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괴이의 주인 18
오늘 본 시우 씨는 내가 알던 시우 씨가 아닌 것 같았다
카페 매니저님은 내가 봐도 멋진 여성 같았다
시우 씨가 혹시 카페 매니저님한테 관심이 있어 도와주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관심 있는 여성 앞에서 저렇게 욕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우 씨가 저렇게까지 화내는 모습도 처음 봤다
그저 시우 씨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양아치를 따라가기 전에 길드에게 연락을 해 뒀다
애초에 어머님과 길드장님이 이미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
시우 씨와 함께 양아치를 따라간 곳은 생각지도 못한 콜로세움 같은 곳이었다
경기장 안에서 싸우는 2명은 가라 길드에게 담보를 잡힌 채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싸우는 것으로 보였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며 시우 씨는 오히려 냉정해지셨다
사람이 극도로 화나면 오히려 화를 못 낸다고 했던가
그때 시우 씨의 마음에 동조했는지 이리가 살기를 냈다
하지만 시우 씨가 이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조용히 내 푸른 불꽃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이리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치 그 이리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이 보였다
이리의 살기는 피아식별 없이 무분별했고 나 또한 그 살기에 노출되었다
그 살기는 마치 내가 갔던 S급 던전의 이레귤러 괴수와 같았으며 난 그 이리가 내 옆에 설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나는 갑자기 시우 씨가 무섭게 느껴졌다
시우 씨도 살기에 노출되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리라는 괴수를 진정시켰다
그런 시우 씨를 보며 나는 시우 씨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다시 시우 씨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난 낯선 시우 씨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 잘 들리지도 않는 시우 씨의 말들을 긍정하며 행동했다
길드장님과 엄마 얘기를 했더니 다시 내가 알던 시우 씨의 모습으로 살짝 돌아온 듯 보였다
하지만 시우 씨는 계속 내게 이 모습을 볼 거냐고 물어봤다
시우 씨는 내 파티원이다
만약 시우 씨가 엇나가면 같은 파티원인 내가 바로 잡아줘야 한다
나는 벌벌 떨면서도 보겠다고 했다
그래도 난 시우 씨를 믿었다
하지만 시우 씨는 시리에게 그 양아치를 잡아먹으라고 했다
“시우 씨!
시현 씨를 돌아봤을 땐 식은땀을 엄청나게 흘리고 계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시현 씨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
시현 씨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시우...씨 맞죠?
그렇게 말하는 시현 씨의 얼굴을 보면 뭔가 겁에 질린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나는 당황해 시현 씨를 안심시켰다
“네? 네. 저 맞습니다. 시현 씨 괜찮으세요?
시현 씨를 안심시키려고 손을 맞잡았더니 손이 떨리고 계셨다
“그러면 굳이 시리의 먹이로 줄 필요가 있을까요? 시리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저 사람에게 정보를 캘 수도 있고... 아 그리고 이미 길드에게 연락해서 오고 있을 거에요. 시리가 들킬 수도 있어요. 지금 이 모습을 부모님이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시현 씨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계셨다
덩달아 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 손으로는 시현 씨의 손을 잡고 한 손은 시현 씨를 안았다
시현 씨는 제대로 숨도 못 쉬다가 내가 안아주니 나를 마주 안으며 숨이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리와 시리는 뻘쭘하게 가만히 있었다
이리는 앉아있는 상태로 얼어버렸고 시리는 양아치 앞에서 멈춰 있었다
나도 시현 씨도 서로 껴안고 있을 때 우리가 들어왔던 문이 녹아내렸다
“시현아! 왜 연락이 안 돼?!
그 문을 부수며 시현 씨의 어머니인 부 길드장님이 나타났다
우리는 껴안고 있는 채 굳어버렸다
“여기 있니 시현아?!
