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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식당-60화 (60/153)

귀환자 식당 60화.

처음 만남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나야 어쨌든 이 녀석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보다 더 황당한 순간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보단 소박한 녀석이다.

물론 재벌치고는 이라는 전제가 붙어야겠지만.

“그래서. 동생이랑은 그때부터 사이가 틀어진 건가?”

“따, 따지고 보면··· 태어나서면서부터··· 히익! 시, 시작된 거라고 봐야겠죠. 조, 조금만 천천히··· 가주시면···.”

“뭐. 대신 남들보다 풍족하게 살았잖냐.”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지금 난 조금 전 연구소에서 만난 녀석을 데리고 이동 중이었다.

날아서.

“그, 그렇긴 하죠. 서, 선생님.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시는지···.”

“어디긴. 네 동생이 헛짓거리하고 있을 곳이지.”

“제, 제가 꼭 같이 가야 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증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실제로 보게 되면 내가 어떻게 나갈지 모르겠다.

그러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 하나쯤은 있는 게 좋겠지.

“땅을 보지 말고 그냥 멀리 앞쪽을 봐. 그럼 좀 나을 테니까.”

“···네.”

보통은 첫 만남에서 말을 놓거나 하진 않는데.

이 녀석에게는 첫 만남부터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가, 어색하지가 않다.

“···어딘지 아십니까?”

“아마도.”

내가 블랙이 혼자 지낼 수 있도록 마련한 섬이다.

그리고 이 앙큼한 녀석이 왜 거길 장소로 잡았는지는 알 것 같다.

만약에 문제가 생겨도 내가 해결할 거란 계산이 깔린 거겠지.

재수 없긴 하지만 확실히 잔머리는 잘 굴렸네.

그래···. 거기서 문제가 터지면 내가 나설 수밖에 없긴 하지.

중요한 건 문제가 거기서만 터지는 게 아니란 걸 이놈이 지금 모르고 있다는 거다.

“언제 갔다고?”

“오후 6시에 미팅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만났을 겁니다.”

이제 조금씩 적응이 되는지, 목소리의 떨림이 많이 가라앉았다.

어차피 바람도 다 차단되어 있으니 바닥만 보지 않으면 비행기를 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밀이었을 텐데, 그건 어떻게 알았지?”

“우혁이 녀석도 그렇겠지만, 저도 그쪽에 스파이 하나 정도는 심어놨으니까요.”

형제끼리도 견제해야 하는 재벌의 삶이라.

너희도 참 피곤하겠다.

“···아무래도 속도를 높여야겠다.”

시간이 아슬아슬할 것 같아서 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이 녀석을 배려해주다가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꽉 잡아.”

“···자, 잡을 데가 없는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 무서울 것 같으면 눈이라도 감던가.

* * *

최우혁은 어려서부터 왕자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는 늘 사람들 위에 서 있었고, 철이 들기도 전에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위치.

하지만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모든 걸 다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그러던 중 드디어 찾아냈다.

아니, 그건 운명처럼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믿었다.

진정한 지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조건.

그건 에너지다.

유한한 자원인 석유.

태양열이니 원자력이니 하는 차세대 에너지가 개발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석유를 대체할 정도의 에너지원은 없었다.

하지만 마석은 다르다.

작은 돌멩이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데다 심지어 청정에너지.

만약 그것을 무한하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거다.’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운명이 자신을 그쪽으로 이끌고 있다는 강력한 확신.

만일 이것만 제대로 개발해낸다면 정말 꿈은 아니다.

진정한 지배자가 될 수 있다.

꿈에 부풀어 처음 며칠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설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혔다.

‘그까짓 각성자 하나 때문에 이 기술을 사장시킨다고? 아버지는 늙었어. 이것만 손에 넣으면 아무도 날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론 버거웠다.

그래서 조력자를 구했다.

세계 최강 대국, 미국.

그들을 등에 업으면 아버지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자신을 함부로 못 할 거라고, 그는 굳게 믿었다.

위험성은 있다.

게이트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최우혁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극히 희박한 확률이라곤 하지만, 만에 하나 강제로 열린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일을 대비했다.

“제대로 확인했지?”

비서에게 물었다.

두 번, 세 번 확인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항.

