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58화 (58/164)

#58. 괴이의 주인 57

“그러니까... 저 여자가 전에 보았던 그 딥따 큰 거미라고요?

샬롯은 손을 흔들며 민정 씨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샬롯입니다. 그녀도 엄연한 지성체이니 말을 조심해 주세요.

지금의 민정 씨는 별말씀 안 하셨지만, 혹시 모르니

물론 우리 일행들이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럼요. 근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리 피부가 이뻐요?

정작 민정 씨는 샬롯의 새하얀 피부를 만지며 말하고 있었다. 샬롯은 다른 사람이랑 대화가 안 되니 내가 대신 말했다

“그냥 인간으로 변했더니 이러던데요?

“와. 기만.

민정 씨도 내가 보기엔 헌터라 피부의 티가 없는데 왜 그러는 걸까

그 생각을 그대로 민정 씨에게 전했지만, 민정 씨는 전혀 아니라며, 말했다

“시우 씨. 고작 헌터가 됐다고 피부가 이뻐지면 화장품이 왜 팔리겠어요? 심지어 헌터 전용 화장품도 있답니다. 가격도 비싼데 한정품이라 불티나게 팔려요. 엘프가 직접 만드는 거라 신용도도 높다고요.

여자들은 왜 그렇게 피부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민정 씨도 던전에 가실 때 그런 걸 바르시는 겁니까?

“아뇨. 던전 가는데 그런 비싼 걸 왜 발라요.

“그럼 제가 본 민정 씨는 전부 바르지 않았다는 건데, 지금도 이쁘신데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민정 씨도 귀여운 얼굴이긴 했지만 이쁘신 건 사실이니

민정 씨는 내 말에 눈을 크게 뜨시더니 말씀하셨다

“그런 말은 시현 씨한테나 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민정 씨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으신 듯했다

“아 맞다. 놀러 가자 하자고 온 거였는데. 샬롯 씨? 옷을 저렇게 입고 갈 순 없는데...

“민정 씨가 옷 좀 빌려주세요.

“제 옷은 너무 작을 것 같은데요.

아..

민정 씨는 160 정도의 키였지만 샬롯은 언뜻 봐도 내 키가 183인데 나랑 키가 비슷했다

“혹시 아예 조그맣게 변할 수 없어?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미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점점 조그마해졌다. 그 크기는 3cm 크기로 변했다

“계속 이렇게 다니면 안 되겠니?

내 아이 중 처음으로 내 말에 반대했다

‘싫어요. 저도 주인님과 같은 시선으로 이 세계를 돌아다닐래요.

거미로 변해 말을 못 하니 생각으로 전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내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가지는 건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곤란했다

내가 강제로 말하면 그래도 듣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그러면 결국엔 또 신분증 만들고 헌터 등급 받고 할 거 다 해야하는데...

“그러면 놀러 가기 전에 가디언즈 길드장님을 한 번 만나고 가겠습니다.

일행에게 가기 전 나와 민정 씨, 그리고 샬롯은 제임스 님을 만나러 갔다

그곳에는 알렉산더 님도 같이 있었다. 마침 소개하려 했는데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겠네

“뒤늦게지만 고맙네. 내 아들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방금 갔다 왔다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하더군.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나는 샬롯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제임스 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괜찮다며 말하고 또 부탁할 게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S급 헌터 이상의 신분증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음...?

제임스 님은 내 말에 처음 봤을 여성인 샬롯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 미인은 처음 보는데 누군가?

알렉산더 님은 뭔가 위화감이 드는 듯 의심하는 표정으로 샬롯을 보고 계셨다

“알렉산더 님은 구면이겠죠. 던전에서 보셨던 거미 괴수입니다. 이름은 샬롯입니다.

샬롯은 내 앞에서 방실방실 잘 웃었지만, 제임스 님 앞에서는 무표정을 고수했다

아마 내가 일행들에게 잘하라고 말했지만 가디언즈의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깐

제임스 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셨고 알렉산더 님은 깜짝 놀라셨다. 내 생각이지만 저 모습이 가장 깜짝 놀라신 모습이겠지

“미안하지만 샬롯이라고 했나. 그 아이와 1:1로 싸우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제임스 님은 알렉산더 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셨다

“자네가 먼저 1:1 대결을 신청하는 건 처음 봤다만. 자네에게 싸움을 거는 헌터가 워낙 많아서 신물이 난 게 아니었나?

