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79화 (79/164)

#79. 괴이의 주인 78

일라라는 녀석은 전에 봤던 놈이다. 보고 놈이 항상 나를 귀찮게 해서 죽여버리려 할 때 저놈이 와서 막았지. 그래도 같은 일족이라고

그건 내 알 바 아니니 죽이려 했지만 여러 기묘한 방법으로 내 둥지에서 탈출했지. 기분 나쁜 놈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같은 괴이를 이용해 실험할 줄이야..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주인의 상태가 이상했다. 주인의 두 손에는 우리의 마석으로 보이는 것이 깨져있었다

주인은 마석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고 그 상태에서 깨졌기에 파편 전부가 주인의 손에 있었고 주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주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손에서 피가 나왔다.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생각하며 주인의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주인이 입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했다

“웁!

그때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게 엄청난 감정이 몰려들었다. 그 모든 것이 주인의 감정이었고 딱 하나로 귀결되었다

분노

엄청난 분노가 나를 잠식하는 기분이었고 나는 그것이 두려워 주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주인의 그림자 속에 있던 구스타프도 깜짝 놀랐는지 주인의 그림자에서 내 그림자로 대피해왔다

주인의 일행은 그런 나를 왜 그러냐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이내 사방에서 포위하며 몰려들고 있는 괴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주인을 보고 있었다. 주인의 일행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거로 보아 우리 괴이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거로 보였다

그런데 주인의 가장 근처에 있는 이리와 시리, 엘리는 영향을 끼치긴 끼쳤지만 다른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엘리는 탈피를 하듯 껍질을 벗더니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다. 내 본 모습과 비슷한 크기였다

이리는 전에 보았던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새까만 색의 너울이 있는 몸으로 변했다. 전에 보았던 모습보다 조금 더 커 보였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시리였다. 주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시리는 주인의 몸에서 나오더니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러더니 괴수들이 달려오고 있는 근처에 엄청난 크기로 변해 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은 마치 지네가 아닌 지렁이의 형태였다

그 모습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데스웜과 같았다. 데스웜은 입과 몸속 전부에 이빨이 달려있어 모든 생명체를 갈아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시리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온몸에서 수많은 가시가 튀어나와 수많은 괴수를 꼬챙이로 만들어버렸다. 그 가시는 마치 시리의 본래의 다리와 모습이 같았다

시리가 땅속에서 나올 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괴수가 입으로 들어갔으며 꼬챙이로 변해갔다. 엘리는 크기가 커지고 훨씬 단단해져서 괴수가 공격해도 생채기도 나지 않았으며 시리보다 못하지만 압도적인 크기로 괴수들을 깔아뭉개버렸다

이리는 나조차도 보기 힘들 수준으로 전속력으로 달려나가 전장을 누볐다. 이리가 달려나갔을 뿐인데 엄청난 소리와 강풍이 불어왔고 괴수들이 쓰러졌다

그 쓰러진 괴수에게 정확히 시리의 가시가 쏘아왔고 꼬챙이가 되었다. 주인의 일행도, 심지어 나조차도 그 모습을 멍안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하늘에 무언가가 날아갔고 우리는 전부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엔 어느새 요정들이 나와 있었다

주변 일행은 요정을 처음 봤기에 경악했고 나도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요정들은 세계수의 마나를 받아 초록색의 요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새빨간 핏빛이었다. 정확히는 핏빛의 오라가 각각 요정 10명에게 이어져 있었고 그 오라를 따라가 보니 주인의 몸이었다

주인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요정들을 손짓으로 움직였고 요정들은 원으로 각자 괴수의 위로 날아갔다

그리고 요정들은 끔찍한 소리를 냈다

“꺄아아아악!

마치 귀신이 비명 지르는 소리와 같았고 그 소리는 피부에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주인의 일행 중 가장 강한 남자와 피를 다루는 여자를 제외하고 다른 일행들은 귀를 막고 쓰러졌다

나는 그저 인상을 조금 찌푸렸고 피를 다루는 여자와 일행 중 가장 강한 남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막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대의 땅 전부가 핏빛으로 물들더니 땅에서 엄청난 속도로 식물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레비아탄의 몸속에서 본 식물이 아니었다. 식물들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핏빛의 잡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것들은... 설마?

어느새 세계수도 레비아탄의 몸에서 나와 있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양분 삼아 자라나는 지옥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흡수하며 그건 무기체도 예외가 아니다. 지옥초는 만약 지옥초가 자라나 꽃을 피운다면 괴이의 주인이 지키려고 한 이 세계를 본인의 손으로 멸망하게 될 것이다.

매의 형태인 세계수는 그렇게 말했다. 전장을 바라보니 이미 지옥초는 이미 괴수들의 몸에 자라났고 이내 괴수는 말라서 죽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다른 괴수의 몸으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모든 전장의 괴수에게 해당하였다. 심지어 그건 피아식별 없이 주인의 아이들에게도 퍼져나갔다

다행히 몸에 지옥초가 피진 않았지만, 주변으로 스멀스멀 퍼져나가고 있었다. 땅은 전부 황폐해지었고 건물은 물론이고 같은 식물까지 전부 양분으로 삼았다

나는 주인이 어떻게 마나를 다루었는지, 보기에도 질릴 수준의 엄청난 양의 마나가 들어간 이 전장을 만들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주인님! 지금 멈추지 않으시면 주인님의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두셔야 합니다!

