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37화 (37/164)

#37. 괴이의 주인 36

“내 피도 맞긴 한데... 아마 이 로브를 입으면 벗을 수가 없이 피가 터져 나와 익사하는 방식인 것 같은데... 내가 흡수하는 피는 이 아티팩트를 입고 죽은 희생자들의 피 같아.

아... 설아는 피를 흡수하면 흡수한 대상의 기억을 어느 정도 들어오는 거였지. 그런데...

“괜찮아? 그들도 사람이었을 텐데?

“괜찮아. 시우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으니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 좋겠다고 설아에게 안 좋은걸 강요하고 싶지 않아.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해야 해.

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기특해 전과 같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설아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설아는 피와 같은 머리 색과 눈동자. 그리고 흰색을 좋아한다고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몸이 커지면서 티셔츠가 그녀의 몸에 꽉 끼었다. 그 모습은 엄청 색정적으로..

“크흠... 옷 입으세요

나는 겉옷을 벗어주며 설아에게 입혀줬다. 다행히 바지는 고무줄 바지라 늘어나도 괜찮았다

준석 씨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셨고 민정 씨는 그런 준석 씨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시현 누나는 윤서아 씨의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

“자칫 다른 사람이 입었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뻔했네요. 근데 설아. 로브가 아예 흡수된 것처럼 보였는데 괜찮은 건가요?

설아는 오히려 좋다는 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 아티팩트의 저주는 피의 익사하는 거였지만 내가 흡수해서 그런지 피가 나오다 말았어. 하지만 로브 자체를 흡수했다 보니 엄청난 피가 한 번에 들어온 것 같아. 희생자가 하나둘이 아니었나 봐.

나는 오히려 걱정됐다

“괜찮아? 피를 흡수하면 기억이 들어오는 것 아니었어? 그렇게 한 번에 많은 피를 흡수했으면...

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아마 이 능력이 시우의 피를 흡수해서 생긴 것 같은데 이것도 내가 원할 때만 가능해. 참 편리한 능력이지?

다행이었다. 설아가 힘을 되찾아 본래의 모습을 찾은 것 같아서. 하지만 당황한 건 나뿐인 건가? 준석 씨와 민정 씨. 시현 누나도 설아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으셨다

...준석 씨는 다른 의미로 놀라시긴 했지만

“설아의 이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만 놀라네요

“시우 씨가 김대식 의원에게 납치됐을 때 그녀의 모습이 순간 변한 걸 봤었어요. 시현 씨가 막아섰을 때 그 모습을 잠시 봤었죠. 순식간에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하긴 했지만요

민정 씨가 대신 대답해줬다

설아가 급격히 성장해서 그런지 다시 괴리감이 느껴졌다. 벌써 두 번째네

“그런데... 여기 있는 아티팩트들은 가져갈 수 있겠지만 윤서아 씨의 아티팩트들은 어쩌죠?

증거자료들은 뭐 없었지만 아티팩트들이 꽤 있어서 우리 길드에 도움이 되겠지. 이것 또한 증거가 될 수도 있고. 하지만 윤서아 씨의 아티팩트들은 설아가 당했다시피 위험한 아티팩트들이 많았다

“마침 근처에 있다고 해서 언니를 불렀어요. 물어볼 것도 있고 애초에 그 언니 상점이 인기 있는 상점도 아니니깐요.

하긴 저런 무시무시한 아티팩트들을 파는 상점이니 무섭긴 하겠다

우리는 윤서아 씨의 아티팩트를 제외한 다른 아티팩트들을 조심조심 챙겼고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건물 안으로 사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장들을 입고 있는 거 보면 김대식 의원에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어쩌죠? 저희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딱히 좋을 것 같진 않은데요.

준석 씨는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시현 누나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상관없을 것 같아요. 밤꽃 길드는 속으로는 안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길드죠. 협회가 돈을 먹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밤꽃 길드를 찾아왔다고 말하면 딱히 저쪽도 할 말은 없을 겁니다.

하긴 밤꽃 길드가 왜 헌터 범죄자 길드가 아닌지 어이가 없지만, 우리도 그걸 이용하면 될 뿐

방에 있는 남은 아티팩트들이 거슬리지만, 저들도 윤서아의 아티팩트는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겠지

우리는 숨겨진 방에서 나와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길드 하우스로 우루루 들어왔다

“그쪽은 별비 길드 아닌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밤꽃 길드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그쪽은 뭡니까?

처음부터 딱히 좋은 말이 오가진 않았다. 정장을 입은 헌터 중 2미터는 돼 보이는 흑인 헌터가 대표로 나와서 말했고 우리는 준석 씨가 대표로 나왔다

“우린 김대식 의원님이 불러서 밤꽃 길드 하우스로 왔다. 이 길드에게 빌려준 아티팩트가 있는데 돌려받으러 왔지. 그래서 그대들은 무슨 볼일이지?

정장일 입은 헌터가 말했다. 시현 누나가 내게 귓속말을 했다

“저 흑인은 김대식 의원이 거금을 들여서 외국에서 들여온 용병이에요. 이름은 제이크. 신체 능력자이며 SS급 헌터입니다. 아마 의원에 최강의 패 일텐데...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민시영이 중요한 사람이긴 했나 봅니다.

한국말을 잘하길래 무슨 혼혈인 줄 알았더니 한국에서 오래 활동했나 보다. 시현 누나 외에 처음 보는 SS급 헌터인 데다가 신체 능력자다. 가장 보편적이지만 가장 등급을 올리기 힘든 헌터. 던전에서 그 누구보다 최전방에 헌터가 신체 능력자다. 물론 모든 신체 능력자가 같은 능력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보면 준석 씨도 신체 능력자다

“볼일이 있긴 했는데 길드 전원이 안 보여서 말이야. 우리도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었지.

