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괴이의 주인 21
시현 씨는 사실상 내 가장 큰 문제점을 말씀하셨다
테이머들의 가장 큰 단점이 마나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마리의 괴수들을 테이밍하면 그만큼 마나가 많이 들고 그렇다고 한 마리의 집중 하자니 범용성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괴수는 어딘가 한가지는 결점이 있다
예를 들면 저번의 봤던 엔트는 물리 공격에는 강하지만 불에 약하듯 한 마리의 괴수만 데리고는 여러 던전을 공략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특정 던전만 간다? 굳이 테이머를 데리고 갈 이유가 없다
예전에는 테이머의 괴수를 고기 방패로 사용해서 데려가곤 했지만 테이머들은 어렵게 테이밍한 괴수를 일회용으로 쓸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신체 강화에 마나를 투자해 본인도 일 인분을 하려고 해도 언제 괴수의 지배가 풀릴지 몰랐으니 함부로 마나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나 회복속도 증가나 최대 마나를 늘려주는 아티팩트를 구매하자니 던전을 갈 수가 없는 테이머에게는 너무 비쌌다
가끔 부자들이나 그들의 자제가 테이머로써 각성을 할 때가 있었지만 그들이 던전에 직접 갈 리가 없었다
그저 괴수를 테이밍해서 관상용으로 쓸뿐
그렇게 테이머들은 괴수를 테이밍 해도 던전을 가기 힘들었고 데려가려고도 안 했으니 테이머들은 점점 사장되어갔다
물론 마나의 문제는 모든 헌터들의 고질병이지만 테이머는 특히 더 그랬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이리와 시리에게 마나를 주며 성장시키는 게 아니어서 마나를 쓸 때가 없었지만 베타를 만나면서 내 마나를 사용할 곳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베타가 진화하면서 나도 B급 헌터가 됐지만, 신체 강화에 마나를 사용하면서 베타를 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 시우 씨가 베타와 신체 강화를 동시에 사용해 던전에서 사냥을 하려면 적어도 S급은 되셔야 할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특별한 아티팩트가 없는 이상 자신과 동급의 던전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 할거에요. 하지만 시우 씨는 이리와 시리가 있으니 베타를 더욱 편안히 운용할 수 있으며 이리와 시리의 보조를 받으며 신체 강화를 통해 싸울 수도 있을 거에요. 만약 시우 씨가 S급 헌터가 된다면 SSS급 헌터를 넘볼 수도 있을 겁니다
SSS급 헌터는 기본적으로 강하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SSS급 헌터중에서 S급보다 약한 헌터도 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헌터도 있다
SSS급 헌터가 되는 선발 기준은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월드컵은 사라진 지 오래 지만 월드컵처럼 4년마다 협회에서 주최하는 헌터 대회가 열리며 거기서 자신이 능력을 보인다
예를 들면 전투형 헌터들은 협회에다 자신의 능력과 헌터 등급을 적어 대회에 참여한다고 보낸다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최고 조건은 S급이며 전투형 헌터들은 같은 능력의 헌터들 끼리 싸워 1위가 된 사람을 SSS급 헌터로 칭한다
협회가 자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등급은 SS급이었으며 사실상 SS급이 최고등급의 헌터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SS급까지는 절대평가, SSS급은 상대평가이지만 S급 이상부터는 SSS급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SSS급은 각 분야의 세계 1위만 될 수 있는 등급이다
“하지만 제가 알기론 종족 차별주의자 쪽에서 테이머 랭킹 1위가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회가 열리는 날은 모든 싸움이 금지된다
대회는 각각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순으로 협회에서 4년마다 나눠서 진행한다
“10년 전 처음으로 종족 차별주의자들이 대회에 나타나 테이머 1위를 탈환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때부터 테이머들은 전부 종족 차별주의자라는 소문이 돌았죠. 그 이후 6년 전인 엘프 측에서, 2년 전 드워프 측에서 대회를 열었을 때는 종족 차별주의자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아예 테이머들이 대회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SSS급 헌터도 갱신되지 않았죠
“허... 그렇군요. 그러면 테이머들의 SSS급 측정 방법은 뭔가요?
“물론 가장 기본적인 건 테이밍 된 괴수가 어느 등급인지 이겠죠?
“음... 그런데 SSS급 던전도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SSS급 던전의 등급 측정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기본적인 던전의 등급은 당연하지만 처음 공략한 파티가 정한다
“다른 던전이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가장 기본적인 파티 인원수는 4명이지요. SSS급 던전은 최소 SS급의 헌터 5명 이상이 던전 공략에 참여하고 5명 전부가 SSS급이라고 인정하면 SSS급 던전이 됩니다. 하지만 중간에 SS급 헌터중 누구 한 명이 죽으면 공략을 전면 중지, 그 던전은 공략 불가 판정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다들 헌터 수준이 높아지셔서 공략 불가 판정받는 던전은 없었지만요
“그러면 테이머 1위는 SSS급 괴수를 길들였나요?
“음... 그건
시현 씨는 처음으로 내게 말하는 걸 주저했다
“시우 씨는 테이머가 왜 종족 차별주의자만 된다고 소문이 돌았는지 아세요?
“음... 종족 차별주의자 중에 테이머 1위가 있으니깐?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에요. 사실은...
