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괴이의 주인 27
시우 씨는 여전히 내 말을 못 믿는 것 같이 보였다
정확히는 믿고 있지만 한 번 더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내 말을 한 번에 믿었다면 내가 더 의심했을 것이다
처음 내가 이 힘을 사용했을 때는 본능적으로 사용했고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하지만 그게 내 힘이었고 나를 여기까지 살아남게 해준 능력이었다
이 힘은 내 가족들도 처음에는 믿어주지 않았지만 괴수가 나타나 내가 죽이는 모습을 보고서야 믿어줬다
시우 씨에게도 힘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민시영으로 힘을 여러 번 사용해서일까, 탈진했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음을 연기했지만, 피를 흡수하지 않아서일까, 회복이 빠르게 되지 않았다
피만 흡수했다면 팔의 상처조차 금방 회복 될텐데..
그런 내막을 모르고 시현 씨도 시우 씨도 나를 경계하셨다
시현 씨는 나를 화염 감옥으로 가뒀지만, 내가 전에 탈출한 거를 봤음에도 불과하고 이번에는 오히려 힘을 덜 들여서 만드신 것 같았다
내 말을 믿으신 걸까... 참 착한 분이다
그렇게 아픈 팔을 부여잡은 채 길드 하우스로 갔다
밤꽃 길드의 길드 하우스는 쓸데없이 매우 컸다
그들은 사치품을 매우 좋아했으며 특히 민시영은 고위 길드의 애인이 많았다
아마 이 사치품들은 애인들에게 받은 거겠지. 사치품은 그대로 두고 길드 하우스를 둘러봤다
남아있는 기억으로는 의뢰를 받는 핸드폰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당연하지만 핸드폰의 자료들은 전부 삭제하지만, 그 자료를 복구하는 법이 따로 있겠지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핸드폰을 챙기고 더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돌아가려 할 때 내 기억에도 없는 길드 하우스 구석에 새로운 방이 보였다
그 방에 뭔가 중요한 걸 넣어놨던 것 같은데 기억에는 안 남았다
방은 마나로 강력히 봉인되어 있었다. 본래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했겠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돌아가서 사실대로 얘기하면 되겠지. 시우 씨가 걱정하던 감시는 전혀 안 보였다
건진 건 하나밖에 없지만 거기서 많은 증거가 발견되길 바라며 시우 씨에게로 돌아갔다
국회의원님의 아들에 명령에 따라 밤꽃 길드를 감시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A급 헌터 5명 뿐이고 감시는 이미 민시영에게 들켜있었다
민시영은 우리에게 경고를 줬지만, 우리는 방법이 없었고 민시영은 우리에게 제시를 했다
우리를 감시하는 척만 하라고, 나도 모르는 척 할테니깐
그녀는 뒷 세계에서 이미 유명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국회의원의 아들은 자기가 밤꽃 길드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밤꽃 길드가 그를 통제하고 있겠지
사람을 전문으로 죽이는 그녀의 말을 우리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가 길드 전체를 이끌고 길드 하우스에서 나갈 때도 우리는 가만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온 건 민시영의 복장을 입고 한쪽 팔을 다친 머리가 빨간색인 여성이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그녀가 밤꽃 길드의 길드원인지 무전을 했다
하지만 무전에서의 응답은 없었다. 애초에 나 빼고 전부 농땡이 피우고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혼자 길드 하우스에 직접 들어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내 몸이 고꾸라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하기도 전에 그렇게 기절했다
시리는 주인님인 설시우의 말을 잘 듣고 있었다
주인님과 떨어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다. 말 잘 들으면 주인님이 좋아하니깐
그렇게 릴리의 뒤를 들키지 않고 미행하고 있을 때 릴리가 이상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릴리의 뒤를 쫓으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죽이려고 했지만, 주인님이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새로 익힌 수면 독을 사용했다. 그리고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고 릴리의 뒤를 쫓았다
시현 씨는 릴리가 떠난 뒤 부 길드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부 길드장님은 시현 씨를 엄청나게 나무랐다
“아니 너는 헌터 범죄자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니? 게다가 집에까지 들였다고? 그게 말이야? 너는 그렇다 치고 시우 씨는 그걸 보고만 있었어? 시우 씨 바꿔봐
목소리가 너무 크셔서 다 들렸다. 불똥이 튀었다
“네 설시우입...
“아니 시우 씨. 시현이는 너무 순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걱정하긴 했어요. 근데 시우 씨가 이제 근처에 있으니까 안심했어요. 제가 과대평가한 거였나요?
확실히 헌터 범죄자의 말을 쉽게 믿긴 했다. 하지만 이건 내 특성을 믿었던 탓이다
내 특성은 그녀에게 적용된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쉽게 믿은 건 사실이다
그 특성이 나에게도 적용된 것일까
“확실히 그건 제 잘못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보험을 뒀습니다
시리는 처음 나오고 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릴리가 정체를 밝힐 때도, 시현 씨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미행을 붙였다. 물론 시리가 잘 따를진 모르겠지만 영리한 아이니깐 알아서 잘할 거다
“그거랑 다르죠. 시우 씨가 아무리 보험을 둬도 상대는 SSS급 헌터도 죽인 사람입니다. 됐고 그 사람 아직 있나요? 제가 길드원들 데리고 갈게요. 아니 애초에 그 아파트가 저희 길드원이 사는 곳이니깐 그쪽 사람들에게 말해 두겠습니다.
