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8화 (18/164)

#18. 괴이의 주인 17

“개새끼가 말이 많네? 마침 여기 근처에 우리 길드가 주관하는 훈련장이 있으니 따라와. 거기서 개새끼 훈련법을 알려주지. 거기 옆에 아가씨도 따라올 건가?

이제 와서 시현 씨에게는 평범히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

“그러죠

시현 씨가 답하고 우린 양아치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양아치가 이끌고 간 곳은 별비 길드보다 작지만, 양아치들이 쓰기에는 엄청 큰 훈련장이 있었다

그리고 훈련장에는 웃통 벗고 운동하는 남자들이 있었으며 몸에는 그림이 잔뜩 있었다

문제는 인원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괜스레 쫄려서 시현 씨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을까요? 제가 먼저 말하긴 했지만, 확실히 사람이 너무 많네요

“괜찮아요 시우 씨. 저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 마나가 느껴지지 않아요. 다 일반인들입니다. 가끔 마나가 느껴지진 하지만 미세하게 느껴져 D급이나 C급일 겁니다. 저기 있는 사람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이리 하나 못 잡아낼 겁니다. 심지어 시리도 있으니깐 죽었다 깨어나도 시우 씨에게 손끝 하나 못 댈 거에요

“감사합니다 시현 씨

내가 오자고 해놓고 쫄아서 물어봤지만, 솔직히 나도 얼마 전까진 일반인이었다

문신 있는 사람들을 딱히 무서워 한 적은 없지만, 문신 있는 사람이 수십 명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안 쪼는 게 이상했다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했지만, 시현 씨 말이 틀린 적은 없으니 어깨 펴고 당당히 걸었다

“저 형님 또 호구 잡았나 보네

“쟤는 어떻게 저리 잘 잡아 오나 몰라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나 보다

이런 쓰레기들이 왜 아직도 남아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이제 와서 무를 거야? 무서우면 가도 돼. 대신 옆에 아가씨는 두고 가

슬슬 선을 넘네

“여전히 아가리는 잘 터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야 도대체?

양아치는 피식 웃으며 다 왔다고 말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시현 씨에게 말했다

“시현 씨 혹시 이프닉스의 푸른 불꽃을 몸에 두르실 수 있으신가요?

“몸에 두르진 못하지만, 일정 구역을 푸른 불꽃으로 두를 수 있어요

“좋네요. 혹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깐 제가 신호를 줄 때 그 불꽃으로 몸을 지켜주세요

시현 씨는 내 의도를 대충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다

양아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체육관 문처럼 보이는 곳을 열었다

그 안에 꽤 큰 경기장 같은 곳이 보였고 엄청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시현 씨는 얼굴을 찌푸렸으며 나는 경기장같이 보이는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경기장 안에는 헌터로 보이는 2명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열광하며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UFC 경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헌터 2명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이미 그 2명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헌터 한 명은 팔이 비틀어져 있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다른 한 명은 팔 하나가 아예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광기와 같았다

“어때? 지금도 웃음이 나오나?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양아치와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근처를 둘러싸고 있었다

“여기는 도박장이야. 저 경기장 안에 있는 놈 중 누가 이길지 베팅하는 거지. 하지만 평범하면 재미없잖아? 경기장에 있는 놈 담보를 잡아서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거야. 너로 예를 들면 옆에 있는 아가씨겠지?

