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44화 (44/164)

#44. 괴이의 주인 43

친가에 도착하고 차를 주차할 곳이 없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경비원분께 양해를 구한 후 아파트 부지 안에다가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엄마~ 오빠 왔어~

“일본 갔다가 선물 주려고 왔어요.

엄마는 우릴 반겨주러 왔다가 뒤에 손님들을 보고 놀라셨다

“손님이 오면 온다고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시현이는 전에 봤고 다른 분들은 소개 좀 해주겠니?

시현 누나는 전에 와서 좋은 인상을 남겨주셔서 그런지 기억하셨다

나는 우선 설아부터 소개하고 그다음 민정 씨와 준석 씨를 소개했다

“아... 별비 길드에 부 길드장님이 갑자기 우리 친척을 만든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는데 그게 당신이군요? 나이가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엄청 젊으시네요?

준석 씨와 민정 씨는 직장 동료라고 소개해서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설아를 보고는 조금 놀라셨다

“네. 설 아 라고 해요. 조금 사정이 있어서 신분증을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편하게 대하셔도 돼요.

딱히 부 길드장님이 사정은 밝히진 않으셨나 보다

엄마는 우리 전부를 집으로 들였다

“오면 온다고 말 좀 해라. 집에 먹을 것도 없어서 대접해 주지도 못해.

나를 타박하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냥 오늘은 일본 갔다 와서 선물 주려고 왔을 뿐이야. 다른 분들은... 뭐 특별한 사정 때문에 같이 다니는 거고. 일본에서 과자 사 왔어.

집에 아버지는 안 계셔서 민아와 엄마만 있어 아빠에게도 과자를 주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너 얼굴에 흉터는 뭐니?

흉터? 아... 김호현한테 맞은 흉터가 남아있었지? 지금이면 고칠 수 있겠지만 바로 친가로 오느라 까먹고 있었네

“아 별거 아니야. 헌터 생활하면 흉터 하나 두 개쯤은 남아있을 수도 있지 뭐.

엄마는 그 말에 시현 누나와 민정 씨 준석 씨를 차례대로 쳐다봤다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민아야. 너 알바 하고 있었어?

민아는 과자를 입안 가득 먹고 있다가 나를 쳐다봤다

“응. 사고 싶은 게 생겨서 알바 좀 하고 있었지. 근데 왜?

우리 집은 가난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부유하다고도 말하긴 어렵다

“어떤 건데?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사달라고 하지 그랬어.

민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누구한테? 엄마? 아빠?

“뭐... 나는 선택 사항에 아예 없니?

“오빠가 돈이 어딨어.

그때 엄마가 민아를 꾸중했다

“너는 오빠가 다쳐서 왔는데도 아무 생각도 안 드니?!

“아니 헌터 일을 하는데 안 다치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솔직히 방금 봤지만.

“됐어, 엄마. 이건 내 부주의로 다친 거라. 금방 고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반응이면 섭섭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당당히 가져온 300만 원 돈다발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너 때문에 돈 가져왔는데 그냥 엄마 줄까?

엄마는 돈다발을 보면서 깜짝 놀라셨다

“이게 얼마니? 이런 돈은 어디서...

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엄마도 모르면 어떡해. 나 헌터야... 돈 많이 번다고?

민아는 그 소릴 듣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었다

“와. 오.빠. 사.랑.해.

“영혼은 좀 담아줄래?

설아는 내가 처음 보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너도 나랑 비슷하지 않았어? 옷이나 화장품 말고는 사달라고 했긴 했지만 그리 비싼 건 아니었잖아.

설아도 무소유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여자아이인데도 그리 욕심은 없었다

옷이나 화장품도 아무리 비싸 봐야 10만 원 이내여서 엄마나 아빠도 딱히 거절하진 않았다

그런 설아가 알바까지 하면서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 알바하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굳이 지금까지 안 하던 알바를 한다는 건...

