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21화 (21/164)

#21. 괴이의 주인 20

나는 당황하며 시현 씨를 쳐다봤지만, 시현 씨도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현 씨는 바로 괜찮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어머니는 괜찮아요. 시우 씨

솔직히 지현 씨와 길드장 님한테는 알려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충분히 1인분을 할 수 있을 때,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지현 씨한테는 잘 보였으니깐 지금도 나쁘지 않겠지

“지현 씨. 아니 어머님?

“시현이를 차놓고 저에겐 어머님인가요?

짓궂으신 분이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어머님은 절지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현 씨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해봤다

“음... 전 시골에서 자라서 절지류를 자주 보긴 했어요. 징그럽다고 생각하긴 하는 데 익숙하죠. 그런데 그건 왜요?

“그러면 지네를 보신 적도 있으시겠네요?

“그죠. 지네는 자다가 손에 뭐가 있는 거 같아 확인해보면 지나가거나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소름 끼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네요

“어... 다행인 건가? 잘 모르겠네. 어찌 됐든 거부감은 없으신 거죠?

“네... 뭐 헌터 등급이 어느 정도 높은 사람들은 곤충 형 괴수를 많이 만나봤을 거예요. 꽤 흔하니깐

“그래요? 시현 씨는 처음 봤을 때 기겁을 하시던데

“시우 씨!

그때의 시현 씨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뭘... 처음 봐요?

“시리야 잠시 나와보렴?

시리는 내 옷 안에서 기어 나왔다

시리를 처음 봤을 땐 1.5 미터에서 2 미터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최근에는 마석을 먹으면서 점점 커져서 내 오른팔을 넘어서 내 상체 전체를 감을 정도였다

시리는 내 몸에서 전부 나오지도 않았지만 나온 부분만 봐도 언뜻 2 미터 길이 정도는 돼 보였다

하지만 무슨 원리인질 모르겠지만 시리는 나랑 붙어있어도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이리는 안아 들 때 무게감이 확실히 느껴졌지만 시리는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시리가 내 몸에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다

“어머!

물론 지네를 키우시는 분들도 시리를 보면 놀라겠지

그래도 시현 씨처럼 어머님은 놀라긴 했지만 기겁하시진 않으셨다

“시현이가 기겁할 만하네요. 어렸을 때부터 벌레를 싫어하긴 했으니깐요. 그건 자기 아빠를 닮았어요

길드장님이 벌레를 싫어하시는구나

“시우 씨는 벌써 2명의 괴수를 테이밍 하신 건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엄마

“하긴 괴수 2마리하고 심지어 정령도 다루실 수 있으니... 이런 헌터는 시우 씨가 유일할 겁니다. 시현이가 시우 씨를 원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그게 아냐 엄마. 시리 또한 이레귤러야

“이레귤러? 특수 개체 같은 거야?

아 어머님께서는 이레귤러를 모르시는구나

“이레귤러는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어머님. 특수 개체는 아마 보스가 진화된 개체를 말씀하시는 거로 시현 씨가 협회에 알린 거로 알고 계시겠죠?

“네 그렇죠?

“이레귤러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도 이레귤러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레귤러는 특수 개체와도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런 이레귤러를 저는 2번이나 만났고 두 마리다 저를 좋아해서요

“그렇죠. 그러고 보니 이리라는 아이도 시우 씨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죠? S급 상위 헌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럼 시리도 그 정도 수준인가요?

“시리의 힘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이리에게 뒤처지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도 조금 잘 못 됐어, 엄마

“응?

“아마 이리는 나와 엄마, 둘이서 달려들어도 못 이길 거야

“...응?

“엄마도 봤겠지만, 훈련장에서 나와 이프닉스가 이리를 맞추는 훈련을 했던 거를 봤을 거야

“그렇지.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고. 화염 내성이 있는 나무껍질을 두를 수 있다고 했지

“맞아. 다른 길드원들이 봤을 땐 힘 조절을 했다고 생각했겠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리를 향해 공격을 한 건 힘 조절을 했지만 맞추는 건 힘 조절이란 게 솔직히 불가능하잖아. 물론 이프닉스와 함께 공격한 거지만 중간부터는 너무 내가 못 맞춰서 열이 받아서 공격했지만 못 맞췄어. 마지막에서야 공격을 간신히 맞췄지만, 그마저도 맞추는 데 집중해서 그렇지, 이리에게 해를 가하려고 공격했으면 못 맞췄을 거야

이리의 속도를 이프닉스 뿐만 아니라 시현 씨도 못 따라간 건가

“맞어! 그래 훈련장. 이프닉스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지 그 아이? 훈련장에 있던 모든 헌터들이 나랑 똑같은 생각했을 거야. 훈련장에서는 이프닉스가 시우 씨의 얼음 정령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 아이가 시우 씨의 말을 잘 들었으니깐. 물론 너와 같이 훈련했지만, 화염은 너의 능력인 줄 알았겠지. 근데 전에 시우 씨가 말하길 얼음 정령은 푸른 물고기의 형태라고 했단 말이야? 사실 그때부터 의심하긴 했는데 둘이 보기 좋아서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내버려 뒀어. 근데 시리라는 아이는 예상하지 못했네

헌터들이 그렇게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프닉스가 저의 정령인 줄 알았다고요?

“그렇죠. 사실 저 정령이 누가 봐도 시우 씨의 말을 더 잘 따르고 있었으니깐요. 그것도 이상하네요? 저도 정령을 많이 봐오진 않았지만 헌터로서의 시간이 긴 만큼 꽤 봤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령이 주인의 말 이외의 사람의 말을 듣는 거는 처음 봤어요

“그건... 저희도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이프닉스가 저희 두 명분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으니깐요

“네? 그게 무슨...

