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괴이의 주인 55
우리는 던전을 계속 진행했다
던전은 매우 깊었으며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여러 거미가 동시에 나왔고 나중에는 거미줄을 내뿜는 거미도 나왔다
그 거미줄을 정면으로 맞은 준석 씨는 매우 당황했다
“이거... 마나의 사용을 막습니다. 물론 완벽히 막는 게 아니지만, 꽤 귀찮습니다. 골렘으로 변했을 때 맞아서 다행이지 만약 변하기 전에 맞았다면 골렘으로 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알렉산더 님은 일부로 다가가 거미줄을 맞으셨다
“흠... 확실히 내게도 적용되는 거 보면 꽤 강한 것 같군. 오랜만이군. 이런 기분은.
SSS급 신체 강화형 능력자에게도 적용되는 수준이면 꽤 강한 것 같았다
결국엔 시현 누나의 화염에는 속절없이 불타버렸지만
“과연 대단하군. 감지를 사용할 줄 알고 전투까지 가능한 헌터는 매우 드물지. 물론 속성 능력자들은 대부분 감지를 사용할 줄 알지만 던전에서 도움 될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아직 S급 던전까지 밖에 안 가봤나?
“네. 하지만 S급 던전에서 한계를 봤기에 파티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알렉산더 님은 그 말에 의문을 가지셨다
“고작 S급 던전에서 한계를 가졌다고? 이상하군. 자네라면 특정 SS급 던전이라면 혼자서도 공략할 수준인데.
나는 시현 누나의 사정을 알고 있어 쓴웃음을 지었다
알렉산더 님에게는 아직 이레귤러의 존재를 알리진 않았으니
“확실히 이 거미줄은 위협적이네요. 혹시... 이것에 당했을까요?
그래도 그의 시신이나 흔적이 근처에 없으니 그런 가정은 무의미했다
기본 던전은 대부분 3시간에서 4시간, 길어봐야 5시간으로 공략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던전을 공략하는 시간이 8시간을 넘어갔다
아무리 미지의 던전이라 천천히 공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가정해도 비정상적으로 오래 걸리고 있긴 했다
다행히 길은 일자형 길이라 헷갈릴 것도 없긴 했지만 다른 말로는 일자형 길인데도 오래 걸리고 있다는 거다
그동안 온갖 거미로 된 괴수들을 만났다. 시리와 같이 독 구름을 쓰는 거미, 다리가 매우 얇아 속도가 매우 빠른 거미, 다리가 잘려도 몇 초도 안 돼서 재생되는 거미, 심지어 화염을 쓰는 거미도 있었다. 그 거미는 화염에 강하긴 했으나 설아에게 잘려 죽었다
그동안 알렉산더 님을 제외한 모든 일행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8 미터 거미 괴수가 나온 광장과 같은 공간이 보였다
하지만 그 공간은 그곳과 다르게 뻥 뚫려있었다. 밖이 있다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큰 돔으로 된 형태였다
그 안에는 거미줄로 둘러싸인 무언가가 공중에 대롱대롱 묶여있었다. 뭐가 묶여있는지 모르겠지만 묶여있는 게 정확히 6개였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시현 누나! 저 위에 묶여있는 게 뭐죠?
시현 누나는 마나가 거의 다 떨어져서 감지에 사용하는 마나가 부족할 수준이었다
그것도 그나마 가디언즈 길드에서 아티팩트를 받아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탈진해 쓰러져 있을 수준이었다
누나는 내 말에 감지를 사용하셨고 이내 깜짝 놀라셨다
“미세하지만 마나가 느껴져요!
이 던전 안에서 거미를 제외한 괴수를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은 즉슨..
“빨리 구해요! 빨리!
설아가 바로 거미줄을 잘라버렸고 떨어지는 거를 남은 일행이 잡아 주셨다
시현 누나가 바로 거미줄을 불태워 버렸더니 그 안에서 나온 건 남성 4명과 여성 2명이다
나는 알렉산더 님에게 아들이 맞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알렉산더 님이 한 남성을 껴안으셨다
“다행이다. 알렉스야.
분명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시는 건 다행이라는 말이지만 그 표정은 소름 끼치게도 무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급히 민정 씨에게 말했다
“우선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마나가 있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말이었다
민정 씨가 급하게 치료했지만, 민정 씨도 마나를 거의 다 쓰셔서 피부가 창백해지셨다
“공략은 됐고 우선 나갑시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일행 전원은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 알렉산더 님은 알렉스 님을 내려두더니 뒤로 도시더니 위를 올려다보셨다
우리는 왜 그런가 싶어 위를 올려다봤더니 돔 전체를 둘러싼 거미줄이 있었고 그 위에는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미가 있었다
그 거미는 다리가 얇아 보였지만 평범한 거미와 똑같이 보였다
하지만 크기가 엘리의 3배는 돼 보였다
그 거미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있는데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했지.
하지만 알렉산더 님이 침을 삼키시더니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도망가라. 저 정도 크기의 괴수는 본 적이 없다. 언뜻 봐도 평범한 괴수가 아니다. 나도 장담할 수 없으니 내 아들을 데리고 나가라.
알렉산더 님이 처음으로 약한 소리를 하셨다
그 모습에 일행들은 전부 깜짝 놀랐지만 나는 달랐다
거미의 눈은 나를 향했고 나도 거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은 나긴 했지만, 뭔가가 달랐다
그때 설아가 내게 말했다
“저 거미에게서... 피의 슬라임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생각이 들어.
