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괴이의 주인 65
“리암 헌터는 혼자서 SS급 던전도 공략할 수 있는 실력자인데 그런 헌터를 저렇게 갖고 놀고 있다고?
“저 사람... 아니 저 괴수는 어디서 나온 거지?
“하반신은 거미 상반신은 인간인 괴수는 들은 적이 없어.
“게다가 지금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야. 그리고 이뻐
하지만 관중들은 그저 그녀의 힘과 외모에만 관심 있었다
나는 샬롯이 리암 씨를 무시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이었다
샬롯은 나를 보며 마치 이제 끝내도 되냐고 묻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생각을 전했다
그제 서야 샬롯은 차가운 표정을 웃는 표정으로 바꿨다
리암 씨는 샬롯이 웃는 모습을 보고 더욱 긴장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자 활을 없애고 품에서 단검보다는 조금 더 긴 칼을 꺼내더니 그 칼에 바람의 능력을 담았다
시현 누나는 저 칼은 속성 능력자의 능력을 담을 수 있는 아티팩트라고 한다
리암 씨의 능력을 담은 저 칼은 엄청난 절삭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는 칼에 능력을 담은 동시에 자신의 발에 집중적으로 마나를 투자했다. 그렇게 달려나가는 그의 속도는 이리의 전속력 못지않았다
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샬롯에게 달려갔지만 샬롯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리암 씨는 그 모습을 보고도 전혀 방심하지 않고 달려가 칼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샬롯의 눈앞에서 갑자기 그는 중심을 잃더니 쓰러졌다. 샬롯의 품으로 쓰러지려는 걸 샬롯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쓰러지는 그의 목을 잡아 들었다
“샬롯!
나는 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샬롯은 혀를 차더니 손을 놓았다
자세히 보니 리암 씨의 발과 그의 칼에 거미줄이 감겨있었고 발에서 느껴지고 있는 마나는 억제되고 있었고 그의 칼은 이미 능력이 전부 흩어져 사라져있었다
나조차도 샬롯의 힘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압도적으로 그를 이길 줄은 몰랐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났는데도 쥐죽은 듯 조용히 있다가 한 10초 뒤에 소리를 지르셨다
“그 리암 헌터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다니.
“이제 우리 길드도 세계권으로 가는 건가?
“가디언즈 길드가 왜 갑자기 우리 길드랑 동맹을 맺나 싶었더니 설시우 헌터 때문이었군.
“난 처음으로 괴수한테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우리 별비 길드원들은 그저 내가 이긴 것에 순수히 기뻐하셨지만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달랐다
“어이가 없군. 리암 헌터가 친선전에서 지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알렉산더 님도 저렇게 아이 다루듯 이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제임스 님과 벨라 씨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 그리 놀라시지 않으셨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그 윌리엄 씨나 올리버 씨도 저렇게 무기력하게 리암 씨가 질 줄 몰랐던 것 같았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만...
“벨라. 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네가 이런 행사에 끼지 않을 리가 없었는데 말이야.
벨라 씨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셨다
나는 경기장으로 내려가 샬롯에게 다가갔다. 이걸 칭찬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샬롯은 환히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어떤가요? 상대가 약한 존재라 제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샬롯의 지금의 웃음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샬롯은 버림받기 싫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그래. 멋있었어.
나는 그저 담백하게 말하며 그녀를 칭찬했다. 샬롯의 웃음이 더욱 깊어질 때 리암 씨가 다가오셨다
“오랜만이군요. 이런 무력감은. 알렉산더 님과 싸울 때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알렉산더 님이 저 여성에게 싸움을 건 건 알고 있었기에 진지하게 임했습니다만 뭔가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져버렸네요.
다행히 리암 씨는 이미 알렉산더 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온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뜬금없이 왜 대결을 신청하시나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다
나는 리암 씨의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했지만 다행이었다. 하지만 뒤로 돌아 제임스 님이 기다리고 계신 관중석으로 돌아가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뭔가 처량해 보였다면 착각일까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내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우리는 대결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축구 경기장을 빌려서 친선전을 치렀음에도 그 어떤 찌라시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별비 길드와 가디언즈 길드에서 엄청난 유명인이 되어있었고 김대식 의원은 그 이후로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 일행은 전원 친목을 다지기 위해 아침마다 조깅을 다녔고 그때마다 나는 유명인사였다. 정확히는 내 아이들이 유명인사였지만
샬롯은 그 이후로 다시 베타의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만들고 있었고 처음에 만들었던 큰 거미고치는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깅하다가 마주친 길드원들은 다들 샬롯이 어딨는지 물었으며 나는 그냥 얼버무렸다. 제임스 님과 같은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우린 일주일에 한 번씩 S급 던전을 갔다. 준석 씨나 민정 씨가 우리가 있기에 SS급 던전을 가는 거 아니냐면서 자책을 하고 계셨기에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오히려 두 분이 계시기에 S급 던전도 갈 수 있는 거라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를 집중적으로 지키는 아이는 시리 하나뿐이었지만 지금 시리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시리가 가면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져 혹시나 내가 던전에 데리고 들어갔을 때 자칫하면 크게 다칠까 봐 베타의 몸 안에 두었다. 시리는 언제나 내게서 떨어지기 싫어했는데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시리는 어느 순간부터 마석도 먹지 않은 채 쥐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런 시리가 걱정돼 매일같이 베타의 몸 안에 들어가 시리를 확인했고 정확히 한 달이 되던 때 시리의 움직임이 아예 멈춰버렸다
나는 깜짝 놀라 시리를 건드렸지만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심장이 덜컹했을 때 샬롯이 내게 오더니 말했다
“그건 그 아이의 껍질이에요.
