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45화 (45/164)

#45. 괴이의 주인 44

마나가 얼마나 회복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일상복도 이 하얀 와이셔츠가 되었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엘리의 마석을 들고 다녔고 마나를 아슬아슬하게 엘리와 베타에게 나눠주었다

근 2주일간 엘리와 베타에게 마나를 나눠주고 있었지만 둘 다 깨어날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A급 던전을 2번 갔다 오면서 애들 간식 준 거 빼고는 부모님의 선물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선물이란 걸 준 적이 없었다

25살 먹도록 부모님 생신에서도 축하한다는 말 말고는 선물이란 걸 해 드린 적이 없다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뭔가 거하게 해 드리고 싶은데 평범한 대학생이다가 갑자기 돈을 감당하기도 힘들 만큼 짧은 시간에 벌다 보니 감이 잘 안 잡힌다

설아는 내 고민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행복한 고민이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 원장님에게 그냥 마당에서 주운 이쁜 돌이 있어 선물했는데 엄청 좋아하셨어. 솔직히 어떤 선물을 해도 부모님은 좋아하실 거야.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부모 마음이란 게 있듯 자식 마음도 있지. 어떻게든 좋은 선물을 해 드리고 싶은데...

나는 부모님이 뭘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차를 좋아하시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2주 동안 애들 간식을 주고 남은 마석을 팔아서 모은 돈은 3천만 원이었다

5명 이서 고작 2번 던전을 갔을 뿐인데 3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모였다

하지만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3천만 원이 부족해 보였다

“흠... 이번 결혼기념일은 그냥... 다 같이 비싼 곳에서 밥을 먹는 거로 대체하고 생일 때 제대로 해드려야겠다.

결혼기념일 다음에는 아버지 생신이 가까우니 아버지를 다음에 챙겨드리고..

그러면 외식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먹었던 가장 비싼 곳이 63빌딩 뷔페를 갔었다

물론 그때는 가족이 돈을 낸 거고 나랑 민아는 그냥 얻어 탄 것뿐이었지만

적어도 거기보단 더 비싸고 좋은 곳을 대접해드리고 싶다

어느 정도 틀이 잡혔으니 조언을 구하기 위해 우리 일행을 전부 불렀다

“아니 시우 씨가 불렀길래 큰일 난 줄 알았어요.

“뭐... 파티란게 필요할 때 근처에 있어야죠. 큰일이긴 합니다.

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파티원들을 불렀는데... 내가 호들갑을 떨었나

“이제 3천만 원 모았으니 아마 가족 기념일에는 6천만 원까지 모을 수 있겠죠. 혹시 가족 데리고 갈만한 음식점이 없을까요? 6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 있진 않겠죠...?

일행들은 다 잘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뭐... 솔직히 가족끼리 외식을 가긴 하지만 그냥 딱히 어디론가 정하진 않고 바로 가는 편이라서요.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하신 것 같았다. 설아는 얌전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6천만 원을 쌩으로 주는 건 무드가 없는데..

“결혼기념일 날 부모님이 일하신다고 했나요?

민정 씨가 물어봤다

“어... 그건 안 물어봤네요?

“만약 쉬신다면 그날 하루 전부는 부모님께 시간을 사용하세요. 솔직히 제 어머니도 저 헌터 일한다고 집에 자주 못 찾아갔을 때 외롭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저는 외동이지만 시우 씨의 부모님도 별반 다를 거 없으리라고 봐요.

“그러니까 민정 씨 말씀은... 평소와 같이하란 말이죠?

“너무 그렇게는 하지 말고요. 결국엔 적당히죠. 적당히.

적당히라... 가장 어려운 말이다

결국엔 별 소득 없이 날짜는 지나갔다

어차피 내 부모님이니 내가 알아서 해야 하니깐

우리는 A급 던전을 2번 더 가서 5500만 원을 모았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부모님은 그날 일을 쉬진 않으셨지만, 오후 반차를 내셔서 일찍 나오셨다

나는 먼저 민아를 데리고 그다음 부모님들을 데리러 갔다

오늘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빌미 삼아 부 길드장님께 오늘 하루는 따로 다니는 거를 허락받았다

...뭔가 부 길드장님 모녀에게 잡혀 사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준석 씨는 미안하지만 나 대신 차를 몰아 주시고 계시다

“죄송하네요. 준석 씨.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별거 아닌 일인데요, 뭐. 파티원에게 고작 이 정도도 못 해줄 리가요.

사실 민정 씨와 준석 씨는 우리 감시역으로 붙었지만, 이제는 아예 우리 파티원이다

솔직히 A급 던전은 내 아이들과 설아 시현 누나만 해도 이미 오버하는 수준이지만 던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깐

“그러니깐 빨리 태어나주렴.

나는 베타와 엘리의 마석에게 마나를 주며 말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민아는 부모님께 꽃다발 2개를 선물했다

내가 민아에게 뭐라 했더니 다 생화고 한 다발당 30은 했단다. 그래도 190은 네가 먹었잖아..

나는 그냥 우리 가족이 옛날에 자주 갔던 레스토랑을 갔다

그 돈을 내가 감당하는 게 난 신기했다. 나에겐 고작 20만 원밖에 안 했지만 내 돈을 들여 부모님께 사주는 게 나는 신기했다

그리고 난 내가 쓸지 안 쓸지 모르는 500은 남겨두고 남은 모든 돈을 부모님께 드리며 말씀드렸다

이제 엄마 아빠 일 안 해도 된다고. 민아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지만 부모님은 평생 해온 일이고 아들내미한테 모든 걸 맡겨놓을 순 없다고 말씀하셨다

민아는 애초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다고 했고. 민아는 미대를 다니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영화나 만화를 좋아하니 그런 쪽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 디자인이나 그런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돈은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결혼기념일은 끝나고 다음 날

나는 이리와 함께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설아가 갑자기 방에 들어오더니 나를 깨웠다

“지금 난리야. 시우. 핸드폰도 계속 울리고 있잖아. 전화 받아.

