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괴이의 주인 28
우리는 밤꽃 길드 하우스를 감시하는 동료가 무전을 안 받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갔다
물론 우리가 먼저 안 받긴 했지만, 교대시간이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칼같이 시간 지키던 애가 돌아오지 않는 게 이상해 찾아갔다
길드 하우스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는 듯 인기척이 안 느껴졌다
하우스 근처에서 무전을 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없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무전을 하는데 수풀 속에서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수풀을 뒤져보니 그 속에서 곤히 자고있는 동료를 발견했다. 미친놈인가 싶어 깨웠다
“아니 이 새끼는 걱정돼서 찾아왔더니 쳐 자고 있네. 일어나!
하지만 고함을 쳐도 일어나지 않길래 뺨을 때렸더니 그제 서야 일어났다
“얼마나 피곤했길래 그러냐?
근데 이 녀석은 엄청 당황했는지 일어나자마자 고개를 털었다
“내가...왜 자고 있었지?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도 뭔가 이상해 얌전히 기다렸다
“지금 시간이 몇시 인가요?” “응? 지금 20시. 네 교대시간이 18시인데 안 돌아오길래 찾아 왔는데... 무슨 일 있냐? 왜 여기서 자고 있던 거야?
“혹시 제 무전 들으셨나요?” “아니... 무전이 왔다는 것만 알고 무슨 무전인지는 몰라
그 무전은 밤꽃 길드 하우스에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민시영과 똑같은 복장을 입고
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긴 하다. 우린 무섭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길드 하우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길드 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서랍이나 방문이 전부 열려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도둑이 든 것 같았다. 그 여성과 관련이 있는 건가? 우리는 구석에 있는 방을 발견하지 못하고 국회의원의 아들에게 이상 사태를 알렸다
“릴리. 다시 한번 말하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하면 그만두세요
내가 권유했지만, 시현 씨의 말을 듣고 나니 불안했다
릴리는 마석을 손에 댔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자신의 피부에 대보고 입에도 물어보고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쩔 수 없죠. 의사 선생님을 불렀으니 조금만 기다리죠
시현 씨는 오히려 다행인 듯이 말했다. 나는 아쉽지만, 오히려 아무 일이 없었으니 얌전히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때 릴리가 돌발행동을 했다. 그냥 마석을 먹어버린 것이다
나랑 시현 씨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릴리!”
릴리는 마석을 먹고 순진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릴리! 괜찮은 건가요? 아무 반응이 없다고 마석을 그렇게 함부로 먹으면...
그때 릴리는 다친 팔을 들었다. 그 팔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점점 회복됐다. 하지만 전부 회복되지는 않았다
”혹시... 마석 남는 게 있나요?
오늘은 던전을 공략하긴 했지만 얼떨결에 한 거라 마석을 먹일 틈도 없었다
“그... 있긴 한데 진짜로 괜찮은가요?
“저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피를 흡수하진 않았지만, 힘이 회복된 것 같아요. 하지만 갈증은 사라지지 않네요. 오히려... 갈증이 더 심해진 느낌입니다. 마석을 자주 먹으면 위험할 것 같아요. 우선은 지금은 괜찮아요
확실히 그녀의 팔이 회복되는 걸 눈으로 보긴 했지만... 괜찮을까
“마석과...함께 피를 구해야 할까요?
릴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말했다
“나중에 마석을 먹을 일이 생기면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만 더 먹어볼게요.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깐요. 그렇다고 여기서 괴수의 피를 구할 수도 없고요
던전의 괴수들은 죽어서 피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져서 피를 구할 수 없고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는 시체와 피가 남지만 그건 연구대상이라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겠지
“우선 지금은 조금 회복됐으니 차라리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죠. 전보다 확실히 호전돼 보이니
우리는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며 서로에 관한 얘기를 마저 나눴다
“우리 직속 길드원 중에서 A급 헌터이며 의사인 분이 계시거든? 누구보다 믿음직하신 분이니깐 설령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가 대처해야 할 거야. 그분이 돌아가시면 우리도 책임지지 못해
부 길드장님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의사를 구해주셨다
“어머니가 이 정도로 말씀하시는 분이면 오만식 선생님 일 거에요. 확실히 그분은 A급 힐러 헌터임에도 불과하고 의사의 지식을 이용해 SS급 헌터보다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는 헌터입니다
부 길드장님이 무리를 하신 것 같았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서 열어드렸다. 오만식 선생님은 일반인들한테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대부분 힐러 헌터들은 일반인들을 치료하지 않는다. 헌터들의 마나는 돈이나 다름없다. 마나가 없는 헌터는 일반인들과 똑같았다. 자신의 소중한 마나를 돈도 별로 없는 일반인들한테는 쓰기 싫겠지. 하지만 그 편견을 깨버린 사람이 오만식 선생님이다. 오만식 선생님은 돈을 상대적으로 받는 거로 유명했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돈을 많이 받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겐 가끔 무상으로 치료를 하시기도 하셨다. 초창기에 각성하셨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생각을 바꾸신 적도 없었다
그런 오만식 선생님이 내 앞에 계셨다. 근데 생각하던 거랑 달랐다
손에는 반지 10개를 전부 끼고 계셨고 목에는 목걸이 귀에는 귀걸이 심지어 갑옷에 헬멧까지 입고 계셨다
이게 뭔가 생각하고 있을 때
“초면인데 죄송하네. 김지현 씨가 나 죽지 말라고 이렇게 아티팩트로 도배를 해놨네. 얼굴도 잘 안 보이지만 오만식이라고 한다네. 그래서 헌터 범죄자라고 하는 환자는 어딨나?