양아치는 다 잡은 물고기인 것 마냥 신 나게 말하고 있었다

시현 씨는 내게 귓속말을 했다

“아마 저 양아치들이 저를 잡고 시우 씨를 저 경기장에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합의하에 싸운다는 것도 다 여기로 데려오려고 한 거짓말 같습니다

중간부터 이상하긴 했다

헌터끼리 싸우면 주변에 피해가 가서 훈련장을 가는 것까진 이해했지만 굳이 자기 길드가 운영하는 훈련장을 가려고 하는 것부터가 냄새가 나긴 했다

하지만 시현 씨가 있어서 그랬을까? 어디서 난지 모를 자신감이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

하지만 지금은 짜증과 함께 화가 났다

시현 씨가 약한 건 절대 아니지만, 나로 인해 위험에 처했으니깐

아무리 시현 씨가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도 시현 씨는 민간인을 함부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시현 씨는 제압을 하면 했지 민간인을 죽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깐

하지만 내가 알기론 시현 씨는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 지하로 내려와선 핸드폰도 먹통이라 어딘가로 구조 신호도 보낼 수가 없었다

시현 씨가 나 때문에 위험에 처한 게 매우 화가 났다

내 자신이 너무나 멍청하고 한심해서

“시현 씨. 아까 제가 말한 푸른 붗꽃의 영역을 지금 사용 해주시겠어요?

나는 내가 말하고도 놀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시현 씨에게 말했다

시현 씨도 내 이런 목소리를 듣고 눈이 동그랗게 뜨시더니 알겠다고 말했다

이프닉스가 푸른 불꽃을 내뿜고 그 푸른 불꽃을 시현 씨 근처에 둘렀다

이리도 내 기분에 동조하듯 낮게 울며 살기를 내뿜었다

양아치들은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난 화가 났지만, 이리에게는 상냥하게 말했다

“이리야 너도 시현 씨 곁에 있어 줄래?

이리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얌전히 시현 씨의 푸른 불꽃 영역으로 들어갔다

양아치들은 살기가 멎자 자기네들이 뒷걸음질 친 이유를 모르는 듯 다시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왔다

“거기 아가씨도 헌터인 것 같은데 그만두지 그래? 여기는 너희를 구해줄 사람도 못 올뿐더러 여기 내 옆에 있는 이 형님은 S급 헌터야.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얌전히 경기장에 들어가면 손대지 않을게

그때 시현 씨가 다시 말씀하셨다

“가라 길드가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저런 경기를 보러 오는 국회의원들이나 의원들의 자녀들이 저런 걸 좋아해서입니다. 물론 당연히 불법이며 협박을 통해 이뤄지는 거지만 암암리에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시우 씨는 그걸 부시는 겁니다. 각오는 되신 건가요?

각오? 당연히

“됐을 리가 있나요? 전 그냥 제가 짜증 나고 화가 나서 부시는 것뿐입니다

난 그냥 양아치 혼내 주려고 왔을 뿐인데 일이 커졌을 뿐

하는 일은 달라진 게 없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들이. 형님은 저 여자는 상품성이 좋으니 상처 나지 않게 잡죠. 너희들은 테이머랑 개새끼 잡아. 괴수인 것 같은데 괴수랑 헌터랑 싸우는 것도 재밌겠지

끝까지 맘에 안 드는 새끼일세

“시리야 이 넓은 공간 전부를 메울 독을 사용할 수 있겠니? 대신 죽이진 말고 신경만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시리는 언제나 내 몸에서 나오는 걸 싫어했지만 이번은 군말 없이 내 말을 따라주었다

내 몸에서 내려온 시리는 경기장 한가운데 아직도 헌터 2명이 싸우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경기장에 있는 그 누구도 시리가 이동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경기장 한가운데로 이동한 시리는 하늘을 향해 독을 내뿜었다

그 독은 놀들의 마을을 뒤덮었던 독과 같았지만, 그 범위가 달랐다

시리의 입에서 나오는 독이 끊임없이 나왔다

시리의 가장 근처에 있는 헌터 2명은 피해자일 뿐인데 독을 직격으로 맞아 괜찮을까 걱정 했다

마치 그들은 시리의 독을 맞자마자 죽은 것처럼 쓰러지고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그 현상은 경기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뭐야 씨발?!

우리는 경기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독이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꼴에 A급 헌터라고 1초는 버텼다가 쓰러졌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개새끼야!

