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괴이의 주인 75
괴이의 주인 75
다음 날. 우리는 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전장으로 향했다. 다음 전장은 북청군이라고 북한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아예 처음 들어보는 곳으로 진행했다. 여전히 별다른 괴수는 나오지 않았고 북청군으로 진행했다
북청군으로 진행하는데 새로운 괴수를 여럿 발견했지만, 기껏해야 수십 마리였고 개체당 A급이나 S급 수준이었기에 우리는 한 명의 사상자 없이 북청군에 도착했다. 헬기가 먼저 발견했고 평양과 똑같이 게이트 위에 건물을 지었고 연구소라고 중국어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엔 아예 우리 파티와 알렉산더 님. 그리고 리암 헌터의 파티랑 같이 건물에 들어갔다. 평양과 달리 건물 1층에 바로 게이트가 있었고 게이트 주위가 감옥과 같이 철창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철창. 헌터 범죄자를 억제하는 수갑이랑 같은 마나가 느껴집니다.
리암 헌터가 말씀하셨고 알렉산더 님이 직접 만져보셨다
“헌터 범죄자를 옥죄는 수갑. 나도 차본 적이 있지. 얼마나 억제되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물론 가장 강한 수갑을 차봤지. 이건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알렉산더 님의 말은 나는 잘 이해가 안 됐지만 다른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이유를 물어보니 수갑은 헌터 범죄자의 수준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데 그것 중 가장 강한 수갑은 알렉산더 님도 힘이 꽤 나 억제된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수갑은 별로 없고 애초에 우리나라에는 보급도 안 됐다. 그런데 철창의 크기는 북청군의 게이트가 3미터 정도였지만 그래도 철창으로 게이트를 둘러싸려면..
“제가 알기로 마나를 억제할 수 있는 헌터는 유일하며 그 헌터는 SSS급 영국인 헌터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가 중국이랑 협력한 것 아닐까요?
나는 가장 합리적인 생각을 일행에게 전했지만, 알렉산더 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자는 영국 여왕을 섬기는 자다. 여왕을 섬기는 자가 중국이랑 협력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중국은 도대체 이만한 수준의 소재를 어떻게 구했을까. 내가 처음 봤을 때 철창 같다고 생각한 건 마치 철거되다 만 것처럼 군데군데 철창이 빠져있었고 평양과 다르게 이번엔 건물에 말라붙은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설아가 그 피를 흡수하더니 내게 조용히 말했다
“이거... 얼마 안 됐어. 기억을 읽긴 어렵지만 한 달도 안 됐어. 조금 더 흡수해 볼까?
그때 이리가 피 냄새를 맡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나는 이리가 뭔가 느낀 게 있을까 싶어 이리를 따라 달렸고 일행도 뒤늦게 나를 따라왔다. 이리는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갔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이리는 옥상까지 올라가더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따라온 일행도 이리와 같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알렉산더 님이 마나를 눈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더니 말씀하셨다
“뭔가 보인다.
“저 새끼는...
그와 동시에 샬롯이 조용히 뭔가를 읊조리더니 내게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괴이입니다. 모습을 숨기는 데 능한 괴이인데 정확히 우릴 보고 도망가는 중입니다. 하늘로 도망치면 저도 잡기 힘듭니다.
괴이? 게이트 근처에서 발견한 괴이고 정확히 우릴 보고 도망치는 중이라면... 글레이란 아이의 조력자일 수도 있다. 꼭 잡아야 한다
“만약 잡는다면 중요한 사람일 겁니다. 혹시 원거리 공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나마 우리 일행 중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사람은 리암 씨와 시현 누나였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 거리인지도 모르고 보이지도 않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눈에 마나를 주입해도 안 보입니다.
그때 설아가 나섰다
“드디어 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때가 왔네.
설아는 등 뒤에서 피의 날개를 펼쳤다. 그 날개는 한 쌍이었고 3미터 정도로 보여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설아는 말했다
“미안한데 나 말고는 다른 사람을 운반할 수 없어. 아직 그만큼 숙련되지 않았거든.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샬롯에게 말했다
“네가 작아지고 나서도 저 괴이를 제압할 수 있겠어?
샬롯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전에 봤던 아주 조그마한 크기의 거미로 변했다. 설아는 샬롯을 태워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아갔고 샬롯이 실을 뿜어 허공에 날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 얽히더니 인간형 몸인데 촉수가 달린 기괴한 모습의 괴이가 나타났다. 그 녀석은 당황하며 날아가려고 했지만, 모습이 드러났기에 설아가 날개로 보이는 것을 잘라냈다
그 날개는 촉수로 된 날개였고 꿈틀거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그 괴이도 허우적거리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어느새 내려온 샬롯이 거미 고치로 만들어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이름은 보고. 전부터 제 둥지에 침입해 제 아이의 피를 몰래 빨아먹던 기생충 같은 놈입니다. 아마 전에 보셨던 그 기생충이 괴이가 된다면 이런 녀석이 되겠지요.
샬롯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고라는 괴이를 쳐다봤고 우리는 어리둥절 하며 이 녀석을 쳐다봤다. 보고라는 녀석은 마치 연구원같이 흰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온몸에 촉수가 달려있었고 얼굴은 귀와 코가 없이 눈과 입만 달려있었다
샬롯이 얼굴만 빼고 온몸을 거미줄로 칭칭 감아놨기에 나는 혹시 말이 통할까 싶어 다가가면서 말했다
“옆에 샬롯이 너도 괴이라던데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니?
