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25화 (25/164)

#25. 괴이의 주인 24

고블린들을 사냥하고 시현 씨에게 돌아갔다

시현 씨는 자신의 팔을 치료한 듯 더는 피가 나오고 있지 않았다

큰 상처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시현 씨는 뭔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고 화염 감옥에 갇힌 여성에게 뒤돌아 서 있었다

“오면서 이레귤러인지 특수 개체인지 모를 고블린을 만났습니다만, 이미 처치했습니다. 근데 시현 씨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요? 어떤 정보를 들으셨길래 그러세요?

시현 씨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꽤 충격적인 정보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거기 잘생긴 오빠~

나는 고개를 돌려 여성을 돌아봤다

“인제 보니 꽤 잘생겼네. 헌터가 된 지 별로 안 된 거로 알고 있는데 원래부터 잘생겼나 봐?

시현 씨는 한숨을 쉬셨다

기분 안 좋은 이유가 이 새끼 때문이구나

“분위기 파악이 덜 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멍청했으면 진작에 죽였겠지. 내가

“응?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지금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야. 시현 씨의 온정(溫情). 네가 알랑방귀를 뀔 상대가 내가 아니라 시현 씨란 뜻이다. 이 말뜻을 못 알아들으면 살아있을 가치가 없겠는데?

여성은 알아들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걸 모를 리가. 하지만 저 아가씨는 네 말이면 껌뻑 죽는 것 같은데? 정보든 뭐든 필요 없고 당신이 죽이라고 했으면 죽였을 아가씨야. 그건 오빠도 알고 있을 텐데?

계속해서 말투가 바뀌지만 거슬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내가 고블린을 죽이고 돌아온 시간은 별로 길게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챘다는 게 대단했다

겉으로 보면 SS급 헌터와 B급 헌터지만 실질적으로 관계를 주도하는 건 나다

시현 씨는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서툴다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고 그것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정확히는 남이 아닌 나, 이지만

그걸 알아챈 것도 뛰어나지만 내가 높게 평가하는 건 다른 거다

여성의 팔은 시현 씨가 어느 정도 치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프닉스의 치료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팔은 여전히 불에 녹아 있는 상태

시현 씨의 치료로 더 나빠지진 않겠지만 고통이 사라지진 않는다

나 같은 경우면 찰과상 하나도 아프다고 지랄하겠지

물론 지금은 헌터가 됐기에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여성은 팔이 녹아내려 여전히 고통이 있을 테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시현 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마치 팔의 상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모든 S급 헌터가 저런 것인가, 아니면 저 여성이 대단한 것인가

“그 팔은 괜찮은 건가?

여성은 내 물음에 깜짝 놀랐다

시현 씨는 내 물음에 섭섭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저한테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심지어 흉터조차 없었기에 무심코 지나쳤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무심했네요. 팔은 괜찮나요?

“괜찮답니다?

라고 말하면서 시현 씨는 고개를 휙 돌리셨다

시현 씨가 삐진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러게, 연인 앞에 두고 다른 여자한테 관심을 두니. 오빠야가 잘못했네~

시현 씨가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제대로 알 것 같다

사람 속을 슬슬 긁는구나

이리도 내 맘을 아는지 으르렁거리면서 여성에게 다가갔다

“어어? 미안하지만 나 화염 감옥에 갇혀있거든? 이거 엄청 뜨겁거든? 너도 못 올걸?

이리가 살기를 내뿜고 있지도 않지만,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무서워하지만, 여전히 입은 살아있었다

“하...

난 한숨을 쉬었다

이리는 나무껍질을 두르고 화염 감옥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갔다

“어? 뭐야? 그 검은 거 뭐야? 오빠야? 나 죽어? 어? 정보도 줬는데?

난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이리야 그만해

이리는 여성의 코앞까지 갔다가 내 말을 듣고 다시 돌아왔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자기 PR해 봐

“...응?

