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59화 (59/164)

#59. 괴이의 주인 58

샬롯이 앞으로 나설 때 나는 걱정됐다

물론 그녀가 강한 건 나도 알고 있지만, 앞에 있는 남성은 S급 헌터도 가볍게 무력화시킨 선택받은 자

게다가 마나가 담긴 총알을 쓰는 집단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양산형이라고 하니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총은 총이다

어린아이도 총을 쏜다면 성인을 죽일 수 있는데 마나를 담은 총알은 어떻겠는가

“뭐야? 이 년은.

삼류 양아치 같은 대사를 내뱉은 괴한들이었지만 은발의 선택받은 자는 달랐다

“총을 쏴! 당장!

“예?

하지만 오히려 그의 당황한 모습에 총을 든 사람들도 당황했다

샬롯은 유유히 괴한들 사이로 들어가더니 양손을 들어 검지만 까딱했다

그 사이에 괴한들이 정신 차리고 총을 쏘려고 했지만, 총이 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들의 손이 잘려나갔다

“주인께서 걱정하는 게 이거인 거 같아서 잘랐어요~

괴한들의 양손만 뚝 떨어졌으며 피는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이 은행에는 일반인들도 있어서 꺄악!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샬롯을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무슨 짓을 한 거지?

준석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샬롯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건 시현 누나도, 심지어 설아까지도 그 모습을 정확히 보지 못햇다

그사이에 선택받은 자는 샬롯을 향해 검은 쇠사슬을 보냈다

우리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쇠사슬은 레비아탄을 가둔 검은 쇠사슬과 똑같아 보였다

“샬롯! 죽이지 말고 잡아!

그와 동시에 괴한들 전원에 목에서 일자로 된 핏방울이 생겼고 샬롯의 몸에 검은 쇠사슬이 감겼다

“아쉽네. 주인께 힘을 보여드리려 했는데.

하지만 샬롯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쇠사슬을 풀어냈으며 내 옆에 있던 이리가 저 남자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괴한 전원이 갑자기 은행 천장으로 올라갔다

전에 보았던 거미 고치로 얼굴만 빼고 전원 묶여 있었다. 물론 선택받은 자도 마찬가지. 다행히 목의 실선만 가해지고 죽진 않았다

그 모습을 멍히 보고 있던 S급 정령을 다루는 가디언즈 길드원이 샬롯에게 다가갔다

“대단합니다! 이 건은 저희 길드에서 보상을 해주실 겁니다. 이미 길드에게 연락은 해 뒀으니 사람이 올 겁니다. 제 이름은 조니라고 합니다. 가디언즈 길드에서 유명하다고 할 수 있죠.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길드원 남자는 샬롯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확실히 지금의 샬롯은 옷차림새부터가 남자를 유혹하는 옷이긴 하다

하지만 샬롯은 싸늘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다가 휙 뒤돌아서 내게 다가왔다

나는 저 말을 듣고 준석 씨에게 물어봤다

“조니라는 헌터 아세요?

준석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헌터로 어느 정도 유명하다고 말하면 말할 수 있겠죠. 다른 길드로 간다면 대접받을 수준이지만 가디언즈 길드에서의 입지는 잘 모르겠네요.

오. 그래도 유명하긴 한가 보다

샬롯은 내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보란 듯이 팔짱을 꼈다

왠지 모르겠지만 샬롯은 우리 일행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취한 것 같은데 문제는 시현 누나와 설아가 그 모습을 보고 발끈했다

발끈한 건 좋았는데 문제는 해결 방식이었다

샬롯이 오른팔에 팔짱을 꼈더니 설아가 왼쪽 팔에 팔짱을 꼈고 시현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눈 딱 감고 앞에서 나를 껴안았다

그 모습에 민정 씨는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뒤에서 껴안았고

준석 씨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오히려 앞에 조니라는 남성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저기... 대화는 해야 하지 않겠나요.

샬롯은 웃으며 내 팔을 놓았고 설아와 시현 누나는 아쉬워하며 내게서 떨어졌다

민정 씨도 꺄르르 웃으며 나를 풀어주셨다

그러면서 당연하게도 다들 내 뒤로 오면서 내가 앞에 나오게 됐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느 길드에서 오신 건가요?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계신 헌터는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만 뒤에 여성분은 제가 처음 봐서요.

“저희는 별비 길드에서 왔습니다. 이번에 알렉산더 님이 초청해 주셔서요.

여담으로 나는 가디언즈 길드에서 통역이 되는 아티팩트를 받았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잘 된다

“예? 알렉산더 님이요? 별비 길드도 어디 길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의심하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준석 씨가 그 말에 어이없어하며 나서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의 손님이 맞네.

은행의 문으로 들어오고 계신 분은 알렉산더 님과 제임스 님이었다

“미안하군. 우리 길드 내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나온 걸 사과하겠네.

그렇게 말씀하시며 알렉산더 님이 고개를 살짝 숙이셨다

물론 90도로 숙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것만 보고도 은행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 알렉산더 님이 고개를 숙이셨다고?

“심지어 제임스 님도 함께 있어!

제임스 님도 알렉산더 님과 함께 살짝 고개를 숙이셨고 오히려 그 모습은 우리가 당황스러웠다

“아뇨 괜찮습니다. 대신 저 은발의 남성은 저희가 잠시 심문해도 될까요?

제임스 님은 고개를 드셔서 천장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내가 가리킨 은발의 남성또한 보았다

“선택받은 자인가?

“네 맞습니다. 알아볼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참고로 저 남자를 제외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내버려 두면 과다출혈로 죽을 겁니다.

