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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식당-130화 (130/153)

귀환자 식당 130화.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에게 세계적으로 따지자면 벌써 수십 만이 죽어 나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몬스터의 공포에 두려워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데도 인간들은 아직 게이트의 본질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주워오는 돌멩이 하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마석 가공’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이 아니면 그저 작게 쪼개지기만 할 뿐이라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쪼개지면서 상당량의 마력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니 안 하느니만 못하게 돼버린다.

다만 마석이 가공 능력을 가진 이들의 손을 거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원하는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고, 심지어 마력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역시 무기 제작.

아니면 페인트에 섞어 마력을 차단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제약이 있지만 마석 가공 능력자들은 던전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꿈의 직장이었지.

그런 마석 가공 능력보다 더 좋다?

선뜻 떠오르는 건 없다. 아니면 내가 아는 것 이외의 다른 능력인가?

“···언제까지 뜸 들일 거냐.”

“한 번 맞춰보시라는 의미죠. 어때요? 저랑 내기 하나 하지 않으실래요?”

능력을 각성하자마자 모든 훈련에서 빠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 말은 전투 관련은 아니란 뜻이겠지.’

욕심이 있던 녀석인데, 고민도 없이 단번에 훈련을 거부할 정도라면 각성한 능력이 제법 자신이 있다는 소릴 테고.

“내기라. 즐기지는 않지만··· 이번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내기 조건은?”

“앞으로 선생님의 질문 세 개에 답을 해드릴게요. 그 뒤에 맞추지 못하면 제가 이기는 거죠.”

세 개의 질문이라.

부족한 감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 녀석의 제안치고는 꽤 공정한 조건이네. 아마도 내가 오기 전부터 미리 생각해둔 거겠지.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기면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거냐?”

내기의 목적은 승리했을 때의 쾌감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뒤에 따라올 달콤한 보상이다.

돈이야 넘쳐날 정도로 많으니 물질적인 것은 아닐 텐데.

“그게··· 두 갭니다.”

“···두 개?”

그 부분은 자기도 조금 민망했는지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욕심쟁이 녀석 같으니.

“하지만 난 너에게 원하는 게 두 개씩이나 없는데?”

하나도 지금 겨우 생각해낸 거지만. 그마저도 이 녀석의 능력이 내가 원하는 기준이 부합(?)해야 가능한 조건이고.아니면 솔직히 쓸모도 없다.

“그냥 저만 두 개로 하면 되죠.”

“좋다. 대신 내가 바라는 내용의 범위를 한 단계 높이마.”

얼마나 자신이 있는 건지, 최우혁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마 절대로 내가 맞추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좋아. 그럼 첫 번째 질문. 어떤 식으로든 마석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냐?”

“네.”

이 정도는 예상했는지, 녀석은 뜸 들이지 않고 즉각 답했다.

‘마석에 영향을 끼치지만, 가공 능력은 아니다라.’

앞서 떠올렸던 몇 가지 다른 능력들이 떠올랐지만, 그 정도로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나온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은 있다.

“이전이든 이번 세대든, 기존의 각성자가 가진 적이 있는 능력이냐?”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괜한 질문 하나만 날렸나? 하지만 분명히 알고 넘겼어야 하는 것이었으니··· 게다가 이 상황 자체가 뭔가 묘하게 즐거웠다.

고작 이런 퀴즈 하나를 푸는 게 말이지.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습니다.”

이 녀석을 보면 늘 느끼는 건데, 항상 자신감에 차 있다.

세상이 만만해서 그런가, 아니면 자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건가. 어느 쪽이든 난 놈은 난 놈이다.

이 녀석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뱉은 말에는 늘 어이가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설령 목숨을 걸더라도.

‘슈트를 입고 아카데미에 들어오겠다 할 때는 얼마 안 가서 포기할 거로 생각했는데···.’

최우혁은 웃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 깔린 긴장감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전에는 내 앞에 있을 때면 늘 보이던 위축감이 사라졌다.

생각을 정리해보자.

마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가공 능력은 아니고, 전혀 새로운 능력이다. 거기에 곧바로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특수 능력이면서도 최우혁은 단번에 특성을 파악했다.

아마도 본인이 평소에도 자주 접했던 것들과 관련이 있겠지? ···장비 제작에 관련된 것인가? 하지만 장비 제작은 아닐 거다. 그건 오히려 부산물을 가공하는 능력이지, 마석을 다루는 직업은 아니니까.

-아, 그 녀석. 앞으로 훈련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본인이 쓰던 장비는 반납을 거부했어.

세 마리의 그린 오크가 지금 아카데미 상위권에 있는 훈련생들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는 분명히 아니지만, 당시 최우혁이 가지고 있던 장비와 일반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혼자 처리했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착용하고 있던 장비의 반납을 거부했다.

대강 답이 보이네.

“···질문 안 하세요?”

“그 전에 하나만 묻자, 너 나한테 뭘 요구하려고 했던 건지.”

“이제 와서 무르기 없습니다.”

날 뭐로 보고.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왜냐면 답은 이미 나왔으니 지금 아니면 들을 길이 없을 것 같아서.

근데 이 녀석, 내 눈은 왜 피하지?

“···하, 한 대만 때리게 해달라고요.”

“누굴?”

이젠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네.

“···나?”

“크흠.”

속이 좁은 건지, 넓은 건지.

하여튼 보통 녀석은 아니네. 이 세상에서 날 때리고 싶다고 내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알기론 아마 이 녀석 하나일걸?

“그럼 두 번째는?”