하긴. 알렉산더 님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 그를 쓰러뜨리면 가장 강한 헌터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으니 싸움 거는 헌터가 한둘이 아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샬롯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가 싶어 물어봤다

“싸워서 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데요?

그러게

“샬롯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냐고 묻는데요?

그러고 보니 샬롯도 마석을 먹을 수 있는 건가

그건 제임스 님이 대신 대답하셨다

“신분증하고 헌터 자격증을 원하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샬롯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건 주인께서 얻은 보상이 아니었나요?

샬롯의 말을 전했더니 제임스 님이 침음(沈吟)하셨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없었으니 나도 딱히 샬롯을 말리진 않았다

그때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셨다

“자네의 아이들은 마석을 먹지? 마석을 주겠네. 특수 개체의 마석도 있으니 그걸로 주면 되나?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눈이 번쩍였다

“네가 마석을 먹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아이들과 같다면 특수 개체의 마석을 먹고 샬롯 너도 특수한 능력이 생길 수 있어. 물론 그 마석은 다 너 줄게.

샬롯은 내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던전이 재생성 되기 전에 싸우도록 하지. 언제가 좋겠나?

샬롯은 언제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까? 아니 샬롯은 정보를 빼냈다고 하긴 했으니 알아듣는 건가? 그 영어도 스피킹만 되고 토킹이 안 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오늘은 일행들이 놀러 가자고 했으니 내일로 약속을 잡았다

“알렉산더. 자네가 먼저 싸움을 거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저 여자... 괴수가 그렇게 강하나?

내가 알렉산더를 오래 봐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인데 말이야

“돈이 필요 없어서 마석을 모아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수준이라고?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던 자네는 모르겠지. 던전에서 저 괴수를 만났을 때 나는 아들을 데리고 도망쳐달라고 설시우 헌터의 파티에게 부탁했지. 다 같이 싸웠다면 잘 모르겠지만 내 아들이 위험해 보여서 말이야.

“...뭐?

내가 30년 동안 알렉산더를 봐왔지만, 이 사람은 우는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이 남들보다 적은 건 둘째치고 헌터든 괴수든 자신이 앞장서서 다 박살 내는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알렉스 헌터, 알렉산더의 아들이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했을 때 알렉산더가 혼자서 던전을 들어가려는 걸 막았다

물론 당연히 법도 문제였지만 알렉산더는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깐

하지만 불안했다. 알렉스 헌터도 잃었는데 알렉산더도 잃어버릴까 무서워서

알렉산더는 길드장인 내 명령을 거부한다면 내 위상이 떨어질까 봐 내 말을 따랐다

자기 아들이 갇혔는데도 말이다. 물론 아마 나도 알렉산더도 일주일 동안 던전에서 나오지 못한 헌터는 죽은 게 분명했으니 희망을 져버린 거지만

알렉산더는 그래도 아들의 시신이라도 묻어주고 싶어 강한 헌터가 있다는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정작 데려온 건 한국에 있는 길드의 파티를 데려왔다

그나마 유명한 이시현 헌터를 데려온 건 다행이지만 그녀도 불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 불안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이시현 헌터보다 듣도 보도 못한 설시우라는 B급 헌터. 심지어 테이머를 데려왔다

우리가 최근에 테이머를 데리고 실험한 내용 때문일까 생각 중이었는데 알렉산더는 오히려 설시우 헌터를 믿고 있었다

나는 불안했지만, 그가 믿는 헌터니 나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어이 미지의 던전을 공략했고 전부 지치긴 했지만 아무 문제 없이 돌아왔다

게다가 죽었을 거로 생각한 알렉스 헌터까지 구해왔다

어떤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설시우 헌터는 그것도 모자라 그 던전에서 괴수를 테이밍까지 해왔다. 심지어 인간의 형태인 괴수를.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괴수에게 알렉산더가 1:1 대결을 신청했다는 거다

