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괴이의 주인 52
괴수를 향해 주먹을 내 뻗으셨을 뿐인데 키메라의 몸체가 터져나갔다
가볍게 복싱하시듯 주먹을 뻗으시고 있는데 키메라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렇게 키메라는 죽는 사이에 우리는 숨을 돌렸다
“알렉산더 님이 왜 우리를 시험한다는 거죠?
그 사이에 준석 씨가 깨어나서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저분이 왜 한국에 오셨는지도 의문이니.
하지만 나는 그리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가 전설적인 헌터며 SSS급인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저 사람이 뭔데 우리를 시험한 것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설아와 시리만 힘을 사용했다면 훨씬 수월하게 잡았을 겁니다. 준석 씨가 이렇게까지 힘겹게 싸우지 않았어도 되는 싸움이었어요. 만약 더 위험했다면 시리는 밝혔겠지만, 화가 나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위험하다면 우릴 돕는다고 했지만, 전혀 그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자기 딴에는 이 정도는 위험도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설아를 제외한 일행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시우 씨. 던전은 원래 죽음의 연속입니다. 괴수를 죽이러 갔으면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물론 저도 기절할 때까지 싸운 적은 몇 번 없습니다만...
“저도 이렇게 한계까지 능력을 사용한 적은 몇 번 없네요. 하지만 시우 씨와 함께 던전을 다니면서 솔직히 엄청 편안했어요. 던전 안에서 잡담도 하면서 무슨 바캉스 온 것 같았다니깐요. 하지만 시우 씨. 던전은 원래 엄청 위험한 곳입니다.
“내가 가장 중요한 걸 안 알려줬네. 사망률이 가장 높은 던전이 S급 던전이야. 높은 던전인 만큼 등급이 높은 헌터들이 S급 던전에 들어가지만 그래도 가장 사망률이 높지. 그 이유는 난이도가 급격히 오른다는 거야. 그래서 S급 헌터가 되는 과정이 SS급 헌터가 되는 것보다 어려워. 물론 시우가 화가 난건 나도 이해는 하지만 알렉산더 님의 잘못은 없어. 알렉산더 님이 오면 시리와 설아가 힘을 못 쓴다는 건 시우 너도 알고 있었을 거야.
확실히 일행들의 말은 틀린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아이들의 고생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물론 여러분들도요. 알렉산더 님은 본의 아니게 우릴 방해하게 된 거죠. 이해합니다.
나도 알렉산더 님을 이용하려고 한 것뿐이니깐
그래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사이에 알렉산더 님은 키메라를 죽이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험이 무엇인가 궁금하겠지. 별 것 아닐세. 그저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했을 뿐.
나는 그의 뜬구름 잡는 소리에 짜증 났다
“뭔 소린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알렉산더 님은 내 말투가 바뀌었음에도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다
“알겠네. 사실 우리 가디언즈 길드가 관리하는 곳에서 새로운 던전이 발견됐네. 그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헌터를 모집하고 던전으로 향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네. S급 헌터 4명과 SS급 헌터 2명이 공략에 참여했는데 말이야. 그 이후로 그 던전을 향하려 하는 헌터가 없더군. 그래서 나 혼자라도 공략하려 했더니 혼자서는 허락을 안 해준다더군. 그래서 헌터가 강하다는 나라 순으로 돌아다녔지만, 도대체 맘에 드는 헌터가 없더군. 한국을 마지막으로 그냥 돌아가서 나 혼자 억지로라도 공략해 보려 했는데 괜찮은 헌터 파티를 발견해서 말이야. 어떤가. 미지의 던전을 공략해 볼 텐가?
나는 고작 그거 때문에 우리를 시험했나 생각했는데 일행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미지의 던전을 공략하는 건 평생 없을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큰 위험이 따르죠. 가디언즈 길드 소속에 헌터들은 강하겠죠. 그분들이 당했으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합니다. 하지만 알렉산더 님이 참여하시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알렉산더 님이 혼자서 SSS급 던전을 공략하신 적이 있어요. 물론 이미 공략된 SSS급 던전이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능력은 이미 증명되신 거죠. 하지만 공략된 SSS급 던전보다 미지의 던전이 더 무서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던전을 공략하면 죽기 전까지 연금이 나와. 던전의 등급에 따라 연금의 액수도 바뀌지만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 그게 설령 B급 던전이라도 평생 먹고살 연금이 나와. 그렇기 때문에 미지의 던전을 공략하려고 안달 난 헌터는 많아.
차례대로 준석 씨와 민정 씨, 그리고 시현 누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어도 설아와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미 굉장히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그게 쉬웠다면 이미 가디언즈 길드에서 던전을 공략했겠죠. 알렉산더 님 말 들어보면 사실상 가디언즈 길드에서 포기한 걸 본인이 공략하려는 겁니다.
우리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찬성은 준석 씨와 민정 씨. 기권 시현 누나. 반대는 나와 설아였다
물론 설아는 그냥 알렉산더 님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반대할 뿐이었지만
우리는 우리끼리 정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알렉산더 님께 조금만 기다려달라 말하고 우리는 던전을 본의 아니게 공략을 마치고 돌아갔다
공략하면 안 되는 던전을 공략했으니 또 한마디 듣겠네
예상대로 부 길드장님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었으니
“알렉산더 님이 미지의 던전을 공략하려 하는데 너희들을 데려가려고 한다고?
