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괴이의 주인 60
나는 제임스 님의 연락처로 급히 연락을 넣었다
알렉산더 님에게 내일 대결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그리고 내일 할 말이 있다고
일행들이 돌아갔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샬롯은 지쳐 쓰러져있었고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치가 있었다
언뜻 봐도 샬롯의 본 모습의 크기와 비슷했다
“괜찮아?
샬롯은 나를 보더니 급히 일어나려 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다시 샬롯을 눕히고 다시 물었다
“처음으로 탈진하기 직전까지 마나를 사용해 봤네요. 저 정도 크기의 고치는 저도 처음 만들어 봐요. 과연 어떤 아이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샬롯은 그 고치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리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갔다
전부터 이리는 베타의 몸속이 맘에 들었는지 여기저기 뛰어다녔으며 시리와 엘리는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리가 달려가는 방향을 바라봤더니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늘로 솟은 나무가 있었다
정확히는 그 나무를 뱉고 있는 베타가 보였다
나와 살롯은 그 모습을 보고 벙쪄있었다
“어... 베타야? 그게 뭐야?
그 나무는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뭔가 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런 베타를 보고 있었는데 베타의 겉모습이 조금 바뀌어있는 것 같았다
베타는 평범한 고래와 같은 몸이었는데 그 몸이 조금 길어진 것 같았다
기분 탓 이거니 하고 베타에게 물어봤지만 샬롯이 대신 대답했다
“그... 이건 엘프들의 세계수입니다. 엘프들의 세계에서는 신적으로 모셔지고 있을텐데... 왜 저걸?
베타는 그저 샬롯과 고치를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사라졌다
쟤는 어디서 뭘 하고 다니나 생각했는데 큰 사고 친 것 같은데 이걸 어쩌지
“어... 세계수의 근처에 있으면 마나 회복에 도움이 돼서 가져온 것 같은데...
샬롯이 그렇게 말했다. 베타는 그저 샬롯을 생각해서 가져온 것 같은데 아니 세계수를 그냥 멋대로 가져와도 되는 건가
...그럴리 없겠지. 뭐... 어차피 우리만 조용히 하면 모르는 거 아닌가
그냥 조용히 있자
그저 이리는 좋다고 세계수의 근처를 빙빙 돌고 있었고 샬롯은 그런 이리가 귀여운지 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빙빙 돌고 있는 이리를 잡는 존재가 있었다
이리를 잡은 것은 나무줄기였으며, 이리는 잡혀있음에도 그냥 멀뚱멀뚱 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된 세계수는 자의를 가진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네요.
응? 그러면 멋대로 베타가 데려온 건데 화가 나지 않았을까
나는 이리에게 해를 가할까 무서워 샬롯에게 구해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나무줄기가 이리를 내려놓더니 그 앞에서 나뭇잎이 휘날리더니 전에 보았던 엔트와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갑자기 레비아탄이 저를 어디론가 데려가길래 확인해보니 괴이의 주인께서 계셨군요.
그 존재는 세계수인 것 같았으며 베타를 알고 있었고 괴이의 주인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보고 생각한 거는 조금 달랐다
“그... 혹시 베타가 데려온 게 허락을 받은 건가요?
샬롯은 세계수가 엘프들에게 신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금 엔트로 변한 거 보면 그냥 크기만 한 나무뿐이 아니라 그만한 힘도 있겠지
엔트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웃는 듯한 엔트라 표정은 안 보이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이 주인을 자각했음에도 이렇게 공손한 주인은 처음 보네요. 저는 너무 늙어서 새로운 세계수로 교체되는 상황이라 괜찮습니다. 그런데... 베타라. 혹시 레비아탄에게 이름을 지어주신 건가요?
나는 엔트가 말하는 모습이 신기했지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보아하니 주인으로서 자각 한지 별로 안 된 것 같군요. 레비아탄이 무슨 꾀를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함부로 주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의 세계도 당신의 세계도 망가진 이유가 바로 당신의 아이들 때문입니다.
세계수는 샬롯이 내게 알려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샬롯은 세계수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베타가 꾀는커녕 자신이 꾀를 부렸기에
“알고 있습니다. 샬롯에게 다 들었기에.
세계수는 샬롯이란 말에 내 옆에 있는 샬롯과 멀뚱멀뚱 서 있는 이리를 쳐다봤다
“레비아탄은 물론이고 다른 괴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셨군요. 제가 주인에게 함부로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이상 괴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마세요.
세계수가 하는 말은 마치 내가 잘못한 거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혼나고 있었으니
게다가 나를 거슬리게 하는 말은 마치 내가 이름을 준 괴이가 사고를 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저 말투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이 격하게 나갔다
“그쪽이 뭔데 제 아이들을 폄하합니까? 제가 사고 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줬나요? 그저 나를 믿고 따르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줬을 뿐인데 그쪽이 뭔데 제 아이들을 평가합니까? 세계수는 뭐 예언의 능력이라도 가졌나 보죠?
내가 과민하게 반응하니 세계수와 샬롯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래왔다. 내가 욕먹는 것보다 내 가족이 욕먹는 거를 매우 싫어했으며 지금의 내 아이들도 나의 가족이었다
샬롯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세계수가 분노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내가 화를 냄과 동시에 베타가 나타났다
하지만 베타의 모습은 내가 알던 베타가 아니었다
베타는 하늘에서 나타났지만 오그렌님이 알려주신 세계를 삼키는 고래라는 이명에 걸맞게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세계수의 모습도 눈에 담기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그런 세계수조차도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는 크기였다
베타는 그렇게 큰 모습으로 나타나 그저 세계수를 한번 쳐다보더니 나를 다시 쳐다봤다
베타의 눈동자조차도 샬롯의 본모습보다 큰 것 같아 그 눈알이 움직이는 게 기괴했지만 나는 그 모습이 마치 세계수를 어떻게 할까, 라는 눈빛으로 전해졌다
“말도... 안 돼.
