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77화 (77/164)

#77. 괴이의 주인 76

괴이의 주인 76

“인간형을 전부 죽이면 되겠지.

“정답입니다.

거기서 의문이 들었다. 글레이는 왜 내게 답을 알려줬는지. 그나마 지금 내 주위엔 믿을만한 사람들로 있으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글레이가 이후에 말한 내용이 더욱 충격이었다

“이미 주인의 세계에 있는 엘프, 드워프, 오크가 살고 있던 세계는 전부 멸망했습니다. 그들 중 강한 자들을 추려 게이트 밖으로 내보냈고 남은 종족은 전부 죽였죠.

글레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와 샬롯만이 그 말에 경악했다

“하지만 전부 죽이기 전에 이미 주인이 나타났군요. 아쉽습니다.

글레이는 이미 3개의 종족을 말살해놓고 그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판별이 나지 않았지만, 글레이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30년간의 세월 동안 세 종족을 전부 말살한 건가?

하지만 내 말에 글레이는 듣기 싫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주인이시여. 본인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그렇게 가볍게 종족을 멸망시킬 순 없습니다. 오크는 10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드워프는 15년, 엘프는 20년이 걸렸죠.

“...뭐?

하지만 글레이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인족은 워낙 종족이 많았기에 40년, 물속에 사는 아틀란티스 인들은 물속이라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30년,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용인족은 확실히 어렵더군요. 50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많지만 제가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진 않아서 말입니다.

나는 글레이의 말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나는 도대체 전 주인에게 어떤 일을 당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했지만, 알아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리고 용서할 수도 없었다. 이미 그는 수많은 과업을 저질렀다

“네가 전 주인들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구차여 묻지 않겠어. 이미 네가 벌인 일이고 돌이킬 수 없으니. 하지만 네가 그걸 내게 알려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는데. 뭐 나는 이미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니 포기하란 건가?

글레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순순히 제 말을 믿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뇨. 그저 제가 한 노력 들을 알아주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레비아탄과 쉴롭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갇혀있는 동안 세계는 많이 변했죠. 원래라면 레비아탄이 풀려난 순간 모든 게이트가 통제되었겠지만... 이런.

그때 보고라는 녀석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타락하기 전의 주인이랑 대화해서 좋았습니다. 그럼 몸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떨리던 몸이 진정 되더니 눈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보고의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고 샬롯이 내게 외쳤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민정 씨!

샬롯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민정 씨를 찾았고 민정 씨는 바로 치유의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벨라 씨는 그 모습을 보더니 가지고 있던 목걸이를 벗으시더니 마나를 부여했다

목걸이에선 하얀빛이 나더니 보고라는 녀석의 몸으로 향했다. 민정 씨의 능력과 하얀빛이 보고의 몸을 감쌌고 다행히 보고의 몸이 점점 진정되고 있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거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쓰는 건데 과감히 썼어요?

벨라 씨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씀하셨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고 보고 녀석을 쳐다봤다. 숨을 어떻게 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안정되었다. 하지만 이 이상 지체될 수 없으니 샬롯에게 말했다

“샬롯. 지금 이 녀석이 깨어나서 도망가면 잡을 사람이 없으니 네게 맡길게. 미안하지만 베타의 몸속에 같이 들어가 있어 줘. 죽이지만 말고. 애들이랑 잘 놀아주면 또 좋고.

샬롯은 아쉬워하는 얼굴을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샬롯을 배웅하고 우리는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는 당연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매우 어두웠다. 다들 눈에 마나를 부여해 들어갔고 지하는 매우 넓은 광장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마치 닭장과 같이 철창이 나열되어있었으며 그 철창도 군데군데 빠져있었다

“마치 생체 실험실 같군요.

빈 주사기, 빈 스포이드, 의사가 쓰는 칼, 깨져있는 유리병 등 실험실에서 볼 듯한 물건들이 있었다. 잠시 둘러보고 있을 때 준석 씨가 뭔가를 발견하시고 소리치셨다

“괴수의 시체가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가보니 38선 근처에선 보지 못했지만, 북청군에 오면서 처음 본 얼굴은 코끼리처럼 코가 길고 몸은 개의 형태인 기괴한 괴수였다. 하지만 괴수의 시체는 코는 잘렸으며 다리 4개 중 3개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한 거지?

나는 오히려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중국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조금 더 주변을 살폈고 구석에서 불에 타 그을린 흔적을 발견했다. 거기선 불에 탄 종이들이 발견했지만,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아쉽지만 지하에서는 얻은 게 없는 채 우리는 건물을 나갔다

평양과 마찬가지로 가디언즈 길드의 지원이 북청군으로 왔고 연구원들도 마찬가지로 왔다. 오래된 시체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기에 연구원들이 뭔가 하면 알아낼 게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품은 채 기다렸다

애초에 아직 보고라는 녀석이 깨어나지 않았기에 잠시 전장의 진행은 멈췄다. 이미 전장의 2/3 을 진행했지만, 아직 의문만 남은 전장이었다. 그래도 보고라는 녀석이 깨어나면 어느 정도 의문이 해결되겠지. 그 녀석이 연구원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분명, 이 연구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보고를 잡은 지 3일째.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가 보니 샬롯이 고치로 묶어 얼굴만 나오게 한 다음 얼굴에 나 있는 촉수를 잘게 자르고 있었다

“제발 말할 테니 제발...

