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괴이의 주인 7
내가 팔을 피한 것이 못 내 섭섭하셨나 보다
“절대 시현 씨를 피한 게 아닙니다. 그...
시리에 대해 말해도 될까? 시현 씨는 날 믿어 주셨지만, 시리에 대해 밝히면 귀찮아 질 수도 있다
이리 한 마리만 해도 SS급 헌터가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시리까지 밝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계속 숨길 수만도 없다
“시현 씨는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는 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시우 씨가 훈련을 받으며 실전을 겪고 헌터 등급이 상승한다면 더 많은 특수 개체를 테이밍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특수 개체, 아니 이레귤러만 테이밍 하신다면 시우 씨를 무시할 수 있는 헌터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만약 제가 이레귤러를 통제하지 못한 채 강한 이레귤러를 테이밍 한다면요?
“그렇다면... 저보다 더 강한 헌터가 시우 씨에게 붙거나 시우 씨의 힘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분명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종족 차별주의자 들이 있죠.
“그건... 예상하지 못했네요. 하지만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시현 씨가 어떻게 할 지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렇다면 시현 씨는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렇다면 시우 씨를 지켜야죠, 제 미래 파티원이신데
이미 파티원으로 점 찍어 두셨구나
그녀가 나를 하루 만에 파악했듯이 나도 그녀와 오늘 하루 이야기해 본 바 그녀의 마음씨가 고운 것은 알고 있다
“그럼 다행이네요. 혹시 시현 씨는 절지류는 싫어하시나요?
“보통의 여성들은 절지류를 안 좋아할 겁니다. 근데 그건 왜...?
“앞으로 친해져야 하니깐요
“네?
“시리야 잠시 나와보렴?
오른 소매가 찢어진 탓에 왼팔로 옮겨갔던 시리가 소매를 통해 머리만 쏙 나왔다
“꺄악!
시현 씨가 처음으로 귀여운 소리를 냈다
침대에 누워있던 이리가 귀를 쫑긋 했다
“이 아이는 처음 갔던 던전에서 나온 아이입니다. 이름은 시리라고 해요.
“이...이게 뭐에요?
“지네형 괴수입니다. 처음 테이밍한 이레귤러입니다.
“이레귤러요?
“네 사실 이리는 두 번째 아이이고 이 아이가 첫 번째 아이입니다.
“예?
시현 씨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다
“그게 그러니깐 시우 씨는 이미 이레귤러를 두 마리나 테이밍 하신 건가요?
“네 그렇죠
시현 씨는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시현 씨도 말하기 힘든 일을 저에게 말씀하셨으니 저 또한 비밀을 말씀드린 겁니다.
그녀도 헌터로서 말하기 힘든 일을 나에게 말했으니 나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는 협회에다가도 안 알렸습니다. 실험동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실제로 거기선 이리한테 실험동물로 사용한다 했었고요
“아...
시현 씨는 생각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우 씨는 그 시리라고 했나요? 시리를 항상 몸에 두르고 계셨던 건가요?
“네 맞습니다. 시현 씨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 녀석이랑 같이 있었어요
내 말을 듣고 시현 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 솔로 플레이를 항상 해와서 괴수들의 기척 같은 걸 매우 잘 느낀다고 생각 합니다만 시리라는 아이는 단 한 번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리는 느꼈지만요. 그 아이는 은신에 특화된 건가요?
“그건 생각지 못했네요. 시리를 처음 봤을 때 A급 헌터 3명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죽었으니깐요
“죽다니요?
아 시현 씨에게도 거짓말을 했었구나
죄송하단 말과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엘프가 인간을 죽이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이레귤러가 있는 것 붙어가 믿기 힘들어서 믿을 수밖에 없네요
“저도 이리와 시리가 있으니 믿죠
고작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곤 믿을 수 없긴 하다
“시우 씨도 이미 헌터 중에 이레귤러 인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우 씨는 시리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으신 거죠?
“네. 오늘 협회에 다녀오고 나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만약 밝히더라도 제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밝히겠습니다.
“그 말은 제가 안 밝힐 거라고 믿으시는 건가요?