세계수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으며 샬롯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세계수를 죽일 순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기분 조금 나빴다고 함부로 사람 죽이면 그게 사이코패스지 뭔가
“우선 베타야. 그만 돌아가.
베타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그 큰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저렇게 순간이동 하는 것도 아마 베타의 능력이겠지
“우선 죄송합니다. 제가 민감하게 반응했네요. 하지만 제 앞에서 제 아이를 욕하는 짓은 하지 마세요. 물론 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결국엔 세계수를 설득했다
사실 설득할 것도 없었던 것이 세계수는 그저 내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을 뿐
그렇게 다음 날 나는 일행들을 불러 제임스 님과 알렉산더 님을 만나러 찾아갔다
근데 제임스 님과 알렉산더 님 말고도 뜻밖의 손님이 있었다
“당신들이 저희를 구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알렉산더 님의 아드님과 그의 파티원이었다
나는 우리의 말을 믿는 사람에게만 말하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가 구해줬으니 우리의 말을 믿어 줄 거라 믿는다
나는 샬롯에게 들은 이야기를 이곳에 있는 전원에게 해주었다. 물론 세계수에 대한 얘기는 빼고
하지만 당연히 허무맹랑한 얘기라 우리 일행을 빼고 전원 회의적이었다
그들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였고 세계 1위 길드의 길드 장이었으며 그 길드의 최정예 파티였다
만약 샬롯이 알렉산더 님과 싸워서 힘을 증명했다면 어느 정도 내 말을 믿어주셨을까
하지만 그들이 믿지 않는 이유는 달리 있었다
“샬롯이란 자도 결국엔 괴수 아닌가. 게다가 그는 이미 그대를 속인 전적이 있지. 그들 처지에서는 우리가 괴수라고 했으니 우리에게 악감정이 있을 수 있겠지.
결국엔 괴수라 믿지 못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아이가 저를 속여서 얻을 이득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샬롯이 나를 속여서 얻을 이득이 보이지 않았다
얻을 이득이라곤 이름이었겠지만 이미 이름을 받았으니 그녀는 그 길로 작정하고 은거를 택했다면 내가 찾을 방법은 없겠지
그리고... 나도 깜짝 놀랐지만 이미 베타의 힘을 보았으니 배신하긴 어렵겠지
물론 나는 베타의 힘을 정확히 몰랐지만, 세계수와 샬롯이 놀란 거 보면 강하겠지 뭐
이들이 베타도 나를 배신하면 어쩌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지만
원래는 알렉산더 님과 제임스 님에게만 알리려 했지만, 알렉스 헌터는 우리에게 빚도 있으니 나쁘지 않겠지
나는 일행들에게 알려도 괜찮을까, 라는 눈빛을 보냈고 일행도 저분들이라면 괜찮을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일행도 베타의 몸 안에 세계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지
나는 그렇게 베타의 힘을 알리려 할 때 문밖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밖에서 들어온 건 가디언즈 길드원이었다
“던전이 재생성 되었습니다.
그 말에 문뜩 생각난 게 있었다
샬롯의 아이가 만약 재생성 된 거라면 나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세력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
게다가 던전은 매우 넓어서 거미 아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힘은 이미 우리가 겪었으니..
“우선 던전으로 갈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던전을 최대한 빠르게 가서 아이들을 구출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일행만 던전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제임스 님과 알렉산더 님, 그리고 알렉스 헌터의 파티 전원이 우릴 따라왔다
“자네도 던전에 따라와도 괜찮은가? 헌터도 아니잖나.
나는 알렉산더 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일행이 덤덤한 걸 보니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나보다
제임스 님은 헌터조차 아닌 일반인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 1위 길드를 운영하고 계시다니. 대단하시네
“자네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그리고 자네가 믿는 설시우 헌터의 힘을 나도 좀 봐야 알겠네.
원래라면 짐꾼이 아닌 일반인이 던전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지만 뭐... 세계 1위 길드장님이 하겠다는데 어떤 간 큰사람이 말리겠는가
나는 베타 안에 있는 샬롯을 불러들이고 다 같이 던전에 들어갔다
전과 같이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맞이하는 건 땅속에 숨어있는 거미
샬롯은 인간 형태에서 아라크네의 형태로 돌아가 그 아이를 불렀지만, 거미는 요지부동이었다
샬롯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갔지만, 그 거미는 갑자기 샬롯을 납치해갔다
하지만 이내 샬롯이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이미 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샬롯이 그 거미를 질질 끌고 나왔다
“하지만 알아낸 게 있습니다. 던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위화감이 들었는데 제 아이에게서 천사의 힘이 느껴집니다.
“천사?
일행은 샬롯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내가 천사라는 말에 알렉산더 님과 제임스 님은 깜짝 놀랐다
“자네가 천사를 어떻게 알지?
하지만 오히려 그 반응에 내가 더 놀랐다
알렉산더 님은 분명하게 화를 내고 계셨다
그의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그의 감정이 느껴졌다
알렉스 헌터도 꽤 나 무서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우리 일행은 왜 그런지 몰랐지만, 그들에게서 명백한 적의가 느껴졌다
제임스 님이 우선 알렉산더 님들을 진정시키고 내게 말했다
“자네가 천사를 어떻게 알고 있나 설명을 해줘야 할 거야. 자세한 건 말해주기 어렵지만... 알렉산더의 아내. 그 아내가 천사에 의해 죽었다.
그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