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괴이의 주인 79
물론 나도 샬롯의 설교를 듣고 있지만은 않았다. 반박할 건 반박해야지
솔직히 오베른과 아이들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그런 힘은 알고 있었는데 지옥초란 식물을 소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충 그런 식으로 반박하다가 일행들이 오셔서 나는 한숨 돌렸다. 일행들이 먼저 내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 쳤다
“그래서 제가 기절한 후 어떻게 된 거죠?
“그건 내가 말해 줄게.
대표로 시현 누나가 말씀하셨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는 최고로 낼 수 있는 속도로 강계시로 달려왔다. 물론 나는 엘리에게 업혀 왔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를 엄청난 크기의 슬라임 생명체가 나타나서 모든 일행이 그곳으로 모였다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 슬라임이었지만 설아가 꾀를 부려 간단하게 슬라임을 격퇴했다
그런데 갑자기 백의를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말이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샬롯과 같은 괴이가 인간으로 변한 형식인 것 같았다
우리는 대충 눈치껏 조용히 있었고 시우와 백의를 입은 남성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남성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시우의 손에 있던 슬라임의 핵이 터졌다
시우는 손에 있는 핵의 파편을 피가 날 정도로 꽉 쥐더니 갑자기 시우의 근처에서 요정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10명. 그러더니 시우의 몸에서 붉은색 오라, 마나 같은 것이 요정들과 이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 요정들은 끔찍한 소리를 냈고 나는 귀를 막았지만, 전장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수천 마리의 괴수들이 온몸에 전부 붉은색 잡초 같은 것이 자라나더니 괴수의 몸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말라 갔다
이내 바닥에 쓰러지고 그 위에 꽃봉오리가 나왔다. 하지만 꽃은 피지 않았고 이내 다른 괴수들에게 퍼져나갔다
그것은 건물과 땅 다른 생물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갔고 이내 모든 것이 모래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도 우리 일행도 그 모습을 멍안히 바라보다가 옆이 시끄러운 것을 발견하고 시선을 돌리니 샬롯이 시우를 보며 뭔가를 말하는 모습이었다
나무로 된 새가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샬롯의 모습은 꽤 나 절박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전장을 보니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수천 마리의 괴수가 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모래가 되었으며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전부 모래가 되었다
붉은색 식물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생물이 없으니 스멀스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샬롯을 보니 아마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그녀조차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시우에게 다가갔는데 시우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애써 무시한 채 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히 시우는 내 얘기를 들어줬고 요정들이 손짓해 모든 붉은색 식물이 사라졌다
그리고 붉은색 마나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시우가 쓰러졌다. 나는 그를 안고 있었기에 다행히 시우가 쓰러지지 않게 붙잡을 수 있었다
“마나를 한 번에 많이 쓴 부작용이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나무로 된 매가 날아들었다
“세계수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때 벨라 씨가 끼어들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전에 시우에게 들었던 세계수라는 걸 깨달았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여기 남았다. 거미에게 부탁받아서 말이지.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시우의 아이들과 요정, 샬롯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기도 전에 헬기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설아는 피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올라가 소리쳤다
우리가 두고 온 원정대가 오고 있다고
“우선 괴이의 주인의 상태는 괜찮다. 잘 사용하지도 못 하는 마나를 한 번에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탈진해 쓰러졌을 뿐. 언제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금방 일어날 거다.
세계수님이 그렇게 말할 때 이미 전장에 참여한 원정대원들이 다가왔다
“수많은 괴수가 강계시로 몰려가는 것을 헬기가 발견해 급히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괴수는 전부 어디로 갔습니까? 바닥은 또 왜 이러고요.
우리 일행도 그저 아무 말 없이 세계수를 쳐다봤다
“그대들의 세계에서 지옥초가 소환됐다. 지옥초란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꽃을 피우는 생물이다. 그것들이 꽃을 피우는 순간 지옥이 펼쳐진다고 해서 지옥초란 이름이 붙었지.
그때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셨다
“저것들이 이 환경을 만들어 낸 장본인임을 알겠네. 하지만 세계수 자네도 저 지옥초란 생물을 어찌할 수 없는 건가? 자네는 모든 식물의 왕 또는 신과 같은 존재로 알고 있는데...
원정대원들은 그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세계수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지금 본체가 이 세계에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설령 본체가 있었다 하더라도 나도 지옥초의 양분이 되었겠지.
그 말에 나는 다른 사람들도 궁금했을 것을 물었다
“도대체 지옥초가 뭐길래 세계수님도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죠?
“방금 말했다시피 지옥초는 세계를 멸망시키는 식물이다. 그 기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대들은 세계수가 얼마나 사는지 알고 있나?
그때 앞에 원정대원들을 비집고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수님을 뵙습니다.
그들은 가디언즈 길드에 속해있던 엘프였다. 우리 별비 길드는 일부로는 아니지만, 인간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디언즈 길드 안에는 오크도 엘프도 드워프도 있었다. 그중 엘프 분들이 한국에 있는 전장에 참여한 것이다
“엘프인가. 나를 어디서 본 적이 있나?
“저희가 어렸을 때 할아버님이 섬기는 세계수가 당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갑자기 게이트에 빨려 들어갔죠. 그 이후에 저희가 섬기는 세계수는 물론이고 다른 세계수하고도 전부 연결이 끊겼습니다. 저희 엘프는 모두 패닉 상태였지만 다행히 금방 적응했고 세계수의 존재를 걱정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세계수님도 이 세계로 넘어오신 것 같아서.
세계수님이 한숨을 쉬셨다. 나는 시우에게 들어 세계수님이 어떻게 오게 됐는지 알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세계수님은 그걸 생각하시는 게 아닌 듯했다
“세계수님의 질문에 대답한다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산다고 들었습니다.