그 뒤에선 길드장님이 나타났으며 수많은 길드원들이 나타났다
그때 시현 씨가 갑자기 나를 밀어서 넘어질 뻔했지만, 이리가 받쳐줬다
순간 시현 씨가 말했던 게 생각나 시리를 봤지만, 어느새 은신 상태로 변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시리를 내 몸에 오르게 해주고 급히 일어났다
일어나니 수많은 길드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현 씨는 정신을 차린 것 같았지만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아까 시현 씨가 길드에게 이미 알렸다고 했으니 찾아온 것 같았지만 시현 씨가 연락이 되지 않아 급하게 달려온 것 같았다
“여기가 가라 길드의 지하라 통신이 막혔던 것 같습니다. 여기가 가라 길드가 불법적으로 이용하던 콜로세움 같은 곳입니다. 저기 경기장처럼 보이는 곳 안에 헌터 2명이 있는데 그분들은 피해자이고 가라 길드에게 담보가 잡혀 싸우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최대한 침착하게 사실에 관해서 얘기했다
부 길드장님은 시현 씨를 토닥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길드장님이 대신 대답했다
“그런가... 다행이네. 근데 여기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은 뭔가?
“아마 이 콜로세움을 구경하러 온 민간인들 같습니다
“그건 대충 알겠네. 내가 묻는 것은 왜 다들 쓰러져 있냐는 것일세
그거는... 어떡하지
시리에 대해 밝혀야 하나? 하지만 헌터들이 너무 많다
물론 별비 길드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전원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리와 시리가 S급 헌터 수준 혹은 SS급 수준이라곤 하지만 내 자신은 아직 B급이다
밝히긴 아직 이르다
물론 길드장님이라고 모든 헌터의 능력을 알 필요는 없고 알려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 사안은 너무 크다
헌터는 특수한 상황 말고는 절대로 민간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겠지만 공격했을 경우 정확한 이유와 무엇으로 공격했는지, 그 공격이 민간인에게 해가 가해지는지 등을 알아야 했다
만약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범죄자 헌터로 등록돼 죽을 때까지 다른 헌터들에게 쫓긴다
헌터들에게 잡힌다면 죽거나 SSS급 헌터가 만든 특수한 아티팩트로 인해 능력이 봉인되어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밝힌다면 최악의 상황은 시리와 이리 동시에 협회에게 팔려갈 수도 있었다
이리의 경우는 시현 씨가 막아주셔서 가능했지만, 시리까지 있다면 시현 씨 혼자선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리마저도 새로운 능력을 얻어 시현 씨마저도 이리를 이기기 힘들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제가 그런 겁니다. 길드장님
시현 씨
“시현이 네가?
“네 죄송하지만, 시우 씨와 함께 랜덤 아티팩트 집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한 반지의 형태인 아티팩트를 시우 씨가 발견했습니다. 저는 시우 씨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그 아티팩트를 구매했고 그 아티팩트는 무려 정령이 있는 아티팩트였습니다. 하지만 시우 씨는 이미 정령이 있으셨고 다시 저에게 그 아티팩트를 선물했습니다. 그 아티팩트는 급작스럽게 제 마나를 잡아먹어 정령이 성장해 여기 있는 이프닉스라고 이름을 지은 정령이 태어났습니다
이프닉스는 사람이 안 보이게 은신의 형태로 계속 있었지만, 시현 씨의 말에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이프닉스의 형태는 동양의 용의 형태였으며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붉은색의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매우 신비해 보였다
“이 아이는 특이한 푸른 불꽃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불꽃은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게 아닌 정화의 형태 등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현 씨는 이프닉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이프닉스는 푸른 불꽃을 내뿜어 멍하니 있던 한 명의 길드원을 공격했다
갑자기 공격받은 길드원은 깜짝 놀라 허둥댔지만 푸른 불꽃이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가만히 있었다
“현수 씨 어떤가요?
