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69화 (69/164)

#69. 괴이의 주인 68

그는 사실상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헌터 협회장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긴 했지만 우리는 김대식 의원이 지금껏 설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그런 자의 뒤를 캐야 하는 거다. 김대식 의원이 흔쾌히 알려준 이유가 아마 우리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알려준 거겠지

한국 헌터 협회장 임정훈. 그는 나이 60이 넘은 S급 헌터로 어느 정도 강하긴 하지만 헌터 협회장이 될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신체 강화형 헌터였지만 그 능력을 사용해 행정 능력을 높여 한국에서 가장 유능한 남자가 되었다.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에 그가 헌터 협회장이 됐을 때도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이렇게 통수를 맞으니..

“뒤통수가 얼얼하네.

사실 이미 민정 씨도 준석 씨도 복수를 마친 상태라 더는 나아갈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제2의 김호현, 김정태, 이지안이 생길 거다. 물론 이미 그런 자들은 넘쳐 흐르겠지만. 우리가 몰랐으면 모를까 알아차린 이상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길드장 님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고 부 길드장 님도 이번 일은 조금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일행도 이 정도로 만족하자고 말씀하셨지만 설아와 나는 반대했다. 설아는 이미 그런 자들에게 당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고 나는 협회에 당한 것이 있기에 최소 김지훈 이사만큼은 나락으로 보내버리고 싶다

문제는 협회 측은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에 아마 김지훈 이사를 치워버려도 그와 똑같은 자가 그 자리를 메우겠지. 협회장이 임정훈인 이상 똑같겠지. 솔직히 임정훈이 엄중한 호위를 데리고 있든 뭘 하든 그가 어딨는지 위치만 알면 베타가 삼켜버리면 됐기에 납치는 아무 문제 없지만, 그가 사라진다면 김호현 같은 놈이 사라지는 거랑 차원이 다른 풍파가 밀려올 것이다

협회는 마비가 될 거고 그러면 수많은 헌터의 생활에서도 문제가 생길 거다. 그가 사라졌으니 한국의 모든 곳을 뒤질 거고 아마 던전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면 우리도 던전을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여러모로 짜증 나는 상황이다

우리는 결국엔 이지안의 머릿속을 뒤져 명확한 증거가 있는 김지훈 이사만 날려 보냈다

김지훈 이사는 각종 뇌물과 살해 협박, 그리고 살인이 증거로 헌터 범죄자로 떨어졌다. 그와 관련된 가라 길드의 사람들도 죄다 날아갔으며 그로 인해 한국은 난리가 났다. 가라 길드는 물론이고 우리 별비 길드를 한국에서 쫓아내려던 수많은 길드가 따라 잡혀 들어갔으며 김대식 의원은 쥐죽은 듯 숨어지냈다. 협회도 김지훈 이사를 비롯해 수많은 임원진의 모가지가 날아갔으며 전부 물갈이됐다. 물론 임정훈 협회장은 그대로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으로 그의 입지가 꽤 떨어졌고 그 증거를 잡은 우리 별비 길드가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가 되었다

나는 그저 알아낸 김지훈 이사만 날려 보내려 했지만, 김지훈 이사는 너무 많은 곳에 관계되어 있었다

“일이 너무 커졌네.

하지만 그로 인해 한국에 있는 길드들 대부분은 우리 별비 길드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협회도 우리를 예의주시했지만 대신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길드가 되었다. 한국에 있는 유명한 길드 대부분이 잡혀 들어갔지만, 우리 길드만큼은 청렴결백하다고

애초에 그럴만한 사람이면 부 길드장 님이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깐 당연한 결과다

제임스 님은 우리 길드가 보인 행보에 매우 기꺼워하셨다. 제임스 님도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으셨다고 했으니깐. 게다가 옛날이었고 헌터도 아닌 제임스 님이었기에 훨씬 힘드셨겠지

제임스 님은 가디언즈 길드가 별비 길드를 지지한다고 기사를 내셨고 우리는 폭발적인 반응에 둘러싸였다

한국은 물론이고 근처 나라인 일본과 중국이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거대 길드가 범죄로 해체되고 난 이후에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된 헌터들을 자기네 나라로 이끌었다. 물론 그 두 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도 왔다

그렇게 수많은 헌터들이 한국을 떠나며 오히려 우리 한국은 세계 10위 권 이내에 들던 헌터 강국 나라에서 10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게 고작 협회의 이사를 건드린 나비효과였다. 만약 협회장을 건드렸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전장에 갈 헌터조차도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전장에 나갈 헌터가 줄어든다면 줄어든 만큼 나가는 헌터가 힘들어질 것이고 그러면 더더욱 다른 헌터들도 전장에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 상태가 지속 되면 상황이 점점 악화할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일행들과 길드장님, 부 길드장님 다 같이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귀신같이 내 핸드폰이 울리더니 제임스 님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사건을 듣자마자 그런 일이 일어날 걸 알고 있었네. 이번 기회에 자네 파티가 직접 나서서 전장을 정리하는 게 어떤가? 아니. 아예 별비 길드와 우리 길드와 협동하는 거로 하지.