“자기 홍보. 몰라? 넌 이미 정보를 준 시점에서 가치를 잃었어. 죽이지 않을 이유를 말하라고

어떤 정보를 시현 씨가 받았는진 모르겠지만, 알아서 잘하셨겠지

“네 말대로 던전에서는 전자기기도 안 된다고 했고 협회 파견도 2일 걸리니 죽여도 잘 모르겠지. 네 길드원들은 왠지 모르겠지만 고블린들이 폭주해서 다 뜯어먹었다. 증거인멸도 딱히 할 게 없어

물론 고블린들이 뜯어먹긴 했지만, 당연히 깔끔히 먹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먹는 모습은 매우 기이했다

고블린들이 붉은 연기에 휩싸여 광기에 휩싸였을 때 그들은 내가 아닌 시체에게 달려들었다

그 시체를 뜯어먹는다기보단 흡수가 된다고 해야 할까

인간의 신체가 붉은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사이에 살아있던 헌터는 그 연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광기에 휩싸인 고블린들에게 뜯겨 죽었다. 그리고 연기에 흡수가 됐을 뿐

그렇게 그 헌터들은 자신의 장비와 아티팩트들만 남기고 사라졌다

아마 베타가 원한 배낭에 있는 스태프의 비밀이겠지

“뭐해? 안 해?

여성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싸이코패슨가

“꺄하하하. 이시현 씨? 네게 했던 저 남자가 맘에 든다, 했던 말 있잖아?

“입 닥치세요. 민시영 씨

이름이 민시영 이었나? 근데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시현 씨의 속을 긁으려고 했던 말이었겠지

둘이 걸즈토크 할 사이도 아니고

“사실 구라였어. 잘생겼다고 말한 것도 거짓말이었어

그건 좀 아쉽군. 요즘 시현 씨와 운동하면서 살도 다 빠지고 근육이 올라오고 있었으니 난 내가 잘생겨졌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거든

“근데 지금은 구라가 아닌 것 같아. B급 헌터주제에 아무 거리낌도 없이 내 부하들을 전부 죽였으며, SS급 헌터를 강아지 다루듯이 다루는 네가. 맘에 들었어

자기가 민시영이라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분명 화염 감옥에 갇혀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화염 감옥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이리는 그녀를 보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시현 씨는 이번에는 살짝 움츠러들었을 뿐 당당히 서 계셨다

자기를 민시영이라고 말하는 여성은 그 살기를 당당히 받으며 머리카락이 검은색 단발에서 피같이 붉은 적색 장발로 변했다

분명 민시영의 키는 170 정도로 보였지만 민시영이 사라지고 나온 여성은 키가 매우 작았다

“한국에서 밤꽃 길드를 운영하고 민시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죠?

그녀는 손에서 반지를 빼고 그의 머리 색과 같이 불은 단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분명 그녀는 한쪽 팔이 뭉개져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정중히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릴리. 헝가리에서 활동하다 1등급 헌터 범죄자로 등록되어 도망쳐온 사람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폭탄을 터트렸다

“시우 씨! 그녀는 헝가리에서 엘리자베스 바토리라고 불리며 수많은 여성 헌터들을 살해하고 그 피를 이용해 헌터를 죽인다고 합니다. 그녀가 죽인 헌터중에선 SSS급 헌터도 있어요. 저 붉은 단검은 그녀의 무기였어요.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숨겼습니다!

시현 씨는 격분했다

“실력을 숨긴 건 맞아요. 하지만 피로 목욕했다는 건 단지 소문이야. 하지만 여성 헌터들을 살해한 건 사실이지

자신을 릴리라고 소개한 여성은 나를 보며 환히 웃었다

“설시우 맞죠? 시우 씨는 범죄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 같으니 말할게요. 제가 한국에서 청부업자 일을 한 건 민시영 이라는 사람이 청부업을 하고 있어서 그랬어요. 전 한국으로 도망쳐 온 지 며칠 안 됐어요. 그때 민시영이란 사람이 저를 혼자서 찾아와 죽이려고 했죠. 전 그녀를 역으로 죽이고 변장했어요

