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괴이의 주인 19
나는 헌터가 처음 됐을 때부터 파티원을 구했지만, 불운 특성이라 전부 다 기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절해 있을 무렵 아버지가 나에게 파티원을 직접 구해주셨다
파티원들은 서로 간의 유대감도 좋았고 나에게 친절했다
하지만 운이 없었는지 헌터 한 명이 눈에 공격을 맞고 실명이 돼 파티원들 전체가 던전에서 전멸할 뻔했다
다행히 전원 다 살았지만, 파티원들은 전부 길드에서 나갔다
난 좌절했다
하지만 난 그런 아버지의 배려를 생각 못 하고 그런 파티원들을 추천해준 아버지를 원망했다
내 자신이 너무 무력해 눈물이 났다
나는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던전을 혼자서 공략해왔고 어느새 SS급 헌터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특수 개체를 만나고 난 이후로 난 두 번째 좌절을 겪었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다시 한번 겪으며 식음을 전폐하고 방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나를 상관 안 하고 억지로 새로운 파티를 구하라고 보냈다
거기서 시우 씨를 처음 만났다
시우 씨가 이레귤러를 테이밍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파티원을 제안했다
그 이후로 시우 씨에게 잘해주며 어떻게든 파티원이 되게 만들려고 노력하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시우 씨와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우 씨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미 이레귤러를 한 마리 테이밍 했을뿐더러 이레귤러 2마리가 시우 씨를 믿고 따르는 게 보였다
그래서 난 시우 씨에게 길드원 누구도 다루지 못했던 얼음 정령 아티팩트를 주었다
시우 씨는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얼음 정령을 다루셨다
게다가 시우 씨와 던전을 가 보았지만 한 번도 위험한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A급 던전을 가서는 이레귤러 인 것 같은 괴수를 만났지만 이레귤러가 아닌 괴수가 진화한 것처럼 보였고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시우 씨와 같이 다니면 내 불운 특성이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상황이 이어졌다
난 그런 시우 씨를 봐오며 희망을 느꼈다
시우 씨가 쓰러졌을 땐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시우 씨를 재빠르게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어떻게든 해달라고 했다
직접 옷을 갈아 입혀줬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을 땐 마음이 놓였다
나에겐 시우 씨가 마지막 희망이다
설령 시우 씨가 내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 가짜이고 본래의 모습이 설령 악인이라 하더라도
나는 시우 씨를 따라갈 것이다
나는 시현 씨의 이런 모습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고 있는 시현 씨는 당당하고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는 멋진 여성이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내게 무척 친절했지만, 그건 기분 좋은 착각이었다
하지만 시현 씨는 나를 과도하게 챙겨주고 믿어주었다
난 그런 시현 씨의 모습이 부담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도 착각이었다
오늘 본 시현 씨의 모습은 나를 과도하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나를 이해 해주고 믿어주는 모습은 나를 의존해서였다
나를 꾸짖었을 때도 내가 위험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꾸짖은 것이었다
시현 씨의 유일한 파티원이 나여서 그럴까? 아니면 내 특성에 문제가 있나? 왜 이렇게까지 나를 의존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좋지 않다
이 정도는 병이었다
“시현 씨. 시현 씨는 제가 콜로세움에서 무섭다고 하셨죠? 그때 무슨 말을 제게 하셨나요?
“시우 씨의 의지냐고... 시우 씨 같지 않다고...
“그렇죠. 지금 제 기분도 똑같습니다. 지금의 시현 씨는 시현 씨답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시현 씨는 그 누구보다도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그 무서운 던전을 혼자서 공략하고 저에게 헌터를 동경하게 만드는 분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시현 씨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현 씨는 내 말을 듣고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시현 씨!
시현 씨는 내가 호통치는 것을 보고 놀라셨다
“어째서 제가 시현 씨의 희망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시현 씨는 제가 없어도 지금까지 잘 해오셨습니다. 그 증거로 세계에서 알아주는 SS급 헌터가 됐죠. 근데 고작 한 달 전에 만난 제가 어떻게 시현 씨의 희망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현 씨가 이러는 이유가 있겠죠. 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시현 씨는 제가 없어도 이미 최고의 헌터입니다. 저를 의존하지 않아도, 제가 시현 씨의 희망이 아니어도, 시현 씨는 이미 대단한 헌터입니다. 시현 씨가 뭐에 얽매여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없어도 이미 최고의 헌터 이십니다. 제가 시현 씨를 버릴 리가 없잖아요?
시현 씨는 갑자기 나에게 안겨들었다
“저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시우 씨가 다른 사람처럼 변했을 때 이리가 S급 던전에서 본 이레귤러처럼 무서웠어요. ”시우 씨가 무서웠어요. 그때의 시우 씨는 이리의 살기를 진정시키는 모습이 그 누구보다도 강해 보였어요. 마치 제가 필요 없어 보였죠. 그 모습이 너무나 두려웠어요
나는 시현 씨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제가 아무리 강해져 봐야 시현 씨만큼 강해지겠어요? 설령 강해지더라도 시현 씨를 버릴 리가 없잖아요?
나는 내 가슴이 조금씩 물기에 젖어갔다
나는 모르는 척 시현 씨의 등을 쓸어줬다
하염없이 시현 씨를 위로해주고 있을 때 갑자기 벨이 울렸다
띵동
시현 씨와 나는 깜짝 놀랐다
늦은 시간인데 시현 씨 집에 누가 찾아올 사람이 있나
여전히 시현 씨를 안은채 물어봤다
”혹시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있나요?
”아뇨 없는데...
