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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식당-55화 (55/153)

귀환자 식당 55화.

따로 준비한 선물을 주는 건 처음인데 너무 고가의 선물을 주면 버릇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조금 우려가 되긴 했다.

하지만 필요한 거다.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가게에 들르기라도 하려면 역시 언제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수단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아마 주차장에 내려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속으로는 아마 설마설마하고 있겠지.

“자, 다 왔다.”

“이, 이거였어요?”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 필요해서 사주는 거니까.”

시연이가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언니, 뭔데? 좋은 거야? 설마··· 진짜 차야?!”

시은이가 얼굴을 감싸 쥔 손가락 두 개를 슬쩍 벌려 보더니.

“꺄아아아아-! 삼촌 최고! 최고야!”

“삼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아마 시연이는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동안 두 사람한테 경호원이 따라다녔어.”

“···저는 조금 눈치채고 있었어요.”

“응? 정말로?!”

시은이는 몰랐던 모양이다.

시연이야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으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많았겠지만, 시은이야 늘 친구들과 함께 다니거나 아니면 독서실에서 늦은 시간까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눈치채기가 힘들었겠지.

“나한테 경호원이 있었다고? 와··· 완전 공주라도 된 거 같아.”

혹시나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저런 식으로 생각할 줄은 미처 몰랐네.

“나 때문에 괜히 너희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게 될 거란 생각은 못 했어. 그래서 경호원이 은밀히 보호하고 있었던 건데, 시연이나 시은이도 이제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개인 경호를 위해서라도 차를 타고 다니는 편이 좋다고 해서.”

“지금도 여기 있어요? 어디, 어디?”

“나랑 있을 때는 떨어져 있으라고 했으니까 아마 로비에서 대기 중일 거야.”

“하긴, 우리나라에서 삼촌이 제일···.”

강한 사람이지.

“그런데, 시은이는 면허 아직이지?”

“아, 맞다! 난 면허가 없지···. 안 되겠다. 지금 당장 따러 가야겠어요! 붕붕아, 조금만 기다리고 있오옹?”

···벌써 애칭까지 정했어?

시은이는 집에 올라오자마자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도도도도-.

“언니, 나 운전학원 간다! 삼촌, 저 다녀올게요! 저 올 때까지 가기 없어요?!”

허···.

어마어마한 추진력이네.

“그런데 차는 마음에 들어?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달라고 하긴 했는데···.”

차를 사본 적이 없어서 그냥 추천받았다.

뭐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브랜드 들이야 나도 익숙하지만, 솔직히 어떤 게 성능이 좋고, 이쁜지는 잘 몰라서.

거기다 차라는 게 개인에 따라 취향도 많이 다르지 않은가.

“이쁘기야 너무 이쁜데. 너무 비싼 거 같아서···.”

“너희들 마음에 들면 됐지. 뭐.”

시은이 반응이야 봤으니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럼 이제 장이나 좀 보러 갈까?”

“마트에요?”

“시은이 합격 축하 파티해 줘야지.”

“아, 그렇네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엘리베이터만 타면 대형 마트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때문이라도 사람들이 비싸더라도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거겠지?

“그런데 시연이는 요리할 줄 알아?”

“저는 그냥··· 할아버지한테 배운 것들만 조금이요. 아, 삼촌처럼 대단한 걸 하진 못해요. 그냥 간단한 밑반찬 정도.”

“무슨 소리야. 원래 밑반찬이 하기 제일 어려운 건데.”

이건 정말이다.

내가 식당을 하는 것도 그저 요리하는 게 좋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아서긴 하지만.

하다 보니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게 바로 밑반찬이다.

오히려 메인 요리를 하는 건 쉬운 편이라고 할까?

그러고 보니 외삼촌이 하셨던 가게도 밑반찬이 참 맛있었는데.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갑자기 왜 웃으세요?”

“응? 사실은 너희 할아버지가 하던 가게에 내가 자주 갔었거든. 그때가 떠올라서.”

