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괴이의 주인 16
“3일 만에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뛰어난 스승님 덕분입니다
지현 씨 덕분에 마나를 다루는 법을 금방 배웠다
3일 동안 이리는 던전에 안 가고 훈련만 하는 모습을 보니 지루했던 모양인지 훈련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너무 심심해 보인 탓에 이리도 훈련 시키자는 생각에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나무껍징르 같이 쓰는 연습을 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시현 씨는 이프닉스와 함께 전속력으로 움직이는 이리를 맞추는 훈련을 했다
위험해 보였지만 시현 씨와 이프닉스가 알아서 힘을 조절했으며 애초에 맞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리가 저 정도 속도로 계속 움직인다면 저도 맞출 자신이 없네요
“부 길드장님 정도면 금방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부 길드장님 이라고 부르는 게 딱딱해 보이신다고 싫어하셨지만 그렇다고 다른 헌터분들 있는 앞에서 지현 씨라고 부르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훈련을 길드내에 있는 훈련장에서 하다 보니 다른 헌터분들도 많다
최근에 부길드장님과 그녀의 딸, 그리고 내가 계속 같은 시간에 훈련을 하다 보니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시현 씨와 이프닉스, 이리가 하는 훈련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리가 나무껍질을 뒤집어쓰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어려운지 처음에는 시현 씨와 이프닉스의 공격을 자주 맞았지만, 지금에서는 단 한 대도 맞고 있지 않다
시현 씨와 이프닉스는 계속 못 맞추다 보니 열이 오르셨는지 점점 힘 조절을 안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러고도 못 맞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우 씨. 시현이가 자신의 전력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아 네. 아무래도 혼자 던전을 다니다 보니 전력을 냈다가 탈진해 쓰러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못 내신다고 했던 것 같네요
“확실히 저 아이는 주먹구구식으로 던전을 공략했으니... 솔직히 시현이가 불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시현이는 운이 좋은 편 일 거에요. 솔직히 지금껏 혼자 던전을 다니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기어이 SS급까지 올라갔으니 말이죠. 지금 동안 전 시현이가 대단하다고 느낌과 동시에 불안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죽을 위험이 있는 게 헌터니깐요. 하지만 지금은 시우 씨라는 동료가 생겼으니 안심해도 되겠죠?
“그럼요. 시현 씨가 저한테 해준 게 얼만데요. 그러고 보니 시현 씨가 파티원을 못 구할 때 길드장님이나 부 길드장님이 파티를 하셔도 됐던 거 아닌가요? 그러면 불안하실 일도 없으셨을 텐데
“시현이가 한사코 거절해서 말이죠. 자신 때문에 남이 다치는 꼴은 보기 싫다고. 남도 다치는 게 싫은데 가족이 다치는 게 보기 좋겠냐고 말이죠. 게다가 시현이는 안 좋은 사건도 겪어봐서 더 그렇기도 하겠죠
“아 네 그 얘긴 들었습니다. 확실히 운이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현 씨가 불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시현 씨 탓을 한 거죠. 하지만 저는 시현 씨와 함께 다니면서 그런 상황을 한 번도 못 겪어 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시현 씨가 불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거짓말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때 시현 씨와 이프닉스가 이리를 맞추는 걸 성공했다
난 깜짝 놀랐지만 이리는 멀쩡한 모습으로 나왔고 시현 씨와 이프닉스는 기뻐했다
“어머 저걸 맞았는데도 이리가 멀쩡하네요? 아무리 시현이가 힘 조절을 했다 해도 꽤 강한 일격이었을 텐데
“아아. 혹시 저랑 시현 씨가 민정 씨와 준석 씨랑 같이 던전을 갔던 거를 알고 계신 가요?
“네. 시현이에 대한 건 그이한테 다 보고받고 있어요
아... 누가 길드장이지
“그렇군요. 그때 던전에서 나온 엔트가 진화해서 화염 공격에 내성이 있는 엔트가 나왔었습니다. 그 엔트의 마석을 이리에게 먹였더니 저렇게 나무껍질을 두르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건 신기하네요. 그러면 저 같은 화염 능력을 다루는 헌터는 이리에게 꼼짝 못 하고 당하겠네요. 시우 씨에게 잘 보여야겠는데요?