“뭐라고 안 하시는 겁니까?”

“실행에 옮긴 것도 아니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야 있나. 그래서 두 번째는 뭐냐니까?”

“쳇, 두 번째는 별거 아닙니다. 아카데미에 새로운 팀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네가 자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팀이겠지?”

“네.”

“내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해보마.”

아마 될 거다.

그리고 아마 그 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헌터들의 전력은 지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 수준까지 단숨에 오를 테지.

“···이미 알아낸 거죠?”

“아마도.”

“이럴 줄 알았어!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안 겁니까? 제가 처음이라고 확신했는데!”

“내가 알기로도 네가 처음이다.”

“···그래도 직접 들어야겠어요.”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하니.

결론은 내야겠지.

그런데 이 능력을 뭐라고 해야 할까?

“융합인가? 이미 만들어진 장비에 마석을 이용해 강화하는 방식이지?”

“하···. 정확하네요. 진짜 어떻게 안 겁니까?”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비슷한 시도는 늘 있어왔으니까.”

마석 융합이라.

어쩌면 마석을 마석으로 강화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 하나만으로도 기존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집어 버릴 정도의 능력.

지금 헌터 부대에서 사용하는 마력 총인 캐논 슈터는 인간의 과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장비다.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마력 탄을 방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이긴 하지만 휴대용의 출력으론 사실 중급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지극히 어렵다.

수십, 수백 발을 맞춰야 겨우 유효타가 들어갈 정도니까.

하지만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총 자체에 마석의 힘이 깃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루가 사용하던 일본도나 지금 도진이가 사용하는 대검의 경우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다.마석 가공 능력자가 마석을 가공해 장비 제작 능력자가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다시 말해 인간의 과학 기술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무기들.

몬스터의 부산물은 얻기도 힘들뿐더러, 마석 가공 능력자나 장비 제작 능력자는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희귀한 능력의 각성자들의 손을 무려 세 차례 이상 거쳐야만 겨우 하나의 장비가 완성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렇게 제작되는 장비들의 가격은 상식 밖의 금액이 책정되지만, 장비가 곧 목숨으로 직결되는 헌터들은 그 돈을 지불할 수밖에.

하지만 얼핏 장점만 있어 보이는 이 능력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마력이 깃든 장비는 각성자가 아니면 그 능력을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마력을 움직이지 못하면 제아무리 우주를 뒤집을 힘이 담긴 무기라도 그저 쇠붙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까.

하지만 이 능력이 앞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내기는 제가 졌네요. 원하시는 게 뭡니까?”

아이러니하다.

두 사람 모두 승리했을 때의 조건이 비슷하다는 점이 말이다.

물론 그 형태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 조건은···.”

* * *

라미야, 유리코프, 메를린, 이루.

미국에 있는 하밀과 아카데미에 와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블랙을 제외한 귀환자가 내 방에 모였다.

“···융합? 그런 능력이 진짜 있다고?”

“범위는 어디까지야? 만약 내 방패에도 된다고 하면 당장 시험을···!”

“네 방패도 좋지만,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지. 무기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해!”

“그보단 게이트에 융합이 되는 걸 확인해 보는 게 낫지 않아?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아슬아슬한 인원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져.”

“인체에도 되는 건가?”

예상을 못 했던 바는 아닌데, 처음 밝혀진 이 놀라운 능력에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나도 최우혁의 앞에서는 녀석이 기고만장해질까 억눌렀지만, 여러 가지 가설들을 떠올리며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으니까.

“일단, 장비에는 가능한 걸 확인했어. 게이트는··· 아직 변수가 많을 것 같아서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인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인체 실험이라니, 지원자야 차고 넘칠지도 모르기만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만약 그게 진짜로 가능하다고 하면 최우혁은 날 제치고 단숨에 세계 중요 인물 1위로 떠오를 거다. 당연히 납치 대상 1위가 될 거고.

문제는 나와는 다르게 최우혁은 현재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 문제가 외부로 발설되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아카데미에 자리를 하나 새로 만들려고.”

“···하긴, 미치지 않고서야 여기서 납치 행각을 벌일 곳은 없을 테니까.”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그게 지금 바로 대마도다.

어쩌면 최우혁도 그런 생각에 아카데미에 남을 수 있는 걸 조건으로 걸었겠지. 똑똑한 녀석이니까.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능력 각성자들 교육을 시작했으면 하는데.”

“벌써?”

이제 겨우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히 급한 느낌이 있긴 하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전보다 확실히 빨라지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강력한 것들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

지금처럼 단순히 신체 강화 능력자들만으로 이뤄진 팀은 반쪽짜리에 불과할 뿐이다.

제대로 된 공략대라면 치유 능력이 가능한 힐러나 적재적소에서 팀원들을 보조해줄 수 있는 버퍼가 필요하다.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야.”

이미 각국에서는 아카데미로 갈 이능력 각성자들의 선정이 끝난 상황.

힐러는 블랙이, 버퍼는 덕윤이 교육하면 된다.

그 외의 특수 능력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라미야가 맡아주면 될 거다.

“그런데 진. 갑자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눈치가 빠른 라미야가 가장 먼저 물었다.

다른 이들은 그제서야 뭔가가 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고.

잠시 고민해봤다.

지금 이걸 공개하는 게 과연 잘하는 걸까 하고. 어쩌면 더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결국 한 때는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이들을 믿기로 했다.

“···너희에게 보여줄 게 있다.”

인벤토리를 열고, 물건을 집어 들었다.

자신을 ‘결투장’이라 했던 녀석이 남기고 간 물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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