”제가 가 볼게요
인터폰을 눌러 말했다
”누구세요?
”응? 시우 씨인가요?
”아 네. 부 길드장님 인가요?
”네. 혹시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문을 열어주었다
시현 씨는 심호흡하며 진정을 하고 계셨다
”시현 씨 어머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아 네. 웬일로 찾아 왔어, 엄마?
”시우 씨가 너를 안고 있는 걸 봤어. 둘이서 연애하는 건 반대하진 않지만 네가 울고 있는 걸 봤어. 너는 우리 앞에서 단 한 번도 운 적이 없었지. 설령 네가 힘들 때도 말이야. 근데 그런 네가 시우 씨 앞에선 울었지. 걱정이 돼서 찾아왔는데... 괜히 찾아온 거니?
나는 시현 씨를 쳐다봤고 시현 씨는 괜찮다고 표정을 지었다
”아뇨 지현 씨가 생각하시는 게...
”엄마
시현 씨는 내 말을 끊고 결연한 표정으로 지현 씨를 불렀다
”나 시우 씨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응
”응?
내 생각이랑 지현 씨의 말이 겹쳤다
오해를 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니까... 시우 씨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거 아니야? 불타오르네?
”엄마!
”장난이야. 우린 네가 감정이 없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는 감정이 풍부했는데 헌터가 된 이후로 우리에게 감정을 잘 안 비췄으니깐. 가끔 헌터가 되면 감정이 옅어지는 때가 있다고 하던데 우린 네가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우 씨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걱정했단다. 그리고 너도 알고 있잖니. 네 아버지가 너를 생각해서 파티원들을 꾸린 거. 물론 그 파티원들이 운이 없었다고 네 탓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실력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단다. 그 사람들이 충분히 경계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네 잘못도 아니고 네 아빠 잘못도 아니고 그 파티원들 잘못이야. 그리고 그 파티원들 구하는데 나도 한몫했고. 하지만 우리가 무신경했다는 건 사실이었어. 미안해 시현아. 이만 너네 아빠를, 우리를 용서해주렴
지현 씨는 시현 씨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시현 씨에게 사과했다
시현 씨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처음 보는지 당황했지만 이내 사과를 받아주셨다
나는 그런 훈훈한 광경을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우 씨랑 도대체 무슨 사이인 거야?
”응?
”부모님 앞에서도 못 할 이야기를 시우 씨 앞에서 한 거 아니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아?
시현 씨는 어머님께 전부 말씀드렸지만 내가 무섭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굳이 할 이유도 없었지만 설명해 드리기 어려웠기에 그랬던 것 같다
시리에대한 얘기도 안 하셨다
하지만 오히려 말하지 않은 것이 독이 됐는지 나와의 관계를 물어봤다
내가 대신 설명해 드리려고 입을 열었다
”특별한 관계는 맞습니다. 하지만 지현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요?
나는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고 시현 씨에게 물었다
”시현 씨는... 저를 좋아하시나요?
”네
”이성으로서요?
”그럼요. 시우 씨에게 호감이 없었으면 같이 사는 것을 어떤 여성이 허락할까요?
시현 씨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셨다
오히려 내가 당황했지만, 다시 얘기했다
”저도 시현 씨를 좋아합니다. 사람으로서, 헌터로서. 이성으로도 좋아하죠. 하지만 저에게 시현 씨는 너무나 과분한 사람입니다. 설령 저희가 사귀게 된다고 해도 제가 일방적으로 시현 씨에게 기생하는 형식이 되겠죠. 물론 지금도 다를 바 없긴 합니다만
”아뇨! 시우 씨 저는 그렇게 생각 안...
”아뇨 시현 씨. 시현 씨 생각과는 다릅니다. 전 시현 씨가 없다면 혼자서 던전을 가기에는 무섭습니다. 베타와 이리, 시리도 있습니다만 저를 가장 안심하게 만드는 이유가 시현 씨였죠. 물론 제 아이들을 못 믿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현 씨가 없었다면 전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그런 시현 씨와 사귀게 되는 건 주변에서도 안 좋게 볼 겁니다
”주변과는 상관없잖아요!
”네 맞죠. 물론 제 욕이 더 많겠지만 그건 신경 안 씁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현 씨를 욕하는 게 전 보기 싫어요. 무슨 저런 놈이랑 사귀냐 눈이 엄청 낮네. 쉬운 여자였네 등 많겠죠
”그런...
”전 그런 모습이 꼴 보기 싫고 짜증이 납니다. 적어도 그런 소리를 안 들으려면... 시현 씨와 같은 등급의 헌터가 돼야겠죠
”시우 씨는... 이미 저와 비슷한 헌터 아닌가요? 이리만 있어도 저는 이기기 힘들 텐데요?
”그거는 이리의 힘이지, 제 힘이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성장하는 방법도 베타가 되겠습니다만 베타는 온전히 제 힘을 사용하니깐요
”그거는... 불공평해요
”죄송합니다. 시현 씨에겐 신세만 지네요. 시현 씨와 사귀게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나는 시현 씨와 마주 보며 서로 멋쩍게 웃었다
”아까는 시우 씨를 공기로 만들어서 이번에는 저를 공기로 만드는 건가요?
”아!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나 지금 부모님 앞에서 고백한 거 아니야? 뭔가 조금 쪽팔렸다
”결국엔 지금은 시현이를 찼네요?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장난이에요. 근데 아까전에 이상한 소리를 하시던데...
”네?
”이리는 여기 있는 늑대 아이고, 베타는 얼음 정령이라고 하셨으니깐. 그럼 시리는 누구예요?
아... 내가 시리에 대해 언급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