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괴이의 주인 31
설아와 민아와 같이 영화를 보고 나왔다
나랑 시현 누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멜로 로맨스물이었지만, 민아가 추천했고 설아가 재밌게 봤으니 나쁘지 않았다
민아와 설아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었다. 나도 영화에 몰입해서 보는 편이라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시현 누나는 몇 분 보다가 피곤했는지 조용히 주무셨다
“그렇게 큰 화면은 처음 봤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게다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스토리가 너무 슬펐어요
오늘 우리가 본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 결말이 슬프긴 했다
우리는 시현 누나와 전에 같던 카페를 다시 그대로 찾아왔다
그때 우리가 도와줬던 카페 매니저분이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주셨다
“전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이후로 그 헌터분들이 한번을 안 찾아오네요. 두 분이서 그 사람들을 따라간 이후로 소식이 없어 걱정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매니저님은 이후로 우리 카페에 찾아오면 공짜로 커피를 준다고 하셨다
“뭐야 오빠? 시현 언니도 있으면서 다른 여자한테 꼬리도 쳤어? 뭐 오빠 스타일인 것 같네
카페 매니저님은 확실히 매니저복을 입고 계셨고 그 모습은 확실히 가라 길드 누군가가 반할 만했다. 확실히 매니저님과 같은 일하는 여성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했다
“뭐 매니저님이 멋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 지금도 나는 저런 분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뭐랄까...
시현 누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나도 시현 누나를 쳐다봤다
“뭐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시현 누나는 그제 서야 환히 웃었다
“그거 나야?” “당연히 설아지” 설아는 커피를 먹고 썼는지 인상을 찌푸리다가 우리 대화를 듣고 자기도 꼈다
분명 설아... 릴리는 우리에게 존댓말 하는 모습이 그 작은 키와 대조돼 괴리감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녀의 본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설아를 안아주면서 시현 누나를 보는 모습을 민아가 보고 뭔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했지. 동거하면서 뭔가 있었구나?
민아는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시현 누나는 딱히 정정하지 않았다
“이만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한테 안부도 전해주고. 죄송하지만 시현 누나? 민아 좀 데려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랑 설아는 어차피 가까우니 걸어서 돌아갈게요
민아는 시현 누나에 차량에 타면서 이런 좋은 차는 처음 타본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돌아갔다
“우리도 이만 돌아갈까?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이기에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베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베타는 왜 알이 됐고 언제 깨어날까?” “모르겠네. 확실히 원래 정령이 진화하는데 이런 과정을 겪는 것도 아닐 거야. 물론 그 진화과정에서 내가 기절해서 잘 모르지만, 시현 누나가 별다른 말을 안 했으니깐
배타가 알로 변하는 과정은 마치 이프닉스가 탄생하기 전에 나오는 빛과 같았다
원래라면 그대로 진화했어야 했지만, 그 검은 쇠사슬이 진화를 막고 있는 건가
아마 이 가설이 맞을 것 같다. 베타와 나는 마나가 이어져 있으니 아마 나도 베타와 비슷한 상태겠지. 그러면 베타가 깨어날 때 내게도 무슨 변화가 있을까
그때 설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시우?” “응? 아 미안. 생각을 너무 오래 했네
설아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피 냄새가 나” “...뭐?
그 말을 하고선 설아는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갔다
걸으면서 생각하다 보니 시현 누나의 집에 다 왔었지만, 설아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기에 나는 쫓아갈 수 있었다
설아는 나랑 시현 누나가 자주 갔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 편의점은 나랑 시현 누나가 자주 애용하는 곳으로 시켜 먹거나 편의점에서 자주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편의점을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아가 피 냄새가 난다며 그 편의점에 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그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보는 남자 알바생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그대로 있었고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뿐이었다
“왜 그래 설아야?” 하지만 설아는 내 손을 잡고 다시 편의점을 나갔다
설아는 최대한 조용히 내게 말했다
“저 안에서 피 냄새가 진동해. 나는 헌터들의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괴수들을 많이 죽인 헌터들 일수록 피 냄새가 더 강해져
“대단하네. 높은 등급의 헌터 일수록 더 냄새가 나겠구나?
설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란 듯이 말했다
“정확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저 안에서 괴수가 아닌 사람의 피 냄새가 나. 일반인에게는 엄청 옅게 느껴지는데 저 안에서는 냄새가 지독해
... 그러면 살인자가 저 안에 사람이라는 건가? 알바생이 걱정인데..
설아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냄새가 지독해서 저 두 사람 중 누구에게서 나오는 냄샌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괴수의 냄새도 나. 분명 헌터일 거야
사람을 죽인 헌터라... 분명 헌터 범죄자 일텐데
“내가 착했다고 착각하지마. 그들은 범죄자야
그래 범죄자. 밤꽃 길드를 죽였을 때도 던전 안이라 아마 아무도 모르니 내가 죽인거지, 아마 그 일이 들켰다면 나 또한 헌터 범죄자가 될 수 있었다. 물론 헌터 범죄자들은 전부 현상금을 가지고 있어 죽여도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누군지도 모른다는 거다. 헌터 범죄자를 잡겠답시고 일반인을 죽여버리면 나 또한 헌터 범죄자가 되겠지
“그래. 설아 말이 맞아. 협회에 신고하자
나는 핸드폰을 들면서 협회에 전화했다. 그러면서 내게 의문이 들었다. 내가 불의를 보고 못 참는 그런 성격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른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지금까지 불의를 본 적이 없었기에. 하지만 헌터가 된 이후에 시현 누나와 함께 꽤 많은 불의를 보아왔다. 그때마다 난 아마 시현 누나가 없었다면 선을 넘어선 짓을 했을 수도 있겠지. 아니 아마 했을 거다.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그러면서 다시 한번 편의점을 봤지만, 거기에는 알바생만 있었다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어 설아를 돌아봤지만, 설아는 어느새 편의점 의자에 앉아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 생각을 전했다
‘함부로 공격하지마
생각과 동시에 내 목에 뭔가가 주입되면서 나는 기절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영화관 안에서 나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그 이후에 카페에서 시우가 나를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해준 게 기뻤다
시우가 부탁했지만, 애초에 나도 설아를 데려다주고 싶었다
시우의 집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데려다주는 데 문제는 없었다
차를 운전하며 가고 있을 때 설아가 말을 걸어왔다. “시현 언니. 우리 오빠 진짜 좋아해요?