“부 길드장님은 안 그러셔도 이미 잘 보이고 계십니다
“호호 고마워요
서로 하하 호호 웃고 있을 때 시현 씨가 오셨다
“제 훈련이 끝날 때 시우 씨도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됐네요. 그러면 마나를 이용한 신체를 강화하는 훈련을 해 볼까요?
“네 알겠...
“시우 씨가 너처럼 SS급 헌터 인줄 아니? 시우 씨도 쉬어야지 지금까지 계속 훈련만 해 왔는데. 그리고 던전을 하루에 한 번씩 가는 헌터가 어딨어? 쉴 땐 쉬어야지. 둘이 나가서 데이트라도 하고 와!
그렇게 우리는 부 길드장님에게 훈련장에서 쫓겨났다
“어... 어쩌죠?
“하... 엄마가 저렇게 말씀하시면 저희 둘이 쉴 때까지 훈련장에 안 들여보내 줄 거에요. 지금까지 잘만 해왔는데 말이죠
“쉬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하잖아요
“그러게요... 저희가 만난 이후로 제대로 쉰 적도 없는 것 같네요
“근데 뭐하면서 쉬어야 할까요...? 영화라도 볼까요?
“영화 보는 건 좋은데 이리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요?
아 그러네
“괴수랑...같이 들어가는 영화관 같은 데는 없겠죠?
“그렇...겠죠?
그때 시현 씨의 핸드폰이 울렸다
시현 씨가 핸드폰을 받더니 스피커 폰으로 바꾸셨다
“시우 씨랑 같이 있지?
길드장님 목소리였다
“아 네 지금 같이 있습니다
“데이트 간다고 했지? 근데 이리라는 친구가 문제일 것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대신 어디 가는지만 말해
“예?
“어디 갈지 미리 말만 하면 내가 알아서 하겠네. 둘이서는 맘껏 데이트를 즐기게
길드장님은 저렇게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음... 영화 보러 가실래요?
“어... 네 가죠
근데 어떻게 알고 전화하신 거지? 부 길드장님이 전해주셨나
우린 근처 영화관에 도착했다
물론 이리와 같이 왔지만, 직원분들은 이리에 대해 신경을 안 쓰시는 듯했다
문제는 몸을 떨고 계시는 분이 있었다는 거지만
우린 애써 무시했다
“시현 씨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
“전 예전에는 액션 블록버스터를 좋아했습니다만, 헌터가 된 이후로 액션 블록버스터가 재미가 없더군요. 제가 비슷한 짓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럴까요? 멜로 로맨스도 나쁘지 않더군요
“그럼 그걸로 보죠
그때 내 전화가 울렸다
“제 동생이네요? 전화 좀 받고 와도 될까요?
“아 네 상관없어요. 제가 예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도 잘 안 하던 애가 웬일이래
“어 민아야 왜?
“어 오빠. 나 혼자서 영화 보는 거 좋아하는 거 알지?
“응. 그런데?
“그래서 오늘도 영화 보러 왔는데 갑자기 영화관 예약이 꽉 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뭔 일인가 했더니 별비 길드측에서 영화관 전체를 예약했다는데? 오빠도 별비 길드라 했잖아? 혹시 아는 거 있어?
어... 알 것 같은데...
“아니... 잘 모르겠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말이 나왔다
지현 씨께서 데이트하라고 했으니 외부자를 끼는 건 좋지 않겠지
물론 시현 씨와 단둘이 데이트하는 게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전화를 끊고 돌아왔더니 시현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고 계셨나요?
“아뇨 별로 안 기다렸어요. 마침 10분 후에 바로 영화가 시작하네요. 팝콘 드실 건가요?
“아 그럼요 팝콘 사랑합니다
사실 난 영화관에서 영화 보러 가는 게 아니라 팝콘 먹으러 가는 걸 좋아하는 수준으로 팝콘을 좋아했다
물론 따로 사 먹진 않고 영화관에서만 먹는다
뭔가 영화관에서 먹어야 그 맛이 살아난다
우린 그렇게 영화관에서 단둘이 영화를 봤다
“멜로 로맨스 물인 줄 알았더니 주인공들이 헌터였네요
“그러게요. 로맨스는 거의 없고 헌터 둘이서 전장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사랑을 싹틔우는 이야기였네요
우린 근처 카페에 와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프닉스와 이리는 재미가 없다는 듯 땅바닥에 퍼져있었다
물론 카페에서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점원이 이리를 신경 안 썼다
카페는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오픈 팻말을 클로즈로 바꿨다
근데 그때 이리가 귀를 쫑긋하더니 카페에 사람이 들어왔다
분명 클로즈 팻말을 봤을 텐데도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뭔가 냄새가 났다
점원분이 직접 가서 막았다
“죄송하지만 가게를 닫아서요. 다음에 다시 찾아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럼 저기 있는 사람들은 뭔데?