“네. 시현 씨가 저를 믿어 주신 것처럼 저도 시현 씨를 믿습니다
시현 씨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기껏해야 제 이야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큰 비밀을 들어버렸네요. 시리와 이리에 대한 건 내일마저 이야기해 보죠. 저도 생각을 정리할 게 많네요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시현 씨가 나가고 나도 노곤해지는 몸을 이끌고 이리 옆에 같이 누웠다
이리는 이쁘게도 내가 누우니 옆으로 비켜 누웠다
이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리도 안 씻기고 자버렸네
시리랑 며칠 같이 지내본 바 일반적인 지네에게 발생하는 병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몸이 더러운 걸 씻겨야 하는 건 별수 없다
침대 시트도 흙먼지로 더러워져서 시현 씨에게 알리기 위해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왔을 땐 시현 씨는 방금 씻고 나온 듯이 옷을 입고 젖은 머리를 이끌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
시현 씨는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보고 다행의 한숨을 쉬었다
“시우 씨가 있다는 걸 잠시 까먹고 있었네요.
“옷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시현 씨
진짜로 다행이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서먹서먹해질 뻔했다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나요?
“네 저기 하나밖에 없어요
같은 집에 남녀가 사는데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으면 조금 곤란한데
“어제 너무 피곤해서 까먹고 자버렸는데 이리가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침대 위에서 잤네요. 침대 시트가 엉망이 돼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때 슬금 슬금 이리가 방에서 나왔다
“이 녀석들과 함께 저도 씻어야겠어요
인터넷에서 대충 알아본 바로는 지네류는 습도에 민감하다고 했는데 시리가 나랑 안 떨어지려고 하길래 같이 씻었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이번에도 시리를 몸에 두르고 이리랑 같이 씻었다
큰 개정도 되는 사이즈를 씻기는 건 매우 힘들었다
힘겹게 씻기고 나도 씻고 나오니 시현 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부터 바로 던전에 가서 훈련을 진행하려 했지만, 아직 저희는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만 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시현 씨의 파티원이 되려면 서로의 대해 아는 게 많은 게 좋겠지
그날 하루는 시현 씨와 온종일 얘기했다
시현 씨, 이리, 시리의 능력과 불운 특성 등 많은 얘기를 했다
얘기하며 우리 2명과 2마리는 많이 친해졌다
다음 날 시현 씨가 구해온 B급 던전을 같이 갔다
C급인 내가 B급 던전을 가는 것이 이상했지만 이리의 능력만 보면 더 높은 던전도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제가 뭘 해보기도 전에 이리가 다 해 먹는데요?
이리는 학살 하다시피 B급 던전 괴수를 다 죽였다
시현 씨가 찾아온 B급 던전은 숲이었으며 흔히 말하는 1미터에서 1.5미터 정도 되는 고블린이 나오는 던전 이었다
고블린들은 지능이 뛰어나 독도 사용하고 함정도 사용하지만 이리는 다 정면으로 뚫어버렸다
독침을 사용하기도 전에 이리는 고블린에게 다다랐으며 함정은 발동되기도 전에 지나가 버렸다
처음에 이리는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필요할 정도로 잔인하게 고블린들을 죽였다
시체가 사라지는 와중에 시현 씨는 그 모습을 보고 눈 하나 깜빡 안 하며 나에게 말했다
“이리는 고블린들을 죽일 때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이 보이네요. 사지를 다 뜯어내고 죽이는 것도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리의 능력을 생각해봤을 때 가볍게 급소만 물어 뜯어도 죽을 겁니다. 이리에게 한번 말해 보실래요?
확실히 이리의 신체 능력만 생각해봐도 과했다
마석을 주운 뒤 이리에게 말해 주니 이리는 머리통 자체를 뜯어버렸다
“저것 또한 확실한 방법이지만 고블린 들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목만 물어도 과다 출혈로 죽을 겁니다. 계속 저렇게 사냥 해오면 페이스 조절이 안 될 수 있어요
시현 씨가 말한 모든 걸 이리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실행을 했다
이쁘다고 이리에게 마석 몇 개를 줬더니 시리도 자기도 달라고 시시식 거렸다
“원래 같았으면 안 주지만 저번에 바람 에게서 나를 지켜줬으니 주는 거야
내 팔에 매달린 채 얼굴만 나와서 주는 마석을 잘도 받아먹었다
“시우 씨는 마석을 이리와 시리를 계속 주면 돈을 어떻게 버실 건가요?
아... 그러네
“그...별비 길드에서 월급 같은 거 안 나오나요?
“시우 씨는 아직 정식 길드원이 아닌걸요?
“아...
