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24화 (24/164)

#24. 괴이의 주인 23

“너 대인 전 경험이 별로 없구나? 사람에 대한 공격이 엄청 망설이네?

확실히 시현 씨는 SS급으로 빠르게 올라온 만큼 던전만을 공략해 등급을 올리셨다

반대로 저쪽은 사람만을 잡아 왔겠지

시현 씨가 다친 것에 매우 화가 났지만, 시현 씨가 해결한다고 했으니 감정을 죽이고 기다렸다

시현 씨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부하들이 전부 죽은 모습을 보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내 부하들이 다 죽은 마당에 내가 살아날 길은 없겠지. 그러니까 제안 하나만 해도 될까?

“...들어보죠

“나 살려주면 꽤 쓸모 있을걸? 정보수집에도 능하고 죽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내가 대신 죽여줄게. 너희를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려줄게. 발을 핥으라면 핥을게. 알몸으로 춤을 추라고 하면 출게. 뭐든 할 테니깐 살려줘

여성은 담담히 말했다

마치 자기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는 듯이

물론 나 같으면 바로 죽였다

정보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게 진실이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번은 시현 씨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나는 이리에게 묻어있는 피와 내장을 가지고 온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닦아주었다

시현 씨가 무슨 결정을 하든 관심이 없다는 듯이, 나는 신경을 안 쓰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시현 씨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시우 씨에게 물어볼게요. 시우 씨는 어떻게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일 수가 있죠?

시현 씨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어보셨다

나도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다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때린 적도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헌터가 되면 정신력도 같이 강해져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리가 사람을 잡아먹게 시켰었다

하지만 그때의 시현 씨의 반응을 보면 뭔가가 잘못돼있는 것 같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상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게 시킨 게 나다

헌터가 되면 가끔 감정이 옅어지는 사람이 있다곤 하지만 나는 감정은 풍부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현 씨를 좋아하게 될 리가 없을 테니깐

그렇다면 난 왜 사람을 죽이는 거에 별 감흥이 없을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말할 수 있어요. 이 자들을 살려두면 언젠가 내 가족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고요. 흔히 영화에서 보면 꼭 악당들 안 죽이고 살려줬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잖아요? 전 옛날부터 그런 주인공들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아마 헌터가 될 때 그런 감정들이 배제됐는지도 모르겠네요

감정들이 옅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특정 감정만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아직도 사람들은 왜 헌터가 되는지 밝혀진 게 없었다

갑자기 마나를 느껴 능력을 각성할 뿐

시현 씨와 내가 대화할 때 슬금슬금 도망치는 여성을 보고 시현 씨는 손짓으로 거대한 화염 구를 만들어 날리고 그 화염 구가 여성에게 닿을 듯하더니 화염으로 된 감옥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시우 씨는 이 여성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 같으면 바로 죽였죠

나는 바로 즉답했다

하지만 시현 씨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전 이 사람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이 사람을 죽이면 결국엔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는 거에요. 그러면 결국엔 똑같은 일이 반복되겠죠. 이 여성을 통해 배후를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사람이 내뱉는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요

“진실만을... 말할게요

여성은 붉은 단검을 감옥에 몇 번 그었지만, 시현 씨가 능력을 강하게 사용했는지 안 통해 내가 희망이라는 듯 말했다

결국엔 시현 씨의 말은 살려서 정보를 알아내자고 말씀하신 거다

하지만 뭐,,

“저한테 안 물어보셔도 돼요. 전에도 말했지만, 시현 씨는 자존감이 매우 낮아요. 시현 씨는 저보다 훨씬 대단한 헌터에요. 저한테 일일이 허락받으실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우 씨

시현 씨는 갇혀있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난 그사이에 시리가 죽였던 헌터들을 찾으러 갔다

그 시체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외상(外傷)이 안 보였으며 피부색도 변한 게 없이 전부 땅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목덜미의 두 개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나는 증거인멸을 위해 시체들을 한곳으로 모아놨다

증거를 없애버리면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을 테니깐

중간에 힘이 부족해 마나를 사용해서까지 모았다

이리는 그런 나를 보고 같이 옮겨줬다

마지막 시체를 옮기고 시현 씨에게 돌아가려다가 아직 안 죽인 헌터가 생각났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시체들을 옮겼는데

죽은 척 하는 놈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나오면 살려줄게

당연하게도 말은 없었다

“안 나와도 어차피 죽을 텐데?

그때 피 냄새를 맡고 오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던전 공략을 끝마치지 못했구나

그 고블린들은 평소와 달랐다

언뜻 봤을 땐 십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보였으며 그 고블린들은 한 마리의 고블린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활과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지만 지켜지고 있는 고블린은 스태프 같은 걸 들고 있었다

그 스태프에서 불그스름한 연기가 나오더니 고블린들한테 빨려 들어갔다

그 고블린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마나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걸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리와 함께 뒤로 도망쳤다

고블린들은 검과 방패, 활도 버려둔 채 짐승처럼 네발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달려들다가 시체들에게 달려들었다

고블린들은 시체들을 뜯어먹었다

시체들에서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깐 곱게 나왔어야지

하지만 그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던전에서 헌터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왔지만 괴수에게 잡아먹혔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이레귤러인가 아니면 특수 개체인가

하지만 저 스태프 든 고블린한테서 느껴지는 건 즐거움이었다

시리는 마나를 먹기 위해 엘프들의 심장만을 먹었고 이리는 보스 괴수를 죽였지만 그 모습도 즐거움이 아니라 마나를 먹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고블린은 명백히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내가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다지만 그건 범죄자에 한해서

저렇게 무차별적으로 시체조차 파먹으려는 괴수는 설령 이레귤러라고 해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저 새끼는 지를 지킬 고블린도 다 보내면 어쩌자는 거지?