“할아버지도 삼촌 이야기를 많이 하셨었어요.”

“날 많이 챙겨주셨지. 그런데 그때는 그걸 몰랐어···. 차라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걸.”

왜 그 사실을 감춘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리고 시연이와 시은이 자매의 아버지.

나에게는 사촌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도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의문투성이인데, 알아보고 싶어서 알 길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뭘 해주면 시은이가 좋아하려나?”

“시은이는 고기라면 다 좋아해요.”

“고기라···.”

흐음.

사실 정말 질 좋은 고기는 구워서 먹는 게 제일이긴 한데.

숯불을 피워두고 직화로 구워서 먹으면 그만큼 맛있는 게 없지.

···생각해 보니, 안될 것도 없는데?

“그럼 우리 바베큐 파티나 할까?”

“바베큐 파티요?”

갑작스러운 제안이긴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

식당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겐 식당 앞의 마당이 있지.

주변에 조금 민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냄새야 퍼지지 않게 하면 그만이고.

음파 차단막을 펼쳐두면 마당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도 가능하지.

왜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 해봤을까?

“그래. 예령이도 합격했을 테니까, 같이 파티하는 거야. 어때?”

“좋아요! 저 야외에서 고기 굽는 거 엄청 좋아해요!”

목소리가 너무 컸나.

마트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던 사람들 몇몇이 우리를 쳐다보며 지나쳤다.

“우리 목소리가 너무 컸나 보다. 그럼 정육 코너로 바로 가볼까?”

“네-!”

* * *

돼지고기는 폭립과 목살, 삼겹살을 사고 소고기는 안심과 채끝에 토시살을 구매했다.

거기에 시은이가 좋아하는 양고기 프렌치렉까지.

확실히 대형 마트라 그런지, 정말 없는 게 없었다.

눈만 돌리면 사고 싶은 것들이 사방에 깔린 게, 나에게는 거의 천국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랄까.

“삼촌,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괜찮아, 예령이네 가족도 부르고. 도진이랑 이루도 고기라면 엄청나게 좋아하니까. 뭐, 그래도 남으면 식당에서 쓰면 돼.”

사실 식당에서 어지간한 재료는 다 있지만, 한식을 위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없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고기에 시즈닝을 할 때 필요한 큐민 가루 같은 것들.

“삼촌, 이거 하나면 될 것 같아요.”

마늘 가루, 파프리카 가루에 큐민 가루를 비롯한 여러 향신료가 혼합된.

일종의 만능 시즈닝 파우더.

폭립에 바를 바베큐 소스, 소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소스.

쌈 채소 코너에서는 그야말로 농장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담았다.

함께 곁들여 구울 아스파라거스나 버섯도 담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사다 보니 정말 카트에 넘치도록 담겼다.

“삼촌, 시식 코너예요!”

돌면서 간혹 맛보고 가라는 곳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오늘 사는 것과는 관계없는 라면이나 만두 같은 것들이라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번엔 소시지다.

“으음! 맛있어요.”

시연이는 잘 구워서 작게 잘라둔 소시지 하나를 집어 먹더니 얼른 내 입에도 넣어줬다.

고기와는 달리 짭짤한 간에 톡톡 터지는 식감까지.

“괜찮네. 그럼 이것도 하나 살까?”

“헤헤-. 네.”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어느 차를 타고 가야 할까.

살짝 고민이 됐다.

내가 타고 온 SUV도 있고, 이제는 시연이에게도 스포츠카도 생겼으니.

“음, 오늘은 삼촌 차로 가야겠다.”

“네. 짐도 많으니까 그게 좋겠어요. 그리고··· 선물 정말 감사해요. 그래도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해서···.”

훗-.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는데, 시연이나 시은이가 모르는 게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말해주고 싶었다.

“나한테는 너랑 시연이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선물이야.”

오글거리긴 하는 말이긴 하네.

