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괴이의 주인 67
나는 민정 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일행에게 말해도 되긴 하지만 굳이? 라는 느낌이 들어서 안 했습니다만. 김호현. 제가 데리고 있어요.
나는 민정 씨가 깜짝 놀랄 거라 생각했지만, 민정 씨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다들 대충 짐작하고 있을걸요? 애초에 그 사람이 갑자기 없어질 리가 없잖아요? 어떻게 한 진 모르겠지만 아마 맞겠죠.
나는 그럼 왜 민정 씨만 따로 데려왔을까..
“어... 알겠습니다. 우선 같이 가죠.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베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민정 씨는 엄청나게 큰 나무인 세계수를 보고 1차로 놀랐고 그 주위에 있는 여러 거미고치를 보고 2차로 놀랐다
샬롯은 총 10개의 고치를 만들어냈고 더는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 이상 자신의 아이를 늘리면 자신의 힘을 나눠줘야 한다고
지금껏 자신의 아이를 대충 만들어냈고 그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방치했을 뿐이지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마나를 주어 아이를 만들어 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샬롯의 아이는 태어나고 있지 않았다
“저 큰 나무는 뭐에요? 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민정 씨가 말함과 동시에 전에 보았던 나무로 된 매의 형태의 세계수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엔트의 형태로 변했다
“이 자는 또 누구인가?
세계수는 내가 올 때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내가 누군가를 데려올 때면 호기심을 가졌다
“내 일행 중 한 명. 오민정 씨야. 민정 씨? 여기는 세계수라고 합니다. 혹시 알고 계신 가요?
민정 씨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는 엘프들에게 신성시 여겨지는 나무로 알고 있는데 왜 여기에...?
나는 자초지종 민정 씨에게 설명했다
“시우 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마나의 회복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기 고치 안에 있는 아이들이 전부 거미인 거에요?
“어...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샬롯이 만들어냈으니... 하지만 까지 않고는 모르는 거지
“그리고 저기 끝에 있는 고치가 김호현입니다. 샬롯의 능력 중 하나가 환각을 보게 하는 능력이라고 하네요.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게 죽는 환각이라고 합니다.
민정 씨는 내 말에 신기한 듯 고치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흠칫 놀라시더니 손을 떼셨다
고치 안에서 김호현이 끔찍하게 몸부림치고 있었으니깐
“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김호현은 저리되어도 걱정할 사람이 김대식 의원밖에 없을 거라 판단하고 저 고치 안에 가두었습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그냥 제가 죽이고 싶었기에 저리 해둔 거죠. 일행이 알면 나를 경멸하지 않을까. 살인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계속 걱정했습니다. 지금도 사실상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었으니깐요. 저는 큰맘 먹고 민정 씨에게 이 일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민정 씨도 부 길드장님과 저희 복수하고 싶다고 앞에서 말씀하셨죠. 만약 그자들이 사라진다면 가장 먼저 생각할 용의자는 민정 씨겠죠. 그래서 묻겠습니다. 민정 씨는 설령 일행들에게 미움받으면서까지 복수하고 싶나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김정태라고 했나? 그자가 김호현처럼 영원히 고통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다른 사람이 생각한다면 김호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그건 아마 민정 씨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묻는 거다. 민정 씨도 그럴 각오가 있는 거냐고. 나는 솔직히 영원히 들키지 않을 수 있으니깐 이런 짓을 한 거다. 물론 민정 씨에게 밝혔지만 이건 계획에 없던 것이다. 나는 그저 민정 씨에게 복수할 방법이 있다고만 말할 생각이었는데 일행이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했으니 나도 밝힌 것이다. 제임스 님과 벨라 씨는 제 3자니깐 그들에게 미움받아도 알 바 아니었지만, 민정 씨는 아니다. 나는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결론을 내린 게 이것이다. 민정 씨에게 사실을 말하고 내 심정을 밝히는 것
“시우 씨. 김정태 그 자식은요. 바람 핀 사실을 제게 들키자 그냥 몸뿐인 관계라고 하더군요. 그게 싫으면 너도 남자 만나라고. 저는 그 새끼랑 3년 정도 사귀었는데 저도 알고 보니 그 새끼에겐 몸뿐인 관계더군요. 제게 들킨 게 그 여자 하나뿐이었지 사실 더 있었겠죠. 하지만 더러워서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계속 만나자고 만나자고 사정사정 하길래 만났더니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헌터에게도 통하는 수면제를 가져와서 먹이려고 하더군요. 준석 씨에게 부탁해서 근처에서 봐 달라고 했던 게 다행이었죠.
내가 너무 섣불리 판단했다. 그 온화한 민정 씨가 저렇게까지 화가 난 것을 보면 분명 그 이유가 있었을 텐데
“저는 그 새끼를 신고했지만 지금 버젓이 나와 있는 거 보면 결과는 알겠네요.
민정 씨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를 쳐다보셨다
“시우 씨는 그런 저를 싫어하실 건가요?
나는 민정 씨의 그런 말에 쓰게 웃으며 답했다
“싫어할 거였으면 애초에 이 안으로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됐어요.