어중간한 지성을 가진 괴수구만

이리에게 스태프 든 고블린을 죽이라고 말했다

고블린들이 근처에서 시체를 먹고 있었기 때문에 이리는 능력을 사용해가며 달려갔다

그 고블린은 스태프를 이리에게 겨눴다

스태프에 마나가 모이는 것 같이 보이는 순간 이리가 달려들어 고블린을 터트려버렸다

그 사이에 베타를 불러내 저 고블린들을 한 번에 죽일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베타는 전과 같이 하늘로 날아가 창을 만들어 냈지만 내 마나가 부족해 5개가 한계였다

창을 떨어뜨려 5마리의 고블린이 꼬치가 돼버렸지만, 나머지 고블린들은 신경도 안 쓰고 시체들을 여전히 파먹고 있었다

그 스태프를 든 고블린은 무엇을 했길래 저렇게 광기에 휩싸였을까

그때 언제 나와 같이 이리가 마석을 물고 다가왔다

나도 마찬가지로 칭찬을 해주려고 할 때 갑자기 이리가 다시 돌아가더니 다른 걸 물고 왔다

이리가 물고 온건 고블린이 들고 있던 스태프였다

이게 던전에서 드물게 나오는 아티팩트인가 싶어 쳐다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베타가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런가 싶어 스태프를 주었더니 갑자기 먹으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스태프를 다시 가져갔다

“미안하지만 시현 씨에게 약속했거든. 함부로 아무거나 주지 말라고. 시현 씨에게 허락받고 된다고 하면 줄게

베타는 시무룩해져서 반지로 들어갔다

괜히 미안해지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처음인데

그렇다고 또 아무거나 먹일 순 없으니깐

던전의 이레귤러인지 특수 개체인지 모르겠지만 고블린들을 모아온 것 같으니 던전의 공략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아쉬워하는 베타를 뒤로하고 시현 씨에게 돌아갔다

시우 씨는 나에게 이 여성을 맡기고 이리와 함께 어디론가 여유롭게 걸어가셨다

“저 남자는 뭐지? 아무리 봐도 평범한 B급 테이머가 아닌데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어요

“에이~ 이제부터 함께 할 텐데 알려주면 좀 어때?

분명 저 여성은 한쪽 팔이 내 화염에 맞아 녹아내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게 능글맞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이프닉스에게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푸른 불꽃을 날렸다

여성은 화염 감옥에 갇혀있어 아무런 반응을 못 하고 눈을 감았지만 팔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다시 눈을 떴다

“죽이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야?

“임시방편이니 제대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정령이...치료도 한다고? 이 씨발새끼들이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도 없잖아?

“당신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 감옥은 그대로 두고 말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말한 배후는 누구죠?

여성은 씩 웃었다

“에이~ 뭘 그렇게 딱딱히 그러나. 서로 통성명도 안 했는데. 내 이름은 민시영이야

“제 이름은 알고 있으니 전 딱히 할 필요 없겠군요. 정보를 안 주면 당신은 딱히 필요 없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배후가 누구죠?

민시영은 혀를 찼다

“너무 급하네. 알겠어 말해줄게. 아까 가라 길드의 높은 사람이라고 했지? 사실 거짓말이야. 높은 사람은 맞는데 가라 길드가 아니야. 국회의원 중에 김대식이라는 사람 알지? 그 사람 아들이 너네가 털었던 콜로세움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속은 됐지만, 지 아빠 빽으로 감옥은 안 갔더라고. 걔가 너희 죽이라고 했어. 이름은 김호현

충격이다

김대식은 국회의원 중에서도 선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국회의원 공약은 절대 안 지킨다고 유명하지만, 김대식은 그걸 이용해 어느 정도 가능한 공약을 걸고 그걸 전부 이뤄냈다

그 공약들은 누구 하나 손해 보는 일이 없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자식이 콜로세움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니

“충격인 건 알겠는데 깨끗한 사람은 없어. 모두 한가지씩은 결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 그니까 나 좀 풀어줄래?

“그 정보가 사실인지 모르니 기다리세요

“아니 여기서 그걸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 거야? 확인될 때까지 여기다 가두게? 이제 좀 믿고 풀어줘. 진짜 반항 안 할게

민시영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풀어줄 순 없는 법이다

“적어도 시우 씨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너. 그 남자 연인 맞아? 너무 의존하는 거 아니야? 애초에 그 남자는 뭐야? 정보는 분명 B급 테이머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괴수는 B급이 아니던데?

기본적으로 헌터들의 신상정보는 제한되어있다

우리 길드에서 일부로 시우 씨의 정보를 알리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알 필요 없습니다

“됐어. 그 남자가 오면 물어보지 뭐. 그 정도 남자면 나쁘지 않아 보이고. 너와 달리 그 남자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

끝까지 신경을 긁는 그녀였지만 애써 무시하고 시우 씨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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