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75화 (75/164)

#75. 괴이의 주인 74

괴이의 주인 74

곰 괴수의 몸을 샬롯이 정확히 반을 갈라버렸고 그 안에 수많은 기생충이 들어있었다

나는 기생충의 새끼를 밟아 죽이고 있는 샬롯에게 물었다

“네 세계에 저런 기생충이 있었어?

“네. 왠지 모르겠지만 저 기생충은 인간의 시체엔 기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세계의 이야기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일행에게 전달했고 나는 시리에게 괴수의 몸에 독을 한 번 더 주입해 혹시 살아있을지 모를 기생충을 마저 죽여버렸다

“그러면 만약 이 괴수의 몸에 기생충이 가득 차면 어찌 되는 거지?

“기생충은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개체 수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괴수의 시체를 본다면 자기 들을 토해 몸을 옮깁니다. 기생충은 기생충이라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합니다. 살아있는 살 속을 파고들지도 못하고 애초에 몸 밖으로 나오면 30분 이내에 죽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혹시 시리에게도 파고들었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벨라 씨는 헛구역질하는 이름 모를 헌터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씀하셨다

“이 괴수도 등급이 높아 보이긴 하는데 솔직히 재생력만 없다면 나 혼자서도 가볍게 상대 가능할 거야. 그러면 만약 높은 등급의 괴수의 시체에 기생하면 어떡해?

우리는 그 말에 침묵했다. 만약 시리와 같이 엄청난 크기의 괴수의 시체에 기생한다면 지금과 같이 쉽게 죽일 순 없을 테니깐. 솔직히 지금도 시리가 직접 괴수의 몸속에 독을 집어넣어 기생충이 죽었기에 쉽게 상대했지 아니었다면 최소 건물은 다 무너졌을 테니깐

시현 누나에게 부탁해 독에 절어있는 괴수의 시체를 중화시켰고 시체를 헬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 연구원들에게 전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게이트가 다시 꿈틀거리더니 인간형 괴수가 나왔다. 고작 한 마리였기에 우린 가볍게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리가 심심했는지 그 괴수를 들이받았다

괴수의 몸은 가볍게 터져나갔지만, 이리가 갑자기 게이트를 통과해 버렸다

“이리야!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분명 저 게이트는 던전이 아니라 통과하지 못할 터인데...

그런데 이리는 무슨 일이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게이트에서 나왔다. 나는 한숨을 쉬며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제 서야 이리는 찔끔 놀라 내게 다가와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리 일행은 다행이라며 심호흡했고 알렉산더 님은 이상해했다

“가디언즈 길드도 테이머의 괴수가 던전이 아닌 다른 게이트를 넘어갈 수 있는지 확인했었지. 하지만 그 괴수들도 게이트를 넘어가지 못했어.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도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지 못했지. 그런데 자네의 괴수는 어떻게 넘는 것이지?

벨라 씨와 이름 모를 헌터도 가디언즈 길드였기에 알렉산더 님의 말에 공감했다. 그리고 알렉산더 님이 몸소 게이트에게 다가가 손을 집어넣었고 마치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손이 게이트를 통과해 뒤로 나왔다

“이렇게 괴수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게이트를 통과했지.

우리 일행은 그 말씀에 다들 동의했다. 그때 샬롯이 그 의문에 대답했다

“결국엔 게이트도 레비아탄의 능력. 그 힘을 받은 자라고 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순 없겠죠. 막아 놨다 하더라도 주인께선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거일 수도 있습니다. 이름을 받은 저희가 게이트를 나올 수 있었듯이.

나는 샬롯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게이트의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은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았고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시우야?”

게이트 속은 후덥지근 했지만 나는 급히 손을 빼내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나는 죄송하지만 이름 모를 헌터분에게 건물 안은 이제 안전하니 나가도 된다고 명백한 축객령을 내렸다. 그분은 오히려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나가셨다

일행들은 내게 왜 그만을 내보냈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바로 그 의문을 풀어드렸다

“베타야. 이 게이트 없앨 수 있겠어?

나는 던전에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던전은 애초에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고 마석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었으니깐. 하지만 전장에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는 마석을 주지도 않았고 오로지 시체를 이용해 다른 소재를 만들 뿐이었다

물론 게이트를 없애면 그 소재도 못 얻지만, 게이트의 위험성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그러고 보니 베타가 내게 생각을 전해온 적이 없었는데..

베타는 모습을 보이더니 게이트를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안 된다고 생각을 전해왔다. 베타가 내게 처음으로 전해온 생각이어서 신기했지만, 그 생각은 아쉬웠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그 뜻은 베타의 몸 안에 저 게이트 속 세계가 들어온다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해도 지금 여기서 할 일은 아니다. 5백 명의 인원에게 베타의 능력을 밝힐 생각이 아니니 말이다. 자칫하면 내가 게이트의 원인이 될 수 있었으니..

사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전 괴이 주인의 잘못들이니 굳이 오해하게 둘 필요는 없겠지. 나는 일행들에게 게이트에 대해 설명했다

“게이트를 없앨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게이트 속 세계를 베타의 몸 안으로 끌고 와 베타의 몸 안에서 게이트를 공략하면 될 겁니다. 하지만 베타의 능력을 밝히기 어려우니 인원은 제한됩니다. 그리고 그 안은 던전과 달리 우리와 같은 세계일 겁니다. 즉 이 세계에선 우리가 괴수인 셈이겠죠. 물론 저런 기생충이 사는 세계가 평범할 리는 없으니 조심해야 할 겁니다.