“아뇨! 그러지 마세요. 그녀는 눈치가 엄청 빨라요. 금방 알아챌 겁니다. 자초지종은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만, 우선 그녀는 시현 씨 집에 없어요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이다. 만약 돌아온다면 그녀 나름대로 우리에게 원하는 게 있을 테니 그때 대응해도 늦지 않겠지
“하... 그렇다고 부모 된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러면 길드원들 데리고 근처에 있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시현이가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으니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그이에게도 말해 두겠습니다
이번 일은 실망이 크신 듯했다. 그만큼 나를 믿어주셨다는 뜻이겠지
우린 릴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릴리가 돌아오기 전에 시리가 먼저 돌아왔다
“응? 감시가 있었어? 안 죽이고 재워놨다고? 그런 독도 있어? 잘했네~
시리를 쓰다듬어주고 시리는 내 몸에 달라붙었다. 내 몸에 있는 걸 참 좋아하네
시리가 돌아온 거 보면 릴리도 돌아오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아마 릴리겠지. “제가 열겠습니다” 시현 씨는 부 길드장님의 말을 들어서 그런가 조심스럽게 열었다
릴리는 고통이 심해진 듯 한쪽 팔을 잡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증거가 될만한 것을 가져왔어요
그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냈다. 나는 다시 부 길드장님에게 전화했다
“헌터 범죄자라도 치료하는 의사님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느 정도 상처인가요?
“시현 씨가 어느 정도 치료해줬지만, 지금은 좋지 않네요. 시현 씨의 공격을 맞아 팔이 녹아내렸으니 힐러 헌터분이 치료한다고 될지 모르겠네요
“우선은 알겠습니다
잠시 전화하는 사이 시현...이 누나는 릴리에게 스마트폰도 아닌 옛날에 쓰던 2G폰을 건네받았다
“죄송합니다. 릴리 지금 의사님을 불렀어요
“아뇨 괜찮아요
“그래서 그 핸드폰은 뭔가요? 요즘 전혀 사용하는 기종이 아닌데
“제가 민시영일 때 이 핸드폰을 사용해서 의뢰를 받았어요. 아마 다른 의뢰도 이 핸드폰을 사용해서 의뢰를 받았겠죠. 기록은 삭제돼 있지만, 만약 복원할 수 있다면 쓸 수 있는 곳이 많겠죠?
그녀는 분명 내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녀를 신고했을지 아니면 우리가 여기서 직접 그녀를 잡을 준비했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찾아왔으니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저 가져온 휴대폰이 가짜라고 해도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요 릴리. 고마워요. 다소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었지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내 미안함을 담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뇨아뇨! 괜찮아요. 시우 씨가 걱정하던 감시도 없었어요
응? 분명 시리가 감시가 있다고 했었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가... 애초에 그녀는 시리의 감시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시현 씨는 상태가 안 좋은 릴리를 이프닉스로 최대한 치료하고 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
“죄송해요. 릴리 저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네요
“괜찮아요. 제 힘만 되찾으면 이런 상처는 금방 나아요. 시현 씨의 정령이 신비한 힘을 사용하니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없지. 이프닉스의 힘은 전에도 봤지만 대단한 치료기능은 없다. 독 같은 걸 정화하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효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다. 확실히 그녀는 지금 제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저 정도 상처를 금방 낫게 한다는 것은 대단했다
이리와 시리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녀에겐 더 죄책감이 심하게...? 이레귤러
“릴리? 혹시 마석을 먹어본 적 있나요?
시현 씨는 또 그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시우 씨... 전에 일반인들이 마석을 먹으면 헌터가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먹었더니 일반인의 몸에서 마나가 폭주해서 몸이 터져서 죽었습니다. 그 현상을 보고 헌터는 마나가 부족하면 마석을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해서 또 먹었더니 새로운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 헌터는 자신의 마나를 쓸 때마다 새로운 마나가 뒤섞여 마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헌터로서의 은퇴였죠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건 생각 못했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피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한번 마석을 흡수해보는 건 어때요?
내가 생각하기엔 그녀는 아무리 봐도 이레귤러였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녀는 마석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회복도 가능하겠지
“피를 다루는 방식을 설명하긴 어려워서요. 마치 본능 같아서. 하지만 그걸 다른 거에, 그것도 마석에 사용하는 건 생각도 못 했어요. 한번 해볼게요. 혹시 마석 가지고 계신 거 있으신가요?
시현 씨는 놀라며 물어봤다
“괜찮으신가요? 그 헌터와 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릴리 씨도 비슷한 방법인 것 같은데... 그냥 조금만 기다려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물론 그것도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까 시우 씨도 말씀하셨다시피 헌터 범죄자를 그것도 1등급을 치료해줄 일반인을 구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설령 구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로 생각하고요. 그리고 시우 씨를 믿으니깐요
도대체 왜 나를 이리 믿는지 모르겠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내 특성에 부작용일까 두려웠다
“그러면 우선 오늘 고블린 잡고 나온 마석을 한번 드리겠습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