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괴이의 주인 42
민정 씨와 준석 씨에게 설명한 뒤 우리는 몰래 놀러 다녔다
알로 변한 베타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선은 한시름 놨으니 맘 편히 놀러 다녔다
우리 5명이 각자 가고 싶은 곳 한 번씩 가기로 했다
하루는 설아가 가고 싶어 한 가장 유명한 후지산에
하루는 시현 누나가 원한 도쿄에서 구경 다녔고
하루는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금으로 됐다는 금각사에
하루는 준석 씨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아키하바라에
하루는 날은 민정 씨가 가장 특이하게도 파충류 샵으로 갔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금지인 곤충이 많다나 뭐라나
그리고 6일에는 미리 예약을 걸었던 던전으로 향했다
일본 던전은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웠지만, 일본에서 활동하시는 우리 길드원들이 구해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 내가 던전을 가자고 해서 다들 흔쾌히 허락하신 거지만 내 아이가 탄생하고 죽는 모습을 본 나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던전의 괴수 자체를 죽이는 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괴수가 내 아이로 변한다면..
아니 괴수가 내 아이로 변했는데 일반 괴수를 평범히 죽일 수 있을까
우선 오늘 우리가 갈 던전은 A급 던전이다
A급 던전에서 나오는 괴수는 곤충 형 괴수가 나오는 던전이다
그 곤충은 사마귀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마귀가 아닌 은신에 능통한 사마귀 괴수였다
사마귀 괴수들도 전갈 괴수와 같이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았지만 그들의 은신 능력이 매우 뛰어나 감지를 못하는 파티라면 이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육체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A급 신체 능력 헌터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감지가 뛰어난 분이 2명과 한 마리가 있으니 걱정할 건 없었다
하지만 우리 파티는 내 눈치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민정 씨나 준석 씨는 정확한 사연은 모르지만 내가 괴수를 잡고 눈물을 흘리신 걸 보았으니..
나는 그렇게 눈치 안 봐도 된다고 하면서 우리는 던전에 들어갔다
던전은 숲과 같았지만, 나무도 울창했지만 수많은 식물도 많았다
가보진 않았지만 마치 아마존 같다고 해야 할까
나는 던전에 들어온 김에 일행에게 물어봤다
“헌터들은 감지를 어떻게 하나요?
내 말에 준석 씨가 대신 대답해 주셨다
“감지를 할 수 있는 헌터는 드뭅니다. 시현 씨의 능력인 화염과 같은 능력을 다루는 헌터들은 감지를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현 씨만큼 감지할 수 있는 헌터는 더욱더 드물겠지만 감지를 발휘하는 방법이 화염과 같은 방식이라 감지를 할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저 같은 신체 강화형 헌터는 배우기가 극히 어렵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감지를 못하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지를 배우는 걸 포기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준석 씨의 말에 민정 씨도 같이 대답하셨다
“맞아요. 저는 그나마 힐과 버프를 할수 있는 헌터라 감지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솔직히 5 미터 정도밖에 감지가 안 돼요. 이거 배우는 데도 반년은 걸렸을걸요?
난 배운다는 말은 안 했는데 말이지... 물론 배울 수 있으면 배우려 했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보지 뭐
“혹시 민정 씨가 개념만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민정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씀하셨다
“저보다 시현 씨가 더 낫지 않나요?
시현 누나도 그걸 섭섭해하는 듯 보였으나 내 생각은 달랐다
“시현 누나는... 설명을 잘 못 하시거든요. 흔히 말하는 천재라고 하죠?
민정 씨와 준석 씨는 ““아~”” 하고 바로 이해하셨다
설아는 관심도 없는지 이리랑 놀고 있었고
민정 씨는 감지에 대해 설명하셨다
“감지도 신체 능력과 다를 게 없어요. 대신 마나를 주는 방향이 신체가 아니라 공기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너무 막연한 설명이라 어렵지만, 우선은 시도를 해보긴 했다
그런데 어디론가 마나가 빨려 들어갔다
그곳을 바라보니 베타가 알의 현상 그대로 내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 베타가 마나를 가져가네요?
시현 누나가 그 현상을 보고 말씀하셨다
“이거... 이프닉스에게 마나를 줄 때 이런 현상인 것 같았는데...
만약 그렇다면 베타는 마나를 주면 태어난다는 건가
“혹시...” “이미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마나를 베타에게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려 했더니 이미 시현 누나는 하셨다고 한다
결국엔 내 마나만이 가능한 건가? 혹시 잃어버릴까 싶어 집에 놔두었던 전갈 아이의 마석이 생각났다
그 아이에게도 마나를 줘야할텐데..
그때 이리와 놀고 있는 설아가 말했다
“여기 던전 안이야. 지금 괴수 한 마리가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 조심해.
사실 이 던전은 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왔다
“이리야. 죽여.
나는 어딨는지도 모르는 괴수를 이리는 정확히 괴수에게 달려갔다
그 사마귀 괴수는 초록색으로 나무줄기와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리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놀라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마귀 괴수가 자신의 앞발을 들어 빠른 속도로 이리에게 뻗었다
이리는 다가오는 앞발을 피하지도 않고 역으로 물어서 앞발을 잡아 뜯어버렸다
육체 능력이 약하다는 게 사실인지 앞발은 허무하게 뜯겨 나갔다
앞발을 제외한 공격수단이 없는지 사마귀 괴수는 허무하게 이리에게 목이 뜯겨 죽었다
그 초록색 피는 자연스럽게 설아가 흡수했고 마석은 이리가 가져왔다
그러고 보니 의도치 않게 길게 휴식을 취하다 보니 내 아이들 줄 마석을 몇 개 안 가지고 왔었다
진작에 마석은 동났지만 뭐 내 아이들이 마석을 안 먹는다고 굶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음식을 먹지 않으니깐. 하지만 간식이나 마찬가지인데 안 주면 아이들이 삐질 거다. 물론 이건 내 예상일 뿐이지만
여럿이 다니니 마석 문제도 있구나... 그렇다고 A급 마석을 팔아서 낮은 등급의 마석을 사서 주고 싶진 않다
“다음에 던전 갈 때는 괴수가 많이 나오는 곳으로 가죠.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시현 누나는 나를 보며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괜찮아?