“어... 전보다 몸이 편해진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정화의 형태도 이용할 수 있으며
다시 시현 씨는 이프닉스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 푸른 불꽃을 내뿜었더니 이번에는 불꽃이 갑자기 터졌다
“이런 식으로 공격의 형태도 할 수 있지만, 이 공격은 매우 약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민간인을 기절시키는 정도의 위력은 가능하죠
시현 씨와 이프닉스가 언제 저런 기술을 익혔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길드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
“훈련장에서 봤던 정령이 시현 님이 다루시는 거였나? 대단하군
“드디어 시현 님도 정령을 다룰 수 있게 된 건가? 기쁜 일이네
“SSS급 헌터도 노려볼 수 있으시겠군
다른 하나
“저런 아티팩트를 선물했다고? 미친 건가?
“나도 저런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네
이다
대부분의 길드원이 부러워했으며 같은 길드원의 강해짐을 순수히 축하해 줬다
“그런가... 축하한다 시현아. 비록 내가 구한 아티팩트는 아니 지만 신비한 정령을 다루다니 멋지구나
그때 부 길드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시우 씨
“네?
“나중에 저랑 시현이랑 따로 만나요
“예?
“여긴 사람들이 많으니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봤어요. 그러니까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세요
혹시... 시현 씨와 내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게 들킨 건가
“아 그거는...
“아뇨 나중에 시현이랑 같이 말해요
하지만 부 길드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나는 그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시현 씨의 임기응변으로 나는 용의 선상에서 빠져나왔다
길드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 어차피 협회에 알려야 할 거 협회에다가 도움을 요청했다
시현 씨는 협회가 오자마자 능력을 증명하듯이 쓰러져 있는 민간인들에게 푸른 불꽃을 사용해 치료했으며 동시에 시리의 독이 들키지 않게 했다
하지만 시현 씨는 협회에 불려가 많은 조사를 받았다
나도 시현 씨의 동행인이라 조사를 받았지만 평범한 B급 헌터라 생각했는지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난 이번 일로 시현 씨에게 많은 빚을 졌다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시현 씨는 거의 꼬박 하루를 조사를 받고 나서야 풀려났다
난 시현 씨가 풀려나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돌아왔다
“어떻게 됐나요 시현 씨?
“그냥 자세히 말해달라고 해서 말했어요. 시리에 대한 건 말 안 했으니 걱정 마세요
“아뇨. 제가 걱정한 건 시현 씨입니다. 어쩌자고 그러신 거에요. 자칫하면 시현 씨도 헌터 범죄자로 몰릴 위기였어요. 저랑 같이 파티를 짜서 던전을 공략하고 싶으신 거 아니었어요?
이번만큼은 이해가 안 됐다
파티원이라고 하지만 아직 힘을 합쳐 던전을 공략한 적도 없었다
사실상 내가 시현 씨에게 업혀 가는 수준이었다
물론 시리와 이리가 있다지만 헌터에 대한 지식은 코딱지만큼도 없는 나는 시현 씨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현 씨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꼭 이유를 들어야겠습니다
시현 씨는 당황했지만, 심호흡하고 말씀하셨다
“시우 씨는 콜로세움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 하시나요?
“네? 당연히 기억하죠?
“그때의... 자신이 어땠는지도 알고 계신 가요?
“네?
“그때의 시우 씨는 시우 씨 같지 않았어요. 마치 다른 사람과 같았죠. 그때의 시우 씨는 마치 차가운 얼음장 같았어요. 그런 시우 씨의 마음이 통했는지 이리가 살기를 내뿜었었죠
그건 맞다
이리가 살기를 내뿜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 이리의 살기는 피아식별이 없었습니다. 아마 시우 씨에게도 영향이 갔을 테지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셨죠. 그리고 그 이리의 살기는 마치 제가 S급 던전에서 보았던 이레귤러와 비슷했습니다. 저도 이리의 살기를 견디지 못했지만, 시우 씨는 그런 이리의 살기를 태연히 잠재웠죠. 그때의 시우 씨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립니다
시현 씨가 당황했던 모습은... 나 때문이었어
“전 그때의 시우 씨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우 씨였어요. 제겐 시우 씨가 마지막 희망이에요. 시우 씨가 없다면... 전 아무것도 아니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