우리는 아예 이 사실을 일행들에게 알리고 일행을 데려와 본격적으로 그들을 납치할 방법을 고민했다. 나는 굳이 여자도 납치해야 하냐고 물어봤고 민정 씨는 지금도 같이 있는 거 보면 관계가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정보는 데려와서 샬롯에게 뽑아먹으라고 하면 될 일이니 우선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설아와 시현 누나는 그 쓰레기 새끼를 잡는 거에 격렬히 찬성했다
그 와중에 설아와 시현 누나는 내게 자기들에게 먼저 말 안 해서 삐졌다고 했기에 달래는데 애먹었다
우리는 김정태와 이지안의 거주지도 모르는 상태여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이미 그자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둘은 동거 중이며 가라 길드가 마련해 준 공간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신 건 준석 씨였다. 내심 아무렇지도 않으신 듯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계신 거 보면 그도 작정하신 것 같았다
그렇게 어디 있는지는 해결되었고 문제는 납치 방법인데..
“우리가 납치 방법 생각하고 있는 게 범죄자 같은데요?
갑자기 문뜩 생각났다. 다른 일행들도 그 사실에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농담 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는데 일행이 진지하게 고민하길래 내가 답을 내놓았다
“최소 한국에서는 그들을 제대로 처리할 법이 없는 거죠. 사실상 있더라도 말도 안 되는 뇌물, 아니면 인맥으로 빠져나오고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별다른 이유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짜증 났기에 하는 일일 뿐.
내가 뭐 정의를 위해 하는 일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짜증 났으니깐. 내 파티원이 화가 났으니깐. 그게 전부다
결과만 말하자면 납치는 성공했다. 부 길드장님이 민시영 핸드폰 사건을 터트리면서 이 사건을 알려준 게 그들이라고 말했고 가라 길드는 그들을 내쫓았다. 준석 씨가 그들의 거처를 알아낸 게 무색하게 그들은 무슨 낯짝인지 몰라도 별비 길드로 직접 찾아와 그 사건은 자기네들이 아니라면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나는 우선 다른 데서 이야기하자고 꼬신 다음 시리에게 그들에게 수면 독을 뿜으라 말했고 그들은 이내 쓰러졌다
민정 씨와 준석 씨의 말로는 그들은 자기들이랑 활동했을 때 상위 A급 헌터였으니 지금은 S급 헌터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이렇게 쉽게 무력화된 걸 보면 그들은 파티가 해산된 이후 제대로 던전을 가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베타에게 삼키라 말했고 그들은 이내 샬롯의 거미고치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전에 샬롯에게 그들에게서 정보를 빼내라고 말했고 샬롯은 손에서 거의 보이지도 않을 수준의 거미줄을 뽑아내더니 그들의 머릿속으로 집어넣었다
시간이 지나고 샬롯은 못 볼 걸 봤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라 길드라고 했나요? 가라 길드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체가 더럽게 연결되어있네요. 짐승도 이렇게 하진 않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이지안. 이 여자 협회 측의 높은 사람이랑 관계를 지속해서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은 김지훈이라고 하네요.
김지훈이란 이름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일행은 설아를 제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아도 나도 영문을 모르고 있을 때 시현 누나가 말씀해 주셨다
“협회에서 만난 이사님. 이리를 관리하겠다고 한 사람이야.
아... 그 사람이었나? 처음부터 맘에 안 들긴 했다. 협회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러고 보니 김대식 의원도 협회하고 연줄이 있었지
“김호현을 풀겠습니다. 마침 이렇게 된 거 협회도 한 번 뒤집죠.
일행은 내 말에 깜짝 놀라셨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르다고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복수심도 희미해질 뿐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복수를 완료하기도 했고
나는 그 말을 하고 김호현의 상태를 보러 갔다. 김호현을 납치해 왔을 때 제임스 님과 벨라 씨가 누군지도 모르게 처맞고 왔다고 했지만, 세계수를 보고 놀란 두 분은 김호현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이내 김호현은 깨어나서 도망치고 있었다. 분명 그사이에 우리의 얼굴을 봤을 터인데..
하지만 그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샬롯에게 이 고치를 열어달라고 부탁했고 열어보니 김호현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저 입에서 침을 흘린 채 실실 웃고 있었다
그래도 치료형 헌터들이 있으니 정신을 차릴 가능성이 있어 샬롯에게 우리를 본 기억을 없앨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순히 기억을 빼내는 것도,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데 특정 일부분만 지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완전히 망가트리는 건 할 수 있다고. 나는 아예 망가트려달라고 부탁했고 김호현은 눈가에 초점도 없어져 완전히 망가졌다
나는 그 모습에 만족하며 김호현을 김대식 의원에게 데려다줄 준비를 했다
내가 직접 김호현을 데려다주면 누가 봐도 나를 의심할 상황이라 길드장님과 부 길드장님이 직접 김호현을 김대식 의원에게 데려다주려 했다. 물론 두 분에게도 상황을 설명했고 부 길드장님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셨지만 길드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셨다
“딸 아이가 남자 잘 잡아 왔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그 남자에게 물들었네.
그 말씀에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길드장님은 다시 한번 한숨을 푹 쉬시더니 이내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도 김대식 의원에게 직접 김호현을 데리고 갔고 우리가 원한 대가는 김대식 의원이 가지고 있는 협회의 인맥이었고 의원은 흔쾌히 그 인맥을 알려주었다
아마 우리도 협회랑 연을 맺으면 자기들과 똑같아질 거라 생각했겠지만, 우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 인물을 토대로 조사해 비리를 밝혀낼 생각이었지만 김대식 의원이 알려준 사람은 아무리 현재 별비 길드의 입지라도 건드리면 위험해질 만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