양아치가 S급 헌터라고 소개한 사람은 독이 안 통하는 듯 나에게 달려들었다

난 깜짝 놀라 대응하려는 순간 시리가 어느새 다가왔다

은신해 다가왔던 시리는 S급 헌터의 몸을 감으며 올라가 뒷덜미를 물어버렸다

S급 헌터는 입에 개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시현 씨는 푸른 불꽃의 영역을 움직이면서 다가오셨다

“괜찮으신가요 시우 씨?

“네. 전에도 말했다시피 제겐 독이 안 통해서요. 왜 그런진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 S급 헌터도 독이 안 통했던 것 같은데

“아마 특성 중에서 독이 안 통하는 특성도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근데 시우 씨는 그런 특성도 없이 안 통하는 거는 아마 시리의 능력이 아닐까요? 자신의 독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시리면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럴까요?

아니다

시리에게 물어봤었지만 내가 독이 안 통하는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죠?

“우선, 제가 위로 올라가서 길드에게 말할게요

그 전에 할 것이 있다

“시현 씨?

난 올라가려는 시현 씨를 붙잡았다

“네?

“합의하에 싸움에선 어떤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아 제가 벌인 일이 시현 씨에게 피해가 될까요?

시현 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절대로요. 시우 씨가 안 했다면 제가 직접 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참혹한 결과가 있었겠죠. 시우 씨가 저를 착하다고 하셨지만 절대 순수하진 않아요

“아... 그 얘기가 들렸나요?

“네. 어머니한테도 길드장님한테도 똑같은 말을 하셨죠. 전 SS급 헌터인데다가 혼자서 던전을 돌아서인지 소리와 기감에 매우 민감합니다. 시우 씨가 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 얘기가 들렸다는 게 뭔가 부끄럽네요. 전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이런 일을 한 게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하고 싶었을 뿐

“알고 있어요

그저 시현 씨에게 감사할 뿐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그럼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앞으로 일어날 일을 그냥 모르쇠로 일관해주시면 돼요

“네?

“잔인할 텐데 굳이 보시겠어요?

“그건... 시우 씨의 의지인가요?

“네? 당연히 제 의지죠. 시현 씨 공기에 퍼져있는 독만 없애실 수 있나요?

시현 씨와 이프닉스는 파란 불꽃을 퍼뜨려 공기 중에 퍼져있는 독을 없앴다

그리고 푸른 불꽃을 경기장에 있는 헌터 2명에게 사용했다

그 헌터 2명은 독이 해제되었겠지만, 여전히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푸른 불꽃의 힘에는 미세하지만, 치료의 힘도 있더군요. 불꽃을 받고도 못 움직이는 거 보면 피로가 누적돼 지쳐서 기절한 것 같네요

“안타깝네요. 아마 저희가 힘이 없다면 이렇게 되었겠죠?

그래서 더욱 짜증 났다

“그래서 시현 씨. 진짜 보실 건가요?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아니 무조건 실망하실 겁니다

“네. 만약 시우 씨가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막을 사람은 있어야죠

뭔가 내가 하는 일이 무조건 잘못된 거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하지만 더는 무를 순 없다

“야. 듣고 있지? 움직이지만, 못 하지 듣고는 있잖아?

양아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여기오면서 다짐한 게 너 사지를 잘라버리겠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걸로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어떻게 죽여버릴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때 시리는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은신을 풀고 양아치에게 다가갔다

이리는 얌전히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아있었다

양아치는 분명 마비됐지만, 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근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테이머잖아? 근데 그거 알아? 괴수가 인간도 먹는다는 걸?

사실 잘 모른다

시리는 마나를 먹기 위해 엘프들의 심장을 먹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넌 살아있는 채로 내 아이의 양분이 되는 거야. 인간은 타지도 않는 쓰레기라 재활용도 안 된다는데 넌 그나마 쓸모 있게 죽어서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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