다른 일행들을 쳐다보니 시현 누나와 같은 심정인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걱정은 했지만, 괴수가 죽는 모습을 봐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걱정했던 건 사라졌지만 여전히 걱정거리는 남아있었다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증명할 수 없는 내 아이를 구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저번과 같이 내 아이에 감정에 휩쓸려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기껏 김호현에게 처맞아가면서 훈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무 도움도 안 됐다
“괜찮아요. 던전을 마저 공략하죠.
던전을 별 볼일 없이 싱겁게 끝나버렸고 우리는 그렇게 일본에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전갈 아이의 마석과 베타에게 마나를 나눠주는 일이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베타에게만 마나를 줄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왔으니 전갈 아이에게도 마나를 줘야지
...이 아이에게도 이름을 지어줘야겠지
이 아이의 모습은 마치 민정 씨가 일본에서 갔을 때 보여주셨던 황제 전갈의 모습을 닮았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엄마로 보였으니 황제보단 여왕이겠지
그러면 여왕의 이름을 따서... 아마 제일 유명한 여왕이 엘리자베스니깐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의 마석에 마나를 주면서 말했다
“네 이름은 엘리야. 뭔가 내 아이들의 이름이 다 리 자 돌림이라... 잘 어울리네.
네가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듣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하루 쉰 다음 우리 5명 전부 우리 친가에 들르기로 했다
분명 나 혼자 가려고 했지만, 문제는 우리 파티는 어쩔 수 없이 한 몸이라
설아랑 나는 한 세트. 설아랑 이리를 감시할 시현 누나와 민정 씨 준석 씨가 한 세트. 그리고 이리랑 나랑 한 세트
나는 그냥 일본에서 사 온 과자를 가족에게 전해주려 했을 뿐인데 일이 커졌다
이번엔 시현 누나가 아닌 준석 씨의 차량을 타고 대학에 있는 민아를 마중 나갔다
민아는 대학에 어딨나 물어봤더니 대학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건 솔직히 내 실수다. 마석을 내 아이들에게만 먹일 생각을 했지 팔 생각은 안 했다
밥은 길드 내에 식당을 공짜로 이용하고 집도 길드에서 마련해 줬고 옷은... 솔직히 신경 안 썼다
“A급 마석은 팔면 어느 정도 하나요?
“음... 협회에서 팔면 세금 다 떼면 400에서 450 정도. 하지만 저희 길드에 팔면 깔끔히 300입니다. 하지만 협회에다가 팔면 불편한 점이 많아서 저희 길드에 소속된 분들이면 다 우리 길드에 팝니다.
“네? 300이나요?
너네들... 엄청 비싼 간식을 먹고 있었구나
처음에 B급 마석을 개당 일백에 몇 개 팔아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었는데... 너희 간식으로 몇천만 원을 사용한 것 같네
민아에게 미안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이리와 시리에게 일본에서 사냥한 괴수들의 마석 1개씩 주고 남은 마석 1개를 즉시 길드에게 팔아서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300을 받아 다시 민아에게 향했다
민아의 대학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시선이 모였다
준석 씨의 차량은 어렸을 때의 로망이라고 리무진이었다
그 리무진이 대학 정문 앞에 세워져 있으면 당연히 눈길을 끌겠지
근데 우리 5명과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닐 차가 이것밖에 없었다
물론 차를 여러 개 운전해도 되겠지만 굳이
“민아야 정문 앞인데 어디야?” “어... 정문 앞이라고? 혹시 저... 리무진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친구들이랑 쭈뼛쭈뼛 오는 민아가 보였다
나는 차 문을 열면서 민아에게 인사했다
“오랜만. 옆에는 친구들이야?” “안녕하세요~
친구들은 꺅꺅거리며 민아를 배웅했다
“아니 쪽팔리게 왜 정문 앞에서 기다려?!
“뭐 어때. 빨리 타. 소개해줄 사람들도 있어.
“소개해줄 사람?
민아는 긴가민가하면서 차를 탔다
“전에 봤던 시현 누나와 설아는 알고 있지? 앞에 타신 두 분은 준석 씨와 민정 씨야. 혹시 S급 헌터인데 알고 있어?
준석 씨와 민정 씨는 민아에게 인사하셨다
설아는 잠시 두 분을 쳐다보다가 아하! 효과음을 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별비 길드 최정예 헌터이시잖아?! 곧 SS급 헌터로 승급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또 오빠 옆에 있어?
“응?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다 알고 있데?
민아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봤다
“그걸 같은 길드원이 모르는 오빠가 더 이상한데. 주변에 관심 좀 가져라, 이 아저씨야.
관심 없었다는 건 사실인데... 나는 준석 씨와 민정 씨를 쳐다봤다
“혹시 저희 때문에 SS급 헌터로 승급되는 게 늦어지신 건가요?
두 분은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저 쓰게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너무 관심이 없었나 보다. 두 분이 SS급 헌터로 승급하기 위해선... S급 던전을 가는 게 좋으려나..
하지만 시현 누나 또한 S급 던전에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따로 누나와 해봐야겠다
민아는 나를 제외한 일행에게 말을 걸며 수다를 떨었고 이내 친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