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괴이의 주인 9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창고로 갔다
시현 씨는 창고로 가면서 길드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해 주셨다
시현 씨도 솔로 플레이를 해서 길드에 대해 잘 몰랐지만, 나를 훈련 시키는 1주일 동안 많이 알아보셨다고 한다
별비 길드는 실력을 최고로 여기며 소수 정예로 길드를 키워왔다
별비란 길드의 이름도 그냥 길드장님의 아내분은 별, 길드장님은 비를 좋아해 길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길드장님도 신체 강화형 헌터로 C급 헌터로 시작해 S급 헌터까지 성장해온 노력 형 엘리트 헌터이다
그의 아내분도 B급 헌터였으며 육성 능력학교부터 같이 다녔으며 두 분이서 파티를 짜며 같이 다니다가 사랑을 싹 트었다고 한다
아내분도 시현 씨와 같이 화염 계 능력자였으며 S급 헌터였다
두 분이 S급 헌터가 됐을 때 길드를 만들어 소수 정예로 등급 높은 헌터들과 함께 길드를 이어갔다
S급 까지 노력으로 올라온 두 분의 인맥 또한 엄청나다고 한다
등급이 높은 헌터들과의 유대감이 엄청나 헌터들이 헌터들을 부르며 그렇게 거대 길드로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현 씨는 뭔가 길드장님의 아내분을 얘기하실 땐 어머니라고 부르시지만 길드장님을 부를 땐 길드장님이라고 부른다
시현 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길드장님하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시현 씨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제 고집 때문에... 시우 씨는 부모님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걸 강제로 계속 시키면 어떡하나요?
“음 아마 짜증 나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부모님은 특히 길드장님은 저한테 파티를 맺으라고 계속 말씀하셨죠. 저라고 파티를 맺고 싶지 않았을까요? 전 22살 때 헌터가 됐습니다. 5년 전의 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어요. 물론 S급 헌터 2분이 제 부모님이었지만 저는 일반인으로 공부하고 대학을 갔어요. 그래서 처음 마나를 느꼈을 때는 엄청 당황했어요. 하지만 저도 부모님과 똑같이 헌터과 된다는 게 엄청 설렜죠. 헌터 육성학교에서 1년을 보내고 화염 능력을 발현했을 때 어머님과 같은 능력이어서 더더욱 좋았죠. 하지만 불운 특성이라는 최악의 특성이 발현될 줄은 몰랐죠
“저는 시현 씨의 불운 특성을 이야기로만 들었을 땐 엄청 안 좋은 특성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저랑 같이 일주일간 던전을 돌았을 때는 잘 모르겠던데요?
“확실히 시우 씨와 함께 던전을 다닐 땐 제 불운 특성이 최악의 특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제가 불운 특성이 최악이라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전 S급 헌터 2명의 딸이었으며 능력발현을 1년 만에 해서 최강의 헌터가 나오는 거 아니냐고 말이 많았어요. 하지만 특성이 능력과 아무 쓸모없고 심지어 불운 특성도 가지고 있어 순식간에 기피 대상이 됐죠. 파티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했어요. 저도 던전을 혼자 들어가기 너무 무서웠습니다. 길드장님은 파티를 계속 구하라고 말씀하셨지만 파티는커녕 짐꾼조차 저와 함께 던전을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저는 어린 나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한번은 길드장님이 직접 파티를 구해 저와 파티를 맺게 해줬어요. 하지만 그때 저희 파티는 괴멸할 뻔했습니다. 그때도 리자드맨이 나온 던전 이었습니다만, 저희 파티에서 주축이 될 힐러 헌터분이 눈먼 화살을 눈에 맞아 실명이 되었고 독도 발려 있었죠. 간신히 저희 파티는 도망쳐 나왔지만 그 파티 전체가 길드장 딸내미 뒤처리하긴 싫다고 저희 길드를 나가버렸죠
“허... 그건 그냥 운이 없었던 거 아닌가요?