“이프닉스. 조그마한 물방울을 한번 만들어 볼래?

집에서 능력을 잘못 사용하면 위험하니깐

이프닉스는 내가 말한 대로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이프닉스는 불과 물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요. 불의 능력은 시현 씨의 마나를, 물의 능력은 제 마나를 잡아먹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전에 시현 씨가 설명했다시피 시현 씨는 저에게 랜덤 아티팩트를 선물하셨고 전 그 아티팩트를 착용했죠. 그 아티팩트에도 정령이 담겨 있었으며 그 정령은 마나를 잡아먹었죠. 제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다시 시현 씨에게 주었는데 시현 씨의 마나를 잡아먹고 저렇게 이프닉스로 변했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베타를 다루고 있었고 제 마나를 먹은 게 물의 능력과 2명의 주인이 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내가 말하고도 믿지 못할 이야기다

“2명의 주인과 2개의 속성을 가진 정령은... 믿을 수 없지만, 결과를 눈앞에서 보여 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네요

당사자인 시현 씨와 나도 믿기 힘들었다

“잠시만요 시우 씨. 그러면 이리가 저와 시현이를 동시에 이길 정도로 강하며 시리도 이리와 비슷하고 베타와 이프닉스를 동시에 다루시는 거면... 시우 씨는 SSS급 헌터가 될 수 있겠는데요? 저희 길드에 오신 걸 매우 환영합니다. 시현이 너 어떻게든 시우 씨의 마음이 변하지 않게 내조 잘해

“나... 차였는데?

“아니 저기요

이젠 모녀 둘이서..

모녀 둘은 화해하자마자 나를 놀리며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왜 시현이를 찼어요. 솔직히 아직도 시현이의 집에서 지내는 거 봤을 때 이미 사귀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거는...

할 말이 없다

나도 시현 씨도 얼마든지 새로운 방을 구하려면 구했을 거다

사생활이고 나발이고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으니 불만 없이 같이 살았겠지

“굳이... 방을 구할 필요가 없으니깐요. 시현 씨가 불편하다면 구하겠습니다

“아뇨! 저도 괜찮아요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뜨겁네 뜨거워.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아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요. 그리고 시현아 네 아빠에게 언제 말할 거니?

“최대한... 빠르게 해볼게

그렇게 폭풍 같았던 어머님이 다녀가고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이만 늦었으니... 잘까요?

“그래요. 잘 자요, 시우 씨

“시현 씨도요

시현 씨가 먼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말이 길어져 누워서 자는 이리를 깨워 내 방으로 같이 들어갔다

이리를 껴안고 자다가 일어났다

오늘은 뭔가 자고 일어나는 게 개운하다

일어났더니 시현 씨가 전과 같이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저도 같이 가요 시현 씨

“그럼요

우리는 같이 조깅을 하고 돌아왔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그저 조급하지 않게 착실히 성장해 나가면 언젠가 우리의 관계가 바뀌겠지

“아 근데 시현 씨. 확실히 둘이 사는데 화장실이 하나인 건 불편하네요

시현 씨가 씻는 동안 난 멍때리고 있어야 했으니

“음... 그럼 방을 새로 구해 볼까요?

“그럼 좋죠. 솔직히 여기도 좋은 곳이지만 안 쓰는 방이 있으니깐요

최근에 던전을 안 가고 훈련을 하고 있어서 시간은 많았다

우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보러 부동산으로 갔다

우리는 근처 부동산으로 갔다

“돈은 상관없으니 별비 길드 근처에 있는 욕실 2개가 있는 방이 있을까요?

돈이 상관없다니 반하겠다... 이미 반했었나

“신혼부부신가 봐요

“언젠가 그렇게 될 거에요

시현 씨의 당돌한 말에 나는 그저 멋쩍게 웃었다

부동산 주인은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떠올린 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프로정신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결과적으로 방을 구하진 못했다

욕실이 2개가 있는 방은 있었지만, 둘이서 살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방이 너무 컸지만, 시현 씨는 상관없다고 했다

나는 혼자 자취할 때 조그마한 방 하나 청소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그리 큰 방은 하루 종일 청소하느라 시간 다 쓸 것 같다

그것도 시현 씨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부르면 된다고 했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을 내 집에 들이는 게 거북했다

시현 씨는 엄청 아쉬워했지만, 같이 살고있는 걸로 만족하셨다

“그러고 보니 시현 씨 아직 저는 마나로 신체 강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알려주시겠어요?

“당연하죠. 시우 씨가 싫다고 해도 알려드릴 거에요

왜 갑자기 이렇게 열정적이지? 라고 생각했다

“시우 씨가 빨리 강해져야... 아시죠?

아아... 시현 씨는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엄청 저돌적으로 변하셨다

난 그런 시현 씨가 귀여워 보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귈래 아니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귈래? 라고 말한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

시현 씨는 나를 붙잡고 훈련장으로 이끌고 가셨다

“시우 씨는 오늘 아침 조깅하시는 거 보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조깅하실 때 몸이 뭔가 가볍지 않으셨나요?

“네. 뭔가 잠을 푹 자서 그런가, 몸이 가벼웠죠. 평소보다 조깅속도를 높였어요

“그게 시우 씨가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이용하신 거예요. 하지만 그건 알아두셔야 해요. 시우 씨가 본인의 마나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면 그만큼 베타가 힘을 쓸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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