하지만 보고라는 녀석은 입과 눈을 꾹 닫고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다. 이건 좀 곤란한데..
“제가 할까요?
그때 샬롯이 하고 싶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샬롯의 얼굴을 봤을 때 분명, 이 녀석을 망가트릴 것이다. 물론 이 녀석이 글레이의 조력자고 게이트를 관리하는 녀석이었다면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데 일조했을 테니 망가트려도 상관은 없겠지만 단 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아니라면 곤란해진다
나는 샬롯을 보며 고개를 저었고 샬롯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에게 기생하며 사는 놈이라 조금만 겁을 주거나 고통을 줘도 순순히 정보를 내뱉을 겁니다.
나는 왠지 샬롯이 저 말을 일부로 나중에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알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입 꾹 닫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으니깐. 그런데 이미 샬롯은 거미줄로 촉수를 잘게 잘라내고 있었다. 나는 일행에게 설명하기도 전에 샬롯이 그러니 일행이 당황해서 내가 급하게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듣더니 설아가 말했다
“나 고문 좀 할 줄 아는데.
오히려 그 말이 나를 더욱 당황 시켰다. 리암 씨나 알렉산더 님은 설아를 잘 모르니 그러려니 했지만, 시현 누나와 준석 씨, 민정 씨는 설아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
설아는 평소에는 무표정으로 지내지만, 우리 일행과 같이 있을 때는 자주 웃는 모습을 보이며 귀여운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런 생각 해서 미안하지만, 나이와 걸맞지 않은 마치 10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고문이라니...
설아는 말함과 동시에 샬롯이 잘게 잘라서 보라색 피가 보고라는 녀석에게 나오고 있었고 설아는 그 피가 나오는 부분에 손을 갖다 댔다. 그랬더니 보고라는 아이가 끔찍한 소리를 지르며 소리쳤다
“끄아강가. 다 말할게요! 말할 테니 제발!!
하지만 설아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고 무슨 짓인지 모르겠지만 계속하고 있었고 내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 설아는 손을 뗐지만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다른 종족이지만 저렇게 끔찍한 비명은 처음 봐.
우리 일행은 물론 샬롯도 그 말에 동의했고 설아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저 몸의 피를 역류하게 했을 뿐이야. 이건 나도 힘들어서 함부로 못 하는데 아예 제압되어 있으니 한번 해봤어.
...사람의 몸에 피가 역류하면 죽지 않나? 이 녀석은 괴이라서 그런가? 뭐가 어찌 됐든 그런 고통은 느껴보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 설아에게 잘 해줘야지
이 녀석이 기절한 사이에 우리는 급하게 건물을 올랐던 터라 다시 하나하나 내려가며 건물을 다시 하나하나 확인해 보며 내려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캡슐 같은 것을 발견했지만 전부 깨져있었다
자세히 둘러본 결과 분명 1층에 떨어져 있어야 할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봤더니 이 건물에는 지하가 있었다. 지하는 어둡지만 다들 헌터들이라 고작 빛에 구애받지 않았다
우리는 준비하고 지하로 내려가려는 순간 기절했던 놈이 깨어났다
“으윽... 여기는?
나는 잠시 지하로 들어가는 일행들을 말리고 다시 보고라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말할 정신이 드니?
최대한 나는 평화롭게 말했고 이 녀석은 나를 보는 게 아닌 샬롯과 설아를 보며 기겁했다. 슬슬 나를 무시하는 모습에 짜증이 날 무렵 그제 서야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주인...주인인가? 다행이다... 다행이야!
보고라는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감격했다. 하지만 그사이에 나는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우리 괴이는 글레이에게 협박받고 있습니다! 쉴롭 너도 당했지? 나는 글레이의 계획을 미리 눈치채고 도망쳤는데 네 생각이 나서 거처로 가봤는데 이미 당했더라고! 그 녀석 미쳤어. 점점 미쳐가고 있다고!
나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샬롯을 멈추고 얘기를 계속 들었다
“처음에는 주인이 살기 좋은 세계로 만들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는 그 말만 철썩 믿고 따랐는데 아니었어! 그 녀석은 그저...
거기까지만 말하고 갑자기 눈이 뒤집히더니 눈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제 서야 의문이 풀리는군요.
그 목소리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네가 글레이 인가?
“예. 주인이시여. 레비아탄이 풀려난 것도. 쉴롭이 풀려난 것도. 다 주인께서 한 일이군요?
“맞아. 하지만 난 네가 이런 일을 왜 벌였는지가 더 궁금해. 샬... 쉴롭의 말을 들었을 때는 전 주인의 폭거가 심했다고 하지? 그러면 쉴롭과 같이 은거를 택했으면 될 텐데 왜 굳이?
나는 주저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글레이도 이렇게 바로 물어올지는 몰랐는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주인이시여? 주인으로 선택받는 자는 전부 인간형이었다는 것. 오크도 있고 엘프도 있고 드워프도 있었고 인간도 있었지만 절대 짐승은 안되더군요.
나는 그런 사정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나는 말이 곱게 나가지 못했다. 애초에 이 게이트 침공의 원인이 이 녀석이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 그 사람 중에선 설아의 가족도 있었다. 내 아이라 할지라도 곱게 나갈 이유도 마음도 없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주인이시여. 전 세계에서 주인을 다시 안 나타나게 하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정답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