“맞아요. 운이 없었죠. 그거 때문에, 저는 파티뿐만이 아니라 길드에서조차 기피 대상이 되었죠
부모님이 딸을 위해 파티를 맺어줬지만, 그 파티는 오히려 딸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건 과연 부모 입장에서는 무슨 기분이 들까
“그건 시현 씨뿐만이 아니라 길드장님 또한 상처를 입었을 것 같습니다만. 아 절대 시현 씨가 잘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시현 씨는 다시 한숨을 쉬며 이야기하셨다
“네. 저도 알고 있죠. 하지만 22살의 저는 그걸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저는 오히려 파티하면 안 되는 역병 같은 존재로 낙인이 찍혔어요. 하지만 그러고도 길드장님은 계속 파티를 맺으라고 했죠. 저는 그 이후로 길드장님과 대판 싸운 이후로 제대로 된 이야기조차 안 했어요. 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지만, 아직도 길드장님의 대한 원한이 남아있어요. 한심하죠?
아니, 솔직히 당연한 거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뉴스에서 어디서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슬프다 하고 만다
하지만 본인이 이쑤시개에 찔려 피가 나더라도 아프다고 난리치는게 사람이다
본인이 상처 입었는데 남 상처가 들어오겠는가
“아뇨. 전 시현 씨를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건이 있는데도 이 악물고 던전을 혼자 돌면서 등급을 높이고 파티원들이 없어도 된다고 실력으로 말씀하신 거잖아요. 저는 학교 늦게 복학해서 친구도 없고 공부도 못해서 좌절하고 도태된 거에 비하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시우 씨
“원래 서로 친해 질려면 서로 흑역사를 공유하라고 했어요
서로 훈훈하게 흑역사를 공유하면서 길드의 창고로 갔다
창고가 내가 생각한 창고가 아니었다
창고가 아닌 강당처럼 보이는 곳이었고 헌터들이 북적거렸으며 앞에서는 직원이 데스크에서 리스트 같은 걸 정리하고 있었다
“저희 길드 전체 장비나 아티팩트를 관리하는 창고에요
“창고가 제가 생각하는 거랑 많이 다르네요
헌터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헌터들은 내 옆에 이리가 있어 관심을 보였지만 시현 씨가 옆에 있는걸 보고 관심을 껐다
“여기 있는 장비들은 어디서 난 건가요?
“장비는 전부 길드원들이 쓰다가 안 쓰게 된 장비들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모았고요. 아티팩트들은 드워프들 한테서 구하거나 아주 가끔씩 던전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저희 길드는 던전에서 발견된 아티팩트나 마석들은 던전을 공략한 헌터들이 몫이지만 자기들이 못 쓰는 아티팩트들은 기부를 하세요
“창고가 사실상 기부로 태어난 거네요?
“그렇죠. 처음에는 조촐하게 소수서 길드를 이어나갔지만, 인원들이 많아지다 보니 창고가 점점 쌓이게 된 거죠
“그러면 길드원들에게 월급이나 이런 건 없는 건가요?
“네 그렇죠. 하지만 던전에서 활약하시면 활약하시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죠. 협회나 다른 길드에 들어가면 꽤 많이 떼 갈걸요?
“대형길드는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어떻게 그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까 말했다시피 저희는 소수 정예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길드보다 인원수가 1/10도 안 될 겁니다. 저희가 대형길드로 불린 이유는 오로지 높은 등급의 헌터 수가 다른 대형길드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데요?
시현 씨와 얘기하는 동안 줄은 줄어들어 우리 차례가 됐다
“이시현 님이군요. 어떤 물건을 찾으러 오셨나요?
“얼음 정령 아티팩트를 찾으러 왔습니다
“시현 님이 기부하셨던 물건이군요. 되찾으실 순 있으시지만, 그 아티팩트를 다루고 싶다고 대여하신 분이 계십니다
“누구인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
“김지현 님입니다
“네?
시현 씨가 당황하신 눈치였다
“누군가요?
