넘는다. 이미 SSS급 헌터 2명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다. 제임스. 과연 자네군. 이미 설시우 헌터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솔직히 그의 잠재력은 당연히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의 힘이 SSS급 헌터 2명을 능가하다니. 예상을 뛰어넘었다
조금 쪽팔리는군. 설시우 헌터가 속해있는 별비 길드의 길드장에게 설시우 헌터에 대한 대접이 고작 그 수준이냐고 한마디 했었는데... 나도 그의 힘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군
“회의를 열지. 그가 고작 한국에서의 기준이 미달이라 B급 헌터라니. 한국은 그런 걸 참 잘 따진단 말이야.
“무슨 회의 말씀입니까?
윌리엄이 물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를 SSS급 헌터로 만들기 위함이지. 어차피 SSS급 테이머는 종족 차별주의자고 6년 전에 한 번 나온 이후에 보인 적이 없지 않은가? 오랜만에 SSS급 헌터들을 모아보지.
“이거 신기하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베타의 몸속의 안에서 놀고 있었다. 정확히는 애들만 놀고 나는 훈련을 하고 있었지만
내 마나는 전과 달리 아이들에게 부여가 됐다. 애들은 그저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샬롯이 내게 말했다
“전에 주인의 마나는 거북했습니다. 분노가 저를 잠식하는 것 같았죠.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평온하고 즐거운 기분이 제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 힘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주인의 마나를 받으면 주인의 기분이 연결되는 것 같군요. 지금처럼 감각을 받아들이면 힘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예상입니다만... 주인과의 유대감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한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음... 잘 모르겠다. 애들이 나와 감각이 연결되지만 정작 나는 아이들과 연결되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그러면 오베른과 요정들도 너와 구스타프와 같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내 마나를 잘 받아들이고 얌전히 요정들의 놀이터가 된 구스타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정들은 태어날 때부터 주인의 마나를 받아들였으니깐요. 물론 이것도 가설일 뿐입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설일 뿐이라지만 맞는 것 같았으니. 그런데 시리가 마나를 받기 싫어했다
나는 왜 그런가 싶었는데 샬롯이 시리의 형태가 변해서 아마 주인의 몸에 달라붙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거라고 말했다. 귀여운 녀석이네
나는 혹시나 해 협회를 찾아가 내 마나를 확인했다. 그런데 더욱 좋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설시우 헌터에게서 아예 마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설시우 헌터는 헌터 자격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게 변했다. 나는 협회에게 찍혔다는 사실 때문에 내게 이런 짓을 하는지 항의했지만 애초에 마나가 없는 헌터는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별비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려 했다. 애초에 다르긴 하지만 마나를 다룰 수 있었으니깐 쉽게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일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