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괴이의 주인 38
모래사막으로 된 던전은 당연히 더웠다
민정 씨가 길드에서 가벼운 화염 내성을 가진 반지나 귀걸이 아티팩트를 구해오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는 귀걸이였는데 귀를 뚫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귀걸이긴 했는데 처음 착용해봐서 어색했다
문제는 이리와 시리였는데 둘 다 더위는 안 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이리가 특히 모래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무 고운 모래라 그런지 발이 푹푹 빠졌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이리라 위험한데 정작 이리는 그 촉감이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저렇게 뛰어다니면 금방 적응하겠지
게다가 전갈 괴수들이 모래 속에 살다 보니 이리의 후각에 의존하기도 어렵다
물론 이번 던전은 내 훈련이라기보단 우리 파티가 던전을 공략하는 거라 이리에게만 의존할 이유가 없다. 시현 누나도 설아도 괴수를 감지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런 설아가 내게 말했다
“그런데 김대식 의원이나 김호현 그대로 내버려둘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부 길드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잖아. 조금만 기다려보자.
던전을 구하고 남은 시간 동안 김대식 부자를 어떻게 조질까 생각을 했다
언뜻 생각난 게 김대형 의원하고 사이가 안 좋으니 김대형 의원하고 연락을 취하기 위해 부 길드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 길드장님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았지만 의지하는 게 맞았다
그것이 길드의 장점이겠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내가 길드에 공헌한 게 없는데 길드에 의지만 하고 있으니 사실 안 잘리는 게 신기했다
그래도 이번에 쓸만한 아티팩트들을 길드에 기부했으니 없던 양심이 다시 생겼다
나도 김대식 의원 부자를 조지고 싶지만, 힘이 없는 게 한이었다
“사실 설아가 좀 걱정되긴 해. 지금 동안 괴수의 피를 흡수하긴 했는데 이런 곤충? 괴수의 피를 흡수하는 건... 거부감이 있지 않아?
설아는 전혀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냐. 헌터 범죄자 신분이라 던전에 못 들어갔었지만, 피의 갈증이 너무 심해져서 몰래 던전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 그때 들어간 던전이 사마귀 괴수가 나오는 던전이었는데 흡수할만하더라고. 뭔가 녹차 먹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피가 초록색이라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럼 다행이네. 근데 그럼 모래 속에 있는 괴수도 탐지할 수 있겠어?
설아가 얘기하기도 전에 시현 누나가 말했다
“전방 2백 미터 앞에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정확히 저희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니 조심하세요.
앞을 보더니 민정 씨와 준석 씨는 깜짝 놀랐다
“2백 미터 심지어 모래 속까지 감지할 수 있으신가요? 그 정도면 감지만 할 줄 알아도 SS급 던전에 들어가는 파티에서도 데려갈 수준인데요?
“저도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면 할 수 있을까요? 대단하십니다. 마나가 부족하진 않으세요?
시현 누나는 그 얘기에 대답하기도 전에 괴수가 오는 경로에다가 화염을 모래에 뿌렸다
모래가 녹아 내려 그곳은 마치 콜로세움처럼 변했고 그 공간에 민정 씨의 버프를 받은 준석 씨가 골렘으로 변해 그 공간으로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전갈 괴수들이 나와 준석 씨를 공격했다. 그 전갈 괴수는 코끼리만 했다. 게다가 모래의 색과 비슷해서 숨어있다면 알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 전갈 괴수는 골렘으로 된 준석 씨의 피부를 뚫을 순 없었다
전갈 괴수들이 물리 공격에 강하다고 하지만 준석 씨의 공격에 전갈들은 순식간에 뭉개져 죽어 나갔다
그 어떤 말도 없이 시현 누나가 괴수가 온다고 경고하고 그 말에 놀란 준석 씨와 민정 씨였지만 그와 동시에 전갈이 오는 경로에 모래를 녹이고 콜로세움을 만들어 어느새 민정 씨의 버프를 받은 준석 씨가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모습은 가히 경이롭다고 해도 무방했다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지만, 그때는 서로의 합이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서로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행동하는 게 대단했다
내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 설아는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콜로세움에 뛰어들어 준석 씨가 죽인 전갈 괴수의 초록색 피를 흡수했다
“근데... 던전 안의 괴수의 피는 금방 사라지는데 설아 네가 흡수한 건 괜찮아?
“나도 몰라. 우선 나한테 흡수된 게 사라진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니깐
이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뭔가 해보고 싶은지 모래를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이리가 평범히 뛰어다닌 게 아니었다. 이리가 모래를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이리의 발자국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이리가 뛰어다닌 곳에는 발자국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리는 자신이 이곳에서 쓸모가 없다. 라고 생각했는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하우를 터득했다
준석 씨는 마석을 챙겨 콜로세움에서 나오면서 말 하셨다
“그런데 짐꾼은 안 구하시나요? 매번 마석 들고 싸우면 귀찮을 것 같은데요.
그 질문에 내가 답했다
“어차피 제가 들고 다닐 거라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저도 지켜지는 와중에 짐꾼까지 구하면 힘들 것 같아서요.