“제...어머니에요
“네?
나도 당황했다
“우선 알겠습니다
우린 길드 창고에서 나왔다
“제 어머니가 그걸 왜 가지고 있으신진 모르겠지만 어머니를 찾아가야 할 것 같아요. 시우 씨도 같이 가실래요?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같이 가야죠. 시현 씨가 저에게 선물하실 물건이고 제가 사용해야 할 물건이니깐요
“선물이 아니고 투자에요
시현 씨는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딸이랑 동거하는 외간남자 아닌가
엄청 불안하다
그 시각 이성민은 김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야?
“나 길드 훈련장에 있는데 왜?
“시현이가 지금 동거하고 있는 남자 알고 있지?
“그럼 당신이 시켰는데
말투에 살기가 느껴진 이성민은 땀을 삐질 흘렸다
“아니... 그 시현이가 얼음 정령 아티팩트를 그 남자에게 준다던데?
“뭐? 아니 그 남자가 뭐라고 그것까지 줘? 당신은 그걸 허락했어?
“시현이가 그걸 준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당신은 어쩔거야? 당신이 얼음 정령 아티팩트 가지고 있잖아
“그래 난 시현이보다 불을 능력이 약하지만 다루는 스킬은 내가 더 좋으니깐 얼음 정령을 다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불을 다스리는 사람이랑 상종하기가 싫다고 하네. 어떻게든 길들이고 시현이한테 줄라고 했더니 그냥 사람 자체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그 시현이와 동거하는 남자 설시우 씨라고 하는데 어쩔거야, 줄거야?
“모르겠어. 만나봐야지. 당신이 보기엔 그 설시우 라고 하는 분은 어떤데?
“나도 몇 번 안 만나봤는데 어찌 알겠어. 그래도 시현이가 설시우 씨를 믿으니깐 나도 믿어야지. 나는 적어도 인성도 괜찮고 능력도 괜찮아 보여
“그래. 나도 만나봐야지. 이만 끊어
전화를 끊고 이성민은 한숨을 쉬었다
“시현아 최종 보스 남았다
“어머니가 훈련장에 있다고 하네요. 오히려 어머니가 시우 씨도 오냐고 물어보던 데요?
이미 나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구나
딸하고 동거하는 남자인데 알고 계시겠지
“이리도 같이 가도 되는 건가요?
“저희 어머니도 S급 헌터세요
“아하...
어머니도 S급 헌터시구나. 아티팩트를 왜 가져가셨나 했더니 사용하신 건가
“시현 씨 어머니가 사용하시는 걸 제가 가져가도 되는 건가요?
“아마 어머니도 불을 사용하는 헌터라 그 아티팩트를 사용하지 못했을 거에요. 어머니는 왜 그걸 가져가셨을까요? 우선 근처니깐 같이 가요
엄청 떨린다
내 딸이 연인이랑 동거해도 뭐라 할 판에 외간 남자와 동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실까..
“안녕하세요. 시현이의 어머니인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남성 분이 설시우 씨인가요?
시현 씨와 똑같은 스타일인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분이 있었다
언뜻 보면 시현 씨의 언니로 보일 수준이었다
“네 C급 테이머 설시우 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옆에 있는 강아지 같은 아이가 테이밍한 괴수인가요?
“아 네 이름은 이리라고 합니다
“귀엽게 생겼네요. 혹시 만져도 될까요?
“아 잠시만요
이리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 이리에게 먼저 물어봐야지
“이리야 혹시 저분이 만지셔도 상관이 없을까?
이리는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잘 알아듣나 보죠?
“그렇죠. 엄청 똑똑한 아이에요
시현 씨의 어머니인 김지현 씨는 이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으셨다
다행히 첫 인상은 좋은 것 같다
“이 아이 이리라고 했죠? 등급이 어떻게 되나요?
“아직 정확히 측정 된 게 없습니다. 하지만 S급 상위권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네? 시우 씨는 C급 헌터 아닌가요? 근데 이 아이가 S급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