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괴이의 주인 64
그래서 나는 속도를 따라잡는 방식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난 오로지 공격을 하지 않고 도망가기만 할 테니 나를 잡아보게.
그렇게 말씀하시고 경기장의 반대쪽으로 걸어가셨다
나는 이리를 한쪽에서 대기 시키고 경기장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관중들에게 마나를 이용해 목소리를 키워서 경기의 룰이 바뀐 것을 알려줬다
엘리와 윌리엄 씨의 싸움은 예고 없이 그냥 바로 시작됐지만, 이번엔 달랐다
경기장의 끝과 끝은 거리가 100미터 정도 돼 보였고 이리와 올리버 씨는 끝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중앙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대결을 시작합니다!
이런 거는 처음 해 봐서 뭔가 쑥스러웠지만, 그 느낌을 느끼기도 전에 바람이 나를 지나갔다
이리는 처음부터 능력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갔고 올리버 씨는 이리의 속도에 깜짝 놀라셨다. 올리버 씨는 달려오는 이리를 급히 피하며 앞으로 달려나갔지만 이리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점프해 벽을 박차고 다시 올리버 씨에게 달려갔다
나는 그 움직임에 놀랐지만, 올리버 씨만큼은 아니었다
올리버 씨는 그 모습을 보고 거의 기겁을 하시면서 도망가셨지만, 아무리 헌터라도 인간의 신체 조건상 늑대의 속도를 이겨낼 수 없었고 결국엔 1분도 안 돼서 이리에게 발목을 물리셨다
물론 이리에게 잡는 것이 목적이니 상처 내지 말라고 했었고 발목을 물리기만 하셨지 상처는 없으셨다
관중들은 싱겁게 끝난 경기였지만 그 결과에 다들 놀라셨지만 가디언즈 길드만큼은 아니었다
“올리버 헌터의 속도를 따라잡다니.
“저게 정녕 한 사람의 괴수들인가?
“1인 군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겠군.
나는 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앞에서 인정받는 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지 몰랐다
이게 부모님의 마음인가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올리버 씨는 다시 한번 대결을 신청하셨다
“미안하지만 나도 윌리엄과 같이 평범한 대결을 하고 싶네.
나도 딱히 거부할 맘은 없었다. 사실상 훈련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매우 값진 훈련
그렇게 이리와 올리버 씨의 재대결이 시작되었다
올리버 씨는 진심으로 대결에 응했고 이리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올리버 씨는 로브로 된 아티팩트와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고 나오셨다
올리버 씨의 무기는 활과 짧은 단검이었고 물론 두 무기 다 아티팩트였다
분명 그는 화살이 없었지만,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기니 파란색 마나로 된 화살이 생겨났다. 그는 화살을 쏘며 이리를 견제할 속셈이었던 것 같은데 그 화살 하나하나가 운동장 바닥의 구멍을 만들었다
게다가 속도도 무슨 총을 쏜 것처럼 날아갔고 그 위력이 너무 강해 이리가 맞으면 어쩌지 생각했지만 이리는 절대 그 화살을 맞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버 씨는 화살을 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으며 이리도 함부로 근접할 수가 없었다
이리는 열심히 요리조리 피하다가 이래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무껍질을 두른 채 달려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올리버 씨는 한 발씩 화살을 날리다가 갑자기 3발로 늘리셨다
이리는 갑자기 날라오는 화살이 늘어나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멈출 순 없었는지 계속 달려나갔다. 올리버 씨의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리의 나무껍질을 뚫고 몸에 화살 두 발 박혀 있었다
이리가 상처 입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나는 가슴이 아팠지만, 꾹 참고 경기를 지켜봤다
올리버 씨는 이리가 다가오자 활을 집어넣고 단검을 꺼내셨다. 활을 집어넣으니 이리의 몸에 박혀 있던 화살도 사라졌지만,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올리버 씨가 꺼낸 단검은 길이가 평범한 주방 식칼보다 조금 짧았다. 그는 단검을 양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바꿔 잡았더니 단검이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올리버 씨는 개 과 괴수를 많이 상대해 보셨는지 발을 들어 올리고 목을 젖히는 등 이리의 공격을 아슬아슬 하지만 가볍게 피하고 계셨다
이리는 언제나 괴수들의 목을 노려, 한 번에 절명 시켰지만 그게 통하지 않자 기동력을 저하하는 목적으로 발을 노렸다. 하지만 올리버 씨는 그것조차 예상해 무릎만 살짝 접어 이리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이리의 등에 칼을 내리꽂았다
이리도 그걸 예상했는지 이미 발을 공격할 때 능력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갔고 통하지 않자 그 속도 그대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둘이 거리가 조금 벌어져서 대치 상황이 되자 올리버 씨는 갑자기 양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집어 던졌다
그 속도도 빨랐지만, 화살조차 피하던 이리에게는 통하지 않았고 살짝 오른쪽으로 뛰어 피한 뒤 무기를 버린 그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어느새 보니 그의 손에는 단검이 여전히 있었고 단검을 이미 던진 상태였다
이리는 두 개의 단검만 피했고 그 뒤에 오는 단검을 피하지 못했다. 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이리의 발목을 스쳤다. 이미 몸에서 피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 불리했는데 기동성마저 저하되었다
관중들도 일행도 올리버 씨도 그리고 나도 아쉽지만, 이리가 진 것 같은 상황이라 대결을 중단시키러 나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시현 누나가 말렸다
“아직 안 끝났어.