나는 당황했지만, 예상했던 질문이라 당당하게 대답했다. “응
“왜 시현 언니 같은 사람이 우리 오빠를 좋아해요? 가족으로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이번에 헌터가 된 거 말고는 딱히 자랑할 게 없는 오빠인데... 뭐 키가 크고 오늘 보니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꽤 잘생겨졌던데요? 몸도 좋아 보였고
이건 내가 콩깍지가 낀 게 아니라 사실이다. 최근에 나랑 같이 계속 운동하고 있었고 몸이 좋아졌다. 몸이 좋으면 얼굴도 잘생겨 보인다. 물론 잘생겼지만
“그렇지. 아마 시우가 알려지면 여자에게 인기 많아질 거야
“뭐야. 이제 이름으로 부르네요?” “응... 이젠 편하게 부르기로 했어
“우리 오빠가 연애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응...? 그러면 시우의 첫사랑이 난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도 민아에게 말했다
“그가 헌터가 된 게 나한텐 행운이었지. 내 특성이 뭔지는 너도 알거야. 하지만 시우와 같이 다니니 단 한 번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어. 시우는 내게... 희망이야
시우가 내게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했지만, 설령 내 자존감이 높아져도 시우가 내 희망인 건 다름없다
얘기하면서 운전하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언니도 들어가세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응? 뭘 조심하라는 거지
“우리 오빠. 성격이 엄청 불같아요. 정확히는 자기 가족을 욕하면 엄청 흥분하죠. 전에 오빠가 놀고 있을 무렵 제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워서 제 몸에 친구의 손톱으로 상처가 난 적이 있었죠. 그 얘기를 했을 때 오빠는 제 친구를 거의 죽일 듯이 노려봤어요. 하지만 때리거나 하면 가족에게 민폐니깐 안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정작 자기가 욕먹는 건 엄청 둔한데 말이에요. 아마 가족이란 브레이크가 없었다면 무슨 일을 했을지 몰라요. 언니가 우리 오빠 잘 돌봐줘요
아마 자신의 가족을 욕하면 누구라도 화를 낼 것이다. 그 정도는 평범하다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미 시우가 브레이크가 없을 때 어떤 짓을 하려 했는지 보았다
“걱정 마. 언니는 SS급 헌터란 걸 잊지 마
설아는 깜빡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차를 타고 돌아가려 할 때 설아가 말했다
“아 맞네. 이젠 새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응?
뒤를 돌아봤을 때 설아는 이미 들어가고 없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차를 타고 돌아갔다
“시우도 나도 결혼할 나이는 아직 아니지 않나?
혼잣말을 하며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23시 정도로 절대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주변이 매우 어수선했다
그 소리는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이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아파트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급하게 차를 주차 시키고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잡았다
잡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너... 시우 씨랑 같이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시우 씨 어딨어
“...네?
그때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쾅!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 파편과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 파편이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달라붙더니 이내 골렘으로 변하고 땅에 떨어졌다
그 정체는 준석 씨였다
“길드장님. 저희가 막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차라리 시우 씨를 찾는 게... 시현 님?
그때 준석 씨가 떨어진 곳에서 검은색의 형체가 떨어졌다
그 모습은 분명 이리였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리가 아니었다
2 미터 정도 되는 이리였지만 적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리는 4 미터는 돼 보였으며 회색과 검은색이 뒤섞여있는 이리였지만, 지금이 이리는 온몸이 칠흑 같은 검은색이고 눈에서는 붉은빛 안광이 나고 있었다
그 뒤로 급하게 아파트에서 내려오는 인원들은 대부분 A급 이상의 헌터였으며 S급 헌터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전원이 긴장하며 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
“시우 씨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게 있나? 저건 아마도 시우 씨의 괴수 같지만 지금 통제가 안 된다. 저 아이가 아직은 우리를 적대하고 있지 않지만, 계속 우리가 저 아이가 가는 길을 막는다면 적대하겠지. 시우 씨는 어딨지?
나는 영문모를 상황에 당황했다. 분명 시우 씨는 집에 간 게 아니었나? 지금의 이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그때 설아가 나타났다
“시현. 지금 시우가 납치된 것 같다. 나는 영문모를 것에 기절했고 일어나니 지금 이 사태다. 시우가 사라졌어
그 말을 듣고 바로 이리에게 달려갔다
“시현 님! 조심하세요!” “시현아!
길드장님과 준석 씨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오히려 역으로 말했다
“이리가 적대하고 있지 않다고 하셨죠? 아마 시우 씨 덕분일 겁니다. 그런 시우 씨가 지금 납치된 것 같아요. 이리를 내버려 두세요. 이리가 시우 씨를 찾아갈 겁니다
확증은 없지만, 이리가 이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분명 주인을 찾으러 가는 거겠지. 마나로 이어져 있진 않지만 다른 무언가로 이어져 있겠지
내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더는 이리를 막지 않았고 이리는 나조차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빨리 따라가요!
왜 시우를 납치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일은 분명 후회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