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 식당 1화.
“···어떻게 된 거지?”
길고 긴.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전장에서 돌아왔다.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하는.
성대하고도 화려한 귀환식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50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가서 고작 7명이 살아왔다.
그 안에는 나처럼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인류를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들어갔던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어어···. 이거 혹시 서프라이즈 라도 준비한 건··· 아니겠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허탈한 표정을 한 하밀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늘 표정에서 스마트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녀석이 저 정도라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황당한지 알만하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유리. 그건 무슨 의미야?”
“인류의 명운이 걸린 전투였다. 우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말이지.”
그래.
확실히 그건 그렇지.
들어갈 당시야 어차피 질 싸움이라며 반대를 하는 인간들이 있었을지언정, 어쨌든 우리는 돌아왔다.
40여 년간 이어진 인간과 몬스터라 불리는 녀석들과의 싸움.
그 지겹도록 끔찍한 전투에서 겨우 손에 쥔 승리.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엄청난 희생 앞에서 승리라고 말하기엔 초라해 보이는, 평화라는 이름의 작은 보상이다.
그렇게 우린 돌아왔다.
그런데 기다리는 이가 아무도 없다.
전 세계에 생중계와 함께 이 순간을 축복하며 온 지구가 들썩거려도 모자랄 판에?
유리코프의 말대로 이건 그 자체로 말이 되질 않는다.
아무리 여기가 태평양 한가운데 망망대해라고 해도 말이지.
그때.
투두두두-.
아주 멀리서 이곳을 향해 오는 헬기의 로터 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들었다는 건 다른 이들도 들었단 소리고.
“···너무 늦었잖아.”
3개월 만의 귀환.
들어간 게이트가 마지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작은 불안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녀석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됐을 거다.
나온 순간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잠시나마 떠올렸을 최악의 가정.
어쨌든,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인류는 살아남았다.
* * *
7명의 생환자.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우리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화제가 되지 못했다.
화제가 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그 어떤 소식도 들리질 않았다.
“음. 30년 만의 귀환···. 설마 설마 했는데, 이게 진짜였군요.”
내 앞에 앉은 남자가 조금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보다 더 황당할까?
30년이 지났다고?
무슨 말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게이트에 들어가 있던 건 분명 3개월이었다.
그런데 나와보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죠? 하하···.”
“그렇네요.”
3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년이 흘렀단다.
황당하지만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80세가 넘어버렸다.
“일단, 예전에 만들어둔 지침이 남아있는지 확인을 좀···. 아! 있네요. 다행입니다. 저도 인수인계를 받긴 했는데, 솔직히 실제로 일어날 줄이라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컴퓨터 안의 파일을 뒤지던 남자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멋쩍던 웃음도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이것 참···. 그래도 지구를 구한 영웅이신데···.”
지침에 뭐라고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표정을 보니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제가 일단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좀 드려보겠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덤덤한데 설명을 하는 쪽이 더 긴장하는 모양새가 조금 우습다.
“우선, 세상에서 게이트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애초에 내가 게이트 관리국이 아닌 이런 일반 구청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그걸 대변하는 셈이니까.
게이트 관리국이 없다?
그 말은 더는 게이트를 관리할 기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으니까.
“이 자료도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 둔 거라···. 제 생각이지만 이대로 따르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지침이라는 것도 게이트 관리국이 있을 당시에 만들어졌던 거라···. 이거 참.”
도대체 그 ‘지침’이라는 것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길래 이리 난처해하는 걸까.
모니터를 보자면 볼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이어지는 남자의 설명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어차피 나에게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게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 * *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
30년이 지났지만, 인간들의 문명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게 맞겠네.
몬스터에게서 얻어내던 마정석.
인간은 오랜 기간 그 마정석에서 추출해내는 에너지를 이용해 왔다.
그뿐인가, 몬스터들의 부산물은 각종 제작 재료로 쓰였고, 심지어 의학 약품에조차도 폭넓게 사용됐다.
그렇게 발전한 게 무려 40년이다.
그러던 게 어느 날 한순간 사라졌으니 그 시점에서 이미 수십 년을 되돌아간 셈이 돼버린 거다.
게이트를 닫는다.
그게 곧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걸 좋게 보지 않는 인간들도 존재했다.
당시에도 이런 사태를 걱정하던 목소리는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문명이 조금 퇴보하더라도 안전한 삶을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최후의 게이트’의 공략에 나선 것이고.
뭐, 애당초 가만히 둘 성질의 것도 아니긴 했지만.
“선생님. 아, 괜찮으시면 제가 이진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게이트에 들어갈 당시에도 이미 50이 넘었던 나이다.
각성한 이후로는 외모가 거의 변함이 없었던 터라 20대 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진 않지만.
“네. 그러시죠.”
나이로는 이미 80이 넘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나는 아직 50이 갓 넘은 젊은(?) 청년이다.
30년이란 시간은 나에게는 없던 시간이니까.
“우선, 선생님께서는 신분을 바꾸실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각성자도 게이트도 없는 세상이라···. 이진 선생님의 외모와 나이 사이에 조금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는 말이다.
“···각성자도 없는 겁니까?”
“네. 선생님이 들어가셨던 마지막 게이트가 닫힌 후로는 게이트도 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각성하는 사람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뚝 끊겼고요.”
“그래도 예전에 각성했던 사람들은 남아있을 텐데요?”
설마 그들이 다 죽었을 리도 없고.
“남아있긴 합니다만 이후부터는 조금씩 힘을 잃어버려서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지 한참이나 지났죠. 아, 혹시 선생님께선 아직···?”
나는 잠깐 몸 안에 흐르는 기운을 느껴본 뒤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게 조금 불편한 내색을 비췄다.
그러자 그가 얼른 자리에 앉으며 사과를 한다.