“... 껍질?
“우리 거미도 진화할 때 탈피합니다. 아마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네요. 탈피에서 깨어나더니 갑자기 세계수를 뜯어 먹으려 하길래 제가 말렸어요. 지금 세계수를 똘똘 말고 있어 세계수가 곤란해하니깐 빨리 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시리가 아픈 것 같았던 게 탈피를 위함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리가 세계수를 똘똘 말고 있다고? 나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세계수에게 달려갔다
애초에 세계수는 베타의 몸 어디에 있어도 높게 솟아있어 세계수를 쳐다보는데 세계수의 몸 한가운데에 검은색 띠 같은데 둘러있었다
세계수에게 가까이 다가갔더니 엔트가 아닌 거의 4미터는 돼 보이는 매로 변해 검은 띠 근처를 빙빙 돌아다니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세계수가 나를 발견해 하늘에서 내려왔다
“저 아이좀 어떻게 해 줘요. 갑자기 나를 뜯어먹으려 하더니 이제는 제게서 나오는 마나를 혼자 다 빨아먹고 있어요.
그 검은 띠의 정체는 예상했지만 시리였다. 그런데 세계수의 둘레는 언뜻 봐도 장난 아니게 큰데 저걸 둘러싸고 있다고
시리는 그제 서야 나를 보고 세계수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얼굴의 가로 길이만 봐도 엘리의 두 배는 돼 보였다. 그때 샬롯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탈피를 하고 나왔을 때는 저렇게 크지 않았어요. 근데 세계수의 마나를 계속 빨아먹더니 점점 커지더라고요. 가만 내버려 뒀더니 저렇게 커졌어요.
시리의 세로 길이는 베타와 같이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시리야... 이젠 내 몸에 붙어있지 못하겠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시리는 크기를 점점 줄이더니 전과 같이 4~5미터 크기로 줄어들었고 다시 내 몸에 달라붙었다
“내 아이 중 네가 가장 어리광이 많을 거야.
다른 아이들도 내 품을 좋아하지만 유독 시리가 제일 좋아한다
나는 시리가 무사한지 봤으니 미안하지만 미뤄뒀던 세계수와 샬롯의 안부를 물었다
세계수는 괜찮다고 말했고 나는 이 속에 아무것도 없으니 심심하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세계수는 나무에게 뭘 바라냐고 말했기에 나는 아하..
샬롯은 한 달 동안 처음 만들었던 거미고치를 제외하고 3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물론 그녀가 마나를 최대한 써서 아이를 만들기 때문에 마나의 순수 양이 높은 그녀는 마나를 다시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리고 처음 만든 아이는 한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태어나고 있지 않다. 샬롯도 대부분 10일 이내에 태어난다고 했는데 다른 거미고치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거 보면 뭔가 다른 아이가 태어나겠지
샬롯은 매일 같이 베타의 몸 안에 있는 게 심심하다며 칭얼댔다. 나도 그게 걱정돼서 세계수에게 물었던 것이었으니 샬롯을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마침 오늘 가족을 보러 가기로 했으니 샬롯도 같이 가기로 했다. 샬롯은 잠깐 거부감을 보이다가 심호흡을 하더니 알겠다고 말했다
“주인의 가족이라... 무섭네요.
“응...? 내 가족이 왜 무서워?
나는 그녀가 거부감을 보이기까지 해서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진 않겠지만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했다
“주인을 등에 업고 우리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물론 우리는 주인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죠. 그렇다고 가족을 죽이면 우리는 주인에게...
“됐어. 미안하다. 안 좋은 생각을 들게 해서.
도대체 주인이란 작자들은 다 쓰레기밖에 없는 건가? 샬롯의 입에서 주인의 좋은 이야기가 들려온 적이 없네
“우리 가족은 그럴 리 없으니 걱정 마. 설령 그렇다고 하면 당장 내게 말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샬롯을 안정시켰고 나와 내 아이들만 가족을 만나러 갔다. 나는 동생 민아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었고 민아가 특별한 날 말고는 먹지 않던 술을 갑자기 먹고 싶다고 했다. 가족이 전부 모이는 자리에서 민아가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한 건 처음이었고 나는 왜 그런가 싶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허락하셨다
그래서 나는 뭔가 이상해 술집 전체를 빌려 가족을 그곳으로 불렀다
나는 샬롯과 함께 먼저 술집에 가서 음식을 시켰다
“이건 뭐에요?
샬롯은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술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나도 그랬지만 어머니 말고는 술을 전부 좋아하지 않았다
“마약과 같은 물질이야. 사실상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맛 없는 걸 왜 먹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나는 이미 헌터로 각성해서 평범한 소주 같은 거로는 취하지 않겠지. 아마 샬롯도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샬롯은 그 액체가 궁금해 마셨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걸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저는 전혀 아니더군요.
샬롯이 과연 언제 이런 걸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취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때 가족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가족은 기분이 좋은 듯 싫은 듯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술집 안으로 들어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