내가 짐꾼 역할 대신 하지 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민정 씨는 내 눈치를 보면서 준석 씨를 툭툭 치셨다
괜히 눈치 준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때 모레에 익숙해진 이리가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리가 달려간 방향에 전갈 괴수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시현 누나가 말함과 동시에 이리는 모래 속을 파고들더니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전갈 괴수의 꼬리를 물어, 모래 밖으로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준석 씨는 어디선가 난 돌을 전갈 괴수에게 던졌다
준석 씨가 던진 돌을 이리가 발견하고 재빨리 피하며 전갈 괴수에게만 직격 했다
평범한 돌이었다면 끄떡없었겠지만, 그 돌은 준석 씨가 골렘으로 변할 때 나오는 돌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단한 준석 씨의 피부를 던지는 거라 괴수가 멀쩡할 리 없었다
게다가 괴수까지의 거리가 100미터는 돼 보였는데 그걸 던지는 준석 씨도 대단했다
준석 씨의 피부(?)는 괴수의 꼬리를 뭉개서 잘라버리는 결과를 냈다
이리는 단단한 갑각을 노리는 대신 전갈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마치 사슴벌레가 상대를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그 사이에 시현 누나가 와서 전갈의 배를 화염으로 익혀 죽여버렸다
“이리야. 왜 함부로 뛰어갔어.
하지만 이리가 돌발행동을 한 게 사실이다. 이리는 자신이 쓸모없는 줄 알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짓을 했다고 한다
“네가 쓸모가 있든 없든 난 상관 안 하니깐 위험한 짓은 하지 마... 그래도 이번엔 잘했어.
이리는 전갈이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가서 전갈을 모래 속에서 끄집어낸 거다
거기다가 모래 속에 있는 전갈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 것도 대단했다
혼을 내긴 했지만 잘한 건 칭찬해줘야지
“그러고 보니 제가 괴수에게 제 능력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혹시 이리에게 사용해도 될까요?
민정 씨가 다가오더니 얘기하셨다
“음... 민정 씨의 버프를 받고 부작용이 생긴다거나 그런 결과가 있었던 적은 없겠죠?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민정 씨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아뇨 괜찮아요. 그리고 버프를 받고 부작용이 생겼다는 말은 아직 한 번도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괴수에게 준 적이 없어서... 확답은 못 드리겠어요.
마치 게임에서 동료에게 주면 버프지만 적에게 주면 디버프를 주는 그런 스킬도 있어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웠다
“혹시 버프를 끊을 수도 있으신가요?
“어... 네? 아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시도네요. 잠시만요?
민정 씨는 준석 씨에게 버프를 주고 다시 버프를 뺏어 보았다
“되네요? 이런 시도는 처음 해봐서 신기하네요. 제 버프를 받으신 헌터분들 중에서 자신의 힘을 주체못하는 경우가 생긴 적도 있었어요. 만약 버프를 줬다가 뺏어버리면 박탈감이 심해질 수도 있으니... 버프의 새로운 활용 방법이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확실히 전에 민정 씨의 버프를 한 번 받아본 적이 있었다. 마치 마나로 신체 강화를 한듯한 기분이었다. 내 몸을 주체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 버프를 강제로 뺏는다면... 확실히 상실감이 있겠지
“아뇨. 천만에요. 그럼 이리에게 한 번 버프를 줘보시겠어요?
민정 씨는 이리에게 버프를 줬다. 이리는 기분이 이상한지 깜짝 놀라 사막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속도는 빨라진 것 같지만 이리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확실히 버프를 처음 받는 사람들은 자기의 힘을 주체 못 해요. 마치 이리처럼... 어?
민정 씨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리는 버프를 받은 자신의 힘에 금방 익숙해져 발자국이 다시 사라졌다
“와...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사람... 아니 괴수는 처음 보네요.
이리가 칭찬받았지만,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설아가 말했다
“나도! 나도 버프를 받아볼래.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
민정 씨는 마나가 부족할 수도 있을 텐데 기꺼이 설아에게도 버프를 걸어주셨다
설아 또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말했다
“별거 아닌데?
애초에 설아는 자신의 힘을 계속 숨기고 있었으니... 금방 적응하겠지
“그래도 그런 말투는 안돼 설아야.
“미안
하지만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민정 씨는 이리를 보며 귀여워하고 있었다
설아는 괜히 그 모습을 보고 심통 난 듯 괴수를 찾아 나섰다
그래도 다들 서로 친해진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설아는 금방 전갈 괴수를 찾았다. “뭔가...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 같아. 두 마리 인 것 같은데?
전갈 괴수들은 따로따로 다니지만 둘이서 같이 다니는 경우는 한 가지였다
“짝짓기를 준비하는 것 같은데.
괴수들도 짝짓기를 한다. 그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하기는 한다. 그 상태를 오래 두면 전에 보았던 괴수들의 마을이 만들어진다. 괴수들이 많아져도 어차피 게이트에서 나오지 못하지만 던전의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던전의 모든 괴수를 죽이고 게이트에서 나오면 2~3일 이후면 어느샌가 괴수들이 다시 나타나 있다
“괴수가 짝짓기하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빨리 가보죠!
민정 씨는 왜 신이 난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짝짓기가 진작에 끝난 상태였다
정확히는 전갈 괴수의 등에 하얀색 새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민정 씨는 그 모습을 보고 꺄아아악! 소리쳤다
“너무 귀여워!
...
준석 씨는 그런 민정 씨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우리 셋도 마찬가지였다
“민정 씨는 헌터가 되기 전부터 파충류 샵 같은 데를 자주 들렸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파충류는 좋아한다. 다리 6개 초과하는 걸 극혐하긴 했는데... 시리를 만나고 나서 변한 것 같긴 하다
준석 씨는 그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바로 골렘으로 변하며 자신의 피부를 새끼를 업고 있는 괴수에게 집어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