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괴이의 주인 77
괴이의 주인 77
선두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알렉산더 님과 샬롯이었다. 샬롯은 어느새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 나갔고 알렉산더 님은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지치질 않으셨다
그 뒤를 리암 씨의 파티원 전원이 달리고 있었고 바로 뒤로 준석 씨가 골렘으로 변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엘리를 탄 우리였다. 물론 설아는 아무 장해물 없이 날아갔기에 샬롯과 똑같이 이미 보이지 않았다
슈퍼카를 타본 적은 없지만 엘리의 속도가 그 속도에 못 미치지 않았지만, 앞에서 달리고 있는 헌터들은 그보다 더 빨랐다. 나 또한 전장, 북한을 매우 빠르게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달랐다
유일이 걱정되는 것이 수많은 괴수가 달려드는 것이었는데 이번엔 이상했다. 단 한 마리의 괴수도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강계시로 무혈입성했다
샬롯은 어느새 인간으로 돌아와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설아는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알렉산더 님은 중국이 있는 방향을 건물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우리는 줄지어 강계시로 들어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엔 당연히 반파된 건물들이 있었지만 기이하게도 중간중간 완벽한 건물들이 보였다. 강계시에서도 연구소는 있었지만, 연구소조차도 관리하지 않은 듯 온갖 식물이 자라나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명백히 저 깨끗한 건물들은 수상했다. 나는 먼저 온 샬롯에게 물었지만 기대와 다른 대답이 나왔다
“저도 주인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심지어 위화감도 들었고요. 건물을 자르고 부수고, 다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화감은 여전히 드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샬롯의 말을 듣고 주변을 보니 건물 단면은 깨끗하지만, 똑같이 반파된 건물이 보였다. 우리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알렉산더 님과 설아가 돌아왔다
“도망쳤다면 중국이라고 생각해 그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네. 흔적도 없었어.
“마찬가지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도 둘이서 전부 둘러보진 않았을 테니 방금 도착한 인원들도 흩어져 수색해보기로 했다. 워낙 넓었고 우리는 위험하지만 2명씩 나눠서 흩어졌다. 물론 나는 샬롯을 제외한 내 아이들과 함께라 혼자였지만
나는 엘리와 이리랑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전히 엘리의 등에 탄 채 주변을 둘러보았고 샬롯이 말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 싶어 샬롯이 부신 건물로 향했다
샬롯이 무슨 짓을 했기에 건물을 잘게 부쉈는지 한 손에 잡을만한 건물 파편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샬롯과 같이 건물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엘리가 조심스럽게 집게로 집어준 건물 파편을 내게 보여줬고 나는 그 건물 파편을 잡았다
그런데 건물 파편의 촉감이 이상했다. 하얀색이어서 콘크리트로 만든 줄 알았는데 확실히 딱딱하긴 했는데 뭔가 물컹물컹하고 젤리 같은 느낌이...
“...응?
그때 갑자기 건물 파편이 손에서 녹아내렸다. 나는 깜짝 놀라 허둥거렸고 녹아내린 파편은 엘리의 등으로 떨어졌다. 엘리는 갑자기 깜짝 놀라 마나를 둘렀고 녹은 파편은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가 땅으로 떨어졌다
녹아내린 파편은 슬금슬금 기어가 건물에 달라붙었고 건물과 하나가 되었고 구멍 뚫린 건물이 복구되었다. 물론 이미 건물이 반파되어 의미가 없었지만. 그런데 반파된 건물도 파편과 같이 녹아내렸다
나는 이리랑 엘리와 함께 뒤로 물러났고 이내 건물 전체가 녹아내렸고 젤리 같은 물질이 되더니 다시 형태가 변해 처음에 보았던 깨끗한 건물이 되었다
그때 주변에 모든 깨끗한 건물이 녹아내리더니 젤리 같은 모습과 구의 형태가 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슬라임의 형태였다
주변 건물 전체가 슬라임으로 변했고 내 주변에만 해도 5마리는 있었다. 게다가 건물이 녹아내린 형태라 크기도 건물과 같았다
자세히 보니 슬라임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크기를 점점 키워나가고 있었다. 이미 1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키워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슬라임끼리 서로 합쳐지더니 크기를 더욱 키웠다
이내 근처 5마리가 전부 합쳐졌고 크기가 50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 슬라임은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는 그에 맞춰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혹시나 해 시리에게 독을 내뿜으라고 말했지만, 슬라임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일행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설아는 날아오다가 슬라임을 보더니 흠칫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날아왔다. 순식간에 일행이 전부 모였고 나는 우선 알아낸 정보를 말했다
“멀쩡한 건물의 정체가 바로 저 슬라임이었습니다. 저 슬라임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흡수했으며 엘리의 등 갑각에 닿았을 때 깜짝 놀라 마나를 두른 거로 보아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슬라임은 자신들끼리도 흡수해 저렇게 크기가 커지니 조심하세요.