나는 일행에게 설명했고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선 첫 번째 게이트의 정리를 끝냈고 제임스 님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몇 시간 되지 않아 여러 대의 헬기가 오고 있었고 그 헬기에는 총을 들고 있는 헌터들이 타고 있었다

“이제 저희는 이 게이트를 관리하겠습니다. 다른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가 흘러들어올 수 있으니 이 주변 전체를 관리하겠습니다.

우리는 그제 서야 긴장을 놓았고 5백 명의 인원들은 그날 전부를 휴식에 몰두했다. 고작 5백 명의 헌터만 가지고 게이트 하나를 점령하는 걸 지금까지 뭐 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잘못된 말이다

헌터들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 누가 전장에 가겠는가. 설령 심성 착한 헌터가 전장에 간다고 해도 그 인원이 몇이나 되며 그 헌터를 지원해 줄 헌터는 또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의 인원이 모였다고 해도 전장에서의 승률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이렇게 잡다한 인과관계가 엮여 그 누구도 전장을 정리하려 들지 않았다. 38선에 있는 헌터들도 정부에서 주는 돈을 받고 하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전장에 가는 헌터들도 38선에 있는 헌터들과 같이 지낼 뿐이었다. 그들이 다른 점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점이랄까. 사실상 그들은 실전과 같은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전장에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인과관계를 뚫고 전장을 진행했고 이미 1/3을 끝마쳤다. 사실상 북한이 사라진 이상 남한의 영토를 늘린 것이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봐선 국가의 영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리는 가디언즈 길드가 부담 중이니 우리나라가 함부로 뭔가를 요구하진 않겠지

애초에 우리나라가 마나를 담은 총알 없이 게이트를 관리하기에는 들어가는 돈이 막대하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그 총알이 개발된다면 가디언즈 길드랑 협상을 진행하겠지. 그건 우선 우리가 생각할 것이 아니니 우선 쉬자

다음 날. 우리 일행은 피로 해소가 완료되었지만 다른 등급 낮은 헌터들에 의견을 반영해 하루 더 쉬기로 결정했다. 나는 하루걸러 하루 가족에게 전화해 무사함을 전했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전장에 참가한 인원들은 다들 표정이 밝았고 내 얼굴을 보시더니 다들 인사해오셨다

“사실 저희가 한 게 별거 없는데 벌써 전장의 1/3을 끝냈네요. 감사합니다.

“아뇨. 여러분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 훈훈한 말을 주고받았고 웃으며 헤어졌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고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러다 연예인 병 걸리면 어떡하지?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거리를 돌아다녔고 이내 외곽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바리게이트를 치며 주변 방어를 강화했고 나는 바리게이트 밖을 바라보았다. 북한이 원래 이런지 아니면 게이트 침공 이후로 이렇게 변한 지 모르겠지만 평양임에도 불구하고 바리게이트 바깥은 숲이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다들 우리가 북한에 온 건지 정글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도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 나무와 풀이 자라나 있었다. 사실 게이트 침공 이후 지구가 훨씬 깨끗해졌다고 하며 멸종한 줄 알았던 생물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들은 겉모습만 기괴할 뿐 전혀 자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게이트 침공에 유일한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한다. 공기도 깨끗해지고 멸종된 줄 알았던 생물도 생겨나고

내 아이 중 하나. 글레이란 아이가 이런 이유로 우리 지구를 침공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 한다. 왜냐면 글레이란 아이는 레비아탄. 즉 베타와 같이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했고 베타의 힘을 예측해 봤을 때 굳이 조력자란 자도 필요한가? 자신의 힘만으로도 지구를 충분히 침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귀찮게 조력자도 얻고 베타의 힘을 받은 자도 찾아냈으니

하지만 그렇다면 왜 글레이는 지구를 침공하려 할까. 지구가 깨끗해지면 글레이란 아이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정말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을까? 나는 적어도 아니라고 본다. 전에 샬롯과 대화할 때 그냥 나도 그 대화에 참여해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북한에서 발견 된 중국어. 그리고 그 언어는 연구소라 되어 있었다. 나는 제임스 님에게 전화했을 때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도 했고 헬기를 통해 연구원들도 날아왔었다

이틀 사이에 그들이 무엇을 알아낼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이미 별비 길드와 가디언즈 길드에게 내 힘을 알렸기에 전장의 진행을 여기서 멈춰도 됐다. 하지만 북한에 중국어로 된 연구소를 발견한 이상 여기서 그만둘 순 없었다

중국이 북한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남한과 북한은 달랐지만, 결국엔 같은 대한민국이고 북한과 중국은 붙어있었다. 방치했다간 중국이 북한의 영토를 넘보고 그다음 남한을 넘볼 것이다

과장해서 말한다고 하기에는 이미 북한에서 중국의 흔적을 발견했다. 제임스 님뿐만 아니라 우리 길드장님한테도 알렸고 우리나라 정부에게 이미 알렸겠지. 아마 우리나라가 항의하겠지만 꿈쩍도 안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었기에 시치미 떼겠지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 항의했다면 중국이 그럴 수 있었을까? 결국엔 우리나라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오만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이건 애국심 같은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을 그들이 부정하고 있으니

아마 이 전장이 끝나면 많은 게 바뀌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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