“죄, 죄송합니다. 근데 저 처음 보거든요! 와··· 각성자라니! 저도 아주 어릴 때는 간혹 보긴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없어져서···. 호, 혹시 좀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긴, 이런 세상이라면 각성자가 가진 능력이 신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 먹고 어린 녀석 앞에서 재롱 잔치를 해줄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외모가 어려 보여 순간 착각한 듯하니 넘어가기로 했다.
굳이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남자의 표정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사실 새로운 신분까진 새로 만드실 필요 없이, 출생일 정도만 바꾸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나이니까요. 아무래도 그 외모에 80세는 조금···. 하하.”
출생연도만 바꾼다고.
잠깐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사실 오래 생각할 일도 아니고.
“···아뇨. 그냥 새 신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완전히요?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다.
40년 전.
아니, 이제는 80년이 지나버린 그 대격변의 날.
우리 가족은 모두 사라졌으니까.
이제 와 예전의 흔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홀가분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더 낫다.
···시작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도대체 뭘 시작한다는 말이지?
복수는 끝났다.
이런 걸 성공적인 복수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마음의 짐은 조금 덜었다고 말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12살에 각성을 한 뒤,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몬스터를 잡고, 악마를 죽이고.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게 끝났다.
그리고 이제부턴 뭘 할까.
생각해 둔 게 별로 없었다.
살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해볼 정도로 한가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음. 그래도 가족분들에게 연락은 해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들에게야 30년이지만 나에게는 불과 3개월 전이다.
기억이 잘못되진 않았다.
“···가족은 없습니다.”
모두 죽었으니까.
그날, 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었다.
충격이 컸나? 그래서 성격이 이렇게 변해버린 지도 모르겠네.
설사 아무 일 없었다고 해도 이미 100세가 넘으셨을 테니 살아계시긴 힘들겠지.
“어? 잠시만요. 주민등록상으로는···. 동거인이 계시는데요?”
“···뭐라고?”
이런.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남자는 그 때문에 놀란 건지, 내 기운에 놀란 건지.
“그, 그게··· 여기 보세요.”
잔뜩 움츠러든 구청 직원은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돌려줬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히 내 주민등록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시연? 이시은? 누굽니까. 이게?”
“네? 그, 그야··· 저도 모르죠. 아아- 잠시만요. 가족관계 증명서를 확인해보면 알 수-!”
아무리 구청 직원이라도 저런 정보까지 저리 손쉽게 열람이 가능한 건가?
사회생활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런 개인 정보는 상당히 민감하게 다루는 나라가 한국 아니었나?
“일단 서류상으로 봐서 직계 가족은 아니라고 나오네요. 가만 보자, 이게 보니까 선생님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예전에 사시던 곳으로 되어 있어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잠시만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인다.
그러더니 이내 ‘아아- 왜 이렇게 처리했지?’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날 쳐다본다.
“으음···. 이게 조금 애매해졌네요. 이진 씨가 이미 30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위난실종선고가 내려졌어요. 물론, 그 상황이 위난은 아니었지만, 워낙 기간이 길었다 보니···.”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공무원.
“위난실종? 그게 뭡니까?”
“아, 명백히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나 재난 상황에서 실종이 되는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망으로 간주를 할 수 있게 하는 법률입니다. 이진 선생님의 경우에는 실종이라고 할 순 없지만 조금 특별한 경우라···. 아, 그래도 다행인 건 사망 처리가 되진 않았습니다.”
사망은 아니지만, 사망과 비슷한 처분이 내려진 셈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 내 집에 살고 있다니 쫓아내야 하는 걸까?
“지금 주소지에서 거주 중으로 나오는 이시연 씨와 이시은 씨는 일단 선생님의 조카분들로 확인이 됩니다.”
“···조카요?”
내 고개가 나도 모르게 갸웃거렸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 나에게는 조카가 생길 수 없다.
나는 외동아들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님 동생분의 자제이셨던, 그러니까 이진 선생님께는 외삼촌이 되시겠네요. 고故 이정수 님의 손녀분들이십니다. 올해로 이시연 씨가 21세, 이시은 씨는 19세가 되었네요.”
“삼촌이··· 있었단 말이군요.”
처음 듣는 소리다.
어머니는 나에게 당신의 동생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네. 아, 혹시 모르셨던 겁니까? 이진 선생님께서··· 그, 위난실종선고가 내려진 뒤 어머님의 유일한 친족이었던 이정수 님에게 명의가 넘어갔고, 이정수 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바로 이시연 씨가 세대주가 됐습니다.”
만약 정말로 외가 쪽으로 삼촌이 있었고, 그 아들이라면 나에게는 사촌이 된다.
그럼 그 딸들은···. 오촌 조카가 되는 건가?
“···사망 처리가 된 게 아니고, 이진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경우이니 법원에 이의 제기를 하시면 집의 명의는 다시 찾으실 수···.”
“괜찮습니다. 그대로 둬 주세요.”
“네? 괜찮으십니까?”
자세히는 듣지 않았지만 세대주가 이제 겨우 21살이 된 조카다.
그 말은 즉,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이 없다는 말이고.
사는 집은 유일한 안식처겠지.
3개월.
아니, 30년 만에 돌아와서 처음 하는 일이 조카들을 거리로 쫓아내는 일이 될 순 없다.
“네. 괜찮습니다. 그보다 신분을 새로 만드는 건 얼마나 걸립니까?”
“아, 그건 신청하면 곧바로 처리될 겁니다.”
역시, 이 남자.
일반적인 말단 공무원은 아닌 것 같다.
국가에서 인정한다곤 하지만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 게 일반적인 구청 직원이 그 자리에서 확답해줄 일은 아닐 테니까.
30년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변했을지는 몰라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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