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괴이의 주인 66
나는 가족들의 얼굴에 낀 기미를 보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여기 가게를 통째로 빌린 거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오빠?
하지만 민아는 내 앞에서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웃음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은 누구시니?
어머니가 먼저 물어보셨고 샬롯은 긴장한 채 인사드렸다
“반갑습니다. 주인의 어머니시여. 저는 주인의 아이 중 하나 샬롯이라고 합니다. 과분하게 주인께 이름을 받았습니다.
샬롯은 내 가족이 분명 말이 안 통하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는 너무나 정중한 그녀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너무 그렇지 않게 해도 된다고 말했고 어느 정도 번역해서 말했다
“만나서 반갑데.
괜히 가족이 혼란스럽게 그녀가 괴이, 나의 아이인 것을 알리지 않았다
“뭐야. 무슨 나라 언어야? 근데 오빠는 어떻게 알아듣고 말하는 거야?
“이번에 가디언즈 길드에서 번역과 통역을 해주는 아티팩트를 선물로 받았어.
우리 가족은 헌터하고는 연관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디언즈 길드의 유명세는 알고 계셨다
“이번에 별비 길드가 가디언즈 길드랑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길드가 동맹했는데 왜 오빠한테 선물을 줘?
아버지와 민아가 차례대로 말했고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다
“오빠가 잘나서 그렇지.
그냥 사실을 말했다. 물론 가족들이 믿어주진 않았지만
“뭐래. 됐고 밥이나 먹자.
민아가 배고프다고 해서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샬롯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전부 먹을 순 있었지만, 굳이 먹을 이유는 없었고 그래서 깨작깨작 먹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계속 뭔가를 먹이려고 애썼고 샬롯은 오히려 그 모습에 쩔쩔매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민아가 갑자기 소주와 맥주를 시키더니 두 개를 말아먹었다
나는 동생이랑 술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저런 모습이 신기하긴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같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샬롯에게 술을 마실 건지 물어봤지만 샬롯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거기서 더 권하지 않았고 나를 돌아보더니 말씀을 시작하셨다
“요즘 네 아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더구나. 기자들 때문에 우리 얼굴도 팔려서 동료들도 나를 배려해주고 손님들도 나를 배려해. 네 아빠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뭔가 하려고 하면 동료들이 말려. 괜히 우리 눈치 보고.
“나는 더 심해. 친구들이 뭐만 하면 너희 집은 돈 많으니 나보고 돈 내라고 하잖아. 물론 오빠가 준 돈은 아직 있지만...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게 기분 나빠. 물론 그게 오빠 잘못이 아니라 걔 네 잘못인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갑자기 그렇게 변하는 게...
가족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 나는 그저 내 힘을 알리고 나와 내 가족에게 함부로 못 하게 하려 했지만, 오히려 가족의 지인들이 가족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게다가 내 힘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면... 이건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나는 당황하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민아가 말했다
“됐어. 오빠한테 그냥 하소연했을 뿐이야.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고. 그냥... 우리가 익숙해 져야지 뭐.
민아가 대표로 말했고 아버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는 샬롯에게 쌈을 싸 먹여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쩔쩔매는 샬롯을 보며 나는 웃음이 났다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그런데 미안하지만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야. 그니깐 최대한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였다. 그래도 가족의 얼굴을 보고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는 알렉산더 님조차도 우습게 보던 샬롯이 내 가족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웃겼지만,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전에 내가 말했던 것도 생각해 봐. 이제 굳이 엄마 아빠가 돈 안 벌어도 되니깐.
민아는 자신만의 꿈이 있으니 상관없지만, 아빠와 엄마는 아니니깐
“아니면 아예 회사에 장기 휴가를 내고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아빠는 뭐 낚시를 가든 차를 사든 하고 엄마는 뭐 화장품을 사든 가방을 사든 해. 민아 너는 뭐... 그냥 용돈이 필요하면 말하고. 지금 내가 얼마나 벌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할걸.
우리 파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던전의 공략을 진행했고 대략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을 벌 수 있다. 물론 그중 절반은 내 아이들의 간식값이지만
한 달에 사실상 4천만 원을 넘게 벌어들이고 있는 거다
“근데 오빠는 그 아티팩트란 거 안 사도 돼? 헌터들 보니까 다들 끼고 있던데. 옆에 언니도 아무것도 안 끼고 있네.
샬롯의 나이도 말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언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샬롯의 진짜 나이를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도 아무 말 못 하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하얀 와이셔츠도 아티팩트야. 끼고 있는 귀걸이도 아티팩트고.
그 말에 가족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운동복만 입던 네가 왜 와이셔츠를 입고 있나 했더니 와이셔츠였구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불편한 것을 싫어해 항상 운동복만 고집했는데 이 와이셔츠는 입는 데 불편함도 없고 세탁을 안 해도 알아서 청결해진다
나는 가족에게 언제 한번 다 같이 여행이나 가자고 말했고 우리는 헤어졌다
우리는 술집에서 나와 각자의 길을 갔고 샬롯은 이제야 한숨 돌린다며 피곤해했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
“어때 우리 가족. 나쁘지 않지?
“네. 다들 착하신 분이었어요.