그렇게 말씀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전장이다. 사실상 전장이라 해도 미지의 필드형 던전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전장은 일반적인 괴수와 다르게 매우 기괴하게 생긴 괴수들이 나온다

그 괴수들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흑 마법사가 실험으로 인해 태어난 키메라 같았다

전에 알렉산더 님과 던전에 같이 갔을 때 본 키메라는 양반이었다

별의별 이상하게 생긴 괴수들이 나오는 곳이 전장이다. 오죽하면 헌터들 사이에서 일부로 저렇게 태어나서 헌터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라는 소문이 있다

그런데 샬롯의 얘기를 듣고 게이트 침공하는 세력이 있으니 그 괴수들도 그 세력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잠시 전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미안하네. 내 할 말만 하고 끊어서. 한국으로 가서 전장을 갈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리암 파티가 간다고 하네. 그리고 알렉산더도 간다고 하더군. 이 정도면 충분하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말씀을 들으신 길드장님은 아예 다르게 생각하셨다

“알렉산더 님도 오신다라... 아예 전장을 뿌리 뽑는 건 힘들다. 북한과 연결된 전장이지만 현재 북한은 중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어서 만약 우리가 전장을 정리한다면 귀신같이 몰려와 전장에 열린 게이트를 통제하겠지. 그리고 그 통제하는 대가로 우리 한국에 영토를 원할 것이야. 우리나라는 마나를 담은 총알을 개발하지 못했으니 통제할 사람이 헌터밖에 없다. 그것도 높은 등급의. 안 그래도 지금 헌터가 부족한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린 눈뜨고 코베일 수밖에 없지.

마나를 담은 총알을 개발한 나라는 군인들로만 구성되어 게이트를 통제한다

헌터라는 고급 인력이 아닌 군인을 이용해 통제하기 때문에 효율이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전장의 게이트는 한 곳이 아니기에 만약 우리나라가 그 많은 게이트를 통제하려면 엄청난 수의 헌터가 필요할 것인데 게다가 그 헌터는 자원봉사자도 아니니 문제가 많아진다

그런데 전화를 끊지 않고 얘기를 듣고 계신 제임스 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우리가 맡지. 사정상 마나를 담은 총알을 지원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아예 우리가 통제하겠네. 아무 조건 없이 말이네.

하지만 길드장 님은 그 말씀에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제임스 님이라도...

“님은 됐네.

“... 제임스 씨라도 저희가 쉽게 믿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무런 조건이 없다는 말을 믿기 힘듭니다.

“자네는 아직 자네 딸에 연인의 힘을 모르나 보군. 아니면 이미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때 갑자기 제임스 님이 길드장 님에게 하대했다

“솔직히 말하면 설시우 헌터의 잠재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도 모르는 자네가 한심하다네. 솔직히 말해 별비 길드가 지금껏 설시우 헌터에게 해준 게 뭐가 있나? 사실상 이시현 헌터가 개인적으로 준 것 말고는 하나도 없지. 그런데 설시우 헌터는 별비 길드에게 다량의 아티팩트도 주고 골치 아픈 김대식 의원과의 일도 끝내줬다. 도대체 나는 설시우 헌터가 왜 그런 길드에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남아있는지 이해가 안 되네. 한국인의 정이라는 말을 여기서 써도 되나 싶긴 하지만 그것 때문인가?

제임스 님은 거침없이 길드장님을 몰아치셨다. 어느새 나와 별비 길드와의 관계도 조사를 끝마친 듯하셨다. 길드장님과 옆에서 듣고 계신 부 길드장님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셨다

“고작 딸의 연인이라고 함부로 하대할 수 있는 건가? 우리가 왜 별비 길드랑 동맹을 맺었겠는가. 그거는 의심해본 적 없나? 내가 지금 별비 길드에게 하는 행동 모두 설시우 헌터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네. 고작 헌터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생각한다면 나는 더는 할 말이 없네.

그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리셨다. 마치 길드장님의 대답을 원한다는 듯이

길드장님은 여전히 아무 말씀 못 하셨고 부 길드장님이 대신 대답하셨다

“알겠습니다. 가디언즈 길드장 님의 호의. 받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알겠다는 말만을 남기고 제임스 님은 전화를 끊으셨다

제임스 님은 길드장 님과 부 길드장님에게 말씀하신 거겠지만 그 말은 내게도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너는 이런 대접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좀더 자신의 가치를 깨달으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제임스 님이 우리 길드장님한테 뭐라 할 이유는 없었다. 제임스 님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셨을 뿐이다. 길드장님도 부 길드장님도 뭔가 깨달으신 게 있으니 제임스 님의 쓴 말을 그저 조용히 들으셨겠지

물론 그 이야기가 대부분 나에 대한 이야기라서 낯부끄럽긴 했지만 제임스 님도 나를 인정해주셔서 감사했다

우리 일행도 길드장 님과 부 길드장님도 쥐죽은 듯이 있다가 길드장님이 생각에 잠겨 감았던 눈을 뜨시더니 얘기를 꺼냈다

“전장을 한 번에 정리한다. 우리 길드의 전력을 가디언즈 길드. 그리고 전 세계에 보여줄 차례다. 그리고 우리 길드의 대표는 설시우 헌터다. 설시우 헌터. 자네가 부탁한 시현이가 폐쇄를 요청한 던전의 개방이 허락됐네. 자네가 그 던전에 가는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먼저 그 던전을 가 아이를 구해 전력을 늘리게. 전 세계에 자네의 힘을 알리게. 고작 한국 협회가 자네를 B급 헌터라고 지정했지만, 자네의 힘은 그 수준이 아니지. 전 세계에 새로운 SSS급 헌터가 탄생했다는 걸 알리게. 우리 길드가 그 뒤를 전력으로 보조하겠네.

길드장님은 진심으로 그리 말씀하셨고 부 길드장님도 동의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에서 전장에 열린 게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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