어제 가족에게 신경 쓰느라 피곤했던 나는 밤늦게 들어와 자고 있어서 비몽사몽 한 채로 설아의 말을 들었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시우 씨. 일어나셨으면 지금 당장 길드장님이 있는 회장실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전화를 끊은 준석 씨였다. 수많은 부재중이 쓰여있었고, 그중에는 가족도 있었고 부 길드장님도 있었다

“시우. 뉴스에서 네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김대식 의원에 짓인 것 같은데.

TV를 보니 뉴스에서 한 헌터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헌터는 한쪽 팔이 없었다

“저는 별비 길드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시험은 B급 던전을 공략하라는 내용이었죠. S급 헌터 두 명과 붙고 A급 헌터 2명이 붙었지만 저는 거의 혼자서 던전을 공략했죠. 그때 저희 짐꾼으로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테이머인 헌터였고 아무 동의 없이 괴수를 테이밍했죠. 저는 그것에 불만을 가져 한마디 했지만, 짐꾼이 테이밍한 괴수가 저를 공격했고 저는 방심한 사이에 한쪽 팔이 물어뜯겼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별비 길드는 일이 커지는 걸 두려워했는지 이 일을 파묻었습니다. 저는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길드에서 쫓겨났습니다. 이게 정녕 한국에서 유명한 거대 길드에 실체입니까? 저는 김대식 국회의원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의원님은 흔쾌히 제 말씀을 들어주셨습니다. 저는 김대식 의원님에 인성에 감탄했고 별비 길드에 치졸함에 실망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거대 길드가...

거기까지만 말하는 걸 듣고 나는 방을 나섰다

거짓과 진실이 섞이면 둘을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하지

저 사람은 이름도 모르지만 나를 먼저 공격한 사람이고 그걸 이리가 받아쳤을 뿐

게다가 저 사람이 내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 가족에게서 전화가 온 거 보면 분명 어디서 새어나갔겠지

하... 가족에게는 걱정시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회장실로 이리와 설아랑 함께 급히 달려갔다

회장실에는 길드장님을 비롯하여 부 길드장님 민정 씨 준석 씨 시현 누나도 다 와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길드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씀하셨다

“오면서 대충 상황은 알겠지. 김대식 의원이 손을 쓴 것 같네. 그가 거짓을 말한 건 다 알고 있겠지. 하지만 진실도 말하긴 했다네. 우린 그에게 그 어떤 보상도 하지 않은 채 길드에서 내쫓은 건 맞지. 물론 그가 잘못을 했으니 그걸 엮어서 내보낸 거지만 문제는 그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던전 안에서 일어난 일은 당사자들만 알고 있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저쪽도 증거가 없는 거 아닌가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 의문에 부 길드장님이 대신 대답하셨다

“말할 순 있죠. 얼마든지 저희도 반박할 수 있죠. 하지만 이미 밝혀진 정보는 어떻게 할 수가 없죠. 시우 씨의 신상은 이미 다 털렸고 심지어 시우 씨의 집으로 찾아간 기자들도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막았지만요.

“지금 시우 씨의 가족을 저희가 신변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시우 씨의 부모님이 일하는 일터, 그리고 민아 님의 학교에도 기자들이 몰려갔습니다.

바로...어제. 결혼기념일로 부모님께 대접해드리고 민아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모든 걸 말하라고 했다

고작 씨발 바로 어제

나를 욕하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무시하면 되니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가족을 욕하고 욕하는 새끼들이다

“김대식 의원하고 기자들. 죽일 수 없습니까?

시현 누나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시현 누나뿐만이 아니라 부 길드장님을 제외한 회장실에 있는 전원이 놀랐다

시현 누나가 나를 말리려 할 때 부 길드장님이 말씀하셨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겠지. 근데 그 뒷감당을 못 한다는 거야. 김대식 의원도 그걸 믿고 설치는 거지. 고작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인기가 있는 국회의원이라 우리도 함부로 못 할 뿐.

길드장님은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시는 부 길드장님을 바라보셨다

“유명한 말이 있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김대식 의원도 결국엔 한국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그자가 하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저희 길드는 애석하게도 한국에서는 그 국회의원만 한 인기를 가지고 있지 않죠. 만약 저희가 그 국회의원보다 한국에서 유명했다면 우리 말을 믿었겠지.

그러니깐... 부 길드장님이 하시는 말씀은

“죽이고 싶다면 유명해져라, 입니까?

“정확히는 꼴리는 대로 하고 싶다면요. 당신이 사람을 죽였어도 유명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이 사람을 죽인 당위성을 알아서 찾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하고만 있으라 이 말입니까?

“아뇨. 시우 씨의 괴수를 밝히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기 있는 전부가 시우 씨에게 달려들면 시우 씨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 전 확신할 수 없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어느 정도 인정을 했다

아마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제압하는 건 어렵겠지. 설아가 어느 정도 힘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부 길드장님의 말을 듣고 길드장님과 준석 씨 민정 씨는 의아해했다

그들은 시리의 존재를 모르니깐

“이미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겠죠?

“네.

나는 부 길드장님의 말을 듣고 이미 마음을 정했다

“지금은 제 가족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금방 제 아이를 밝힐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조금 재밌을 거야. 김대식 부자(父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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