아, 부 길드장님이 하신 거였구나
“설시우 입니다. 환자는 뒤에 있습니다만, 괜찮으신가요?
“난 우선 치료하고 본다네. 우선 환자부터 보겠네
갑옷은 벗을 수 없지만, 헬멧은 귀찮다는 듯이 벗어 던지고 절그럭거리면서 들어오셨다
헬멧을 벗고 보인 얼굴은 50대 노인으로 보이셨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몸이 원래의 몸보다 훨씬 젊은 모습을 유지하니 아마 오만식 선생님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늙으신 거겠지
릴리가 앞에 나와서 자신의 다친 팔을 보여줬다
오만식 선생님은 릴리의 팔을 잠깐 만져보더니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선생님의 능력은 즉시 발동되는 게 아닌 자신의 마나를 상처 부위에 심어 천천히 치료하는 방식이다
SS급 헌터가 치료한다면 치료는 확실히 되겠지만 후유증이 남을 경우도 있다
전에 어떤 SS급 헌터가 선행을 한다고 한쪽 팔이 없는 일반인을 치료했다가 그 일반인은 한쪽 팔이 새로 돋아났지만, 그 일반인은 팔이 생성되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쇼크사했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그런 후유증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후유증이 일절 없었다. 그에게 치료받은 수많은 일반인한테도 후유증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내가 급하게 온 것 치고는 그리 큰 상처는 아닌 것 같네. 아니 큰 상처긴 했는데 거의 다 나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아니라 일반 힐러 헌터였어도 낫는데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네. 내 마나를 심었으니 금방 나을걸세
마석을 먹고 치료된 게 컸나? 다행히 괜찮아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호들갑이었나 보네요
“아니네. 하지만 옆에 아가씨는 김지현 씨의 딸로 보이네만, 그 딸내미랑 같이 있는 남성이면 우리 길드의 화재의 인물이겠고... 어쩌다 둘은 1등급 헌터 범죄자랑 엮이게 됐나?
내가 화재의 인물인 게... 조금 거슬리지만, 선생님이면 믿을 수 있지
“릴리? 릴리의 사정을 선생님께 알려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뇨. 제가 직접 얘기할게요
릴리는 자기가 직접 본인의 사정을 얘기했다. 하지만 말하면서도 엄청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릴리의 말을 경청했고 그녀의 말을 공감해줬으며 그녀를 이해해 주셨다
“저런... 딱한 아이구나. 내가 지현 씨에게 대신 말해주마. 그녀가 너의 사정을 알면 새로운 신분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이야
릴리가 걱정한 게 무색하게 선생님은 오히려 릴리에게 도움을 주었다. 사실상 무상으로 치료해주었으며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데도 도움을 주신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 도움을 받은 저희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러면 선생님의 입장도 난처해지지 않을까요?
아무리 선생님이더라도 1등급 헌터 범죄자를 감싸는 건 선생님 커리어에 큰 흠집이 생길 것이다
“솔직히 말하지. 나는 지금껏 여러 헌터 범죄자들을 치료해준 경력이 있다네. 그들은 각자 사정들이 있었지. 물론 그게 거짓말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실이었지. 우리나라와 같이 게이트에 대처를 잘한 나라는 괜찮지만 문제는 대처를 못 한 나라지. 방금 아가씨가 말한 대로 헝가리는 SSS급 헌터가 지배하고 있다고 했지? 그건 헝가리뿐 만이 아니네. 우리와 가장 밀접해 있는 북한. 거기 또한 헌터가 지배하고 있다네. 정확한 건 모르지만 헝가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라네
그건 충격이었다. 시현 씨도 이 사실은 처음 듣는 거였는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오로지 릴리만이 평온했다
“이 사실은 아마 김지현 씨 부부도 알고 있겠지. 오래된 길드들은 다 알고 있을 걸세. 자네들은 왜 길드가 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따로 나와 있는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확실히. 협회는 인간협회 전부인데 왜 길드는 소속되어 있지 않고 따로 나와 있나. 하지만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길드도 있다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길드들 대부분이 처음 게이트 침공을 겪어보지 못한 헌터들 일걸세. 당연히 겪은 헌터들은 대부분 죽거나 은퇴했을 테니 그 사실은 점점 잊혀졌을 게야. 사실 자네 부모님도 그 사실을 몰랐지만 나에게 들어서 알았지
이 사실을 내 부모님도 알고 있을까... 헌터들도 잘 모르니 아마 모르시겠지
“즉 내 말은 모르면 장땡이라는 거지
오만식 선생님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가셨다
뜻하지 않게 우리는 대형 사건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협회는 각 나라에 지부가 하나씩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격언 중에 그런 말이 있다
협회는 양궁협회 말고는 다 병신이라고. 그 말이 인간협회에도 이어질 줄은 몰랐다
헝가리는 사실상 나라가 망하고 다시 재건된 거라 협회의 힘도 그리 크지 않았겠지
물론 제대로 된 나라도 있겠지만... 최소 우리나라와 헝가리의 인간협회 지부는 믿을 수 없겠지
“그런데... 날도 늦었는데 전 어디에서 자야 할까요...?
릴리는 그 사실을 전부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왔다
“아... 시현 씨 릴리를 여기서 재워도 되지 않을까요? 마침 남는 방도 있는데
“그래요 릴리 씨. 이쪽이 화장실이고 화장실 옆 방이 릴리 씨가 쓰실 방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시현 씨. 그리고 이름으로 불러주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릴리. 릴리도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래요. 시현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호칭도 바꾼 그런 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