샬롯은 이제야 웃음을 보였고 나는 이 모습을 가족이 보았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우리 파티는 계속 던전을 공략했고 같은 던전은 잘 가지 않았다
일행이 나를 배려해 내 아이가 있는 던전을 찾기 위해 여러 던전을 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는커녕 특수 개체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던전을 가고 휴식을 취하고 설아와 시현 누나가 불러 데이트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이 더 지난 후
준석 씨와 민정 씨가 SS급 헌터로 승급하기 위해 협회를 찾았다
그런데 협회에서 가라 길드의 길드원 남녀를 만났다. 나랑 악연이 있는 가라 길드는 내게 시비를 걸어올 줄 알았지만, 시비를 걸어오긴 했지만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
“오랜만이야. 많이 예뻐졌네? 오민정.
“이번에 별비 길드가 가디언즈 길드랑 동맹 맺었더라? 축하해! 이제 길드 등에 업고 다니겠네? 아쉽네. 별비 길드에 남을 걸.
그들은 준석 씨와 민정 씨를 알고 있는 듯했고 전 별비 길드의 소속이었던 것 같았다. 남성은 민정 씨에게 여성은 준석 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의 말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그냥 무시하면 될 수준이었다. 그렇게 준석 씨는 무시했지만, 민정 씨가 과민하게 반응했다
“아가리 닥치고 꺼져. 우리가 이런 사이야?
그러자 남자는 오히려 능글맞게 말했다
“왜 그래? 그래도 한 때는...
거기까지만 들었을 때 민정 씨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손을 잡았다
헌터가 헌터를 함부로 공격하면 자칫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우리 길드를 함부로 할 수 없었지만, 협회 측에는 김대식 의원에 인맥이 있기에 꼬투리를 잡힐 수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라 길드 사람이었다
“꺼져.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내 말에 코웃음 치며 말하려는 순간 이리가 극심한 살기를 내뿜었고 가라 길드원들은 흠칫 놀라며 식은땀을 흘리다가 급히 도망갔다
협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준석 씨도 민정 씨도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을 짓고 계셔서 SS급 헌터 심사는 뒤로하고 협회를 나와 한적한 카페로 들어갔다
민정 씨는 화가 나서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오겠다고 하며 가셨고 준석 씨는 여전히 한숨을 쉬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저 둘이 설명하기를 기다렸다
준석 씨는 다시 깊은 한숨을 쉬더니 설명하셨다
“우리 파티가 해산된 이유가 그들입니다.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그 남자. 김정태. 민정 씨의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여성. 이지안. 제 여자친구였죠. 그렇게 우리 넷이 파티였습니다. 우리 파티는 전원 친했었지만, 김정태와 이지안이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게 뭔가 불안했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하지만 민정 씨는 의심했고 그 뒤를 쫓았더니 둘이서 호텔을 들어가는 걸 보았다고 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제 두 눈으로 사실을 확인했죠.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일로 우리 파티는 해산됐고 그 둘은 별비 길드에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가라 길드에 들어간 것은 모르고 있었네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둘이 바람을 피고 저렇게 뻔뻔히 민정 씨와 준석 씨에게 대화를 나눈 건가
설아도 시현 누나도 어이가 없어 했고 그사이에 민정 씨가 나오셨다
“준석 씨는 화도 안 나요? 그 새끼들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게?
민정 씨가 화가 난 모습도, 욕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모습이 그런 것 같았다
“저도 화가 납니다만 신체 강화 능력자는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강해서요.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습니다.
“아니 왜 참아요. 내가 힘만 있었으면 진짜...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있었다
“민시영의 휴대폰. 거기에 가라 길드 간부도 있지 않았나요?
여러 자기들이 있는 휴대폰을 부 길드장님이 조사한 결과 가라 길드의 간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굳이 밝혀도 얻을 이득이 없었고 가라 길드를 공개적으로 적대하는 사실이 되기 때문에 아직 우리 길드의 영향력이 적었을 때라 그저 그 사실을 쓸 때를 기다렸다
“이거... 지금 써먹으면 될 것 같은데요?
우리는 그 길로 부 길드장님을 찾아갔다
“그러네. 나도 까먹고 있었어. 그런데 이걸 써서 어떻게 하게?
우리 일행은 민정 씨와 준석 씨를 쳐다봤고 준석 씨는 민정 씨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민정 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새끼는 거세시켜버리고 싶고 그 년은 가슴을 잘라버리고 싶지만... 안 되겠죠?
부 길드장님도 우리 일행도 그녀가 그렇게 끔찍한 말을 할 줄은 몰라서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부 길드장님이 말했다
“당연히 그런 비 인도적인 방법은 조금 그렇지. 기껏해야 길드에서 쫓겨날 뿐일 거야.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우리 일행도 부 길드장님도 김호현의 행방은 모르고 있다
민정 씨는 그럼 됐다고 말하며 털레털레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우린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급히 그녀를 따라 나가서 말을 걸었다
“그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만... 이건 민정 씨만 알아두셔야 합니다. 제 비밀을 밝히는 거니깐요.
민정 씨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복수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떡하면 되죠?
나는 민정 씨의 눈에서 독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모습에 흠칫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