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괴이의 주인 15
우리는 그렇게 던전을 초토화 시키고 나왔다
시현 씨 집으로 돌아와 피를 뒤집어써서 찝찝한 몸을 씻었다
시현 씨가 먼저 들어가서 씻는 동안 나는 이상했던 점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베타야 네가 죽였던 괴수가 성장에 도움이 됐니? 난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이리와 시리가 사냥하고 남은 마석들이 시현 씨 집에 보관해놨는데
시현 씨 집에서 살고 밥은 길드 내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가거나 해서 돈이 쓸 일이 없었다
굳이 마석을 팔지 않고 집에다 놔뒀는데... 음..
“시리야 이리야. 막내한테 마석을 조금만 양보해 줄래?
시리는 상관없다는 듯 시시식 소리를 냈고 이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애들아
난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베타에게 B급 고블린 마석 5개와 A급 엔트 마석을 2개를 남겨두어 줘 보았다
“베타야 이거 먹어볼래? 뭔가 이상하면 먹지 말고
베타는 B급 마석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그만 입을 벌렸다
오물오물 거리더니 꿀꺽 삼켰다
“오구 잘한다. 이것도 먹어볼래?
베타는 나머지 B급 마석을 4개 다먹고 엔트의 마석까지 다 먹었다
“어때 베타야 뭔가 느낌이 들어?
베타는 평소와 똑같이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음... 잘못 생각했나
우리 애들과 같이 마석을 먹으면서 성장할 것 같았는데
“뭐 하세요 시우 씨?
다 씻고 나오신 시현 씨가 물어봤다
“정령이 성장하는 방법을 몰라서 한번 마석을 먹여봤어요. 잘 먹긴 하는데 변화는 없는 것 같네요
시현 씨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봤다
“모른다고 마석부터 먹이면 어떡해요. 저한테 물어보셨어도 될 텐데
“아... 그 제 아이들이 마석먹고 쑥쑥 자라나니깐 문제없을 거로 생각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제 헌터 선생님이 있는데. 그래도 베타에게 말했어요 이상하면 먹지 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마석을 먹었다가 탈 났으면 어떡해요. 이번에는 시우 씨 잘못이에요
“넵 죄송합니다
시현 씨한테 처음으로 혼났다
풀 죽어 있을 때 베타에게서 빛이 났다
““어?”
시현 씨도 나도 깜짝 놀랐다
베타에게서 빛이 점점 커지다가 뭔가 터지는 느낌이 나더니 나는 기절을 했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도 몰랐지만,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응?
난 당황해서 손잡이를 짚고 일어나려 했는데 팔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팔에는 링겔이 꽂혀 있었으며 병원복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왜 병원에 있지?
그때 허공을 유영하고 있는 베타가 눈에 띄었다
”베타야 무슨 일이... 어?
베타가 평소보다 조금 더 커져 있는데? 모습도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사슬도 조금 얇아져 있어 보였다
베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때 옆에서 하품 소리가 들리더니 이리가 일어났다
”옆에서 지켜주고 있었구나. 고마워 이리야
이리는 내가 일어난 게 기쁜 듯 달려들고 싶었지만 내가 아팠단 건 알고 있는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착하고 귀여워 쓰다듬고 있을 때 시시식 소리가 들렸다
”아... 시리는 여전히 나한테 붙어 있었구나. 너도 지켜주고 있어서 고마워
항상 내 몸에 붙어 있다 보니 옷과 다름없는 시리였다
어? 병원복으로 갈아 입혀져 있는데 시리가 그대로 있으면..
시리가 혹시 들켰을까 걱정하고 있을 때 병실 방문이 열리더니 시현 씨가 오셨다
”아! 일어나셨네요. 괜찮으세요 시우 씨? 몸에 이상은 없죠?
”네. 오히려 몸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은데요? 혹시 저를 병원복으로 갈아입힌 분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시리를 보셨을 것 같은데...