하지만 말하면서도 의문이 생겼다. 뭔지 모르겠지만 엘리에게 통했고 내게 통하지 않았다. 그걸로만 보아 인간에게는 안 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통하면 낭패니 일행에게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시현 누나는 슬라임에게 화염을 날렸다. 애초에 슬라임이 엄청나게 컸기에 일반적인 화염을 날리는 게 아닌 오른손을 들면서 불의 창을 수십여 개 만들어 날렸지만, 슬라임은 그 화염의 창마저도 흡수해 버렸다
리암 헌터도 마찬가지로 바람의 능력을 날렸지만 흡수당했고 알렉산더 님은 아예 마나를 짙게 둘러 슬라임에게 육탄 공격을 시도했지만, 물에 폭탄을 터트리는 듯 펑펑 터져 나갔지만, 슬라임은 터져 나간 육신을 다시 흡수해 본래대로 돌아왔다
일행이 전부 공격했지만,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벨라 씨는 그 모습을 보더니 마나를 이용해 자신의 단검에 처음 보는 초록빛 무언가를 둘렀고 그 단검을 휘둘렀더니 슬라임이 주춤거렸다
벨라 씨가 자른 부위는 재생이 되지 않았지만, 슬라임의 몸에 극히 일부분이었고 슬라임은 그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뿐이었다
“이 단검 아티팩트는 찌르거나 벤 곳에 재생력을 극히 떨어뜨리는 아티팩트인데 이것이 통하는 것을 보니 재생력이 높은 괴수인 것 같은데... 가장 재생 능력이 높은 트롤도 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벨라 씨는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단검으로 파훼법을 찾았지만, 도대체 이 단검으로 어떻게 저 큰 슬라임을 죽이는가. 심지어 샬롯이 건물을 잘게 잘라냈음에도 다시 붙어서 살아나는 것을 보면 쉽게 죽이지도 못하는 것 같다
“슬라임은 공통 적으로 몸의 핵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슬라임은 몸이 반투명해서 핵이 어딨는지 겉으로도 알 수 있었는데 저 슬라임은 아예 색이 있어 몸 안이 보이지 않아 핵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지어 크기도 저렇고요.
준석 씨가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슬라임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주변을 막 돌아다니면서 흡수하는 중이었다. 이미 크기가 60미터가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빠르게 대책을 찾아야 했다
그때 설아가 말했다
“모든 걸 흡수한다고 했지? 실험해볼 게 있어.
그렇게 말하며 설아는 슬라임에게 날아갔다. 우리는 설아를 쳐다봤고 설아는 슬라임 앞까지 날아가더니 피의 손톱을 만들어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설아는 손목에서 나오는 피를 슬라임에게 보내 흡수하게 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설아는 피를 끊임없이 쏟아냈고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올만한 피의 수준이 아니었다
설아는 살짝 힘겨워하며 몸에서 쏟아낸 피를 슬라임에게 흩뿌렸다. 슬라임은 그저 피를 전부 흡수했다
슬라임은 몸집이 커지며 점점 핏빛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 큰 몸체가 점점 꿀렁꿀렁 거리 더니 이내 몸체가 펑! 터졌다
슬라임의 몸 안에 있는 피를 한 번에 설아가 조종해 터트린 거였으며 슬라임은 형체도 없이 변했다. 그때 내 앞으로 동그란 구슬 같은 게 굴러왔다
“슬라임에 핵입니다! 부숴야 합니다!