하지만 주인께서는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주인의 동공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피를 다루는 괴이. 모리스 같았다. 하지만 주인께서는 그저 나를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셨다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옆에서 주인 일행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주인을 좋아하고 주인이 좋아하는 여성인 이시현이라는 여자가 말했다

“시우야.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시우 너의 가족들이 죽을지도 몰라. 시우 너의 가족은 지금 여기에도 있잖아.

이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주인님을 안았다. 하지만 주인은 여전히 무기질적인 얼굴로 자신을 안은 여성을 보고 있었다

“지금 저기서 싸우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 저기 위에 날아다니고 있는 요정들도 시우 너의 가족 맞지?

그때 동공이 덜덜 떨리더니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바로 주인은 기절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요정들과 연결되어있던 붉은색 오라도 끊겼으며 요정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에게 다가오더니 주인을 걱정하는 듯이 주변을 빙빙 돌았다

수천 마리는 넘은 괴수들은 이미 전멸했고 주변은 마치 양분이 모두 빨렸는지 사막과 같은 모습을 연상케 했다

주인의 아이들은 슬그머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피를 다루는 여성이 뒤늦게 소리를 듣고 하늘로 올라갔다

“전장에 참여한 원정대원 분들이 오고 있어요!

아마 수천 마리의 괴수가 한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쫓아온 것 같았다. 주인의 일행은 그들을 맞이하며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다른 생각이 났다

“일라. 그 새끼 도망갔나? 그 새끼를 잡아야 하는데...

그때 구석에서 레비아탄이 나타나더니 무언가를 툭 내뱉었다. 그것은 일라였고 그 녀석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뭐지? 여기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거미줄을 날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그림자에서 엄청난 크기의 악어, 구스타프가 나타나더니 일라의 하반신을 먹어버렸다

나는 저 녀석이 소리치기 전에 거미줄로 입을 묶고 바로 상반신을 묶어버렸다. 어차피 기생충인 녀석이라 허리가 잘려나가도 금방 재생했기에 잡아 놔야 했다

“레비아탄. 저와 이 새끼. 요정과 주인의 아이들 전부 몸속으로 보내죠. 주인은 지금 일행이 챙길 테니 주인이 기절한 지금은 괜히 우리가 있으면 이야기하는 게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세계수여. 우리는 저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당신이 대신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윽... 여기는?

나는 일어나려 하는데 팔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팔을 쳐다보니 링겔을 맞고 있는 내 팔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애썼다

“분명 일행과 함께 강계시로 향했고. 그곳에서 일라라는 괴이를 만났지. 녀석은 괴이, 내 아이를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서 그 말을 듣고...

다시 기분이 더러워질 무렵 옆에서 베타가 나타났다

“응? 부르지 않고도 나오는 건 처음이네?

기분 탓인지 베타의 몸이 살짝 빨간 빛이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그때 베타가 무언가를 내뱉었다

“깨어나서 다행입니다. 주인님.

그것은 샬롯이었고 이내 이리와 엘리, 시리도 베타가 내뱉었다. 마지막에는 요정들까지 뱉으며 내 주변은 갑자기 북적거렸다

요정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내게 달라붙어 뭔가를 칭얼거렸다. 그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를 걱정하는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시리도 어느 때 와 같이 내 몸에 달라붙었고 엘리는 머리 위로 올라갔다. 이리는 얌전히 내 옆에 앉아서 주변을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우스워 웃으며 이리를 쓰다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래?

샬롯은 내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설명했다

“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아. 그리고 내 마나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나는 일반적인 마나가 아닌 붉은색의 마나를 뿜어냈다. 그 붉은색 마나를 실처럼 만들어 실뜨기를 해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평범히 내 마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나를 다루는 주인은 처음 봅니다. 대단하네요.

샬롯의 칭찬은 기뻤다. 그런데 샬롯이 그 붉은색 마나에게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하고 있었다

“왜 그래?

“아뇨. 아직 조금 거북해서요.

하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 마나를 샬롯이 받았을 때 분노가 자신을 잠식하는 것 같다고 했으니. 그건 마치 기분을 맘대로 조종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에 거북한 게 당연했다

“그러고 보니 구스타프는? 걔도 싫어한다고 했지?

그 말에 구스타프는 병실의 침대 아래에서 얼굴만 쏙 나왔다. 나는 마나를 거두고 웃으며 구스타프의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었고 구스타프는 만족하며 다시 그림자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내가 기절한 이유는? 아니 기절한 이후는 어떻게 된 거야?

“그건...

“내가 설명하지.

세계수도 매의 형태로 베타의 몸에서 나와 있었다

“자네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다행히 요정들이 지옥초를 다시 사라지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괴이의 주인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런 터무니 없는 능력을 가진 괴이와 주인을 본 적이 없다. 자네는 자네의 힘을 더욱더 자각하는 것이 좋겠어.

나는 그저 내가 기절한 이후에 이야기를 알고 싶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겠지만 세계수에게 설교를 당하고 있었다

그 설교는 내가 있는 방이 시끄러워서 들어온 간호사분이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 별비 길드에게 알려 시현 누나와 설아를 비롯한 모든 일행이 찾아올 때까지 지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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