“아니... 그냥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구리를 쑤셨다

“잠시 따라와 봐.

설아는 나를 방으로 끌고 들어왔다

“오빠. 오빠한테 관심 없어서 미안하긴 한데 오빠도 지금 모르고 있지?

“...응?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닌데 한 달 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거든?

아... 솔직히 모르고 있었다

“오빠 돈 많이 번다고 했으니깐 이번에 뭐라도 좀 사드려. 근데 300은 나 줘.

“...부모님 선물 사고 그다음, 네 용돈으로 쓰게?

“골든 정답!

나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애초에 주려고 했으니

“그래... 그런데 50은 부모님 줘. 내가 주는 용돈이라 할 거니깐.

설아는 그래도 좋다는 듯 웃으며 내게 안겼다

“와. 오.빠. 최.고.

그래... 뭘 바라냐

나는 우리 집에서 나와 민정 씨에게 부탁했다

“민정 씨. 제 흉터 좀 고쳐주실 수 있으세요?

하지만 민정 씨는 고개를 저었다

“제 능력은 정확히 사람의 치유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라 흉터는 사람의 몸으로는 이미 치료가 된 상태라 제 능력이 안 먹혀요. 흉터 정도는 B급 헌터만 찾아가도 치료가 될 거에요.

힐러형 헌터들도 자신의 능력이 가지각색이라 이런 단점도 있구나

“뭐... 흉터는 있나 없나 상관없으니깐요.

아쉽긴 하지만 뭐 흉터야

“그런데 준석 씨와 민정 씨. 혹시 정말로 저 때문에 SS급 헌터가 되는 게 미뤄진 거 아니시죠?

민정 씨와 준석 씨는 똑같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보면 맞고, 어떻게 보면 아니에요. 사실 전에 시우 씨와 처음 만났을 때 그 신입 있죠?

아...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놈

“저희는 파티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몇 명이 빠져서 저와 민정 씨 빼고는 다 나갔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파티원을 구하려고 그 신입을 길드장님에게 허락받고 키우려고 했죠. 근데 거기서 시우 씨를 만났고... 그 이후는 아시죠?

그러니깐... 새로운 파티원의 팔을 내가 없애버렸다는 건가

“그건... 죄송합니다.

“아뇨. 뭐 저희 길드는 인성도 보는 길드라서요. 실력만 따져선 모자랄 것 없는 아이였지만 시우 씨의 이리를 공격하는 거 봤을 때는 뭐... 할말 없죠. 그 길로 그 아이는 저희 길드를 나가서 저희는 백수가 됐고 부 길드장님이 일거리 주신 거죠, 뭐.

아... 그 길로 길드에서 나갔구나

나는 시현 누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누나. 솔직히 말하면 저희 파티가 A급 던전에 가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시현 누나는 내 생각을 미리 읽었다는 듯이 말했다

“안돼. 너 아직 베타도 못 쓰잖아. 물론 S급 던전에서 베타가 얼마나 도움 될진 모르겠지만 S급 던전은 만만히 볼 게 아니야. S급 던전부터는 제대로 된 지능을 가진 괴수들이 나와. 그들도 드워프같은 다른 3 종족들과 같이 제대로 된 사회가 있어. 단지 그들이 한 종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게이트에서 나오지 못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며 인간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에요. 고블린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준석 씨도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우 씨. B급 헌터 아니에요? A급 던전 가는 것도 이상하신데 S급 던전까지 넘보시다니. 심지어 거의 일주일에 2번은 던전을 가시는 것 같으신데. 아무도 그렇게 던전을 빡세게 안 가요.