시현 씨는 우물쭈물하시더니 대답하셨다
”그... 네 저도 그게 걱정돼서 제가 갈아입히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간호사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그때 열린 병실 방문 뒤로 간호사분들이 지나가며 수군대셨다
”이시현 님이 한 남성분을 업고 오셔서 의사 선생님한테 가서 괜찮은 거냐고 애걸복걸하셨다는데? 옷을 갈아입히려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자기가 하겠다고 했데!
”어머어머, 내 남자 몸은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다는 거 아냐? 차도녀 인줄 알았는데 자기 남자한테는 따듯한 여자였나 봐
간호사분들이 최대한 작게 소곤소곤 말 하셨지만, 시현 씨랑 나는 헌터라 일반인과는 몸이 전혀 다르다
시현 씨는 뻘쭘하게 서 있다가 들어오시며 병실 방문을 닫았다
“이프닉스도 많이 걱정했어요
시현 씨 머리 위에 있던 이프닉스도 나한테 날아왔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건 기분이 좋네
“시우 씨 20시간은 누워계셨어요. 시우 씨 가족에게 알리기 직전이었는데 일어나서 다행입니다
“네? 그렇게 나요?
“네. 근데 시우 씨가 갑자기 기절하신 원인이 급작스럽게 마나가 늘어나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시우 씨가 가지고 있는 마나는 B급 헌터 수준입니다
“예? 갑자기 왜 B급 헌터가...
예상가는 게 있긴 하다
“베타가 성장한 것 때문인가요?
“네. 베타가 급격히 성장해서 시우 씨랑 마나가 연결되어있다 보니 시우 씨도 성장한 듯 합니다. 시우 씨는 급격히 늘어난 마나의 양을 못 버티고 기절하게 된 거고요
“어... 그러면 결국엔 베타가 마석을 먹어서 성장한 것 같네요
“하지만 베타가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마석을 먹어서 급격히 성장한 거에요. 그건 절대로 좋다고 말 못 합니다. 시우 씨의 아이들도 마석만 먹여서 성장시키고 싶다 하지 않으셨죠?
“맞죠. 죄송해요. 시현 씨 도움이 빨리 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컸나 봅니다
“아니에요. 저도 아직 부족한 게 많은걸요? 저희 함께 천천히 성장하면 되요
“그럼요. 시현 씨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걸요
시현 씨 말이 틀린 적은 없었다
“지금 바로 퇴원이 가능한가요?
“네 별문제는 없으니 일어나면 퇴원이 바로 가능하다고 했어요. 간호사분 부를게요
우린 바로 퇴원 절차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우 씨 당장 내일부터는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훈련장에서 따로 훈련하겠습니다
“네? 실전훈련을 하는 게 아니었나요?
“솔직히 하루도 빠짐없이 던전을 가는 건 저희밖에 없을 거에요. 내일부터는 기본적인 체력 훈련과 베타와 이리, 시리의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죠
“괜찮네요. 근데 그러면 시현 씨의 훈련은 어쩌죠?
“네? 저요? 저는 항상 똑같이 훈련하는데요?
“시현 씨의 전력도 알아본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훈련장에서는 전력을 못 내신다고 하셨잖아요?
“아...