우리는 부 길드장님하고 길드장님 두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길드장님은 찬성하셨지만 부 길드장님은 걱정하셨다
“확실히 알렉산더 님 말고는 전부 우리 길드원이니 만약 성공한다면 연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길드의 위상이 높아지긴 하겠지.
“하지만 딸을 그런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어요. 당신도 미지의 던전에 위험성을 잘 알고 있잖아요?
알고 보니 길드장님과 부 길드장님은 미지의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길드 복지가 좋았던 것인가
“우리가 공략한 던전은 우리가 A급일 때 B급 판정을 받은 던전을 돌았었지. 그런데도 위험했던 건 당신도 알 거야. 그런데 지금 SS급 헌터 2명과 S급 헌터 4명이 죽은 던전을 시현이 보고 가라고?
“죽었는지는 아직 모르지. 시현이가 갔을 때 이미 던전이 공략돼서 돌아올 수도 있고. 그러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알렉산더 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지.
“당신 그거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인 거 알지? 일주일이 지났고 알렉산더 님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도 그런 말씀을 하신 거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거야.
“솔직히 나도 우리 애들만 던전에 들어가는 거면, 허락 안 했지. 하지만 알렉산더 님이 같이 가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져. 속된 말로 버스만 타면 된다고! 알렉산더 님이라면 제트기 수준이지 않을까?
“던전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건 당신도 알 텐데?
괜히 도움을 구했다가 우리는 부부싸움을 목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분의 심정은 이해가 갔다
확실히 던전을 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럴 것이다
왜 그렇게 던전의 목숨을 거냐고. 돈 조금 벌면 되는 거 아니냐고
나도 헌터들이 왜 던전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들어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내가 헌터가 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뉴스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었지.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나 회장님이 탈세를 왜 할까
물론 그들의 탈세 금액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자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텐데. 왜 범죄를 일으키면서까지 돈을 벌려고 할까
가지고 있으면 더 가지고 싶은 게 사람 심리였다
게다가 헌터들은 돈을 벌면서 동시에 강해진다
어떻게 보면 헌터들은 자신의 힘에 취해 던전을 계속 가는 거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도 벌고 강해지고 일거양득과 다름없는데 헌터들이 마다할 게 뭔가
헌터의 등급은 상관이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직접 강해지는 게 아닌 내 아이들이 강해지는데 나도 모르게 뿌듯해지는 감정이 있는데 본인이 직접 강해지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갈 던전은 미지의 던전이다
일반 던전보다 훨씬 위험하며 우리가 지금 동안 갔던 던전보다 등급이 높을 거로 추정된다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던전을 가는 건 똑같았지만 그 위험의 강도가 차원이 달랐다
그렇기에 나는 미지의 던전을 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자꾸 맘에 걸리는 게 있었다
“가디언즈 길드가 공략을 못 했으면 높은 확률로 특수 개체, 혹은 이레귤러가 있을 수도 있어요. 시우 씨가 전에 말씀하셨죠.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고.
전에 일행들에게 말했었지. 내가 던전에 가는 이유는 강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고
확률이 낮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 아니다. 내 아이들의 목숨으로 저울질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내 마음이 가는 거로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정말 고작 연금 때문에 위험한 미지의 던전을 공략하려 하시는 건가요?
설아는 내가 가는 거로 생각을 바꾸려고 하자 삐졌다
아마 자신이 힘을 못 쓰는 거에 화가 난 모양이다
준석 씨는 그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길드장님의 의견과 같습니다. 저희 길드의 위상이 올라갈 겁니다. 시우 씨는 알고 계신 가요? 우리 길드는 한국에서도 2위에 있다는 것을?
솔직히 잘 몰랐다
대형 길드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정확히는 잘 몰랐다
“1위 길드가 바로 김대식 의원이 이끌고 있는 대지의 거인 길드입니다. 사실 숫자만 많고 실속은 없는 길드지만 김대식 본인의 영향력이 커서 한국 1위 길드이죠. 만약 저희가 알렉산더 님과 친분이 있고 같이 미지의 던전을 공략한다면... 세계권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준석 씨의 말에 설아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길드는 세계에서 딱히 알려졌지 않죠. 물론 시우 씨 덕분에 알렉산더 님과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유명해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유명해지는 거로 끝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난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알렉산더 님과 같이 다닌다면 시리는 알려져도 되지만 설아가 문제였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시현 누나가 말씀하셨다
“우선 설아의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보자. 대신 우리 길드원들이 있는 곳에 불러서 함부로 우리를 대적하기 어렵게 하면 되겠지. 물론 그 사람이라면 우리 길드 전체가 달려들어도 개의치 않아 할 사람일 것 같지만 말이야.
확실히 그 사람의 체력은 무한대처럼 보였다
수많은 괴수를 죽였지만, 숨 하나 고르지 않고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었고 그 이후에 키메라를 가지고 놀 듯이 죽였다
일행들과 부 길드장님, 길드장님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근데 왜 제가 파티장이 된 것 같죠? 시현 누나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선 알렉산더 님을 불러서 얘기를 해 봅시다. 던전 건은 그 이후에 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