막상 해놓고 보니 나도 조금 부끄럽다.

* * *

시은이에게는 곧장 가게로 오라고 전해뒀다.

도진이도 오늘은 집에 다녀온다고 어제저녁에 출발했고, 이루는 역시나 데이트가 있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근처에서 집을 알아보러 다닌다고 했지.

“왜 집을 보러 가는데 여자친구랑···. 설마, 결혼이라도 한대요?”

“글쎄?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아마 여자 쪽 집에서 반대가 엄청날 텐데.”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자연히 대화가 이어졌다.

“삼촌, 전 잠깐 예령이한테 전화 좀 해볼게요.”

“아, 그렇지. 합격··· 했겠지?”

“그럴 거예요. 거기다 게이트 연구학과는 신설이라 경쟁자도 적지 않았을까요?”

하긴.

게이트가 다시 생겼다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과를 만들 거라 생각한 사람은 얼마 없을 테니까.

시연이가 전화하러 나가서 티비를 틀어봤다.

처음엔 저런 걸 뭐 하러 그리 보나 했는데, 이게 또 보다 보니 이제는 없으면 어색할 지경이다.

간혹 예능 프로도 돌려보곤 하지만 채널은 거의 뉴스에 고정.

[대학 합격자 발표가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게이트 연구학과가 20여 년 만에 부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때 사라졌다가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경쟁자 적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한국대 게이트 연구학과에는 수천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며 약 400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기록···.]

“···그래도 붙었겠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야말로 초상집에 전화해서 잔치하자고 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삼촌.”

“아, 뭐래? 합격했데?”

“네. 근데 조마조마했데요. 경쟁률이 엄청났다고··· 아, 마침 뉴스에도 나오네요.”

후우-.

그래도 합격했다니 다행이다.

“그럼 저녁에 온대?”

“네, 어머니랑 아버지도 함께 와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괜찮죠?”

“당연하지. 이런 날은 원래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게다가 이런 날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축하받는 편이 좋다.

괜히 친구들 만나서 저들끼리 축하하다간 자칫 나쁜 쪽으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

시연이나 예령이야 그럴 아이들이 아니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것도 있으니까.

사실 그런 우려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만든 것도 없잖아 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각성자. 즉, 특별한 능력을 얻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와 관련된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참···. 별일이 다 있구나.”

“각성하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긴 해요.”

“시연이 너는 어때? 요즘도 그래?”

“가끔이요.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쪽 분야는 나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신체 강화나 마법같이 비교적 비율이 높은 각성 능력은 그 수련 방법이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그런 게 아니라도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물어보면 될 텐데.

예지는 예전에도 오직 한 사람, 리안 녀석만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다.

궁금하기에 한 번 물어본 적도 있긴 했는데.

-어떻게 조절하냐고? 음, 글쎄··· 뭐라고 설명할까. 꿈꿀 때 말이야. 아, 이게 지금 꿈이구나 하고 아는 경우 있었지? 예지란 건 그런 거야. 예지가 떠오르는 순간, 그게 예지라는 걸 깨달아야만 비로소 자기 능력이 되는 셈이지.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한 데가, 녀석은 꿈을 통해서 예지를 본 반면에 시연이는 그림으로 그려낸다.

문제는 그 그림을 그릴 때의 기억이 사라져 버린다는 건데.

“삼촌이 그 순간에 옆에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내 능력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시연이가 원할 때 능력이 발휘되는 것도 아니고,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게 사실상 지금으로선 불가능에 가깝지.

“···그래서 말인데요. 삼촌, 솔직히 우리 집. 너무 커요.”

하긴, 대학생 2명이 살기엔 조금 과한 편이긴 하지.

옷방으로 꾸며진 곳을 제외하더라도 방이 5개나 되고, 화장실 겸 욕실도 3개나 되는 집이니까.

“그래도 지금 와서 무르는 건···.”

“그게 아니라. 삼촌도··· 같이 사는 건 어때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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