준석 씨가 소리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구슬에 극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불가사리를 없애더니 계획에 없던 일인데 어쩔 수 없지.
그와 동시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신기한 동료를 두셨군요. 주인님.
나는 그 소리에 근원지로 시선을 향했다. 내 시선에는 보고처럼 연구원의 복장을 한 멀끔히 생긴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주인이라..
“너도 괴이인가?
“예. 일라라고 합니다. 쉴롭? 너도 오랜만이네?
일라라고 하는 녀석은 쉴롭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보고 녀석은 네가 죽였나 봐? 하긴 그 녀석은 왠지 모르게 계속 네 둥지에 찾아가곤 했지. 우리 일족 중에서도 덜떨어진 녀석이었어.
샬롯은 그 말을 무시하고 내게 귓속말했다
“보고와 같은 기생충 괴이입니다. 하지만 보고와 달리 오래된 괴이입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글레이에게 협력 중인 건가?
“그렇죠? 정확히는 우리 일족의 염원을 들어주기에 알맞은 일을 알려줬죠.
“... 염원이란 게 뭐지?
내 말에 일라는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래도 보고가 할 건 하고 죽었네요. 아직도 그런 거짓말을 믿고 있었다니.
나는 뜬구름 잡는 그 말에 짜증 내며 말했다
“제대로 말해. 염원이 뭐지?
“말 그대로 우리의 염원. 세계 최강의 생명체를 만드는 거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먹고 우리도 최강이 되는 거죠. 간단하죠?
일라는 웃으며 말했고 나는 그 말에 배알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고가 만든 생명체는 아름답지 못했죠. 그래서 일족에게 배척받았지만 그래도 강한 생명체는 만들어냈죠. 그래서 나름 일족에게 인정받았지만 그게 한계였습니다. 거기서 우린 의문이 들었죠. 저렇게 미(美)를 망쳐가며 강한 생명체를 만들어냈는데도 저게 한계였죠. 그러면 뭐가 잘못됐을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합성한 생명체가 약한 것뿐이었죠. 그렇다면 강한 생명체를 찾으면 되는 거였죠. 그럼 주인께 묻겠습니다. 강한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나는 그제 서야 위화감이 정체를 느꼈다
“너... 괴이를 데리고 실험했나?
“정답입니다.
내 말에 샬롯을 비롯한 괴이를 알고 있는 일행들이 깜짝 놀라셨다
“저도 괴이이니 잘 압니다. 우리는 강하다는 걸. 그러면 그 괴이를 가지고 실험하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흥분되지 않나요? 보고는 글레이란 녀석에게 부탁받아 인간형을 실험했지만 저는 달랐죠. 알고 계시겠지만 괴이는 주인이 있어야 태어납니다. 몇 달 전부터 새로운 괴이가 태어났고 전 그런 괴이를 글레이에게 받았죠. 지금 주인의 손에 있는 것이, 제 실험 결과였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했는지 몸속에서의 공격은 약하네요. 그걸 생각 못 한 제 패배입니다. 이번 실험은 폐기네요.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튕기더니 내 손에 있던 구슬이 터져버렸다
“그래도 보고의 실험은 강한 생명체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를 만들어냈으니 시간 벌이는 되겠죠. 그럼 다음에 만나죠. 주인님.
그렇게 말하며 신사처럼 고개를 숙였고 그 말과 동시에 도시에 진동이 울렸다. 설아는 슬라임에서 나온 피를 흡수했고 다시 피의 날개를 펼쳐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소리쳤다
“엄청난 숫자의 괴수가 오고 있어! 지금껏 보지도 못한 숫자야!
하지만 그 말은 내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깨진 구슬을 보고 있었다. 이 구슬은 괴이, 내 아이의 마석이었다. 그래서 나를 공격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런데 그 마석을 내 앞에서 부쉈다고
“씨발새끼가...
거기서 내 이성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