아무리 알렉스 헌터 파티가 실패했던 던전의 괴수를 테이밍했다고 해도 그 괴수가 알렉산더가 관심을 가질 정도의 괴수라고

알렉산더가 1;1 대결에서 질 리가 없겠지만 이미 알렉산더가 먼저 대결을 신청했다는 게 알려지면 큰 파장이 일겠지. 그것도 괴수에게

만약에. 아주 만약에 알렉산더가 그 괴수에게 진다면

타이틀이 바뀌겠군

“근데 샬롯. 괜찮겠어? 저 사람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인데?

나는 앞에서 즐겁게 달려가는 민정 씨의 뒤를 따라가며 샬롯에게 말했다

하지만 샬롯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정도가 전 세계에서 최강이라고요? 흠... 강하긴 했는데 딱히 최강까지는...

하지만 샬롯은 자신감이 있다, 못해 하늘을 뚫고 지나갈 수준이었다

“저 사람은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최강이었어. 방심하다가 당하면 안 돼.

하지만 샬롯은 역으로 내게 물어왔다

“주인께서는 제가 괴이로 지낸 지 몇 년이 됐을 것 같아요?

“음... 10년?

샬롯은 방긋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 그래서 몇 년 살았는데

민정 씨와 같이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시현 누나도 내 옆에 있는 샬롯을 보고 얼어붙었다

설아는 대충 눈치챈 듯하지만, 준석 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애초에 눈치채는 게 이상하지만, 설아는 뭔가 통하는 게 있었나

내가 설명하려 했지만, 민정 씨가 신나서 설명하셨다

“그러니까... 그 거미라고요?

민정 씨와 다 같은 반응이었다

“우선 샬롯의 옷을 좀 사야 할 것 같아요. 설아의 옷도 안 맞을 것 같아서.

설아도 170이 넘는 키였지만 샬롯은 나랑 키가 비슷했으니

우리가 놀러 가려고 했다 했더니 제임스 님이 금액을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것까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는 우선 샬롯의 옷을 사기 위해 한화를 바꾸려고 은행에 갔다

일행들은 샬롯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샬롯이 말하는 걸 통역하고 있었다

준석 씨가 대표로 돈을 바꾸러 갔고 우리는 은행 안 의자에 앉아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총소리가 들렸다

“전부 다 엎드려!

유리창을 부수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전원 총을 들고 있었으며 그 총에선 마나가 느껴졌다

총으로 카운터에 있는 직원들을 위협하며 돈을 쓸어 담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준석 씨는 슬그머니 상황을 살펴보며 우리에게 돌아왔지만, 어떤 남자가 총을 들고 난입한 괴한한테 다가갔다

“여긴 가디언즈 길드가 관리하는 은행이다. 함부로 설치다간 큰일 날 텐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니 가디언즈 길드의 문양이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S급 헌터인 것 같습니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죠

우리 일행은 외국이고 마나가 든 총에 위력을 정확히 모르니 다 같이 엎드려있었다

난입한 괴한의 수가 10명 가까이 돼 보이는데 저렇게 나서는 게 대단했다

괴한 중 한 명이 그 남자에게 총을 쐈지만, 그 남자의 옆에서 구름같이 생긴 정령이 나타나더니 남자에게 바람의 장벽을 만들었고 총알은 장벽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내 정령의 능력도 뚫지 못하는 양상형 총알인가 보군. 어디서 난거지?

그렇게 남자가 총을 쏜 사람에게 다가가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은발의 남성이 손짓 한 번에 바람의 장벽을 없애버렸다. 남자는 당황했지만, 능력을 없앤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우리는 선택받은 자. 이 은행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접수했다. 얌전히만 있으면 해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뭔가 멋지게 말했지만, 일행은 총을 들고 위협하며 돈을 꺼내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은 모순이었다. 우리는 선택받은 자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그때 갑자기 샬롯이 갑자기 일어났다

“주인께서 엎드려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들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샬롯은 남성에게 다가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