범죄자는 설아에게 우리는 신이 준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즉 저 거미도 신과 같은 존재라는 건가
그때 거미의 모습이 갑자기 변했다
거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더니 2 미터 정도 되는 거미로 변했지만, 거미의 상체는 인간 여성의 상체였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아라크네의 모습과 같았다
아라크네로 변한 거미 괴수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괴이의 주인을 뵙습니다.
그 괴수는 놀랍게도 인간의 언어로 우리와 대화하고 있었다
인간 여성의 상체의 고개를 숙이며 내게 말을 건네오고 있었다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셨고 알렉산더 님은 긴장을 놓지 않으셨지만, 나만큼 놀라시진 않았을 거다
상대는 내 특성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잠시 알렉산더 님을 진정시키고 말을 걸었다
“내 특성을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당신은 도대체...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내가 묻고 싶은 건 눈앞에 괴수의 정체였다
하지만 괴수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제 이름은 쉴롭입니다. 당신에게서 레비아탄의 힘이 느껴집니다. 레비아탄은 우리 중에서도 힘이 강한 자. 그가 따르는 자는 모든 세계에서 한 분밖에 없습니다.
“레비아탄... 베타?
그때 베타가 앞에 나타났다
쉴롭은 베타에게도 인사를 했지만 나와는 다르게 숙인 고개를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레비아탄.
베타는 잠시 쉴롭을 쳐다보더니 다시 사라졌다
우리는 영문모를 상황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때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셨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아들이 위험한 것 같은데 도와주겠나?
우리는 아차 싶어 헌터들을 엘리에게 조심스레 실어 던전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나갈 순 없었다
“이리와 엘리. 시현 누나와 설아를 따라가. 나는 여기서 조금 얘기하다가 나갈게.
아이들은 싫어했지만 내 말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일행들이라면 모를까 알렉산더 님에게까지 알려주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알려준다 해도 그걸 순순히 믿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는 것보다도 서로가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그렇게 일행과 알렉산더 님은 던전에서 떠나고 나는 쉴롭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너희는 뭐지? 괴이의 주인이란 특성은 또 뭐 고.
“괴이의 주인은 특성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괴이(怪異). 저와 같은 괴이의 것들의 주인이십니다. 우리는 인간들이 말한 괴수의 진화 체라고 보면 됩니다. 저희는 수많은 시간을 통해 마나를 먹고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세계에 게이트, 즉 레비아탄의 능력으로 우리의 세계로 침공이 시작됐죠. 시작은 방금 주인님이 데려가신 인간들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았죠. 우선 그들을 잡아두고 제 능력을 사용해 머리에서 정보를 빼낸 다음 게이트로 들어가려 했지만 들어 가지지 않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주인님이 나타나셔서 침공을 막아주셨습니다. 저희는 사실 주인께서 우리의 세계를 침공하시려는 줄 알았습니다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아닌 것 같군요. 어떻게 된 일이죠?
하지만 내가 물어보려는 걸 오히려 쉴롭이 내게 물어왔다
“미안하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괴이의 주인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겠고 너희가 날 왜 따르는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말씀드리는 건 주인께서 있으시기에 저희가 태어날 수 있는 겁니다. 모든 괴이는 당신을 부모님으로 생각할 겁니다.
궁금한 거를 물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궁금한 게 늘어나 버렸다
“그럼 딱 하나만 물어볼게. 네가 말한 레비아탄. 나는 베타라고 이름을 지었어. 베타는 아티팩트에 갇혀 있었어. 검은 쇠사슬에 묶여있었지. 혹시 그게 뭔지 알아?
“... 검은 쇠사슬은 레비아탄 님과 같은 강력한 괴이 중 한 분이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그분은 힘을 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레비아탄 님을 적대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쉴롭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결국엔 베타도 내 아이들과 같은 아이였고 그 베타를 가둔 아이도 내 아이였다
그리고 던전 안의 있는 세계도 결국엔 게이트로 인한 침공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들에 입장에서는 우리가 괴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던전이 재생성 되었다
그리고 또 게이트를 통해 우리에게 침공해온 괴수는 또 무엇인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를 수준이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선 알겠어. 같이 던전을 나가자.
“네? 저는 게이트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나도 왜인진 모르겠지만 나랑 같이 있는 아이들은 게이트 잘만 이용하던데? 우선 따라 와봐.
나는 쉴롭을 데리고 던전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쉴롭은 게이트를 통해 나갈 수가 없었고 나는 밖에서 헌터들을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온 내 일행들에게 다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던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다리기 싫었던 엘리와 이리는 나를 따라 들어왔다
“봐봐. 이 아이들은 잘만 나와 같이 이동되는걸? 왜 너는 안 될까?
쉴롭은 잠시 생각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 아이들에게서 주인의 마나가 느껴집니다. 혹시 제게도 마나를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나? 혹시 이것 말하는 거야?
나는 마나를 이용해 신체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음... 그건 저도 처음 보는 마나입니다. 아마 저희 세계를 침공했던 인간들의 마나인 것 같군요. 이 마나가 아닌 주인의 마나를 말씀드린 겁니다.
괴이의 주인의 마나
“그렇게 말해도 난 뭔지 모르겠는데. 난 이런 마나를 제외하곤 다른 마나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마 주인께서는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들에게 마나를 사용한 것 같네요. 아직 주인께서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모르시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전, 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 돼. 이 세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던전은 재생성 된다. 만약 재생성 돼서 네가 사라지면 낭패야. 베타?
나는 베타를 불러 쉴롭을 삼키라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베타의 안에서 기다려줘. 금방 다시 내보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