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33화 (33/164)

#33. 괴이의 주인 32

이리는 주인님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주인님의 생각이 전해졌다. ‘함부로 공격하지마

생각이 전해짐과 동시에 주인님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지금 동안 한 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즉 주인님에게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거다

이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주인이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중간에 방해물들이 있지만, 주인님이 죽이지 말라고 했으니 죽이진 않는다

나는 바닥에서 차가운 기운이 올라와 기절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시리가 아직 내 몸에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시리는 있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휴대폰이나 지갑 등 옷과 반지 빼고 전부가 사라져 있었다. 반지는 베타가 알로 변한 이후로 빠지지 않아서 그런지 나를 납치한 사람도 못 뺀 것 같았다. 그래도 내 몸이 묶여있다거니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게 무슨 독을 쓴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컨테이너 같았다. 밖으로 나가는 문 같은 것도 보여서 힘겹게 움직였지만 당연하게도 열리진 않았다. “시리야. 여기 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겠니?

시리는 내게 대강 알려줬다. 나는 이상한 사람에게 목에 주사 같은 걸 맞아 강제로 잠에 빠졌으며 나를 차에 옮겨서 어디론가 이동했다고 한다

이 이상 시리에게 기대하긴 어려울 거다. 나를 납치할 사람은 정해져 있긴 하다

최근에 미운털이 박힌 데는 국회의원 아들밖에 없겠지. 국회의원 본인일 수도 있고

시리라면 이런 컨테이너쯤이야 부숴 버릴 수 있겠지만, 이 밖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어차피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칠흑 같은 컨테이너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체감시간으로 2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서 1분이 마치 1시간 같았다. 더는 기다리기 힘들어 시리에게 컨테이너를 부숴버리라고 말하기 직전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정장을 입은 남자 2명과 그 2명이 호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순해 보이는 남성 하나, 그리고 그 뒤에서 편의점에서 보았던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순해 보이는 남성은 TV에서 본 얼굴이다. 김대식 국회의원 본인이다

하지만 김대식 국회의원보다도 뒤에서 전에 편의점에서 보았던 인물이 더 거슬린다

설아가 분명 살인자라고 했으니. 김대식은 밖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와 가져온 의자에 앉았다

저 4명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다는 거겠지

“자네가 설시우 인가?” “그렇습니다만. 김대식 의원님이 자기 아들 관리는 못 하셨나 봐요

납치한 것만으로 내게 할 말이 있을 거다. 아니면 납치한 이후에 이곳으로 온 뒤 바로 죽였겠지. 물론 그랬다면 시리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그걸 믿고 한번 건드려 본다

“상황파악이 안 돼 나보군” 김대식 의원은 보디가드에게 손짓을 했다

보디가드는 내게 다가오더니 내 배를 가격했다. 나는 움찔했지만, 시리가 막아줘서 아픔이 덜했다. 하지만 그걸 티 낼 수 없으니 급하게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미 너에 대한 정보는 다 알아냈다. B급 테이머라지? 이시현의 연인으로 별비 길드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거로 보이지만, 결국엔 B급에 테이머. 괴수가 없으면 조금 강한 일반인일 뿐

확실히 지금은 마나로 신체 강화도 하기 힘들어서 정답이다. 하지만 괴수가 없는 건 오답이지

나는 최대한 아픈 척을 하면서 물어봤다

“진짜 김대식 의원이 맞나? 내가 아는 김대식 의원은 이런 인물이 아닌데...

의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멍청하군. 네가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냐? 고작 인터넷에 퍼진 일로 나를 판단하는 건가?

“그나마 믿을 만한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국회의원은 결국 국회의원이군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을 믿는 자는 거의 없을 거다

그렇다고 이런 더러운 일에까지 관여할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 아들이 잘못된 일을 한 게 맞지. 그렇다고 아들을 내칠 순 없잖나

“... 그러면 아들에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게 맞지 않나?

“굳이? 잠깐의 유흥인 것을. 돈만 쥐여 주면 조용해지는 건 똑같네. 돈이 많은 자는 돈이 적은 자에게 용서를 구할 이유가 없네

... 틀린 말은 아니지. 헌터가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돈이니깐. 범죄를 저질러도 돈을 내면 면제다. 설령 사람을 죽여도 높으신 분들은 면제가 되겠지

“게이트가 침공한 세상이라고 헌터를 죽이면 안 된다고? 그럴 리가. 결국엔 돈만 있다면 불가능 한 건 없다네

확실히 우리나라는 돈만 많다면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했던가

“지금 내 아들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참게. 아들이 밤꽃 길드 길드장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자네하고 이시현을 죽이러 갔지만, 지금까지 행방불명이 돼서 화가 난 모양이야. 이시현은 길드장의 딸이니 건들기 어렵지만, 자네는 말이 다르지. 딸의 연인이라고 하지만 자네를 살리기 위해 나하고 적대하는 건 멍청한 일이지. 나에게 빚도 있으니

길드장님이 김대식 의원에게 빚이 있다...

“자네가 그냥 어떤 인물인가 궁금해서 왔네. 오늘 아들이 자네에 대한 처우를 정하겠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게

그때 편의점에서 보았던 남자가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안 죽일거야? 아들 올 때까지 내버려둔다고? 그럼 우리가 가지면 안 돼?

김대식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얌전히 아들 오기까지 기다려라. 그 이후에는 뭘 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한 계약을 잊지 마라

남자는 아쉽다는 듯이 뒤돌아섰다

“아쉽네. 인재 같은데. 부디 살아남으렴~

그 말을 듣고 문이 닫혔다

계약과 인재라... 새로운 단어들을 들었다

계약이라 했으니 저 살인자 남자는 김대식 의원 아래에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인재는... 잘 모르겠다. 살인자가 나보고 인재라고 하는 거면... 내가 살인을 잘할 거로 생각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역겨운데..