말하면서 자신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아까 뺐던 이 반지는 아티팩트에요.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일회용 물건이었죠. 하지만 부작용에 대해선 저도 잘 알고 있지 못했어요. 부작용은 변장한 인물에 기억이 동화된다는 것이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민시영인지 릴리인지 점점 헷갈려 갈 때 의뢰가 들어왔고 전 수락했죠. 그리고 여러분을 만난 겁니다

점점 그녀의 말투가 바뀌어 간다

나는 여전히 화나 있는 시현 씨와 이리를 진정시키고 그녀의 말을 마저 들었다

“제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점점 정신이 차려지더군요. 그래서 반지의 착용을 포기했습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나는 판별할 수 없다

하지만 시리가 반응을 안 보였다

이리와 시현 씨는 그녀의 힘을 경계하고 있지만 시리는 아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만약 내가 위험해지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설 아이가 시리다

“우선은 그 말을 믿겠습니다

“시우 씨!

시현 씨는 놀랐지만 우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헌터 범죄자가 되신 이유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시우 씨는 협회를 믿고 계신 가요?

저 말이 무슨 뜻일까. 하지만 대답은 할 수 있다

“아뇨 별로 믿고 있지 않습니다

이리를 데려가려고 한 그 협회들을... 난 믿지 않는다

“시현 씨도요?

“저는...

시현 씨는 혼자서 던전을 다닐 때 부모님조차도 제대로 믿고 있지 않았었으니 협회를 의지했던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선택은 어떨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난 시현 씨가 나에게 했던 말을 돌려줬다

“그건 시현 씨의 의지인가요?

“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천천히 웃었다

“부럽네요. 그 유대감이

그때 여성이 말했다

“아까 물으셨던 거에 답하겠습니다. 제가 여성 헌터들을 죽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정당방위였습니다. 우리나라 헝가리는 게이트 침공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에겐... 북한과 가깝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아요

게이트 침공 때 북한은 거의 멸망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복구를 못 했다고 하지

이미 북한은 무정부 상태다. 헝가리도 마찬가지라는 것인가

“북한 수준은 아니지만, 헝가리도 처음에는 무정부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복구가 됐지만 그건 부호들이 와서 돈을 쏟아부었죠. 그리고 돈을 쏟아부은 부호들은 헝가리에서 왕이 됐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 어떤 짓을 해도 그 누구도 아무 말도 못 했죠. 설령 사람을 죽여도, 강간을 해도. 심지어 협회에서조차 묵인 했죠.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하나도 없겠지만 거기서 산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그 부호들은 자신들의 저택에서 마약파티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약은 평범하지 않았어요. 헌터에게도 통하는 강력한 마약이었습니다. 저는 그 부호들을 죽이려고 저택에 몰래 잠입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었죠. 여성 헌터들은 이미 그 부호에게 매료돼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을 죽이고, 그리고 부호도 죽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부호 중 한 명이었고 저는 헌터 범죄자로 등록돼 도망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 사실은 처음 듣는다

“협회에서 그걸 알고도 묵인했다니... 그 말을 어떻게 믿죠?

시현 씨조차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이미 신분을 밝혔어요. 시현 씨와 시우 씨가 믿지 않으신다면 만만치 않은 상대인 이상 저는 도망치고 한국을 벗어나면 그만입니다

“설령 저희가 믿는다면... 릴리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시현 씨와 시우 씨에게 위탁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도망자 생활은 지쳤어요

그때 시현 씨가 말했다

“잠시만요! 위탁은 알겠습니다만 당신은 SSS급 헌터를 죽였습니다. 그 이유는 뭐죠?

한 분야에서 세계 1위인 헌터를 죽인 자를 감싸는 건 그 누구도 탐탁지 않아 할 거다

SSS급 헌터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므로 게이트와의 침공과 싸우고 있는 인간들한테는 그런 헌터를 죽이는 게 죄악인 수준이다

그렇기에 헌터와의 싸움을 극도로 말리는 것이고

“맞아요. SSS급 헌터를 죽였죠. 하지만 그 헌터가 헝가리의 부호였다면 믿으실 건가요?

“...네?

허..

“SSS급 연금술사 더우샤오. 그가 헝가리에 와서 온갖 패악을 부려 제가 직접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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