민정 씨도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 시우 씨는 뭔가에 쫓기는 듯이 던전을 가세요. 하지만 시우 씨는 돈을 버는 목적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리고 많은 헌터들이 자신과 같은 등급의 던전을 가지 않아요. 만약 그렇게 갔다면 평균 헌터 등급이 B급일리 없겠죠. 지금 시우 씨도 대단한 겁니다. B급 헌터가 A급 던전을 간다고 알려지면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거대길드들도 시우 씨를 데려가려고 애쓸 겁니다. 그래서 우리 부 길드장님이 시우 씨가 사고를 치셔도 다 받아주시는 거에요. 고작 자기 딸의 애인이라고 봐주실 사람이 아니에요. 길드장님은 모르겠지만요.

아하..

“그러면 베타가 깨어났을 때는 허락해 주시는 건가요? 아니... 준석 씨나 민정 씨도 SS급 헌터로 승급하시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보단 시현 누나를 설득하셔야 하는 게...?

시현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셨다

민정 씨나 준석 씨도 내 모습을 보고 시현 누나를 위로하셨다

아니... 왜

김호현은 병실 침대에서 깨어났다

“여긴... 어디지? 난 분명 그 새끼를 때리고 있었는데...

김호현이 일어난 걸 보고 근처에 있던 경호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 전화를 김호현에게 주었다. 김호현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그 전화를 받았다

“깨어났냐 아들아.” “아빠?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김대식 의원에 한숨 소리가 핸드폰 밖으로 새어 나왔다

“네게 줬던 권한을 전부 회수하마. 이제 너는 그냥 내 아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김대식 의원은 전화를 끊었다

김호현은 어안이 벙벙해 핸드폰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집어 던져버렸다

“이런 개 씨발! 아빠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지? 고작 별비 길드 하나 못 처리해서 저러는 거야? 아빠는 국회의원인데? 대통령 말고 다 상대할 수 있다고 했잖아!!

김호현은 분을 못 이기고 주변에 있는 물건을 다 집어 던졌다

그 사이에 김호현의 팔에 링거가 꽂혀 있었지만, 화를 참지 못해 그 팔의 주사도 강제로 뽑아버려 피가 철철 흘렀다

경호원이 급히 말려 팔을 포박하고 간호사가 오더니 다시 주사를 맞히고 마취약을 투여해 이내 김호현은 잠들었다

하지만 김호현은 잠들기 전 무언가를 느꼈다

김대식 의원은 아들의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별비 길드가... 이렇게까지 그를 감싸는 이유가 뭐지? 고작 딸의 연인이라고 감쌀 작자들이 아닌데 말이지. 평범한 B급 테이머가 아닌 것 같은데...

김대식 의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쯧. 그깟 헌터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군.

김대식 의원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수현 헌터에게 연락하게. 별비 길드에서의 일을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전해.

우리는 베타가 깨어나기 전까진 A급 던전만을 허락했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씩만

시리는 얌전히 있었지만 이리는 던전을 못가서 심심해했다

나는 집에서 얌전히 마나가 채워질 때마다 베타와 엘리에게 마나를 넘겨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혹시 모르니 길드의 창고로 가서 마나와 관련된 아티팩트가 있나 찾아보러 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파티 전부가 나를 따라왔다

“근데... 저희 언제까지 이렇게 같이 다녀야 하나요?

“글쎄요... 부 길드장님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힘들겠구만

“마나와 관련된 아티팩트가 혹시 남아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있을 리가 없죠. 마나와 관련된 아티팩트는 시현 씨도 몇 개 없을 겁니다.

“아 시우 씨죠? 전에 시우 씨가 가져온 아티팩트 중에서 마나와 관련된 아티팩트가 있어요. 아직 빌려간 사람은 없는데 다시 가져가시겠어요?

와우! 대박이네

준석 씨는 허망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내게 준 아티팩트는 신기하게도 새하얀 와이셔츠였다

“마나 회복을 도와주는 마나와 관련된 아티팩트 중 최상위 아티팩트에요. 시우 씨는 운이 좋으시네요.

그 말을 듣고 시현 누나조차도 허망하게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 전이었으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겠지만... 지금은 베타와 엘리를 위해서라도 안 된다

다들 운이 별로 없으셨나 보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