“비슷하지. 하지만 말 그대로 무한은 아니다. 우리도 결국엔 죽지. 나도 다음 세대로 교체되고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현재 살아있는 세계수 중 가장 오래 살았고 그만큼 지식을 쌓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가디언즈 길드원의 엘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섬기는 세계수님이 당신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죠.
“...다행이군. 다시 얘기를 시작하지. 나는 오래 살아온 만큼 다른 세계도 많이 다녀왔다. 그중 지옥초의 멸망한 세계가 있었다. 아니 그건 세계로 부르기도 어려웠다. 그 세계에도 당연히 생명체가 있었겠지. 하지만 그 생명체 몸에는 전부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꽃이 움직이는 광경이었지. 나는 그 생명체를 잡아서 그 꽃을 전부 잘라냈더니 그 안에서 뿌리가 박혀있는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세계는 전부 꽃에 둘러싸인 생명체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꽃봉오리에서 수많은 씨를 내뱉더니 내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내 몸에 뿌리를 내리고 꽃이 피었지. 그러더니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즉시 바로 인간형의 형태에서 연결을 끊었다. 나는 그 이후로 더는 인간 형태로 변할 수 없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알렉산더 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신 듯하셨다
“그 지옥초를 박멸할 방법은 없는 건가? 예를 들면 태운다던가 말이야. 물론 그대가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겠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시현 헌터만 해도 강력한 화염을 다루는 헌터지. 내가 알기로 엘프들은 정령을 다루지만 유일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정령이 화염 정령이라고 알고 있네. 숲에서 살기에 화염 능력을 잘못 사용하다간 숲을 다 태워 먹는다고 말이야. 물론 그대가 엘프는 아니지만 비슷할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알렉산더 님의 말은 어쩌면 무례할 수도 있었다. 마치 세계수님이 능력이 부족해 지옥초에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으니
“비슷하네. 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설령 그 세계에서 화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치세. 그러면 그 세계는 그저 화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멸망하게 된 것인가? 예컨대 절대 아니라도 본다. 물론 내 과도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지옥초로 인해 멸망한 세계를 그 한 곳만 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세계를 보았지. 그럼 그 모든 세계가 화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에 멸망한 것인가?
알렉산더 님은 그 말에 침묵하셨다
“나는 나보다 오래 산 요정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요정은 나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지. 하지만 그 요정의 세계조차도 지옥초로 멸망했다고 한다. 그 요정도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도망쳐 나왔다고 하지.
나는 그 말을 듣다가 아차 싶었다. 이러면 분명..
“그럼 설시우 헌터는 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까?
원정대원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시우는 언제나 자신의 힘을 숨겨만 왔다. 나는 그 이유를 물어봤었고 시우는 자신의 힘이 아닌 자신의 아이들의 힘이었기에, 라고 답해왔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의 힘을 숨길 때가 아니었으니 자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숨기는 힘은 바로 베타였다
만약 그 힘을 밝히면 게이트 침공의 원인이 자신으로 몰릴 것 같았기에. 그런데 나도 모르는 지금 시우의 힘은 게이트보다도 위험한 힘이었다
그래도 지금 베타의 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알렉산더 님도 그렇고 제임스 님도 그렇고 지금 파티인 우리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시우가 우리를 믿었기에. 그렇기에 말해 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시우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심지어 500명이나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설아를 급히 쳐다봤다. 그녀는 시우를 생각하는 마음이 끔찍했다. 끔찍하다는 게 아니라 끔찍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과격했다. 지금 이곳은 던전과 다름없다. 지금 여기서 시우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한다면 죽여버릴 것이다
그녀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시우뿐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이었고 변화가 없었지만 그녀의 피의 날개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힘은 위험하네요.
엘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동시에 나는 설아를 막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 뒤에서 나오는 말은 내 예상과 달랐다
“저희는 전장에 도움이 되고 설시우 헌터에게 용서를 구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전전긍긍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엘프 일족이 설시우 헌터를 습격한 사건 때문에 어떻게든 활약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설시우 헌터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은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를 위협하는 힘이라뇨. 그에 반해 미약한 저희가 설시우 헌터에게 어떤 방법으로 용서를 구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프를 쳐다봤다. 그 모습은 조금 소름 끼쳤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는 다른 원정대원 분들도 말씀하셨다
“확실히 저희를 왜 굳이 데려오셨냐는 기분이 들더군요. 오히려 그것이 기분 나빴습니다. 자신의 힘을 알리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군요. 그저 자신의 힘이 위험했기에. 그랬던 거군요. 마지막에는 자신의 파티와 알렉산더 님 등 강한 헌터만을 데리고 갔기에 제 생각에 더욱 확신이 갔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희를 배려하셨을 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원정대원 분들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상한 오해가 생기고 있었다. 나도 우리 일행도 그 반응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얘기했다
“시우는 자신의 힘이 두려워 힘을 숨기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해 탈진해서 쓰러졌습니다. 우선 지금의 일을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우가 지금껏 숨기고 있던 힘이니깐요.
“그리고 너를 데리고 병원에 왔어. 그런데 오랫동안 안 일어나기에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었어. 자그마치 일주일이야.
나는 그 말에 황당했다. 솔직히 말하면 방해가 됐기에. 원정대원들을 버리고 최대한 빠르게 달려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해를 낳고 낳았다. 다행히 내가, 아니 내 아이들이 전장에서 활약했기에 나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그리고 고맙게도 본인이 습격한 것도 아니었으면서 엘프들이 내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전장에 참여했다는 게 감사했다
“그리고 지금 자네 위치가 많이 달라졌지. 밖에 나가보면 깨달을 걸세.
알렉산더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고 우리 파티는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왜 그런가 싶어 병원에 퇴원절차를 거치고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