시현 씨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3 종족이 폐쇄적 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테이머 1위가 테이밍한 건 괴수가 아니었습니다. 테이밍한 건 바로 3 종족들이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종족 차별주의자들이 노예로 데려온 게 아닌가 싶어 확인해봤습니다만 엘프 2명 오크 1명 드워프 1명으로 그 4명 모두 테이머 1위와 마나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 4명은 확실히 종속돼 있었습니다
“그건...
“3 종족 협회 측에선 엄청난 반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 협회에서는 룰을 어길 수 없다며 반박했죠. 3 종족, 인간까지 합쳐 4 종족 전체가 그 룰을 만든 거라,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 협회에서는 그 일을 비밀로 했고 새어나가지 못하게 입막음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3 종족들은 폐쇄적 이게 변했고 인간 협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나갔죠. 하지만 시우 씨처럼 새로운 헌터들은 그 일을 전혀 모르죠.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소문만 나돌 뿐. 저 또한 그 일을 몰랐지만, 부모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허... 그 이후로 3 종족들은 별 이야기가 없었나요?
“애초에 인간과의 교류를 피해왔습니다. 전에는 파티원을 모집하면 타 종족들이 자주 보였다고 합니다만 요즘에는 아예 없죠?
그렇다
종족 차별주의자들 때문에 폐쇄적 이게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뿐만 아니라 인간 협회 측에 대응에 실망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건 잊은 게 아니다
“시현 씨도 아시겠지만 저는 엘프에게 죽을 뻔했었죠. 물론 그 엘프 3명이 잘못한 거지만 저도 엘프들에게 딱히 좋은 감정이 생기진 않네요
“그러겠죠. 하지만 그건 3 종족들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인간 강도에게 죽을 뻔했다고 인간 전체를 싫어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대인 기피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얘기가 많이 샜네요. 신체 능력 강화에 대해 얘기를 마저 할까요?
나는 신체 강화를 쓰긴 하겠지만 도망치는 데만 쓰겠다고 정했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효율 때문이다
이리와 시리가 나를 든든히 바쳐주고 베타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는데 굳이 신체 강화를 통해 전열에 선다면 민폐가 될 것 같았다
신체 강화에 대한 훈련은 매일 시현 씨와 함께 조깅하면서 하겠다고 정했다
그렇게 2일을 더 훈련을 진행하며 쉬고 B급 던전으로 향했다
이리는 오랜만에 던전이라 그런지 신나서 돌아다녔다
“이리야 이리와. 오늘은 네가 활약하는 날이 아니야
이리는 귀가 축 쳐진 채 내게 돌아왔다
오늘은 성장한 베타와 내가 던전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 왔다
나와 베타 둘이서만은 공략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우선 사냥이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던전은 전에 왔던 고블린 던전을 다시 왔다
그때는 시리가 너무 빠르게 고블린들을 학살했다시피 해서 공략을 한 느낌도 안 났다
“저번에는 베타의 공격을 고블린들이 눈치챘었죠? 이번에는 어떨까요?
저번과 똑같이 이리가 고블린들을 찾아냈다
고블린들은 기본적으로 3 명이 함께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2마리는 검과 방패를 한 마리는 활을 들고 있었다
“베타야 저 뒤에 활을 든 고블린 보이지? 그 녀석부터 죽여야 해
나는 베타에게 얼음으로 된 창을 만들어 고블린을 꿰뚫으라고 말했다
베타도 전에 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어 하늘 높이 날아 창을 만들어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창은 엄청난 속도로 내려와 고블린의 머리부터 몸을 꿰뚫어 꼬치처럼 됐다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이 도망가면 동료들을 데리고 오거나 보스급 고블린을 데리고 온다
베타는 하늘 높이서 공격해서 도망가는 표적을 맞히긴 어려웠다
“이리야 죽이렴
이리는 기쁜 듯이 달려가 고블린 두 마리를 물어 죽였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네요. 한 마리를 죽이면 복수를 위해 달려들 줄 알았는데 너무 잔인하게 죽였을까요? 도망가 버리네요
“확실히 베타가 얼음 정령이라 그런지 가능한 것 같네요. 물의 정령이었으면 하늘 높이 날아서 창을 만든다 해도 저렇게 가속도를 받을 수가 없거든요
시현 씨의 말은 물은 하늘에서 창의 형태를 만들어 떨어뜨린다고 해도 떨어지면서 형태가 다 박살 난다고 한다
하지만 얼음은 형태만 만들고 떨어뜨리면 가속도를 받아 저렇게 엄청난 관통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리는 마석을 물고 왔다
“2개는 먹어도 돼 이리야. 그러고 보니 시현 씨. 베타가 죽인 괴수의 마석은 어쩌죠?
시현 씨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봤다
“당연히 시우 씨 것 아닌가요? 애초에 마석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걸로 아티팩트를 사거나 아니면 마석으로 마법 부여가들에게 의뢰를 해서 아티팩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죠
“아 그렇네요. 까먹고 있었어요
시현 씨는 무슨 이런 사람이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시우 씨는 헌터가 됐는데 왜 이리 헌터에 관심이 없으세요
“음... 아티팩트나 돈보다 제 아이들이 더 소중해서요. 돈 벌어서 가족에게 쓰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지만 우선 지금은 제 아이들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른 헌터들과는 다르게 던전에서 목숨의 위험을 받지 않다 보니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버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네요. 사실 베타도 아티팩트를 통해 얻었는데 말이죠. 시현 씨가 저를 싫어하시기 전에 마음가짐을 바꿀게요
“아뇨 고작 이런 거로 싫어질 리가...
시현 씨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리가 조용히 짖어 우리에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