그렇게 말씀하시며 턱짓으로 경기장을 가리켰고 잠시 누나를 보던 내 시선은 다시 경기장을 향했다
이리의 몸은 애초에 회색과 검은색이 공존하는 색이었는데 점점 까매지더니 이리의 몸은 해가 한창인데도 빛도 들지 않았다. 그럼 과 동시에 몸이 점점 커지더니 평소의 크기보다 두 배는 큰 4~5 미터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이리의 눈에는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으며 몸은 연기처럼 넘실거렸다
올리버 씨는 그 모습에 긴장하고 다시 거리를 벌리며 단검을 날렸다
하지만 단검은 이리의 몸을 통과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올리버 씨는 눈을 크게 뜨셨다. 하지만 바로 평정을 되찾고 활을 다시 꺼내 전보다 훨씬 큰 화살을 만들어 날렸지만 똑같이 이리의 몸을 통과했다
그때 나는 이리의 눈빛을 통해 살심을 읽었다
나도 모르겠지만 어째선가 이리의 마음이 읽혔고 나는 급히 이리를 불렀다
“이리!
“항복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올리버 씨가 항복하셨다
그가 이리의 눈빛을 읽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었다
나는 급히 경기장으로 내려가 이리를 진정시켰고 이내 본래의 몸으로 돌아온 이리였다
올리버 씨는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진정된 이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셨다
“나를 봐줬다는 게 괘씸했지만... 대단했다.
그 말을 남기고 올리버 씨는 돌아서 관중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리암 씨에게 가셨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그렇게 말씀하시고 벨라 씨와 어느새 치료하시고 온 윌리엄 씨의 옆에 앉아서 같이 구경할 준비를 하셨다
나도 이리를 데리고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누나. 누나는 이리의 힘을 어떻게 아신 거죠?
누나는 이리의 힘이 거기까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네가 김호현에게 납치됐을 때. 이리가 난리 쳤을 때 저 모습이었어. 저 정도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 그렇네요. 제가 힘겹게 막아섰었죠.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준석 씨가 누나의 말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리가 난리 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모습으로 변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이리가 힘을 숨겼다기보단 저 힘을 사용할 순간이 없어서 보여주지 않았던 거겠지
나는 그저 이리가 올리버 씨를 이긴 것이 장해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올리버 헌터가 졌다고...?
“확실히 마지막에 그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어.
“말도 안 되는군.
또 한 번 관중은 떠들썩했고 구경 오신 가디언즈 길드원분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이미 저 괴수 두 마리로도 SS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문제는 또 한 마리의 괴수가 있다는 거지?
“내 후년 SSS급 테이머 자리는 떼 놓은 당상이겠군.
나는 이 모습을 가족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별비 길드와 가디언즈 길드의 친목을 다지는 경기라고 봐도 무방했기에 설령 가족이라도 알릴 순 없었다. 가디언즈 길드원이 2명 밖에 없지만, 따로 이 경기를 녹화한 다음 길드원들에게 알린다고 한다
영상은 영원히 남기에 내 아이들이 더욱 뿌듯했지만, 다음에 대결할 리암 씨가 걱정이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했기에 뿌듯했지만 샬롯은 사실상 완성된 상태였다
그래서 일부로 나는 샬롯에게 최대한 비등하게 싸워달라고 요청했다
자칫하면 리암 씨가 망신살 당할지도 몰랐으니깐
리암 씨도 앞선 경기를 봤기에 전혀 방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결에 임하셨다
샬롯은 아라크네의 형태가 아닌 인간의 형태로 대결에 나왔다
대결을 보고 있는 관중들은 인간이 나왔기에 의문을 표하는 대신 내게 혐오감을 내비쳤다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 SSS급 테이머가 다른 3 종족을 테이밍 했기에 나도 그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다
나는 급히 샬롯에게 생각을 전해 괴수의 형태로 변하라 말했고 샬롯은 아라크네의 형태로 변했다
그제 서야 관중들이 이해했고 샬롯은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다
그녀는 어느 샌가부터 거미의 형태를 변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거미의 형태일 때 그녀가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왜 그런가 싶어 샬롯에게 물어봤지만, 주인의 형태와 달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저 자신의 욕심일 뿐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결을 인간의 형태로 해도 되나 싶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샬롯은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도 믿어달라고 칭얼거려 나는 알았다고 말했다
둘의 대결은 시작됐고 리암 씨는 올리버 씨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계셨지만, 그에겐 무기가 없었다. 리암 씨는 너무나 여유로운 표정을 하는 샬롯에게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샬롯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지만 바람의 칼날은 사라졌다. 리암 씨는 살짝 놀라셨지만 예상했다는 듯이 바람의 칼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샬롯에게 날렸다
이번에는 샬롯은 검지를 살짝 움직였고 이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진 바람의 칼날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리암 씨는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바람을 사용해 활을 만들어 냈다
능력을 그런 상태로 사용한다는 게 대단했지만 샬롯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다
나는 왜 굳이 활을 만들었나 싶었지만, 시현 누나가 대신 말씀해 주셨다
“사람이 야구공을 던질 때 속도가 빠르면 150~160km 정도지? 근데 화살의 속도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00km는 가볍게 넘어갈 거야. 하지만 리암 헌터는 활을 직접 만들어 냈지. 물론 나도 활의 형태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저렇게 능력을 담아서 쏠 수는 없어. 아마 리암 헌터는 실제로도 활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리암 씨는 화살을 쏘아냈지만 샬롯은 아무렇지도 않게 날라오는 화살을 한 손으로 잡더니 그 화살을 부숴버렸다
비등하게 싸워달라고 말했더니 일부로 공격은 하지 않고 그저 공격을 막아내고만 있었다
그 방식은 나쁘지 않았건만 문제는 막아내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그녀의 모습은 퍼포먼스나 다름없었다
제임스 님은 알렉산더 님이 그녀에게 대결을 요청한 것을 알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다른 관중들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