샬롯은 아무 말 안 하고 그저 웃으며 촉수를 자르고 있었다. 요정들은 겁에 질린 채 세계수에게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긴 했지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들이 무서워하니깐 그만둬.

“네.

샬롯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됐고 우선 잡생각은 버리고 보고라는 녀석과 대화를 해야겠지

“이제 내가 묻는 거에 답할 생각이 드니?

보고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이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너는 글레이와 정확히 무슨 사이지? 이번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유는 알고 있지?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괴이, 내 아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보고 녀석이 처음에 글레이에 대해 말할 때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아마 그 느낌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나는 보고의 얘기는 끔찍했다. 오죽했으면 근처에서 세계수와 붙어있는 요정들을 보고 멀리 보냈다. 그 정도로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현 중국의 정부는 글레이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물론 글레이에게 속아서 협력하고 있단다. 보고의 말로는 천사의 힘으로 중국의 최고 정부를 속여 환각을 보게 해 중국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얘기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보아왔던 인간형 괴수들. 그들은 괴수가 아니었다. 인체 실험으로 태어난 생명체였다. 중국은 인적 자원을 보고에게 지원했고 보고는 그 인적 자원을 받아 자신의 능력으로 괴수의 신체와 인간의 신체를 이어 붙였고 새로운 괴수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글레이는 보고를 이용해 인간형 종족을 아예 괴수로 만들 생각이었으며 중국에게 인간을 받아왔고 그 괴수를 이용해 북한을 멸망시킨 거다. 사실상 기괴하게 생긴 괴수는 전부 실험을 통해 나온 괴수들이라고 한다

전에 보았던 곰 괴수는 실제로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였으며 다른 게이트에선 개 형 괴수와 코끼리 벌레 등 평범한 괴수라고 한다. 물론 곰 괴수도 속을 까보니 평범치 않았지만, 최소한 겉모습은 평범했다

결국엔 북한 전체가 게이트로 1차 멸망. 그리고 글레이의 계획으로 2차 멸망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도 글레이가 만든 것이니 결국엔 글레이가 북한 전체를 멸망시킨 것이다. 그리고 전장이 정리되지 않은 나라는 대부분 이러겠지

기괴한 괴수는 전부 보고의 작품이었고 보고는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나는 샬롯에게 다시 입을 막으라고 시켰고 생각에 잠겼다

이 사실은 일행도 믿기 어려워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국엔 나를 믿어주시겠지. 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중국 정부다. 결국엔 중국 정부를 세뇌했다고 했으니 자칫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글레이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

그렇다고 우리가 이 사실을 은폐할 수도 없다. 이미 북한에 연구소가 있다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고 중국은 모른 체했다. 그러면 우리도 모른 체해야 하나? 그러면 우리나라의 위상이 떨어지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질타를 받을 거다

“제가 먼저 마지막 게이트 위치로 가볼까요?

샬롯이 내게 의견을 내왔다. 그 말은 타당했다. 보고의 말의 따르면 우리가 전장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시간을 끌기 위해 괴수를 보냈고 그사이에 대피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우리 진격 속도가 워낙 빨랐고 첫 연구소는 무사히 대피했지만 두 번째 연구소에서 붙잡혔다고

만약 그렇다면 세 번째 연구소는 더더욱 흔적을 남겼겠지. 아니라면 사람이 남아있을 수도. 우리는 평양까지 3일, 북청군까지 2일이 걸렸다. 그런데 이미 두 번째 연구소에 도착하고 3일이 지났다

마지막 위치는 강계시. 꽤 나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말했다

“저 새끼. 절대 못 움직이게 하고 나와 봐.

나는 우리 일행과 알렉산더 님. 그리고 리암 헌터의 파티원 분들에게 보고에게 들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

“믿기 어려운 말이군요.

“하지만 확실히. 나는 미국의 전장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전장을 겪은 사람으로서. 이렇게 기괴한 괴수는 한국에서 처음 봤네.

리암 씨와 알렉산더 님이 차례대로 말씀하셨다. 나는 일행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이럴 시간이 없었기에 그들의 생각을 끊고 말했다

“우선 중국이 빼도 박도 못할 만한 증거를 잡아야 합니다. 가디언즈 길드원분들과 별비 길드원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강계시로 달려가야 합니다. 인원수를 최대한 줄이고 우리끼리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속도가 느려진다. 물론 전원 헌터지만 전부 신체 강화형 헌터도 아니었으니 차를 타고 이동하는고 자주 쉬는 등 다른 헌터들을 배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야 한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먼저 강계시로 향하겠습니다. 사정상 모든 것을 알려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아닌 알렉스 헌터의 말을 따라주십시오!

우리는 5백 명을 그냥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사실상 연막 형식으로 그들도 따로 강계시로 진행하게 시켰다. 믿을만한 헌터인 알렉스 헌터에게 현장의 지휘권을 맡겼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가 지금 동안 해왔던 행보를 보고 나를 믿어주셨다

알렉산더 님을 비롯한 신체 강화형 헌터는 모든 마나를 발에 집중해 달려나갔고 이리가 그 뒤를 따랐다. 나와 민정 씨, 시현 누나는 엘리의 등 갑각에 올라타 달려나갔다. 설아는 전에 보았던 피의 날개를 펼쳐 날아갔고 샬롯은 20미터나 되는 거미의 크기로 변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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