시현 씨의 전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긴 했다
“그거는... 제가 따로 알아볼게요
“그때는 꼭 저를 불러주세요. 시현 씨의 전력이 보고 싶어요
“네. 그때는 꼭 부를게요
다음 날 아침 시현 씨와 함께 훈련장에서 조깅을 하려고 나왔다
“시우 씨는 너무 실전훈련을 했다지만 사실 이리와 시리가 다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들을 모르고 계세요. 제일 기본적인 마나 다루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넵
“사실상 마나를 다루는 법을 헌터 육성 학교에서 배우셨을 거에요. 하지만 그때는 마나를 느끼기만 하던 시절이라 잘 와닿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처음 능력 발현이 됐을 때 등급이 높은 헌터들은 길드에 들어가 전속 헌터 선생님이 붙을 거에요. 시우 씨도 마찬가지로 제가 붙었지만, 실전훈련을 핑계로 이리와 시리의 능력을 시험했죠. 이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선생님의 자질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저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따라가고 싶다
근데 몸이 안 따라준다
시현 씨의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시현 씨는 흔히 말하는 천재였다
처음 헌터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마나가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른다
사실 헌터 육성 학교에서 다 알려주지만, 거기서 그걸 제대로 듣는 사람은 1퍼센트도 안 될 거다
시현 씨가 마나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때 나 또한 학교에서 제대로 안 들어서 망설이다가 시리가 엘프의 심장을 먹었다는 게 생각나서 심장이라 대답했고 시현 씨는 맞다고 좋아하셨다
왠지 양심에 찔렸지만, 시현 씨가 좋아하니 조용히 했다
그리고 그 마나를 움직여 자신이 원하는 신체에 집중해 강화를 하라고 하셨다
문제는 난 그 마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시현 씨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셨다
사실상 베타가 나의 마나를 가져가 사용할 뿐 난 마나를 대여만 하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시현 씨는 처음부터 마나를 움직일 수 있었지만 난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시현 씨한테는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당연한 거였고 그걸 가르치는 법을 잘 모르셨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혀 어려워할 때 시현 씨는 어딘가로 전화했고 시현 씨의 어머님이 오셨다
“제 어머님은 화염 능력을 다루는 거 하나만 큼은 저보다 뛰어나니 어머니가 잘 알고 있을까 해서 불렀어요. 죄송해요. 제 인맥이 없어서
“아뇨 시현 씨가 죄송할 건 없죠. 다시 뵙네요... 어머님? 아니면 김지현 씨라고 불러야 할까요?
“지현 씨라고 불러주면 고맙겠는데요? 호호
“겉모습만 보면 어머님이라고 불릴 비주얼이 전혀 아니시기에 지현 씨라고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겁니다. 지현 씨
“어머 고마워요~
아부긴 아부 지만 거짓말은 없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우리 시현이가 천재여서 남을 가르치는 방법은 모를 거에요. 헌터로 각성하자마자 마나를 다룬다는 걸 알았을 땐 깜짝 놀랐다니깐요?
시현 씨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셨다
“마나를 다루는 걸 알기까지 한달이 넘게 걸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절대 실망하지 마시고 시우 씨 우선 천천히 해봅시다. 근데 넌 마나도 다룰 줄 모르시는 분을 던전에 데리고 간 거니?
“아니 이리와... 이리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했지...
“그럼 너는 시우 씨는 필요 없고 이리만 있으면 된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 변명하지마. 네가 잘못 했으면 시우 씨는 그냥 죽을 수도 있었어
시현 씨는 시무룩 해졌다
“그건 시우 씨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갓 헌터가 됐다지만 뭘 믿고 던전을 그렇게 함부로 들어가는 건가요? 던전에서 죽는 헌터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건 시현 씨를 믿어서... 라고 말하면 혼나겠지
반면교사가 있으니깐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요. 그러면 마나를 다루는 방법부터 알려드릴게요. 마나를 어떻게 다루냐면...
지현 씨의 강의는 최고였다
시현 씨도 옆에서 같이 들으며 참고할 수준이었다
“시현이 너도 너무 화력에 집중돼있어. 물론 혼자서 던전을 돌면 위험은 빠르게 없애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시우 씨가 같이 있으니 너도 잘해야 해. 이전처럼 능력 막 함부로 쓰고 그러면 안 된다?
지현 씨는 알기 쉽게 설명 해주며 우리를 알려주었다
시현 씨가 등급은 더 높지만, 지현 씨는 시현 씨보다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렇게 난 지현 씨의 수준 높은 강의를 들으며 3일 만에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