“물론입니다. 모두 특수합금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정도의 능력을 갖춘 각성자들입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라고 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날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미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이진의 능력은 이미 화면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최우혁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흥,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헌터들의 기록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멍청한 인간들이나 속지, 내가 그런 속임수에 속을까 봐?’

그래서 장치를 테스트하기 위한 장소도 이곳으로 골랐다.

이미 한 번 몬스터가 나타났던 곳.

두 번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이곳은 ‘그’의 섬이라고 했다.

“그자는?”

“3시 정기 보고 때 그의 가게에 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좋아. 준비를 시작하지. 이제 곧 올 거다.”

“네, 실장님.”

게이트 생성 장치.

이름만 들어도 제법 큰 덩치를 가진 기계이지 않을까 했다.

그리고 도면을 확인했을 때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아예 고정식으로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이건 휴대가 간편하다고까지 말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한 사람이 들고 다닐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저런 기능을 가진 장치가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이점일 정도로.

몇 사람이 붙어서 설치를 시작하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설치가 종료됐다.

얼핏 보기엔 커다란 안테나 같은 느낌이랄까.

외형이 조금 기괴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런 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마석은?”

“상급으로 3개 준비했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미 죽고 사라진 설계자가 남긴 내용에 따르면 중급 이상이면 된다.

하지만 부족하면 모를까, 넘쳐서 문제가 될까.

투다다다다-.

“시간은 기가 막히게 잘 지키네.”

오후 6시 정각이 되기 5분이 남지 않은 시각.

해안 너머로 헬기 로터 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획기적인 기술에 투자할 사람들이 도착한 거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초거대 기업인 바바리안 코퍼레이션.

이름에 걸맞게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최우혁은 오히려 그래서 바바리안을 선택했다.

이런 위험한 물건을 감당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서오십시오. 최우혁입니다.”

“미스터 최. 반갑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됐군요. 바바리안 코퍼레이션의 커트 스로니언입니다.”

한국 지사가 있음에도 직접 본사에서 날아온 커트 스로니언 이사.

바바리안 코퍼레이션의 실세이기도 하다.

최우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가 직접 왔다는 것은 그만큼 바바리안에서도 게이트 생성 장치의 가능성을 높게 생각한다는 의미니까.

“···저겁니까? 생각보단 크기가 크지는 않군요.”

“작다고 무시해서야 되겠습니까? 한국 속담에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매운맛··· 오늘 제대로 볼 수 있겠습니까?”

“매운 걸 잘 드셔야 할 겁니다.”

첫 테스트지만 최우혁은 자신했다.

직접 개발한 것이 자신은 아니지만, 도면을 보고 나서 확신했다.

이건 실패할 수 없는 거라고.

최우혁은 자신이 앞장서서 그들을 장치로 이끌었다.

“아직은 가동하지 않았으니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흠··· 따로 전기가 필요한 건 아닌 모양이군요.”

커트는 처음에 테스트 장소가 서해안에 있는 외딴섬이라는 이야기에 갸웃했었다.

왜 굳이 그런 곳에서 하는 걸까 하고.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는 비서의 설명을 듣고선 금세 이해했다.

그래서 그 역시 미국에서 각성자를 데리고 함께 왔다.

“전기는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마석 자체가 에너지 원이니까요.”

“마석은 얼마나 필요한 겁니까?”

“이론상으로는 중급 이상이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오늘은 상급 마석 3개를 준비해뒀습니다.”

“상급 마석을 3개씩이나? 그럼 게이트를 열어도 낮은 등급이라면 손해가 될 수도 있겠군요.”

최우혁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 준비한 것이지, 이걸 모두 사용하는 건 아니니까요.”

“흠, 우선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보고 싶네요.”

“후후-. 저도 기대가 큽니다.”

첫 테스트.

작동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음에도 굳이 바이어를 초대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도 맞지만, 한 번 시연에 수백 억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어쨌든 삼영 그룹은 아직 아버지인 최진우 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고, 따지고 보면 자신은 이제 겨우 실장의 직함을 가졌을 뿐이니까.

“시작해.”

“네!”

의미도 없는 고글을 착용하고 물러나자, 연구원 하나가 마석 하나를 들고 장치로 다가섰다.

