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42화 (42/164)

#42. 괴이의 주인 41

우리는 오그렌 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오그렌 님은 사무실같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긴 내 개인 사무실일세. 소리를 차단하는 마나로 둘러싸여 있으니 얘기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 걸세.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자네는 그 반지의 선택을 받았으니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겠지. 하지만...

오그렌 님은 뒤를 쳐다보시며 말씀하셨다

“뒤에 있는 자들은 믿을만한 사람들인가?

물론 시현 누나와 설아는 믿는다. 하지만 민정 씨와 준석 씨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두 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럼 저희는 나가 보겠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오그렌 님의 신상의 문제가 생기면 아마 드워프 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나가셨다. 두 분에게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설아와 시현 누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내 옆에 섰다

“그래. 한 명은 김지현 씨의 딸이고, 한 명은... 그 반지에 있는 아이와 같군.

한 명은 당연히 시현 누나고... 설아가 베타와 같다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오그렌 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씀하셨다

“이 반지에 담겨있는 아이는 레비아탄 이라는 신적인 존재의 파편이다. 레비아탄은 세계를 삼키는 고래라고 하지. 누구도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말씀하신 건 별 게 아니었다

“신의... 파편이요?

“그래. 레비아탄은 세계를 삼킨다고 한다. 하지만 레비아탄의 뱃속에서 새로운 세계가 생긴다더군. 어쩌면 이 지구도 레비아탄의 뱃속에 있는지도 모르지. 하나의 가설이긴 하지만.

“그런 존재가... 왜 반지에 갇혀있죠?

“그건 나도 모르지. 사실 그게 파편인지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레비아탄의 능력은 알고 있지.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바로 게이트라네.

...게이트? 그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게이트

“그러면 레비아탄이라는 작자가 우리 지구를 침공한 건가요?

오그렌 님은 고개를 저었다

“세계를 삼키면 삼켰지 침공하는 작자는 아닐 거야. 애초에 삼킬 힘이 있는데 뭣하러 침공을 하나?

그건... 그렇다

“하지만 게이트가 우리가 있던 세계에서 나타났고 우리 일족 일부를 빨아들였지. 이유는 우리도 모른다네. 게이트를 넘어온 곳은 바로 지구였고. 그때 새로운 게이트들이 열리며 자네들도 알다시피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났지. 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 보고 우리는 레비아탄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했다네.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힘이 그 아이에게도 느껴졌지.

그때 시현 누나가 그 생각을 반박했다

“저희도 던전을 들어갈 때 게이트를 자주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그렌 님은 어떻게 그 힘을 느끼신 거죠?

오그렌 님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던전과는 다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레비아탄의 게이트는 일방통행이 아니네. 솔직히 말하면 던전의 게이트는 나도 모르네. 하지만 우리가 빨려 들어온 게이트는 적어도 왕복은 가능했지. 물론 금방 사라졌지만.

그 말엔 설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는 지구가 처음 게이트로 인해 침공받았을 당시에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괴수가 게이트에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 괴수는 헝가리 지역을 휩쓸고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게이트는 금방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괴수를 뿜어냈죠. 물론 그 게이트로 들어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사라지진 않았어요. 그건 어떻게 된 거죠?

오그렌 님은 오히려 자신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구에서 게이트가 나온 지 30년 이 된 거로 알고있다만... 그건 둘째치고 그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지구에 대해 많이 알아봤지만, 게이트로 다시 돌아간 괴수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네.

확실히.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가 다시 들어갔다는 얘기는 설아에게 처음 들었다

하지만 오그렌 님도 처음 듣는 얘기란 건 말이 달라진다

“피처럼 빨간 슬라임이었고 촉수가 달려있었습니다.

오그렌 님은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빨간색 슬라임... 촉수? 그대는 헌터가 아니지?

우리 셋은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대에게는 저 반지에 들어있는 레비아탄과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네. 우리 4종족들은 마나를 사용하는 건 다들 알고 있겠지. 하지만 레비아탄들은 마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 들지. 마치 그대에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지. 아마 그대는 마나 측정기에 들어가도 측정이 안 될 거야.

마나... 측정이 안 된다고? 그건..

“어찌 됐든 그 슬라임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를 데려온 게이트는 금방 사라졌다네. 나도 연구 같은 걸 한 게 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말하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 반지에 있는 아이와 자네는 이질적이다. 라는 거지.

나는 혹시나 싶어 이리에 관해 물어봤다

“그럼 혹시 이 아이에게는 느껴지는 게 없으신가요?

오그렌 님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미안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네.

나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았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대들의 부탁은 그 반지를 파괴해달라는 말인가?

아 맞다. 충격적인 얘기를 들어 잠시 까먹고 있었다

“아 네. 하지만 이 반지가 벗겨지지 않아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오그렌 님은 잠시 반지를 빤히 보시더니 고개를 저으셨다

“부탁을 들어줄 순 있지만, 해결은 할 수 없을 것 같군.

“네?

“레비아탄을 가둔 반지인데 내가 어떻게 파괴하겠나. 내가 해줄 조언은 그 손가락을 잘라내라는 말밖에 못 하지만... 이미 그 반지가 자네에게 귀속된 것 같군. 자네에게도 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그대에게도 느껴지네. 하지만 그대의 몸에는 마나도 흐르는 것 같군.