제이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밤꽃 길드가 우릴 노린 게 밝혀지면 저쪽에서도 곤란하겠지. 준석 씨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외통수였다

“쯧. 어쩔 수 없나. 길드 하우스를 뒤져라.

제이크는 다른 정장을 입은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그쪽이 멋대로 길드 하우스를 뒤져도 되나? 밤꽃 길드가 돌아오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비꼬며 제이크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밤꽃 길드와 우리는 꽤 친밀한 사이여서 말이야. 돌아오면 설명하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그들은 길드 하우스를 뒤졌다. 이미 저들은 밤꽃 길드가 전멸한 거를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윤서아 씨의 것을 제외한 모든 아티팩트들을 이미 수거한 상태다. 부피가 큰 게 거의 없었던 터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우리 몸에 숨겼다

나는 선심 쓰듯 그들에게 말했다

“안에 출처가 윤서아라고 돼 있는 아티팩트들은 건드리지 마. 랜덤 아티팩트상점에 주인이니깐. 누군지 알고 있겠지?

한 헌터가 윤서아의 아티팩트를 만지려다가 기겁하고 손을 뗐다

하지만 제이크는 다른 정장을 입은 사람에게 말하더니 그 사람이 윤서아의 아티팩트에 손을 댔다

“일반인은 상관없는 거로 알고 있지. 알려줘서 고맙네. 이건 가져가지.

일반인이구나. 하지

“그쪽이 윤서아의 아티팩트를 왜 가져가려 하지? 김대식 의원의 것만 가져가면 되는 거 아닌가?

“의원님 것이 안 보이니 다른 거라도 가져가야지. 이 정도는 밤꽃 길드도 허락하겠지.

확실하다. 그들은 밤꽃 길드가 없는 걸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윤서아의 아티팩트는 우리도 불안해서 가져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저들은 뭘 믿고 윤서아의 아티팩트들을 가져가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논리면 제가 가져가도 되죠? 내 건데.

어느새 윤서아 씨가 와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아티팩트들을 담았다

그 모습에 제이크 일행들은 벙쪄서 멍하니 쳐다만 봤다

“언니가 좀 마이웨이라서요.”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윤서아 씨가 제이크가 헌터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진 흑인 남성이 있는데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하지만 제이크도 일반인인 중에서도 헌터한테 유명한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면 자칫하면 헌터 범죄자로 몰릴 수도 있어 그녀를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이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눈을 돌렸다

정확히는 내 뒤에 있는 설아에게 눈을 돌렸다. 설아는 어느새 140의 키로 돌아가서 내 뒤에 숨어있었다

“별비 길드원 중에 내가 알기로 빨간 머리와 눈을 가진 어린애는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얼굴이 익숙하군. 이름이 뭐지?

“내 친척인데 그쪽이 뭔 상관이지?

설아가 꺼리는 기색에 내가 대신 말했다

“흠... 그대는 한국인으로 알고 있는데 친척은 외국인인가?

“한창 중2병 걸릴 시기라 말이야. 좀 봐주지?

오히려 뻔뻔하게 나가니 제이크도 딱히 별말을 안 했다

제이크는 볼일은 다 봤다는 듯이 인원을 불러모아 건물을 나갔다

인원들을 전부 내보내고 본인도 나가기 위해 문 앞에 서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우리는 흠칫했다

“최소한 정체를 숨기려면 염색이라도 하지 그랬나. 옛날처럼 말이야.

사실 이미 검은색으로 염색했었지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조그마한 아이로 돌아오니 빨간 머리로 돌아왔다

“...무슨 소리지?

“시치미 뗄 필요 없다. 어차피 그녀에게 악감정은 없다. 나는 용병이니 내 목숨 걸어가면서 일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제이크는 나갔다

“전에... 제이크하고 만난 적이 있는 건가요?

제이크는 마치 설아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전에 저 아이가 속한 용병 길드가 저를 습격한 적이 있었어요. 정확히는 저 아이가 속한 길드가 더우샤오가 고용한 길드였죠

더우샤오? 아 설아가 죽였다던 SSS급 헌터구나

그 얘기는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민정 씨와 준석 씨는 깜짝 놀랐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더우샤오? 그 1등급 헌터 범죄자? 아니 부 길드장님이 다짜고짜 시우 씨를 감시하래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확실히 아까 커졌을 때 위화감이 들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부 길드장님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민정 씨와 준석 씨를 부려먹은 건가? 그렇게 안 봤는데 블랙 기업이었구나

우리는 그간의 일을 둘에게 설명했다

민정 씨는 그녀의 일을 공감해주었고 준석 씨는 딱히 믿진 않았지만, 시현 누나와 나를 믿는 것 같았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안타깝네요.” “헌터 범죄자의 말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시현 씨와 시우 씨를 믿으니 믿겠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람이 더 있었다

“뭐 딱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전 여기 왜 온 거죠?

윤서아 씨는 뚱한 표정으로 우릴 보고있었다

“시현 누나? 뭐 설명도 없이 그냥 오라고 했어요?

“설명하기도 전에 설아에게서 피가 쏟아져 나와서 말이야. 급하게 오라고만 말하고 끊었죠.

아하..

“난 내 물건 다시 팔면 돼서 상관없는데 이래도 되는 거야?

“아... 뭐... 주인 없는 거긴 한데요. 그럼 아티팩트 저희가 가져도 되나요?

민정 씨와 준석 씨는 놀랐다. 윤서아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거 제 건데요?” “애초에 저희 아니었으면 얻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아니면 별비 길드에서 보상 해주겠죠. 그쵸?

나는 민정 씨와 준석 씨를 보았다

“설아 덕분에 좋은 아티팩트를 많이 얻은 것 같은데 그 정도는 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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