제임스 님은 내 말을 들은 즉시 길드원들에게 명령했고 어느새 수십 명이 뒤에서 나타나 은행을 정리하고 샬롯이 잡은 헌터를 가져가려 했다

“길드장 님. 이게 무슨 소재인지 모르겠는데 제거가 안 됩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샬롯에게 말했다

“저거 풀어줄 수 있어? 저 은발 남성은 묶은 채 내려주고.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며 괴한들을 천장에서 떨어뜨렸다

알렉산더 님은 그런 샬롯과 거미줄을 유심히 쳐다보고 계셨다

은발 남성을 제외한 모든 괴한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절했지만 은발의 남성만은 샬롯을 쳐다보고 있었다

“넌 도대체 뭐지? 너에게서 나의 신과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 말에 나는 샬롯을 쳐다봤다

“레비아탄을 가둔 검은 쇠사슬. 그걸 다루는 자도 레비아탄과 같은 강력한 괴이입니다. 하지만 그자도 레비아탄과 마찬가지로 함부로 타인에게 힘을 양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작정한 것 같습니다.

샬롯은 내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하지만 존댓말을 할 때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선택받은 자에게 힘을 주는 자가 괴이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작정했다는 거지?

“주인을 배신한 겁니다.

...뭐

그때 은발의 남성의 눈이 검게 변하더니 말을 걸어왔다

“쉴롭 자네인가?

은발 남성의 분위기가 변했다. 하지만 내게는 뭔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내 아이의 능력이 약해졌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는 쉴롭밖에 없을 텐데.

은발의 남성은 쉴롭을 알고 있고 여기 있다는 확신을 가진 채 말했고 샬롯은 그 말에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 글레이.

“어떻게 그 던전에서 나왔지. 분명 나오지 못하게 처리 해뒀을 텐데.

“누가? 네 조력자가?

“...

샬롯은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듯 말했다

우리 일행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지만 눈치껏 조용히 있었고 나도 마찬가지

“레비아탄이 도와줬나. 레비아탄이 최근에 내 능력에서 벗어났다.

“흐음... 그래서?

“우리에게 붙어라. 이미 레비아탄에 게이트에 대한 능력 분석이 끝났다. 칭공에 대한 준비는 끝났어.

“그랬다면 이미 이 세계가 끝났겠지. 허세는 작작 부려 글레이. 네가 원하는 게 뭐지.

은발의 남성, 아니 글레이란 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자유를 원한다. 우리를 오랜 세월 동안 주인이란 이유로 우리를 마음대로 다루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와 뜻을 같이하는 자를 모았다.

“정말 모은 거 맞아? 그럼 왜 나를 게이트에 가뒀지?

“... 그대가 뜻을 같이할지 모르니깐.

“지랄 마. 게이트를 나가지 못하게 만들고 협박을 통해 얻어냈겠지. 안 된다면 인간의 힘을 빌려 죽였을 테고. 아니야?

“...

“네가 어떻게 레비아탄의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그가 풀려난 이상 레비아탄을 따르는 자들에 의해 너는...

“어떻게 우리가 레비아탄의 힘을 사용하는 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나?

“...뭐?

“여기까지 하지. 자네 성격상 나와 이렇게 대화를 나눌 괴이가 아닌데 뭔가 있나 보군.

그렇게 말하며 은발의 남성은 눈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남성은 꺽꺽 소리를 내더니 이내 온몸에 피가 쏟아져 나오면서 죽었다

일행과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눈 지 전혀 몰랐지만 나와 샬롯은 아니었다

“글레이란 자의 능력이 검은 쇠사슬이야?

“네. 하지만 자신의 힘을 준 자에게 빙의하는 능력도 죽이는 능력도 없습니다. 그의 조력자가 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 같네요.

게이트로 인한 침공에 얽힌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일행들에게 미안하지만 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만 샬롯과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빼고 관광을 해도 좋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급하게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갔음에도 불안해서 베타에게 삼키라 말하고 나와 샬롯은 레비아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샬롯에게 가장 중요한 것부터 물었다

“글레이란 자도 얘기를 들어보면 괴이인 것 같은데 오랫동안 주인이란 자에게 핍박을 받은 것 같더군. 그런데 난 고작 괴이의 주인을 자각 한지 세달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너도 그렇고 글레이란 자도 그렇고. 나를 제외한 다른 괴이의 주인도 있는 건가?

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괴이의 주인이란 특성은 아예 처음 보는 특성이었지만 전 세계 어딘가에 나와 같은 특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샬롯의 말은 달랐다

“아닙니다. 모든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하지만 그 특성은 계승됩니다. 지금 주인께서도 알다시피 지구란 행성이 유일한 세계가 아닙니다. 그 모든 세계를 뒤져봐도 우리의 주인은 유일하죠. 우리는 그런 주인의 어떠한 명령이라도 따라왔습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의 부모님과 같은 존재니깐요. 저는 수백 년을 살아왔지만 레비아탄과 글레이는 수천 년을 살아왔습니다. 저도 많은 주인을 모셔왔는데 그들은 어떨까요. 주인이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가 주인이에요. 그 모든 주인이 다 착했을까요? 우리는 수많은 주인을 보았고 그중 쓰레기 같은 주인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괴이들은 애초에 태어나기를 주인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게 태어났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은거하는 괴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인이 착하든 나쁘든 아예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거죠.

그녀의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샬롯의 말과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건 얼추 알고 있었지만, 그 모든 세계에서 괴이의 주인은 유일했고 계승되는 존재였다니

그럼 샬롯과 같은 괴이들은 수많은 주인을 만나오면서 신물이 났다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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