“아... 저분들이 이 가게를 오늘 하루 대여해서요. 죄송하지만 손님은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걸 네가 정했어?
“예?
“그걸 네가 정했냐고
“아 아뇨. 카페 매니저님이 정하셨습니다만
“그럼 매니저 데려와
전형적인 진상 패턴이다
나는 내가 짜증 나는 건 못 참는 사람이라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제가 매니저입니다만?
갑자기 매니저분이 나타났다
매니저님은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있는 멋진 여성분이셨다
예상 못 한 전개에 시현 씨도 나도 구경하고 있었다
진상도 이런 전개는 생각 못 했는지 잠시 멍 때리다가 말했다
“니들이 뭔데 카페를 닫냐 마냐야? 어?
“제 카페니깐 닫죠. 그쪽은 뭔데 닫냐 안 닫냐로 뭐라 합니까?
카페 매니저님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저런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는걸
“나? 가라 길드 A급 헌터인데? 카페 매니저 주제에 나를 막는데? 저놈들이 뭐라고? 어? 저 개새끼는 뭐야?
진상은 A급 헌터 자격증을 내밀며 말했다
난 이리를 비하한 저 새끼가 맘에 들지 않아 시현 씨에게 물었다
“시현 씨 헌터끼리 싸움 나면 어떻게 하나요?
“헌터끼리의 싸움은 극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어기면 헌터 전용 감옥에 가죠. 그 감옥은 지옥이라 말하는 것도 부족 하죠. 하지만 서로가 합의하에 싸우는 건 가능합니다
“그건 괜찮네요. 만약 사지가 잘려나가도 합의됐으니 상관없나요?
“네. 헌터간 합의하에 싸움은 서로의 죽음이나 영구적인 손실이 아니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지가 잘려나가는 것 정도는 높은 등급의 치유 헌터가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니 웬만하면 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설령 문제가 있더라고 저희 길드 측에서 다 해결 할거에요
시현 씨는 내 의도를 눈치챈 듯하다
애초에 난 표정 관리가 잘 안 돼서 그럴 수도
“가라 길드는 뭐 하는 곳인데 저 지랄 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짜증 나면 말이 험해져서
“아뇨 괜찮아요. 거대 길드긴 한데 질이 좀 안 좋은 곳이에요. 그래봤자 저런 양아치 짓 하면서 일반인들 뜯어먹는 곳이라 인원수만 많을 뿐 별거 아닌 곳이에요
“싸워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네 맘대로 하세요
허락받았으니 뭐 나도 시비 걸어야지
“A급 헌터가 뭐가 대단한 겁니까?
“뭐?
진상은 아니꼽다는 듯이 날 보았다
“그쪽도 헌터냐?
내가 일어나서 진상에게 갔을 때 이리도 마찬가지로 다가왔기 때문인가 이리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말끝마다 반말이 거슬린다
“그런데요?
“고작 테이머 주제에 그깟 괴수 하나 길들였다고 다인 줄 아나 본데 세상 그리 쉽지 않아. 길드에서 지원받는 것 같은데 테이머 받는 길드야 뻔하지 뭐
더 뭐라 지껄이나 들어나 보자
“그래서요?
“그 길드 채로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꺼지라는 거지. 우리 길드가 가라 길드란 얘기 못 들었냐? 여기 카페 매니저가 맘에 든 형님이 있어서 말이야. 조용히 여물고 갈 길 가
“그쪽은 길드만 믿고 설치는 거야? 양아치들이 모여봐야 양아치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병신들을 왜 무서워해야지?
“어느 길드 개새끼가 이리 짓나? 네 옆에 있는 개새낀가?
이 새끼는 내가 사지를 다 잘라야겠다
“길드는 알 거 없고 아가리만 터는 게 네 장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