김칫국을 마셔버렸네
“제가 어떻게든 시우 씨를 끌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길드에서 시우 씨의 능력을 못 알아본다면 제가 직권 남용이라도 해서 데려올게요
조금 부담스럽지만
“감사합니다. 시현 씨
“그러고 보니 시리는 사냥 안 시켜보실 건가요?
생각해보니 시리가 나한테 계속 달라붙어 있어 사냥 능력을 확인해본 적은 없다
이리를 잠시 불러들이고 시리에게 말했다
“시리야 잠시 사냥 좀 해보고 올래?
시리는 싫다는 듯 소리를 냈다
“너도 마석 먹으려면 해야 할 텐데?
시리는 마지못해 내 팔에서 내려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잉?
너무 순식간에 사라져서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없어졌다
“시리는...말을 잘 안 듣나요?
“아뇨 시리도 말 잘 듣는데 제 몸에서 떨어지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저도 이 아이들이 싫어하는 짓은 하고 싶진 않지만, 별수 없죠
“근데 저렇게 가버리면 저희가 어떻게 확인하죠?
아 그러네
“빨리 따라가죠
이리와 시현 씨는 빠르게 달려갈 수 있지만 나를 배려해 천천히 달렸다
달려가는 길에 고블린들이 사지가 멈춘 채 죽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달려갔더니 2미터가 넘어 보이는 고블린이 지금 막 죽어 시체가 사라지고 마석을 먹고 있는 시리를 발견했다
“시리야
부르니 마석을 입에 물고 쪼르르 와서 내 팔에 붙어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래 그건 네가 잡았으니 먹어라
오도독 씹어먹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시리나 이리의 능력을 B급 던전에서 확인해보긴 어려워 보이네요
확실히 내 아이들의 능력은 너무 뛰어나다
“오늘은 이레귤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A급 던전에서 능력을 확인해야 할 텐데 그때 강한 이레귤러가 나타난다면 저희끼리 대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길드장님에게 도움 요청을 해야겠죠. 시리를 밝히지 않으시겠지만, 저희 길드원들에게 이리의 능력과 이리를 컨트롤 하는 시우 씨를 보면 시우 씨의 능력이 입증될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A급 던전으로 갈 수는 없으니 B급 던전에서 시리와 이리랑 감을 읽히고 가면 될 것 같아요
우리는 그 길로 돌아가 길드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랑 같이 던전에 갈 인원을 모집한다고 말하고 3일간 여러 B급 던전을 돌았다
3일간 B급 던전을 돌아다녔더니 시리는 2미터정도의 크기, 이리는 1.7미터 크기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이리는 크기가 커졌음에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치악력이 더욱 강해졌다
시현 씨와 함께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계신 방으로 갔더니 길드장님과 전에 보았던 준석 씨와 S급 여성 헌터가 있었다
“시우 씨도 두 분을 봐서 아시죠? 준석 씨와 민정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준석 씨 민정 씨 다시 뵙네요
여성 힐러 헌터 분 이름을 처음 알았다
“이번 A급 던전은 식물형 괴수들이 나온다. 몸이 단단해 아무리 S급 수준인 괴수라 하더라도 소형, 잡기 힘들 텐데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궁금하구나, 시현아
“저한테 기대하지 마시고 시우 씨한테 기대를 하시죠?
왜인진 모르겠지만 항상 길드장님한테 만 까칠하시다
어색한 분위기로 방에서 나와 던전으로 향했다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시현 님에 대한 말을 안 좋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우 씨의 괴수이지만 그때 시현 님이 없었다면 누구 하나 죽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 민정 씨도 같은 마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그때는 저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을 풀고 가서 다행이다
“혹시 식물형 괴수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식물형 괴수는 대부분 불에 약하며 이번 던전에서 나오는 엔트는 물리 공격 형식에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리에게는 최악의 상대라고 봅니다
허... 물리 공격이 잘 통하지 않으면 내가 뭘 해줘야 할까
이리에게 물어봤다
“이리야 네 이빨이 안 통하는 녀석이 나오면 넌 어떻게 할래?
이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그럴 리가 없다는 갸우뚱 이였다
네 공격이 통하면 좋겠지만 안 통하는 상대도 분명 나올 텐데 그때마다 나는 생각해야 한다
나도 그렇지만 이리가 안 다치게 최대한 신중하게 싸우라고 얘기를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