작은 유리형 원통에 마석이 들어가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형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소개하죠.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 페타흐(pethach)입니다!”

철컥-.

레버가 당겨지고.

우우우웅-.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할 무렵.

후우우웅-.

터빈이 돌아가는 것 같은 울림이 점차 잦아들었다.

“···뭐야! 확인해봐!”

최우혁의 눈에 핏발이 선다.

“뭔가요? 미스터 최, 혹시 실패인 겁니까?”

“아, 아닙니다! 잠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금방 해결할 겁니다.”

‘실패? 말도 안 된다. 도면은 벌써 몇 번이고 확인했어. 설계상의 문제는 아닌데, 도대체 왜?’

“실장님!”

“문제가 뭐야.”

비서가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더니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마석의 에너지가 모두 소모됐습니다.”

“상급 마석 하나가? 이 짧은 순간에 말이야?”

“···네. 이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여기서 멈추시는 게···.”

퍽-.

신경질적인 발길질이 비서의 정강이에 부딪혔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 미쳤어? 지금 저기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이대로 보내면 다음 기회는 없을거라는 걸 지금 몰라? 마석 하나 더 넣어,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해.”

“···네.”

이상하다는 건 안다.

중급 마석 하나면 충분하다던 게, 상급 마석 하나를 잡아먹고도 묵묵부답이다.

상급 마석 하나가 가진 에너지를 석유랑 굳이 비교하자면 거의 20만 배럴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 마석을 에너지로 변환해서 쓰는 경우는 없다.

오직 마석으로만 작동하는 장치에 쓰이기에도 부족한 판국이라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중.

그런 시기에 상급 마석 하나의 가치는 단순히 20만 배럴의 석유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하나에 수백억.

3개를 구하는데 거의 천억 원을 들였다.

이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혼나는 정도론 끝나지 않는다.

물론 성과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을 시켜야 했다.

그리고 자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마석이 들어가고.

우우우우우웅-.

처음 마석이 들어갔을 때보다 더 커다란 울림이 공간 전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확신하는 순간.

후우우우웅-.

“씨발! 도대체 이유가 뭐야!”

“실장님, 각성자 하나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뭐?! 지금 내가 그딴 놈들이랑 무슨 말을···!”

“저기요. 지금 뭘 하는 지 모르겠는데, 이곳 주변 공기가 변하고 있어요.”

“그래서 뭐. 너넨 그냥 대기하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날 지키기만 하라고! 그게 어려워?”

“···난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 일당은 필요 없어요.”

최우혁의 잇새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하··· 씨발. 거지 같은 새끼들이 각성 좀 하니까 뭐라고 된 거 같아?”

“미스터 최. 이게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후우, 이봐! 거기. 마석 하나 더 집어넣어.”

“실장님. 지금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상황을 보시는 게···.”

퍽-.

다시 정강이로 구둣발이 날아들었지만 역시나 꼼짝도 하지 않는 비서.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마석 집어넣으라고 이 새끼야.”

분위기가 이상하다.

비서는 각성자가 아니지만, 주변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느끼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가버린 최우혁 실장을 제외하곤.

“흐음···.”

커트 스로니언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장치는 제대로 작동한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급 마석이 아니라 상급 마석을 3개나 처먹고 있지만.

‘여차하면 곧장 피해야겠군.’

어차피 이곳은 미국이 아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은 없는 셈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지켜봐도 되겠지.

세 번째 마석이 다시 들어가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살짝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연구원이 레버를 당기려는 그 순간.

하늘에서 뭔가가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앙-!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충격과 함께,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튕기듯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으으윽-.

콜록- 콜록-.

하늘 높이 솟아오른 모래들이 비처럼 떨어지고, 그제야 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의 인형人形이 들어왔다.

“···최도혁?”

기절한 것처럼 축 처져 있는 한 명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회사를 두고 한 때는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형.

“이게 무슨···.”

어이가 없었다.

분명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봤지만 최도혁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있다 한들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만큼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경쟁은 더욱 치열했겠지.

“당신··· 누구야.”

그러니 함께 온 다른 이.

그의 능력이겠지.

그리고 물음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진···. 저자가 이진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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