나는 여러 생각을 하며 체감상 1시간은 더 기다린 것 같다

컨테이너 문이 열리고 지아비랑 똑 닮은 김호현이 아까 봤던 살인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설아와 함께 아버지의 차를 타고 이리를 쫓고 있었다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대다수의 길드원들이 이리를 쫓고 있었다

이리는 나랑 시우가 자주 가던 편의점 앞에서 냄새를 맡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랑 길드원들은 급하게 쫓았지만, 이리는 1시간도 넘게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에는 달려서 이리를 쫓았지만, 중간부터는 차를 타고 이리를 쫓았다

이미 이리를 놓쳤지만, 이리가 지나간 곳은 초토화가 돼서 어렵지 않게 이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명할지 생각하는지 한숨을 쉬면서 운전을 하고 계셨다

“하... 하필 콜로세움에 김대식 의원에 아들이 있었다니... 이건 내 불찰이다. 미안하다

아버지는 뜬금없이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네? 아버지가 미안할 건 없지 않나요?

아버지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제는 시우 씨를 편하게 부르는구나. 오랜만에 아버지란 말도 들은 것 같고

아... 지금 동안 길드장님 이라고만 부르고 아버지라 안 불렀지. 게다가 화해하자고 생각만 하고 말씀을 드린 적도 없었다

“죄송해요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니 네가 죄송할 건 없다. 그리고 시우 씨를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그건 나도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김호현...이죠? 김대식 국회의원의 아들

“정확히는 김대식 의원 본인일 거다. 아들은 자기 아비만 믿고 날뛰기만 할 뿐. 실질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하지만 김대식 의원 그 사람은 다르지. 그 사람의 재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 자본을 이용해 수많은 헌터들을 거느리고 있지. 아마 협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거다. 게다가... 자기 아들이라면 그 어떤 짓을 해도 용서해줄 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화가 났다

“그럼 그자를 죽여버리면 안 되나?

설아가 단순하게 말했다

“국회의원 중에서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자다. 함부로 죽였다간 헌터 범죄자가 될 거다. 아니... 그대는 이미 헌터 범죄자라 상관이 없나?

“그래! 내가 죽일게! 어때?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설아. 그래도 괜찮겠어요? 더는 변장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있는 신분증도 쓸모없어질 수도 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희랑 같이 있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설아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시우가 죽는 것보단 낫잖아?

설아는 시우를 만난 지도 별로 안 됐는데 어떻게 그를 저렇게 따를까... 아니 어떻게 보면 나도 똑같지. 시우에게는 뭔가 사람을 이끄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괴수도 이끌고 있으니..

“안된다. 그대가 국회의원을 죽인다면 그대를 감싸고 있는 우리 또한 큰 피해를 볼거다. 자칫하면 헌터 범죄자 길드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지. 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시우 씨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네?

아버지는 나에게 처음 보이는 표정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동료를 포기하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네 엄마에게 시우 씨와 단순한 동료의 관계가 아니란 걸 들었고 오늘... 네 모습을 보니 시우 씨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구나

나는 아버지의 처음 보는 모습을 보며 당황했지만, 할 말은 했다

“네. 시우도 저도 서로를 좋아하고 있어요

“그래... 시우 씨를 구하러 가자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설시우. 민시영은 어딨지?

오자마자 다짜고짜 민시영을 찾는다. “네가 걔를 왜 찾지?

살인자가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당연. 이 도련님이 민시영을 좋아하니깐~ 그런 걸레 같은 여자를 왜 좋아하나 몰라?” “아가리 안 닥쳐?!

확실히 민시영은 매력적으로 보였지. 겉모습은 말이야

“민시영은 너를 쫓는다고 하고 연락이 끊겼다. 사람을 시켜 길드 하우스에 가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민시영에게 무슨 짓을 했지?!

그녀는 설아에게 죽었고 넌 설아가 변장한 민시영을 봤을 뿐이야. 라고 말해봐야 믿지도 않겠지

“내가 말하면 나를 살려주는 건가?

그때 김호현이 내게 다가오더니 주먹으로 내 얼굴을 쳤다

“개새끼가 네가 질문할 처지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 하나? 별비 길드가 너를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거기 길드장이 우리 아빠한테 빚을 졌거든? 그러니 아가리 닥치고 질문에 대답해

나는 B급 헌터이긴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김호현이 때린 주먹은 시리가 막아주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호현이 때린 곳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

분명 다른 헌터들은 이 정도 아픔은 별거 아니겠지만, 나는 헌터가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괴수의 공격당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자 김호현은 한 대 맞고 넘어진 나의 머리를 발로 차버렸다

내 입안 속이 터졌는지 피가 울컥울컥 나오고 있었다. 그때 시리에게서 다 죽여버리겠다는 의지가 내게 전해왔다. 하지만 난 한 번 더 시리를 막았다

그래... 헌터가 되려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 이 정도 고통에 내 판단이 흐트러지면 시리와 이리, 설아와 시현 누나도 동시에 위험해지겠지

이 정도 고통은 익숙해져야 한다. 나는 그래도 B급 헌터다. 일반인인 김호현한테 맞아 죽을 일은 없겠지. 시간이 지나 독의 약효가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지만 어차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니 반항도 못 한다. 이것도 훈련의 일종이다

“폭력 쓰는 남성을 민시영이 좋아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난 김호현을 더욱 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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