“그건... 안 좋은 건가요?

“나도 모르지. 처음 보는 경우니. 하지만 엘프들은 조심하게. 그들은 호기심이 많은 종족이야. 아마 나와 같이 오래 산 엘프라면 자네를 한눈에 알아보겠지. 그들은 외모와 다르게 매우 잔인한 종족일세.

엘프라..

“저도 딱히 엘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가? 인간들은 대부분 엘프의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데 말이야.

뭐...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사건이 있어서요. 그러면 이 반지를 오그렌 님도 부수지 못하시는 건가요?

“적어도 내가 아는 드워프들 중에는 없겠지. 아니 그 누구도 그 반지를 부수진 못할 거다. 만약 갇힌 아이가 진짜 레비아탄인지 파편인지가 맞다면 말이야.

나는 절망했다. 진짜 나는 영원히 마나를 쓰지 못하는 걸까? 레비아탄이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

“알겠습니다. 많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선물을 준비한 게 있어서 그것만 드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오그렌 님은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부탁은 들어준다고 했으니 한 번 시도는 해보겠네. 손을 줘 보게나.

하지만 나는 앞으로 어떡하지라는 생각만이 내 머리에 남아있어 오그렌 님의 말이 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배낭을 열어 망치를 보여줬다

“혹시 좋아하실까 싶어 특이한 아티팩트를 준비했습니다. 랜덤 아티팩트 상점에서 구한 거라 위험하실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오그렌 님은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 것이 기분이 나빴지만 특이한 아티팩트란 말을 듣더니 관심을 가지시며 배낭을 보셨다

“이건...

오그렌 님은 망치를 보자마자 바로 손으로 집으셨다

분명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드워프 장인이신 분이니 아티팩트를 구별하는 방법도 있으시겠지

“손을 줘 보게.

이번엔 그 말을 들어서 조심히 반지 낀 손을 내밀었다

오그렌 님은 심호흡하시더니 내 손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셨다

나는 움찔해 손을 빼려다가 오그렌 님이 내 손을 힘껏 잡고 계셔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리는 깜짝 놀라 오그렌 님에게 달려들려는 걸 내가 막았다

오그렌 님이 휘두른 망치는 정확히 내가 낀 반지를 향했으며 반지는 두 조각이 나며 깨졌다

그와 동시에 망치 또한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 내 몸에서 검은색 덩어리들 같은 게 떨어지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즉시 베타를 불렀다

하지만 베타는 여전히 검은색 쇠사슬만 없어졌을 뿐 알의 형태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 망치도 랜덤 아티팩트 상점이란 곳에서 구했겠지? 아마 그 반지도 말이야. 그 상점이 뭐하는 곳인지 매우 궁금하군.

나는 베타를 멍하니 보다가 마나를 움직여 봤다

마나는 자연스럽게 움직여 내 몸을 강화했다

“후... 감사합니다. 부탁을 들어주셨는데 선물도 부서졌네요.

“아니 괜찮네. 혹시 그대가 레비아탄의 주인이 된다면... 잘 보여야지 않겠나.

“그 망치 아티팩트는 왜 부서진 거죠?

설아는 그게 궁금한 건지 물어봤다

“일회용이지만 아티팩트를 파괴할 수 있다고 하더군. 50퍼센트 확률이지만... 나 수준 정도 되면 확률을 높일 수도 있지.

마법 부여가 들도 자신이 원하는 마법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드워프 장인이신 분이 확률 하나 조정하지 못할까..

한순간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지금 와서는 와서 다행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 헌터 인생이 끝날 뻔했는데 오그렌 님이 구해주신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행의 한숨을 쉬면서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민정 씨와 준석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했다

“어떻게 잘 해결되셨나요?

“네. 덕분입니다. 감사해요.

솔직히 두 분 이서 함께 들었어도 무방한 정보긴 했다

하지만 오그렌 님은 나를 걱정해 주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겠지

분명 두 분은 안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하시겠지만, 전혀 물어보지 않으셨다. 나는 그 배려가 고마웠다

“그럼 일본 온 김에 놀러 다녀요!

민정 씨는 들떠서 말씀하셨다. 준석 씨가 그 말에 보탰다

“부 길드장님이 전용기 일정을 일주일 후로 잡으셨습니다. 아마 일주일 동안 오그렌 님을 설득하라는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할 게 없네요.

나는 생에 첫 해외여행이니 더욱 들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리를 허용하는 곳이 있을 리 없었다. 괴수의 출입을 허용하는 곳이 있을 리가..

“아!

나는 좋은 생각이 났다

“왜 그러세요. 시우 씨?

“혹시 여러분은 이리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 그러고 보니 이리는 괴수군요.

민정 씨나 준석 씨도 그건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리는 그냥 덩치 큰 강아지 아닐까요?

왜 시리를 헌터들이 감지 못하는지 깨달았다. 애초에 마나가 없으니 헌터들이 제대로 감지 못한 거다

그렇다면 이리가 괴수란 걸 알리지만 않으면 아무도 괴수란 걸 모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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